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창작 단편

#선착순으로_멘션_온_3개로_짧은_글쓰기(2016.04.09

멘션

1.똥

2.영양가 없는 존재

3.무개념


소녀의 눈동자가 느리게 움직였다. 삐끄덕 소리가 나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무기질적인 움직임이였다. 소녀의 까맣고 까만 눈동자 속에 한 여학생 무리가 보였다. 입꼬리를 올리며 뭐가 그리 신이 나는지 깔깔깔 소리내며 웃는 여학생들. 소녀는 거기서 시선을 떼지않은 채 고개를 기울였다. 뻐근해진 목에서 소리가 났다. 마치 이를 가는 소리같았다. 적어도 소녀에겐 그렇게 들렸다.

웃기니?

밖으로 내보내는 대신 소녀는 입을 꾹 다물었다. 저런 영양가 없는 존재들에게 무슨 말을 하리. 그제서야 소녀는 느리게 땅에 손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 오른쪽 신발 너머로 느껴지는 질퍽한 감촉이 더러웠다. 살짝 오른발을 들어올리니 갈색의 그것이 묻어나왔다. 거기에 코를 찌르는 악취. 소녀가 인상을 찌푸리며 이를 악물었다. 실수로 입 안쪽을 깨물었는지 비릿한 맛이 혀끝을 멤돌았다. 아, 기분 더러워. 여러 이유로. 소녀는 다시 눈동자를 돌려 아직도 키득키득 자신을 비웃고 있는 무리를 바라보았다. 웃음소리 중간중간에 섞인 그것은 명백하게 소녀에게 하는 조롱의 말이었다.

일부러구나?
여기에 똥있는 거 알고 일부러 날 여기로 부른 거구나?

여자들의 싸움은 늘 이런 식이다. 행동이 아닌 말로 상대를 깎아내리고 비수를 꽂아넣는다. 그럴 때의 표정은 거의 항상 웃는 얼굴. 자기들은 정상이고, 착하고, 깨끗한데 너는 비정상이고, 나쁘고, 더러운 것처럼 행동한다. 상대를 밟고 꼿꼿이 허리와 고개를 세우고 의기양양하게 미소를 짓는다. 「어머, 나는 아무것도 나쁘지 않아! 모든 것은 다 네 잘못인걸!」라고 말하는 것처럼.

지랄.

소녀는 찌푸렸던 미간을 폈다. 그리고 한쪽 입꼬리를 삐딱하게 들어올렸다. 실소? 아니, 조소. 여학생 무리는 얄량한 세치 혀를 놀리느랴 미처 보지 못한 듯했다. 더 잘되었네. 소녀는 입꼬리를 더 말아올리며 느릿하게 허리를 숙였다. 우아하고 고상하게. 소녀는 손을 뻗어 그 오물이 혹여나 묻지 않게 오른쪽 신발을 잡았다.
그리고 냅다 던졌다.

"꺄악!!"

"머, 뭐야?!"

"이게 뭐하는 짓이야, 너!!"

글쎄, 뭐하는 짓일까.

시끄럽게 비명을 꺅꺅지르며 소란을 피우는 여학생 무리를 보며 소녀는 웃었다. 양 입꼬리를 동시에 올리며 자신이 지을 수 있는 최상의 미소로. 웃으며 상대를 깎아내리는 것, 이것이 여자들의 방식이라 한다면 못따라줄 것도 없다.

하지만 이런 건 내 타입이 아니란 말이지.

"있지, 내가 좋아하는 우리나라 속담 중에 뭐가 있는 지 알아?"

소녀는 미소를 유지한 채 여학생들쪽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여학생들은 한 마디 쏘아붙이려 입을 열었다가 소녀를 보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소녀의 까맣고 까만 눈동자는 전혀 웃고 있지 않았기에. 아무 감정도 드러나지 않은, 그저 검기만 한 눈동자는 공포감을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소녀의 눈은 여학생들의 반응을 보고 나서야 웃었다.

재미있네. 그동안 치사하게 너희끼리만 재미봤지?

소녀는 여학생들과 한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뒷짐을 지고 섰다. 여학생들의 표정이 아주 볼 만해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아까까지만 해도 역겨웠던 오물의 냄새도 이젠 괜찮았다. 오히려 좋았다. 소녀는 정말로 즐겁다는 듯이 싱글싱글 웃으며 호선을 그리던 입을 열었다.

"똥은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

자, 그럼 다음 문제! 여기서 똥은 비정상인 나를 말하는 것일까, 무개념인 너희들을 말하는 것일까?

소녀는 곱게 웃으며 뒷짐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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