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원커

새장 속, 새

하늘이라는 자유를 갈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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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낼 이유가 있어?”

“의심을 한다는 건 그만큼 나를 바라봐준다는 거고, 나에게 관심을 준다는 거잖아. 그러니, 내가 너에게 화낼 이유는 없어. 무엇보다 한세, 넌 아직 나한테 아무런 잘못도 아무런 짓도 안 했을 걸?”

화내야 할 이유가 있던가.

여러방면에서 생각해 보아도 내가 너에게 화낼 이유는 전혀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말이지. 너는 아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인 손실을 저지렀던가.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넌 아이에게 그 어떤 문제도 끼치지 않았다. 평범하게 대화를 이어나갔으며, 질문을 하였고, 의심을 하여 의문을 품었을 뿐. 그게 내게 큰 문제가 되거나 그러지 않아. 그러니 내가 너에게 화낼 이유가, 널 싫어할 이유가 없다는 것. 그것이 지금 이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사실이며 진실이다. 아이는 단순히 자신을 의심했고, 그로 인해 의문을 품은 사람에게 화를 내지 않는다. 의심을 했다는 것은 그만큼 내게 집중해주었고 그로 인해 의문이 생겼다는 것이니까. 자신을 바라봐준 사람에게 아이가 어떻게 화를 낼 수 있겠어. 너도 알잖아, 우리 같은 사람들은 사람의 관심에 허기를 느낀다는 것을.

우리는 오늘 처음 만났고, 그렇기에 서로를 의심하는 것은 당연했다. 단지, 내가 너에 대해 빠르게 파악했고 너는 천천히 나를 파악하고 있다는 속도 차이가 존재할 뿐. 대화를 하는 중, 아이는 너에게 거짓을 고하거나 피해가 가는 일을 했던가? 그러지 않았다. 그런 상황이 없는 상황에서 나온 의심을 아이는 순수한 의문이라 표현해왔다.

지금 네가 갖고 있는 의심은, 나를 알고 싶다는 순수한 의문으로부터 나왔을 거야.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태생의 문제도, 환경의 문제도 아니다. 올곧아 보이는 이유 또한 그 문제들이 아니었지. 단지, 그래. 아이가 너보다 파악하는 게 더 빨랐을 뿐이야. 정말 그 뿐인거야.

“우리에게 지금 가장 많은 것을 말해보라 한다면 역시 시간이겠지.”

“응, 우리에게는 많은 시간이 요구될 거야. 하지만, 그렇기에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한세의 생각은 어때? 너 역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응, 바라보고 있어.

용기를 내는 널 바라보고 있어.

맞는 말이었으며 정확한 판단이었다. 아이는 네가 바라봐 달라 하면 바라볼 것이고 눈을 돌려 달라고 하면 눈을 돌려 외면할테지. 네가 눈을 가려달라 하면 자신의 눈을 가릴 것이고, 네가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한다면 너와 있었던 모든 일들을 자신의 기억 속에만 둘 것이다. 네가 어떤 부탁을 한들, 아이는 들어주겠지. 지금처럼 화사한 미소를 짓고, 따뜻한 향을 풍기며, 가끔은 가련하게, 가끔은 찬란하게. 네가 어떤 사람이든 아이는 너의 부탁이라면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에리카 이노센트 라는 존재일테니.

그렇기에 너에게서 가능성을 보지 않았을까. 아이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떴다. 너에게 어떤 가능성을 보았냐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짧은 고민이 들었다. 이것을 너에게 말해도 좋을까. 단순히 제 감인 것을 너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네가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런 찰나가 지나가자 아이는 입을 열어 소리를 내었다.

“네가 지금보다 밝게 웃으며 자유롭게 살아가는 미래.”

“그래… 비유 하자면 새장 속에서 나와, 자유로이 광활한 하늘을 날아다니는 미래를 보고 있다고 하면 믿을 수 있겠어?”

“믿을지 말지는, 너의 자유이지만.”

우리에게 가문이라는 것은 새장이다. 새장에서 태어난 새는 나는 법을 잊어먹은 채 살아가야 할 운명이라 사람들은 말하지만, 아이는 반대였다. 오히려 새장 속에 갇혀 있기 때문에 더더욱 하늘을 날고 싶어한다고 말해왔다. 새에게 하늘은 자신들의 터전이며. 그 터전은 우리에게 자유를 줄 수 있을 것이다. 고로 나는 생각한다. 언제나 우리의 날개가 새장을 부실 정도로 튼튼해져 같이 하늘을 나는 날을 꿈꾼다. 이게 단순히 꿈에서 끝나도 상관 없어. 이 꿈은 너에게 말하지 않고 나만 품고 나아갈테니까.

그러니 너는 지금만을 생각해도 좋아.

“그렇네. 이런 쪽으로 공통점을 찾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어. 뭐랄까… 한세는 사람을 좀 더 좋아할 거라 생각했거든. 그랬는데, 아니었네. 그 점에 대해서 상당히 놀라워.”

“얼굴에 티가 안나서 못 믿을 수 있겠지만… 믿을지 안 믿을지는 한세가 결정해줘.”

좋은 귀, 여러 소리를 듣고 여러 이야기들을 듣는 귀이기에 너의 작은 속삭임 또한 들었다. 너의 머리 위에서 내려온 손은 너의 손에 붙잡혀 온기를 내보이고 있었다. 아이는 그저 그런 널 바라보다 이내 옆에 앉더니 그대로 너의 어깨에 자신의 머리를 기대었다.

잠깐, 이러고 있어도 괜찮을까?

너는 사람의 온기를 좋아하는구나. 사람은 싫어하면서 그 온기를 좋아한다는 게, 어찌보면 모순적이었으며 그렇기에 인간적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아이는 천천히 눈을 감고 다시 눈을 떴다. 너에게 사람의 온기란 어떤 것일까 라는 의문을 품고서도, 그 의문에 대해 입 밖에 꺼내지 않는 것이 어찌보면 절제를 하는 듯 해보였지만, 글쎄. 아이의 속내를 알 틈이 있을 리가 없었다. 아이는 입가에 작은 미소를 품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한세, 너는 새장에서 나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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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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