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시민권
ELDORADO :: 유용한 이야기들
SKY 기업령 신도시는 주민들에게 최선이자 최고인 삶을 제공합니다
당신의 꿈을 이루세요. SKY 기업령 신도시의 당당한 시민이 되어!
SKY 기업령 신도시는 도시 내 서비스 제공의 전산화를 위해 시민권 증명서의 휴대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신형 시민증 카드의 도입 및 발급은 기업령 도시 내에서 일어나는 당신의 일상 생활을 보다 적극적으로 보조하고, 더욱 편리하며 윤택한 서비스를 가장 빠른 시간내에 제공하는데 그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철도, 금융, 운송, 일상적인 쇼핑까지, SKY 전산망과 일체화 된 모든 서비스를 하나의 시민증 카드를 통해 접근하세요! 사용 가능한 신용카드를 찾아서 지갑을 뒤적거리던 시절은 이제 안녕! 시민증 카드는 모든 결제, 출입, 신원 확인의 기능을 겸합니다!
사용 가능한 당신의 재화와 제공 받을 수 있는 편의 기능을 한눈에 확인하세요! 마일리지를 통합하고, 편리하게 사용하세요! 오늘 장을 보며 쌓은 포인트로 두바이 관광을 가보시는건 어떤가요? SKY 국제 도시항공이 함께합니다!
시민증 카드를 통해 특별한 할인 혜택을 받으세요! 정식 시민증을 보유한 고객은 도시 철도 이용료를 최대 50%까지 절감할 수 있습니다! 일상적인 소비를 더 많이, 더 저렴한 가격에 향유하세요! (위 혜택은 SKY 시민 마일리지와 별도로 적용되며, 혜택은 중복되지 않습니다.)
기업령 도시에 거주하지 않더라도 걱정하지 마세요. SKY는 당신의 더 고급스러운 삶을 위해 많은 옵션들을 제공합니다! 노동자 시민권을 발급 받아 기업령 도시 내의 시설에서 근무하세요! 더 나은 직업 환경과 뛰어난 사원 복지가 기다립니다! 그렇게 어느 날 SKY의 행복한 가족이 될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행복한 것이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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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 정식 시민증
기업령 도시 내에 거주하며, 법적으로 성인 (18세 이상)이며, 주거지와 직장을 모두 보유하였거나 보유할 예정인 고객. 혹은 SKY 기업령 도시 내에서 시민증을 발급 받은 영유아-청소년의 법적 보호자인 고객.
등록되지 않은 직업 시설을 제외한 기업령 도시 내의 모든 시설을 제한 없이 이용 가능.
최대 50%의 할인 혜택. (서비스에 따라 다름)
도시 내 자유로운 거주지 및 직장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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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 주니어 시민증
기업령 도시 내에 거주하며, 법적으로 유아-청소년(0세부터 18세 미만)이며, 정식 시민증을 보유한 법적 보유자와 함께 생활하는 고객.
법적 보호자의 보호 관찰 관리 시스템 아래 허가된 모든 시설을 제한 없이 이용 가능.
최대 50%의 할인 혜택. (서비스에 따라 다름)
주니어 시민증의 마일리지 혜택은 법적 보호자가 보유한 마일리지에 귀속됩니다.
고객의 사용 내역에 대한 실시간 알림이 및 미아 보호 서비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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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 노동 허가증
법적으로 성인(18세 이상)이며 기업령 도시 내에 거주하지 않으나, 도시 내에 존재한 경제 활동/노동 활동 시설 혹은 기업령 이사회에서 공인한 시외 노동 사업에 종사하는 고객.
시민증에 등록된 직업 시설 및 직업 활동에 필요한 편의 시설에 한하여 이용 가능.
최대 10%의 할인 혜택. (서비스에 따라 다름)
SKY BANK에서 제공하는 적금 및 청약 상품을 더 높은 우선 순위로 이용 가능. (상품에 따라 다름)
최대 12개월의 허가 기간.
노동 시민증은 일정하고 지속적인 경제 활동이 지속되는 고객에 한하여 허가 기간을 연장 할 수 있으며, 연장 횟수에는 제한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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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 여행 특별권
여행, 관광 목적으로 일시적으로 기업령 도시를 방문하는 고객. (여행 특별권을 통해 기업령 도시 내로 이동하려는 고객은 1인당 1개의 시민권을 반드시 발급해야 합니다.)
