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7일의 편지

3일째

코넷에게

햇빛이 눈부시게 반짝이고, 파도가 잔잔하게 일렁이는 날이야.

언니가 있어? 나는 외동이라 형제들의 삶이 궁금하거든. 네 말대로라면 지금은 떨어져서 살고 있는 거야?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네 가족의 이야기도 더 들려줄 수 있을까?

응 나도 정말 기뻐. 삶에서 이토록 기뻤던 적이 얼마나 있을까? 목표를 이루기 전까지는 큰 기쁨은 누리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야. 지금까지 삶이 평탄하다면 평탄했고 대부분 같은 일상의 반복이었으니까. 이렇게 너와 편지를 주고 받으니까, 새 친구가 생긴 기분이야.

이렇게 편지가 왔다는 건 지금은 네가 잘 도망쳐 무사하다는 뜻이겠지? 정말 다행이다. 자연에서 보통은 강자가 승리하는 편이지. 지금으로썬 내게 닥칠 강자는 폭풍우 뿐이지 않을까? 그래도 이미 몇 번 이겨내서일까? 그렇게 두렵지는 않은 것 같아. 코넷, 너야말로 조심해. 내가 알기론 바다보다 초원에 위험이 더욱 많이 도사리고 있거든. 나는 네가 더 걱정되네.

목걸이를 만든다니, 그런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데!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다. 기뻐해줘서 기분이 좋네. 또 예쁜 껍데기를 발견하면, 종종 보내줄게. 액세서리는 장식이 많아야 더욱 아름답잖아? 친구에게 받은 선물말이지. 응, 이해했어. 그럼 이제 우리도 친구인 걸까? 이미 앞서 친구라고 적긴 했지만... 내게 정말로 친구가 생기다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뻐. 배에는 내 또래도 별로 없고, 애초에 나와 성향이 맞지 않아서 데면데면하거든. 사실 이거 너에게만 말하는 비밀인데, 난 뱃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나와 늘 같이 항해를 하는 사람들 말이야. 뭐랄까... 아니, 아니야. 함부로 남의 험담을 늘어놓으면 안되지. 방금 쓴 말은 잊어줘. 아무튼 나와는 상성이 맞지 않아.

때마침 쓰고 있는 항해일지가 하나 있는데, 거기 끼워두면 되겠다! 좋은 방법을 알려줘서 정말 고마워.

마을 사람들이 더불어 같이 생활하는 거지? 들어본 적은 있어. 물론 나도 내 이웃의 얼굴과 이름 정도는 알지만, 마주치면 인사하는 정도가 다야. 그래서 너희가 조금은 부러워지네. 마을 사람 모두가 서로를 알고, 친하게 지내는 느낌은 어떨까.

유목민이면 이곳저곳을 유랑하는 사람들 맞지? 정착을 한다면, 장소를 잘 정해야겠네. 갑자기 정착하려는 이유는 있어? 뭐, 사람마다 각자 잘 하는 일이 다르니까. 그래도 쫓아낼 필요까지 있나 싶지만, 이렇게 편지를 주고 받을 수 있게됐으니 나에게는 오히려 다행일까. 치사하다는 생각은 전혀 안 했어. 네가 아무 일도 안 하는 것도 아니고. 공동체의 삶이란 각자 맡은 바만 잘 해내면 되는 거잖아.

정말? 나도 너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은데. 편지로 책 한 권을 쓸 수는 없으니, 자제하고 있지만. 서로에 대해 천천히 알아가도록 하자. 우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세이렌의 노래'야. 세이렌이라고 들어봤어? 세이렌의 노래가 너무 아름다워서 사람을 홀리기로 유명하지. 직접 들어본 적은 없지만, 얼마나 아름다운지 궁금하기도 해. 아, 지금 말하는 '세이렌의 노래'는 세이렌의 노래에 빠져 목숨까지 잃은 사람들에 대한 가사로 이루어져 있어. 진짜 세이렌이 부른 노래는 아니지만, 이 노래도 정말 아름다워. 네게도 언제 한번 들려주고 싶네. 기뻐하는 말은... 생긴지 얼마 안됐는데, '친구'인 것 같아. 놀이는 글쎄? 어릴 적 이후로 놀아본 적이 있던가... 취미라고 하면, 틈틈이 나무를 조각하고 있긴 해. 배 위는 정말 지루하거든. 그래서 단도와 나무토막을 가지고 이것저것 조각하는 거야. 너도 원하는 조각품이 있니? 하나 만들어 줄게. 그리 잘난 솜씨는 아니지만, 정성을 가득 담을 예정이야. 상처받는 행동은... 내 주위 사람이 날 떠나는 것... 이제 친한 사람이라고는 코넷, 너 밖에 없으니 상처받을 일이 많이 남지는 않았네. 나는 바다를 좋아해. 그렇다고 해서, 사랑하는지는 잘 모르겠어. 내가 뱃사람이 된 궁극적인 이유는 무언가를 찾고 있기 때문이야. 이건 내 직업과도 관련이 있어. 사실, 비밀은 네게 언제든 말할 수 있어. 하지만… 네가 날 싫어하게 될까봐 걱정이 돼.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만 말할게. 너도 좋아하는 노래나, 내가 답한 것들에 대해 알려줬으면 좋겠다.

나는 푸르른 하늘을 보며 편지를 보내고 있어. 이 편지가 다시 네게 갈때 비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네.

바다 위에서. 션.

*추신: 육포는 잘 받았어! 정말 맛있던 걸? 이렇게 맛있는 육표는 난생 처음 먹어봐. 정말 고마워. 나는 대신 말린 생선을 보낼게. 저번 항해때 낚시로 잡았는데, 네 입맛에 맞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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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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