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상](2부) Repositioning 1

유학이후 프로 X 고졸 얼리 프로

안내사항

*본 창작물은 네이버 웹툰 가비지타임 의 2차 팬 창작으로 원작과는 무관합니다. + 원작에서 안나오는 가상의 모브캐릭터가 등장합니다.

*본 창작물에서 나오는 프로 농구 및 구단 설정은 현실과 상이합니다. 단 참고 자료로 각 구단 채널 / KBL 채널을 참조하여 작성하였습니다. (작성자는 농구 고증을 잘 살리지 못하니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오탈자 비문 수정은...진짜 천천히 합니다. 아시죠?

Round 1

 

 

 정규시즌이 시작되었다. 반년동안 진행되는 수십개의 경우의 수가 일관적으로 진행되기에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니까 경기 일정이 들쭉날죽했다. 이틀에 한번 경기를 하면 일정한 루틴이 있으니 좀 괜찮은 편. 긴 휴식이후에 한번 경기하면 체력보충도 되고 좋긴 한데 막상 경기때가 되면 잘 쉬어서 컨디션이 그럭저럭 괜찮은 것과 함께 감을 잡기가 힘들다는 소리가 나오긴 했다. 그리고 힘든 일정 중 하나인 백투백.

어제는 원정, 오늘은 홈경기. 원정도 원정 나름인지라 그래도 수도권 경기장을 찾으면 괜찮은데 저 멀리 지방까지 가면 운전시간까지 합쳐진 탓에 서울 LC팀의 피곤함은 더 해졌다. 그렇지만 우리만 이러는거 아니고 남들도 이런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나마 좀 나아지긴 했다.

서울 종합 체육관, 서울 LC와 일산 SH의 경기 이전의 워밍업의 시간. 공을 던져 슛감을 찾는 선수가 있는가하면 스트레칭을 하는 선수가 있었다. 좀 얼굴 자주비추는 선수나 감독은 중계사와의 인터뷰. 혹은 구단 유튜브가 촬영을 하러 돌아다니면 간단한 대화를 통해서 긴장감을 풀기도 하고.

그래서 오늘 촬영의 토픽이 뭔가 하면 이번 시즌부터 함께한 신입에 대한 이야기였다. 어제 경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선수 소개도 세세하게 하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남들이 말하는 어떤 선수 만큼 팬심을 자극하는건 없으니까. 여러모로 화기애애한 우리 구단 분위기도 띄워주고 싶고.

“뭐 잘하죠.”

그렇지만 누군가의 기대와는 다르게 슛을 던지던 최종수는 딱 한마디로 신인선수인 공태성에 대한 이야기를 끝냈다. 잘하는건 맞긴 맞았다. 높이가 되니 리바운드 잘 잡아주고, 속도도 빨라서 속공 플레이 만든것도 있었지. 엘리웁 만들어낸것도 두어번 정도 있어서 출전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지만 남들이 봐도 인상적인 모습은 많긴 했다. 그 외의 감상이 있다면 글쎄? 농구 외에 별 생각이 없었으니 할 말은 그것 뿐이었다.

애초에 최종수가 사적인 관계를 만드는건 아니였고 지금도 팀원들과는 ‘언제 한번 밥 먹자.’ 의 약속이 진짜로 실현될 확률이 늘어났을 뿐이지. 그 외의 친분을 직접 만들어가는 편은 아니었다. 남이 밥 먹자 하면 네 하고 약속 잡고. 어디 가자고 하면 같이 가주고. 딱 그뿐인거지. 팀웍다진다면서 이리저리 가지만 겉도는 상태? 딱 그정도였다.

그렇다고 상대방이 먼저 다가오는가? 하면 공태성도 그냥 자기 친한 형들끼리만 놀고 형, 형 하면서 신입티 딱 내던데 그뿐이다. 아마 반대로 인터뷰 해도 쟤도 아 최종수 형 잘 하죠. 우리 에이스 아닙니까. 하고 끝내겠지.

최종수가 그냥 그것 외에 별로 할 말 없다 솔직하게 고하니 먹이를 노렸던 하이에나는 더 뽑아낼게 없다는걸 알고 경기 힘내라는 말로 물러났다.

“백퍼 편집되겠네.”

“저도 알아요.”