도시 관광과 관련한 모든 편의 시설을 제한 없이 이용 가능.
최대 30%의 할인 혜택. (서비스에 따라 다름)
연간 최대 한도 25만 달러 상당의 마일리지 혜택. (서비스에 따라 다름)
최대 체류 일수 30일 이내. (30일 이상 체류하는 경우, 특별권을 연장하거나 다른 종류의 시민증을 발급 받아야 함)
재방문 최대 6개월 이내 만족 시, 특별권 발급 및 허가 수수료 면제.
관광에 필요한 개인화 된 이동 수단, 고급 서비스 제공. (상품에 따라 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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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avier 학생증
본 상품은 특별 상품으로, 기업령 엘도라도 시 내의 '하비에르 초인 학교'에 재학 중이거나 재학 할 예정인 법적 연령 18세 이하의 아동 및 청소년에게 한하여 발급합니다. 학생증 발급 권리는 1차적으로 엘도라도 시 의회 인적자원관리부에게 있으며, 2차적으로 하비에르 장학 재단의 발급 심의에 준합니다.
등록되지 않은 직업 시설을 제외한 기업령 도시 내의 모든 시설을 제한 없이 이용 가능. (단, 장학 재단의 학생 관리부의 판단 하에 개별적인 시설 이용을 제한하거나 이용 내역을 조회할 수 있습니다.)
하비에르 초인 학교 내 금융 거래에 한하여 수수료 및 면세 혜택 제공.
최대 30%의 할인 혜택. (서비스에 따라 다름)
학생증이 제공하는 시민권은 시 의회 혹은 장학 재단의 판단 및 필요에 따라 취소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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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내용은 공식 SKY 시민권 홍보 페이지에서 발췌하였음을 알립니다. 일자 :: 2022년 5월 10일)
" 시민권을 보유할 자격을 개개인의 경제적 능력에 맡기며, 이를 끊임없이 증명해야만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존중 받을 수 있는 형태의 사회는, 10년 전이라면 모두가 미쳤다고 손가락질을 할 만큼 폭력적으로 받아들여 졌을 것이다. 하지만 서구 사회, 특히 미국의 행정부가 지속적으로, 또 점진적으로 행한 국가 서비스의 사유화가- 이러한 사회에 대한 거부감을 극도로 낮추었다. 자본에 따른 서비스의 차등을 이용할 능력이 있으며 또 이용하고자 하는 계층의 인간들에게, 그 삶의 방식을 인정할 뿐만 아니라 보상하기 까지 하는 시스템의 발주가 어찌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으랴? (후략) " - 기업 제국의 등장 The Rise of Corporated Empire (2018) 하워드 J. 버튼 Howard J. Burton
- 권리를 구매하라.
최초의 기업령 도시는 SKY 신도시의 형태로 등장했다. 2001년, 스카일러 중공업의 CEO 아이단-이든 스카일러의 주도로 범 국가적 기업 융합체 SKY를 탄생 시킨 이유는 바로 이 거대한 주상 복합 거주 단지를 건설하기 위함이었으리라 판단할 수 있다. 이렇듯, 기업령 도시는 주상 복합 단지가 소개한 개념을 크게 확장한 버전이다. 일개 아파트 단지 내에서가 아니라, 도시 규모의 생활권을 하나의 기업 주도로 제공하겠다는 아이디어는 다소 발칙해 보일 수 있으나, SKY가 흡수한 넓은 계열의 서비스 회사들은 그런 의심의 시선을 교묘하게 회피했다. 어차피 수많은 사업과 회사들이 하나의 거대 기업 산하로, 계열사, 자매 혹은 하청의 형태로 귀속되는 판에 또 다른 복합체가 등장 한다고 하여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는 않은 것이다. 더불어 단순히 존재하던 상권을 집어 삼키는 것이 아닌, 도시를 새로 개발하여 일자리를 일궈내는 SKY의 행보는 일반적인 대기업의 횡포와는 차별화된 모습이었다. 한편, SKY 신도시의 성공에는 분리된 생활권을 원하는 부유층의 소망도 한몫을 차지했다. 길거리의 이권 투쟁을 매일매일 지켜보지 않아도 되는, '저급한' 저소득층과 서비스를 공유하지 않아도 되는 신도시는 그런 삶을 지겨워하던 계층의 사람들에게, 또한 이를 소망하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기회의 땅이었다.
