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운명을 누가 이리도 꼬와놓은거지?

마르크 바인만 메클렌부르크 1

시린 바람이 불어오는, 즐거워야만 할 연말에 고요한 저택에 울려 퍼지는 고함. 고함이 들려오는 창문으로 안을 쳐다보면 미간을 짚은 채 누군가와 성난 듯 전화하는 누군가가 보일 터다.

“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되는 건 아닐 거라 믿는다. 왜냐하면, 지금도 사람이 굉장히 많이 죽어 나가고 있으니까! ”

굉장히 열받은 듯한 마지막 말을 남긴 중년의 남자는 전화기가 부서질 듯 내려놓고선 제가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나 책장들을 지나치고선 방 밖으로 나갔다.

왕가는 그가 사는 세상을 구역으로 나눴는데, 그중에서도 구름 인간들이 사는 C 구역에서, 2번째로 큰 지역을 관할하는 가문인 메클렌부르크는 굉장히 비상에 걸리고 말았다. 왜냐하면 원인 모를 역병이 그곳에 퍼지고 말았으니 말이다. 백신을 개발할 기술력이 부족한 건 아니지만, 퍼진 시점이 너무나 최근인 데다, 샘플을 구할 적절한 시기도 아니기도 하여 백신 개발은 굼벵이처럼 느리게 되고 있었다.

덕에 엄한 사람만 영혼이 빠질 듯 고생한다. 특히 그는 최근에 닥친 일이 생각보다 많았기에, 더욱 이 일이 큰 고생으로 다가왔을 터다. 제가 아끼던 조카의 명복을 빌어줄 새도 없이 이곳저곳 끌려다니는 그가 조카의 명복을 빌어줄 수 있는 시간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런 시기에 예민해진 그의 신경을 건드는 자들은 어디서나 꼭 나타나기 마련이다. 예를 든다면…

“ 이 아둔한 개새끼들… ”

그런 자들 말이다.

다시 돌아와서 그가 향한 곳은 당연히 병원이었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이라 우산을 쓰고 나온 그는 우산들이 잔뜩 꽂혀, 제 우산 하나 비집고 꽂을 데 없는 우산꽂이를 보다 이내 병원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제1 병실, 제2병실, 그런 일반적인 환자들의 병실부터 시작해서 개인 병실까지 환자들이 가득하였다. 그 모습을 보고 슬 탄식 흘리고 말았다.

적화, 붉은 반점들이 몸에 꽃처럼 피어나면서 마지막에는 진짜 꽃이 피어나는 이상한 질병. 고열과 호흡기 곤란을 유발하다 결국 사망하게 되고, 그 시체에는 예쁘디예쁜 붉은 꽃들이 피어나 붙여진 이름이었다. 덕에 안치실에는 매일매일 꽃향기만 퍼져 나왔다. 얼마나 역겹고 아름다운지.

그런 환자들을 보다 보면 결핵에 걸린 환자들이 생각났다. 증상이 관계있는 건 아니었지만, 옛적에는 결핵에 걸리면 참으로 아름다워진다 해 걸리려 했었다는 게 생각나서. 적화는 아름다운 시체가 되려 걸리려 하면 어떡하나, 하고 못된 생각을 떠올리곤 그 생각들이 이어져 나온 게 그 결핵이었다. 혹시 모르지 않나, 여기는 이상한 신념을 가진 자들이 매우 많으니까, 이런 생각도 나름대로 신빙성이 있을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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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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