옆에서 가볍게 몸을 풀던 인호가 한마디 하자 최종수는 가볍게 대답하곤 3점라인에서 공을 한번 던졌다. 림에서 한번 튕겨나간 공이 데구르르 코트 바닥으로 떨어졌다.

“뭐 어쩌겠어요.”

이제 2년차가 된 선수. 여러모로 촬영을 당하다보니 이제 이게 쓰일 필름인지 안쓰이고 용량만 차지하는 데이터가 될지 직감을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별 생각 없어졌다. 노잼 선수도 그냥 하나의 캐릭터성이 된데다, 구단PD를 비롯한 협회 유튜브 PD도 최종수는 단독으로 찍는것보단 다른 누군가랑 같이 찍는게 낫다는걸 다 터득했으니까. 그냥 예의상 한거겠지. 예의상. 그래도 인터뷰 거부는 안하니까 다행이라고 하는 말을 흘려들으며 최종수는 다시 한번 3점라인에서 공을 던지다 주변을 한번 둘러보았다. 일산 SH의 선수들 중 몇몇이 이쪽까지 찾아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중 한명, 이규가 최종수를 찾아왔다.

“종수. 오늘은 어때?”

“그럭저럭.”

“맨날 그럭저럭이래.”

“어쩌라고. 어제 백투백해서 힘들어.”

“아 하긴. 그래도 이겼으니까 텐션 올라오지 않아?”

최종수는 그 텐션이 오를 거라고 생각되는 모습을 한번 슥 보았다. 텐션이 오르기는 뭘 올라. 다들 평소와 같았지만 묘하게 지친 기운이 느껴지는건 그 문제의 백투백 일정도 이유라 할 수 있었지만 거기에 더 설명을 부가한다면 어제도 여러모로 힘든 경기를 했던 탓이었다. 그렇지만 이런 구구절절 한 사연을 굳이 다른 팀의 친구에게 말할 것도 아닌지라 한마디로 일축시켰다.

“몰라.”

“그래, 오늘도 열심히 하자.”

“어.”

손을 가볍게 흔들며 제 팀원들이 있는곳으로 가는 이규의 뒷모습을 보곤 최종수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마법의 주문을 속으로 되니었다. 그래도 작년보단 낫지. 작년보단. 꼴찌에서 시작하여 플레이오프 직전 까지 가는 개고생을 하고나니 모든 상황이 선녀처럼 보였다.

지금이 절대적으로 나은 상황인가? 최종수가 자신에게 자문하면 답은 쉽게 나오질 않았다. 풀타임에 가까운 출전 시간이 10분 가량 줄어들고 팀 득점이 전보다 나아져서 심적 부담이라던가 체력적 부담은 덜해진 것은 맞았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여러가지 이슈로 인해 머리가 복잡해진지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최종수가 다시 한번 슛을 던지려고 사람들의 동작을 바라보는 순간, 림을 향해 던져진 두 개의 공이 맞부딫히며

“하 씨.”

튕, 맞부딪힌 공이 튕겨나가 다시 코트를 굴렀다. 야, 내가 먼저 던졌잖아. 안봐? 짜증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미안. 건성인 답. 최종수는 근처에서 투덜거리는 목소리를 들었다. 또 시작이네. 이제는 익숙해지기 싫어도 익숙해진 소리였다. 최종수는 제 근처에서 몸을 풀고 있는 주장의 얼굴을 잠깐 보았다. 흉곽이 크게 움직였지만 나오는 숨 소리는 그리 크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최종수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기에 자리를 피하였다.

워밍업때 누군가가 성질을 내는 일이 있었지만 그래도 경기 시작 전까지는 큰 문제가 있는건 아니었다. 몸을 다 풀고나면 다 같이 파이팅을 외치고, 선수소개에 스타팅 멤버가 나가며 경기 시작을 알렸다.

1쿼터 시작. 무난하게 점수를 주고 받다가 (물론 이 점수를 주고 받는 과정에서 수 많은 득점 실패와 리바운드 싸움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오기 시작하는 턴오버. 그걸 만회하는 최종수의 득점. 패스미스, 그걸 만회하는 블락샷. 그리고 순간의 터치아웃으로 인한 패턴 실패. 이후 작전타임. 감독님의 질책과 함께 다시 한번 패턴을 해보자는 지시.