기업령 로스앤젤레스는 2003년, 개발되지 않은 공원의 일부와 과거 메타빌이 위치했던 일부 외곽 지역을 통채로 재활용 하여 세워진 최초의 기업 도시로, LA의 뛰어난 인프라 구조에서 너무 멀리 떨어지지 않으면서 충분히 분리된 일상을 제공할만한 지대에 자리 잡았다. 최초의 기업령 신도시는 두어개의 주상 복합 생활권, 이를 보조하는 대형 마트와 사립 학교로 시작했다. 아파트 복합체들은 거주민 만이 이용할 수 있도록 보호되기는 하였으나, 아직은 기존의 LA 도시들과 도로를 공유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점 더 많은 시설들이 SKY 산하의 기업들로 교체되고, 신도시는 점차 SKY에게 '공인된' 거주민들만이 이용할 수 있는 장소로 탈바꿈했다. 카페, 도서관, 주차장, 식당을 넘어- 학교와 병원, 급기야는 수도나 도로 교통에 대한 부분까지 집어삼켰다. 2010년이 되었을 때 기업령 로스앤젤레스는 독자적인 전력 공사를 가졌고, 도시 내에서만 운용되는 분리된 철도 운송 서비스를 제공 받았다. 이런 파격적인 국가 반역 행위가 가능 했던 것은, SKY의 지도부가 극단적으로 정부에게 진화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스카일러 중공업은 미 정부가 주도한 중남미 지역의 '보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이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조금 더 후일의 일이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멕시코 국경 지대에 설치한 중남미 요새 또한 SKY 중공업의 유산이다.) SKY는 행정부의 의원들에게 대대적인 로비 활동을 벌이는 한편, 정부의 요구 사항을 충실하게 만족하며 세를 불렸다. 무수한 물적/지적 재산권을 독점한 국제적 기업으로서, 특히 2000년대 히어로 산업의 선구자로서 SKY는 어마어마한 부를 쌓아 올렸고, 대부분이 SKY 기업 신도시를 건설하는데 사용되었다. 이후 세계 곳곳에서 SKY의 기업 로고가 붙은 신도시가 속속히 세워졌음을 생각하면 이는 충분히 가치 있는 투자가 된 셈이다.
신도시 사업의 중심 상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SKY 시민증이다. 현재는 많은 파생 상품이 존재 하지만, 당시에는 신도시 거주민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ID 카드가 전부였다. 시민증을 구매한 고객은 그 즉시 SKY 인적 관리 네트워크의 일부가 되었다. 고도로 전산화 된 생활권 속에서 그들은 ID 카드 하나로 모든 권리를 제공 받았다. 신도시 초창기에 잠시 두 세계의 생활권을 겹쳐두었던 것은 과도기의 혼선을 교묘히 이용한 마케팅 전략이었다. 중간 지대의 편의 시설을 거쳐가는 일반 고객들은 시민증과 함께 나타난 거주민이 혜택과 특권을 둘둘 감고 유유히 떠나가는 모습을 경외감과 함께 지켜보았다. 사유화된 교육 시설을 거쳐 어른이 된 아이들은 세련된 행동과 고급스러운 어휘, 풍부한 교양으로 대중의 매력을 사로잡았다. 기업의 1세대 거주민 귀족화 전략이 빛을 발한 것이다. 그들은 우아하면서도 절제가 있는 삶을 살았다. 점점 더 많은 이들이 SKY의 거주민들을 동경했다. 기업이 제공하는 생활권이 확장되면서 도시의 더 많은 부분이 자연스럽게 이 중간 지대로 변해갔다. 바로 그때, 시민증의 첫 파생 상품이 출시되었다. '허가권' 혹은 'SKY 패스'라고 불린 이 상품은 신도시 내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와 권리를 잘게 쪼개어 등급을 매기고 팔았다. 기존 거주민들은 당연히 최상급의 패스를 얻었고, 신도시의 우월한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희망하는 외부인들은 약간의 단계적 비용을 지불하여 이를 조금씩 '허락'받았다. 대표적인 예가 학교와 병원이었다. SKY는 중간 등급 이상의 패스 구매자에게 후한 가격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사립 학교에서는 패스 구매자의 자녀를 위한 방과후 클럽을 운영했다. 이는 의료보험 없이 잔병치래에도 거액의 병원비를 지불해야 하는, 혹은 교육비의 턱이 너무 높아 곤란을 겪는 경제 계층에게 있어 상당한 희소식이었다. 장기 지출을 고려하면 이는 여전히 상당한 액수였으나, 기업은 이런 지출을 '합리적으로' 포장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권리를 '구매'하기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했다. 부분 패스 소비자 계층의 생활권은 조금씩 신도시로 끌려들어왔다. 곧 그들이 살고 있는 집들도 SKY의 재개발 대상에 들어갔다. 많은 주민들은 이를 '은혜롭게' 여겼다. 그들 역시 기업령 도시의 거주민이 될 수 있는 기회였다.
