군무를 위해

블러드샷 아이오라이트: 방향의 시사

줄리엣 클락- 7학년~성인 공백기 개인로그 (겸 서사조율 정리본)

트리거/소재 주의: 국가폭력, 테러, 기타 세계관 내 폭력적 요소

The ending is nearer than you think, and it is already written.

결말은 당신의 생각보다 가까이 와 있으며, 이미 쓰여져 있다.

All that we have left to choose is the correct moment to begin.

우리에게 남은 선택은 단지 “언제 시작하느냐”일 뿐.

-<V For Vendetta>, Alan Moore

예고장은 언제나 흰 직사각형의 종이 위, 검은 동그라미의 형태를 띤다. 그것이 왼쪽부터 눈을 뜨듯 가느다랗게 깨어나, 최종적으로는 삭이 보름이 되고 노란 원이 꽃처럼 피어나고 나면 그 안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19xx년 xx월 xx시 정각. 의뢰를 완료하러 오겠소. 설계자가.

물론 그에게 의뢰한 사람은 없다. -대체 어느 누가 자신의 집이나, 직장이나, 기타 중요한 삶의 터전의 난데없는 붕괴를 의뢰하겠는가? 그에게 묻는다면 설계자는 이렇게 답한다: 시대가 나에게 이것을 의뢰했다고. 물론 거기에는 개인적인 앙갚음도 섞여 있을 수 있다만, 골자는 그렇다.

동쪽은 새벽이 오는 곳, 해가 뜨는 곳. 변화와 부활을 뜻한다.

“친구”들에 따르면:

줄리엣 클락은 1년간 어떤 곳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녀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직접 우연히 일본에 걸음하거나, 그녀의 “죽음”을 집요하게 믿지 않았던 이들 뿐. 모노클을 끼던 소녀는 얼굴과 온몸을 붕대로 칭칭 감았으며 “나츠키 후미코”라는 이름을 사용했고 조용히 다음 해 여름을 맞았다. 이쪽의 망자는 시끄러워서 애도의 백합과 장미는 필요치 않았으니, 어떤 이들은 잘못 온 편지에 대신 답장을 써 보낸다는 뻔뻔한 문장을 읽고 코웃음을 치기도 하였다. 그러나 결국에는 돌아오기는 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연락이 잘 닿지 않는 친구의 가족을 먼발치에서 방문하는 것이었고,

그렇다면 서쪽은 반대로 해가 지는 곳. 어둠이 내려앉는 곳. 죽음과 저승을 자주 상징한다.

예언자 일보에 따르면:

위험등급 5등급 테러리스트 “설계자”는 1918년부터 1924년까지 활발하게 활동했다. 앤더슨, 아처, 힐튼, 랭퍼드, 미스틸테인, 로맘, 발렌슈타인… 수많은 이름난 가문들의 집, 직장, 하다못해 비워 두던 별장이 그의 타겟이 되었다. 마틴 앤더슨 장관의 피습과 전쟁 발발 이후에는 다소 출현이 뜸한 모습을 보였으나, (단, 돌연 다시 나타나 콕스 가에 마지막으로 테러를 저지른 것이 예외였다.) 이후에는 불사조 기사단에 가담한 것이 명백했기에. 옛 룸메이트를 포함한 오러들은 당연하게도 그에게 상당한 금액의 현상 수배를 걸었으며, 탐정 세바스찬 휴즈에게는 “설계자”를 검거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갔고(결국 이쪽의 만남은 다소 다르게 흘러갔지만.), 발푸르기스 기사단의 단원들 중에는 이를 갈고 그를 잡으려는 이들이 있었다. (여담이지만 그중 한 명은 클로드 힐튼이었다.)

최소한 적도 위에 있는 국가들에게, 남쪽은 햇볕이 잘 드는 따뜻한 곳이다.

“적”들에 따르면:

가끔은 변덕스럽게 친절할 때가 있었다. 팬레터, 선물, 또는 조문. 방안에 틀어박혀 지내는(갇혀 있다고 표현했다) 아마추어 조각가의 창밖에 나타나 둘만의 밀회를 떠났으며, 한번쯤은 춤을 즐겨 보고 싶다는 이유로 발렌슈타인 가를 향한 테러 일정을 돌연 취소했다. 이미 가족 구성원을 잃고 무너진 경험이 있는 가문-예를 들어 밀레니엄이나 엘드리지 같은 경우-에는 예고장만 무성의하게 던졌을 뿐, 이후에는 마음이 바뀌었다며 테러를 거행하지 않았다. (물론 본인 입장에서의 친절이라, 과연 고마워했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같은 이들에게 북쪽은 추운 곳. 그러나 가장 “위”이며 기준이 되는 곳.

영국 마법 세계에 따르면:

블루 슐츠의 미간에 주름이 잡히게 하거나 헤인즈 윌러에게서 가끔 성마른 타박을 듣긴 하였으나, 설계자는 여전히 사람을(순혈이든, 머글이든, 그 사이의 누구이든.) 적으로 보지 않았다. 일라이 뮐러의 펜끝이 그에게 동의하지 못하며 스텅 오브라이언이 “혈연”이 이어지지 않은 그를 동료로 보는지 모호하나, 그는 여전히 자신만의 이상과 신념이 있다. 이 전쟁이 끝나면 비로소 진정한 평화가 찾아올 것이기에, 무너트릴 것이 있고 지킬 것이 있어 지팡이를 들었기에 현재의 배역에 충실할 뿐. 그러니까, 여전히 북쪽을 본다.

수많은 비극을 눈에 담으며, 희극을 바란다.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