다시 시도된 패턴. 그리고 겨우야 성공. 최종수는 백코트를 하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이전에 누가 농구는 1:1을 다섯번 하는게 아니라 다섯명이서 게임을 하는거라 했었는데 자꾸 1:1을 여러번 하는 기분이 드는건 왜일까. 그래도 그런 생각이 사치인 경기였다. 이제 겨우 연승을 달리고 있는데 여기서 질 수 없으니 그저 모든 생각을 지우고 공의 흐름과 선수들의 움직임에 모든걸 집중하는 수 밖에 없었다.

버저가 울린다. 숨막히던 순간에서 겨우 숨을 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벤치와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울리고 벤치에 있던 양측의 감독들이 서로 악수를 하면서 경기가 끝난다. 벤치에 있던 선수들이 코트 밖으로 나와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거나 껴안으며 서로 수고했다, 오늘 최고다. 등 아낌없는 칭찬의 말들이 이어졌다. 선수들만이 있던 코트 위에는 중계사의 인터뷰를 위한 판넬이 세워진다.

“자 오늘의 수훈선수 최종수의 한마디를 듣겠습니다.”

최종수는 자신에게 주어진 마이크를 받아 입을 열었다. 사실 작년에도 몇 번 있었던 자리인지라 무난히 말을 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는 말을 마무리를 한 다음 중계사의 수훈선수 인터뷰 자리에 서서 다른 마이크를 들었다. 시끄러운 경기장 내에 이어폰 사이로 해설들의 질문이 들려왔다. 인터뷰는 그때의 경기마다 달라지는 질문이 있지만 그래도 기본 골자는 비슷했다. 최근의 팀 분위기와 오늘 경기에 대해서. 그리고 팬들에게 할 말들 등등. 그리고 빠지지 않는 물세례. 아 이젠 이것도 익숙해졌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꿋꿋하게 인터뷰를 이어가니 물에 젖은 생쥐꼴로 인터뷰가 마무리 되었다. 종수야 수고했다. 구단의 형들은 스포츠 타올로 말리는 시늉을 하며 머리를 헤집었고, 팬서비스를 위한 시간이 이어졌다. 싸인을 해주고, 사진을 찍어주고. 그 시간이 지나서야 최종수는 락커룸으로 갈 수 있었다.

힘겹긴 했지만 그래도 승리는 승리였다. 중간에 점수가 엎치락뒤치락 하다보니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던 경기. 최종수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제일 늦게 옷을 갈아입고 있자면 누군가가 가볍게 어깨를 두드리는 감각이 느껴졌다.

“종수야 수고했다.”

“네. 형도 조심히 들어가세요.”

옷을 먼저 갈아입고 락커룸을 나오는 승용의 뒷모습을 보며 꾸벅 인사하면 또 다시 다른 한쪽에서 최종수를 향한 수고했다는 말이 들려왔다.

“네 진우 형도 잘 들어가세요.”

최종수는 다시 한번 몸을 숙이고 먼저 떠나가는 사람을 보았다. 분명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무거운 분위기가 락커룸을 짓누르고 있는건 그 둘 때문이었으리라. 남은 사람이 몇 안남은 상황이 되어서야 다들 막혔던 숨을 내뱉을 수 있었다. 사실 남은 사람이라곤 늘 눈치를 봐야하는 신규, 그리고 팀원들 분위기를 살펴야 하는 주장과 옷을 다 안갈아입은 최종수 뿐이긴 했지만.

“고생이다.”

“형도요.”

한숨이 다시 한번 터져나온다.

“그래도 오늘은 좀 양반이지.“

최종수는 마저 옷을 다 갈아입으며 오늘 경기에서 느꼈던 신경전을 떠올렸다. 이번 시즌와서 유독 부딫히는 일이 많아진 두 선수. 뒤늦게야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이전부터 좀 안맞긴 했다고. 그런 얘기가 있었는데 하필이면 그 신경전이 지금와서 터졌댄다.

“그래도 이겼으니까 된거죠.”

“사실 이겨서 다행인거지. 다음은 또 어쩌냐.”

오늘은 무사히 넘어갔지만 이제 1라운드의 마지막 경기가 남았다. 사실 1라운드로 끝나는게 아니라 남은 시즌 몇개월동안 이 꼴을 봐야 할텐데. 사실 앞으로의 먼 미래가 걱정되는 것도 있었지만 지금 걱정해야할 것은 당장 앞으로 다가올 다음 경기였다.