- 기업, 국가가 되다.
기업령 신도시는 항상 주주 총회와 이사회의 형태로 의사 결정 기구를 가졌다. 초기 이사회의 역할은 기업 활동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사안들에 한했다. 하지만 기업령의 성장과 함께 수도와 전력, 재개발 등 거주민 이주의 문제 등이 이슈가 되자 이사회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정부 기관의 주도하에 도시를 운영할 것인가, 정부로부터 독립한 의사 결정 기관을 마련할 것인가? 전자를 선택하면 차후 기업령의 성장에 정부의 간섭과 견제가 이루어질 수 있음을 의미했고, 후자는 사실상 도시의 자치권을 얻어야 함을 뜻했다. 이때, 아이단-이든의 천재적인 경영력이 또다시 빛을 발했다. 도시의 자치권을 전면으로 주장하고 나서는 대신, SKY는 각종 도시 설비를 점진적으로 사유화 하는 한편 로비스트를 기용해 구매한 토지에 대한 의사 결정이 소유주에게 귀속되는 법안 발의를 추진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사유화의 바람은 시민들의 반발을 맞기 마련이었으나, 국가적인 스케일이 아닌 일부 신도시에 국한된 변화라는 점에서, 그리고 그 신도시의 주민들이 사유화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다는 점에서- 법안의 정착은 큰 장애물을 만나지 않았다. 2010년이 되기 전까지, 신도시 내의 토지 경영, 거주민 이주, 재개발과 재건축 등의 사안이 모두 이사회의 손으로 넘어왔다. 미국 내 SKY 신도시들은 이제 치안이나 국방, 법을 제외한 거의 모든 의사 결정을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많은 신도시들이 테스크포스 소속의 히어로 자경단을 도시 치안의 일부로 편입하였다는 부분을 고려하면, 사실상 치외법권을 제외한 자치권을 모두 얻은 셈이었다. 이사회는 이제 형식적으로 약간의 서류만을 작성하여 이를 정부에 보고하면 되었다. SKY는 그 정도의 제약은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어쨌든 신도시의, 그리고 SKY의 유지를 위해서는 정부와의 친분이 필요했다.
SKY 신도시는 국가의 시스템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었지만, 일방적으로 기생하는 관계는 아니었다. 오히려 SKY가 도시 개발을 담당하는 편이 정부의 입장에 있어서도 이득인 경우가 많았다. 이를테면, 기업령 디트로이트와 같은 도시는 2014년 SKY의 개발 사업에 토지를 대부분 판매함으로써 간신히 파산을 면했다. 한때 극심한 사회 양극화와 범죄율에 몸살을 앓던 도시는 수년의 재활을 거쳐 과거의 명성을 한참 뛰어넘는 대규모 첨단 공업 도시로 새단장 했다. SKY는 단순 자유 경제를 추구하는 기업체가 아니라, 국가의 도시 개발 계획을 대행하는 외주 업체로서의 역할 역시 수행했고, 이를 통해 로비스트들이 소비한 자금의 상당 부분을 다시 벌어들였다. 몇 건의 성공적인 도시 개발 사업은 아직까지는 미국에 국한되어있던 기업 신도시들을 세계로 퍼트리는 기반이 되었다. 많은 도시개발국들이 SKY의 기술력과 자문을 구했고, SKY는 그 댓가로 각국에 부분적 자치권을 가지는 기업령을 설치할 수 있었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성과라면 단연 남아메리카 재건 사업이다. 2010년, SKY가 '엘 소브레비비도스' 구역을 인수하며 시작된 '엘 도라도' 사업은 400미터 높이의 마천루 성채에 도시 하나를 통채로 올려놓는 전대미문의 대규모 건설 사업이었다. 토지 재개발을 하지 않고 기존 거주지 위해 새로운 도시를 건설한다는 SKY의 목표는 당시에는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오만한 생각으로마저 여겨졌다. 하지만 5년-계약의 체결과 의사 결정에 소모한 시간까지 고려하면 3년 반이 채 안되는-이라는 단기간에 도시의 기반이 될 프레임이 완공되자, 세계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순식간에, 전세계의 모든 건설업은 한 세기를 뒤쳐진 것이나 다름없게 되었다. 물론, 엘 도라도 시의 불가사의한 완공은 단순 기술력이 아닌, 상당 부분의 초인 인력이 기여한 결과였다. (이에 대한 내용은 유용한 이야기들 :: 엘 도라도 철도 산업 편을 참고하라.) 이 때문에 엘 도라도 시는 완공과 동시에 점유권 분쟁에 시달렸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분쟁은 SKY에게 이제껏 가진 적 없는 파격적인 특권을 안겨주었다. 바로, 치외법권을 포함한 완전한 자치권이었다.
- 적의 노동력을 이용하라.
엘 도라도 시는 기업으로서 가질 수 있는 최상의 자유를 획득함과 동시에, 하나의 자체적인 국가로서 기능해야 한다는 상반된 상황에 직면했다. 기업으로서 구조를 유지하는 것과 국가의 형태를 갖추는 것은 전혀 다른 과제였다. 사회의 구조를 빚어내는데 SKY 패스가 제격이었다. 대대적인 시민권 체계의 재편이 벌어졌다. 우선, SKY는 항상 가시적으로 존재하던 '단계'의 개념을 제거했다. 대신 정식 시민권을 보유한 주민들의 소득 수준, 기업 활동에 기여하는 정도의 차등을 종합하여 단계적으로 혜택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새로운 체계는 시민 개개인이 소비하고 또 창출하는 이윤을 실시간으로 계산하는 전산 시스템을 바탕으로 동작했다. 도시가 시민 개개인의 개인정보와 신변을 모두 쥐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연이어 SKY는 신도시 내 직업 활동을 '노동 허가증'의 형태로 시외 거주민들에게 열어주었다. 대부분의 고용 대상은 하층에서 살아가는 원주민들이었다. 당시 하층 거주민 연합과 SKY는 대립중에 있었으나, 수많은 하층민들이 노동 허가증과 이가 제공하는 혜택을 얻기 위해 기업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대부분은 상층의 건설 현장으로 투입되었다. 엘 도라도 시가 완전 기능 가능한 상태가 된 후에도, 공장이나 재개발 등 순수 노동력이 필요한 일자리를 위해 하층민들은 여전히 상층으로 향했다. 일부는 시 외의 구 시가지 해체 작업에 동원되기도 하였다. 결국, 노동 허가증은 하층이라는 적대 세력의 노동력을 기업의 인적 자원으로 전향시키는 비장의 수가 되었다. 허가증을 통해 고용된 하층민들 중 일부는 상층에 가족들이 살 공간을 마련하기도 하였으나- 노동 허가증을 통해 상층의 거주민이 된 이들은 노동조합을 조직할 수 없었고, 그들의 거주지 또한 노동 허가증에 의지했다. 즉, 기업은 언제나 그들의 밥줄을 붙들고 흔들 수 있게 되었다. 안정적인 삶을 댓가로 자유를 포기한 것이다.