현재성적 3승5패. 작년 1라운드성적이 처참했던걸 생각하면 많이 나아졌기에 그래도 작년과 비교해서 조금은 기분 좋은 성적표였다. 물론 작년 성적표는 이젠 더 생각하기도 싫은 최악의 성적표였지만. 처음에는 3패를 하다 승리하고, 다시 패배를 하다가 이제 연승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다음경기까지 이겨야 잘 마무리가 될텐데, 그때까지는 잘 풀릴지. 사실 그동안 시간이 좀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긴 하다.

해결? 듣기로는 주장이 삼자대면을 하면서 둘 사이를 중재하려고 했단다. 다만 앞에서는 잘 해보겠다고 하면서 또 다음날 되면 신경전 벌이면서 사소한 말다툼이 있고. 그게 또 플레이로 나오고. 그게 못마땅한 감독이 불러서 다시 둘 사이를 직접적으로 중계하려고 하고…뭐 그런 반복되는 루틴이나 다름없었다.

사실 주전이 아니라면 싸우든 말든 신경 쓸 것도 아닌데 하필 현재 상황에서 구설수에 오르는 둘이 대체 불가능한 주전인데다 실력은 확실하니 팀 구성을 해야하는 감독, 계속 팀 분위기를 봐야하는 주장. 그 둘의 속과 머리만 썩어나가는 셈이었다.

썩 좋은 이야기는 아닌지라 최인호도 입 밖으로 둘 사이가 어떤지, 오늘은 또 어땟는지 구구절절한 말은 잘 안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점점 안좋아지는 낯빛이 어느정도의 신호를 알려주고 있었다. 오늘은 그래도 억지로 웃는 모습을 보니 남이 봐도 괜찮은 상태였나보다. 옷을 다 갈아입고 정리를 담당하는 동생들의 인사를 받으며 락커룸에서 나오려 하면 어째선지 미리 기다리고 있던 주장과 퇴근길을 함께 하였다. 텅 빈 체육관의 복도에서 둘의 발걸음 소리만 퉁 하고 울려퍼질때, 조용히 그가 물었다.

“그러고보니 종수, 넌 괜찮아?”

“네?”

“공태성말이야.”

아, 최종수는 작게 탄성을 내뱉었다. 구단 버스 타는 것도 아니고 혼자 출퇴근 하는 사람을 왜 기다리나 했더니 결국 여기서도 주장의 일을 보시는구나. 최종수는 짧게 답했다.

“뭐, 괜찮아요.”

옆에서 이제 싸움 중재하는건 걔네 둘만 했으면 좋겠다는 한탄이 들려오니 솔직하게 말 할 수 없어 얼버무린 것도 있지만.

팀원이 누가 오든 5:5로 농구하는데 크게 방해가 없다면 별 상관없는 최종수였지만 개인적인 친분이 없다는걸 빼고서라도 그는 묘하게 잘 안맞는 상대였다. 아직 공태성이 비시즌 연습 함께하지 않고 바로 컵대회부터 투입되어서 합이 안 맞다는 경기적 이유도 있었지만. 그 외에 인간관계를 말하자면 최종수에게 있어서 그녀석은 볼때마다 경고등이 울리는 느낌이었다.

유난히 높은 어조라던가, 가끔 저에게 말을 걸 때 시비거는 듯한 문장이 묘하게 누군가가 생각이 나서.

그렇지만 괜찮다고 할 수 있는 편이다. 경기 내에서도 신경전을 하고 합 안맞아서 턴오버 내는 것보단 낫지않나. 나름 문제 될 만한 일은 안벌이니까. 최종수는 머릿속에서 오늘 경기때 유독 둘이 흥분해서 턴 오버를 낸 승용 형과 진우 형을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 이겼으니까 지나간 일은 생각해봐야 독이었다.

“그럼 다행이고. 우리 팀에서 더 이상의 불화는 없어야 한다.”

간절한 목소리. 최종수는 건성으로 ‘네’ 라 대답하였다.

불화라. 사실 최종수의 농구길에 있어서 불화설이라곤 딱 한번 있긴 했다. 임승대와의 불화. 오해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신경전의 연장. 제대로 분위기를 잡지 않고 무작정 방치한 누군가의 잘못도 있던 탓에 경기중에 멱살잡히고 싸우는 결과까지 도출했다. 경기도중에 폭발한지라 일단 이겨야하는게 우선이라 어정쩡하게 넘어가긴 했었지. 이후에는 그냥 아무렇지 않은 척 경기뛰고, 다 같이 있는 자리에서 말을 몇 번 트고 나니 그래도 같이 이야기 나누고 밥 먹을 사이까지는 되었다.

그런 경험을 비추어보았을 때, 그 주장이 말한 최종수와의 문제가 생길만한 인물, 공태성과는 묘한 데자뷰가 있었긴 했다. 그래도 형동생이라는 상하관계가 있으니 주변에서 주의를 주면 공태성 쪽이 알아서 기어가는 시늉을 하니 딱 정리가 되었다. 이건 불화 축에도 안 낀다. 그냥 성격 좀 안맞을 것 같다. 라는 빅데이터에 따른 결론이 있어서 최종수가 멀리하는 것 뿐이지. 어쩌면 이런 모습 때문에 다들 불안해서 혹시 여기도? 하는 마음에 오늘도 괜히 한마디 덧붙여가며 물어보는것이겠지.

“아무튼 그냥 어색해서 그런거니까요.”

한번 더 얼버무리며 말하니 그제서야 안심했는지, 어두웠던 상대방의 낯빛이 좀 밝아진 것 같았다.

“에휴 난 이나이 먹고 애들 싸움 중재할 줄은 몰랐다.”

또 다시 들려오는 한탄에 얼굴이 다시 어두워졌지만. 그렇지만 그 고충은 충분히 이해하는지라 최종수는 적당히 맞장구쳐주며, 주장과 함께 체육관 밖을 나섰다.

 

 


 

팀에 긴장감이 돌고 있는 상황에서 다음 경기날과 텀이 있는건 호재인가 악재인가. 분명 비디오 미팅 때부터 제발 좀 정신차리자고 한 말은 귓등으로 들었는지 또 신경전이었다. 최종수에게 있어 남의 싸움은 신경쓰고 싶었다. 아니 신경써도 알아서 제 할일만 잘 하면 결과는 척척 나올 그 옛날이 그리웠다. 그것도 고등부 수준이라 가능했지.

지금도 누가 싸우네 불화설이 있네. 그런 이야기에 관심을 두고 싶지 않은 최종수였으나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는건 분위기도 결국 팀워크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었다. 사소한 신경전이 오가는데 연습에 집중이 될 리가. 아니 집중을 한다고 해도 집중이 흐트러진 몇 사람때문에 연습의 흐름이 깨지고. 또, 감독은 큰소리 치면서 으름장을 놓는다. 그 이후에 허울뿐인 사과가 들려오고 문제의 그 둘의 기류속에는 나중에 한번 두고보자는 기류가 있었다.

무거워진 분위기 사이로 주장이 억지로 텐션을 높이면서 집중을 끌어올리려 하면 그에 따라 소위 ‘분위기 메이커‘ 인 형들이 파이팅을 외친다. 최종수는 묵묵히 다시 패턴 연습을 시작했다. 상대의 더블팀이 들어왔을때, 뒤로 빠지면서 들어가는 높은 패스.

툭, 허공으로 떠오른 볼이 상대의 손 끝을 스쳐 튀어서 라인 밖으로 나간다.

“아, 미안합니다.”

진심인지, 아니면 대충 그런 척을 하는건지. 가볍지만 유독 높은 어조의 목소리를 들으며 최종수는 눈살을 찌푸렸다. 괜찮다. 패턴플레이를 연습하는것. 다만 입 안에 가시가 걸린 것 같은 찝찝함이 차지하는건 제 패턴의 연습대상이 공태성이라는 것이다. 공태성은 라인 밖으로 나간 공을 주워 최종수를 향해 던지곤 다시 묵묵히 제 위치로 갔다.

왜 공태성과 합을 맞추게 되었나. 그 이유를 말하자면 길고 복잡한 사연 같은건 없고 엔트리를 짜다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하는게 가장 편했다. 신인인 공태성이 작년의 자신만큼 출전시간이 긴 건 아니지만, 그래도 컵대회에 치른 데뷔부터 1라운드 초반부터 보여준 모습도 있으니 당연히 엔트리에 들었다. 명문대 출신에 나름 로터리 픽인지라 이렇게 데뷔를 치르며 프로생활을 시작한다는건 다들 예상 했던 일이었을 것이다.