현재는 노동 허가증의 발급 조건에 성인일 것이 명시되어 있으나, 도시가 지어지던 당시에는 이를 엄밀하게 검사하지 않는 일터가 많았다. 누구나 노동 허가증만 소지하고 있다면 일자리에 뛰어들 수 있었다. 이에 따라 허가증을 발급 받은 성인이 자신의 아이를 대신 보내는 사례도 매우 잦았다. 2019년 1000명의 하층 거주민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989명의 하층 거주민 중 341명이 노동 허가증 도용을 한적이 있다고 응답하였고, 이중 201명은 작업이 이뤄지던 당시 법적으로 미성년이었다. 노동이 가능한 구성원이 자신 하나였기에 성인인 부모님의 명의로 허가증을 발급 받은 경우도 있었고, 단순히 아이의 노동력을 대신 이용하기 위해 허가증을 들려서 보내는 경우도 있었다. 허나 현재의 엘 도라도 시가 부분적으로 아동의 노동력을 착취하며 지어졌다는 사실은 좀처럼 알려져 있지 않다. 엘 도라도 시의 CEO이자 시장인 마를린-엘리자베스는 공식적으로 아동 노동을 방치하거나 권장하지 않았으며, 현장에서 해당 사례가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책임을 다했다고 응답하였으나, 당시를 살아온 이들에게는 공허한 거짓말일 뿐이다.
재구성된 시민권 체계는 머지않아 전세계의 기업령 도시들에게 퍼져나갔다. 물론, 타국의 기업령들은 엘 도라도 시 만큼 초월적인 자치권을 휘두르지 못했기 때문에 적용할 수 있는 수준에서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시민권의 핵심 상품- 시외 거주민을 대상으로 한 노동 허가증 -은 기업령 도시의 인프라 밖에서 노동력을 구하는 수단으로써 각국의 기업령이 앞다투어 도입하는 인기 상품이 되었다. 2022년 현재에 있어서 신 시민권은 성공적인 상품으로 여겨진다. 전세계의 기업령 도시 중 노동 허가증을 비롯한 시민권의 파생 상품을 판매하지 않는 도시는 중국에 위치한 일부 도시 뿐이며, 그나마도 해당 도시들이 사실상 중국 정부 소유의 불완전한 기업령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엘 도라도 시의 완전 통제에서 시작된 시민권이 전세계 기업령 도시들의 기본 체제로 이식된 셈이다. 생활의 편의와 안정을 위해 전산화된 통제 체계에 굴복하고 있는 대중이- 자신들이 포기하는 자유의 무게를 인지하고 있는지, 이가 앞으로 불러올 사회는 어떤 모습일지, 전부 혼돈의 영역에 있다. 세계 곳곳에서 하나씩 늘어나는 자치 도시들-기업령 혹은 교회령-은 점진적으로 전통 국가의 결속을 파괴하고, 국적과 인종, 문화의 경계를 넘어선 또 다른 공동체로 지구촌 인구를 분류한다. 기업의 자유와 정부의 통제는 수십년간 정치 스펙트럼을 구성한 핵심 동력 중 하나였다. 그런 체계가, 통제를 가진 기업의 등장으로 또다시 변화하고 있다. SKY의 시민권을 구매하는 이들은 자신이 정부의 구속을 떠난 자유로운 이윤 추구의 세상으로 향한다고 믿으나, 실상은 또 다른 형태의 구속으로 제발로 걸어들어갈 뿐이다. 이 모든 현상을 바라보며 필자는 자유와 통제의 양면성을 실감한다. 진정한 자유란 무엇일까, 어쩌면 이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기업이 내세우는 공허한 마케팅 전략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현실은 너무나도 가혹하지 않은가. 아무쪼록 더 많은 이들이 자유를 고민하고 이를 되찾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부록 : 최근 SKY는 새로운 시민권 파생 상품인 '레드 카펫' 에디션을 공개했다. 이는 하비에르 학생증처럼 특정 계층에게 국한된 것이 아닌, 거금을 지불할 의향만 있다면 누구나 귀족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한다는, 그야말로 계급의 판매다. 인간 사회에서 더 높은 계급에 있고자 하는 욕구와, 이를 노골적으로 이용하는 장사는 말 그대로 사회를 좀먹는다. 혹자는 기업의 자유 시스템 아래에서,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 소비자가 더 많은 혜택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통해 최초에 그들이 탈피하고자 했던 사회의 모습-양극화된-을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음은 인지하지 못하는 듯 하다. 어쩌면, 바로 그 욕구를 이용하여 시작된 산업의 당연한 말로로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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