점점 출전시간이 늘어나는 공태성과, 이미 출전시간이 줄어든다 해도 30분 내외를 유지하고 있는 최종수. 코트 위에 있는 시간을 맞춰보면 당연히 교집합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지금부터라도 합을 맞추는 연습을 하는건 뭐 당연하지. 그리 납득해도 최종수의 머릿속에 쌓인 빅데이터가 말하는 껄끄러움이 해소되는건 아니었지만.

“안던집니까?”

“…”

최종수는 말없이 다시 드리블을 치기 시작했다. 실력 하나는 확실했다. 처음에 만났을땐 초보라곤 했지만 그래도 자신이 있던 장도고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멤버중 하나인데다 기상호와 함께 보러 갔던 경기에서도 중요할때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으니까.

 

다만,

 

“아, 종수형. 그렇게 주면 저 골 밑 들어가기 힘든데요.”

 

“형 그쪽 가니까 스틸 당했잖아요.”

 

“형, 패스 이쪽으로 주니까 파울로 끊기는데요.”

 

사사건건 피드백이랍시고 맞먹으려 하니 슬슬 속이 끓어오르고 머릿속의 경고등이 강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그냥 닥치는대로 주면 받을 것이지. 공이 너무 높았네, 그러면 막히네 별 트집을 잡고 난리야. 실제로 연습할때 상대팀을 담당한 형들이 그렇게 막긴 했지만 그게 내탓이냐? 니 탓도 있지.

“야. 니가해봐.”

“네?”

“나 지금 감 못잡겠으니까, 니가 먼저 패스해보라고.”

나만 공 잡아서 패스 뿌릴 것도 아니고, 너도 던질때 있을 거 아냐. 그때 생각해서 해보자고. 사실 연습은 핑계였고 열받아서 되갚아 주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긴 했다. 그놈의 패스가지고 평가질 하는 실력 얼마나 잘났는지 한번 보자고. 최종수는 맨투맨 디펜스가 붙은 상황에서 공태성의 움직임을 보았다. 이번에는 더블팀이 저쪽으로 간다는 가정이 있다면, 어떻게 패스를 할건지. 그렇게 살펴보는 차, 골 밑에서 공을 잡고 있던 공태성이 한걸음 뒤로 빠지는게 보였다. 퉁 하고 공이 코트 바닥을 치며 바운드 패스가 있었고, 이걸 받아 바로 돌파를 하니 나름 패턴에 성공을 한 셈이었다.

“됐죠?”

이 한마디만 아니면 그냥 혼자 속을 삭히고 마저 연습을 했을텐데. 최종수가 입술을 여러번 달싹이며 말을 고르려 할때.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걸 눈치챈 형들이 둘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야, 한번 더 해봐야지. 한번 성공했다고 다 된거 아닌거 알지? 넵. 무뚝뚝한 답이 들려오고 최종수는 다시 공을 잡아 패턴의 시작점으로 돌아갔다.

그 이후로는 무난히 흘러갔다. 공격 패턴도 잘 들어가고, 트집 잡던 공태성도 아무 말 없이 묵묵히 플레이를 하니 최종수도 별 말 없이 잘 따랐다. 주변에서 성공할때마다 호들갑을 떨며 칭찬해주는 목소리때문에 눈치 본 것도 있겠지만.

“오늘 연습은 여기까지 하자. 내일은 경기니까 컨디션 관리 잘하고.”

저녁에 가까울 시간이 되니 감독의 입에서 해산의 이야기가 나왔다. 경쾌한 대답을 끝으로 정규 연습시간은 끝이 났다. 다들 샤워를 하고 락커룸에 가서 숙소를 가거나, 퇴근을 하는 시간. 최종수 역시 끝무렵에 샤워를 한 후 옷을 갈아입으려는 때. 삼삼오오 모인 선수들이 그를 불러세웠다.

“종수야 퇴근하고 밥 어떻게 할거야?”

“그냥 집에서…”

“같이 밥 먹고 가. 우리 이제 식당갈거니까.”

최종수는 저를 기다리고 있는 일행들을 보았다. 주장과 1~2년차의 선수들. 신입들 밥 사준다고 하면서 친목을 도모하려는 그림이 뻔히 보였다.

“전 괜찮은데.”

“야, 내가 사줄 건데 그냥 가만히 따라와.”

그래서 더 가기 싫은건데요. 그렇지만 권유를 빙자한 강제나 다름없었으니 최종수는 입을 꾹 다문채로 얌전히 스포츠백을 들어 따라가는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저녁 메뉴가 거기서 거기이긴 했다. 한정식 아니면 그놈의 국물요리. 사실 도시 길목의 음식점은 차고 넘쳐서 선택지가 다양했으나 내일이 경기였다. 괜히 이상한거 먹고 속 버릴 바에 무난하게 먹던 메뉴를 먹는게 나았다. 그래서 결국 도착지는 한우집이었다. 비싼 한우를 먹는가 하면 제아무리 프로선수라도 운동하는 남자들 간단하게 먹을 저녁식사로 그런 사치를 부리는건 아니었고 모름지기 이런 곳에서하는 식사메뉴가 더 맛있다는 법이래나 뭐래나.

“자 메뉴는 육회 비빔밥이랑 뚝배기 설렁탕이나 갈비탕 시켜서 먹으면 될거 같고. 육회 두개 시킨다.”

그래도 일반 식사 메뉴로 생색내기는 뭣했는지 육회 두 개 시키고 메뉴 취합을 했다. 여기 뚝배기 둘이랑 설렁탕 하나, 갈비탕 넷이요. 육회도 두 개 주세요. 가장 막내인 선수가 물을 따르고 수저를 세팅하고 있으면 다들 내일 경기 이야기 뿐이었다. 그래도 일산이 터지면 진짜 무섭다던데. 야 터져서 안무서운 팀이 어디있겠어. 잘 먹고 내일 컨디션 관리 잘 해야지.

“니들이 힘내야해.”

주장의 목소리에 괜히 힘이 들어가는건 여기에 있는 사람들, 그러니까 아직 새내기에 불과한 선수들에게 바라는 역할이 있어서 그런걸지도 모른다. 꼭 막내한테 그러더라. 분위기 환기라던가, 텐션 업 같은거 말이지. 다들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잘 해보겠다는 의미없는 다짐만 한다.

“메뉴 나왔다.”

잠깐 어색한 분위기가 오갔다가 시킨 음식이 나오기 시작하자 다들 말없이 먹기 시작했다. 잘먹겠습니다. 사준 사람에게 인사하는것도 빼먹지 않고. 최종수는 맹한 국물을 떠먹으며 조용한 식사시간을 가졌다. 제 그릇 옆에 소금이라던가 양념장이 놓여져 있었지만 딱 이대로도 좋았다.

“어 종수형 그렇게 먹어요?”

“원래 싱겁게 먹어.”

“아 먹는 법을 잘 모르시네.”

여기 양념장 넣고 드시면 딱인데. 얘는 무슨 먹는걸로도 훈수질이야. 최종수는 잠깐 수저를 내려놓고 얌전히 갈비탕을 먹는 공태성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렇게 맛있으면 니가 설렁탕 시켜서 양념장 붓고 먹던가. 입 밖으로 내뱉을 말은 많지만 유치하게 먹는거가지고 말싸움 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 먹는걸로 훈수만 두면 다행이지. 흔히 말하는 설렁탕에 깍두기 국물 붓는 사람처럼 굴지 않았으니까. 나름 긍정적인 요소를 생각하곤 한마디 툭 내뱉었다.

“신경꺼.”

“뭐 사람마다 입맛 다르니까요.”

존중해줄게요. 공태성은 어깨를 으쓱하고 웃으면 다시 자기가 먹던 갈비탕을 마저 먹기 시작했다. 진짜 안맞는 놈이야. 최종수는 피곤한 식사를 이어나갔다.

밥을 먹고 끝났으면 좋았겠지만 어느샌가 한국에 자리잡은 문화인 식후땡 커피는 근처에 있는 프랜차이즈 카페 음료까지 시키는 것 까지 식사시간으로 쳐줬다. 그래도 다행인건 카페 안으로 들어가서 커피마시는게 아니라 테이크아웃으로 통일한다는 점?

“전 이만 가볼게요.”

“그래 종수 잘 가.”

최종수의 집으로 가는 길과 숙소로 가는 길이 나뉘는 갈림길에 다다라 인사를 했다. 이제 집 가서 쉬고 내일 경기 준비를 해야지. 머릿속을 내일의 일정으로 하나씩 채우면서 집으로 가던 도중 큰 발소리와 함께 조금은 건들거리지만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종수형?”

대체 마지막까지 무슨 말을 하러 왔는지. 최종수는 멀뚱히 서서 머뭇거리고 있는 공태성을 한번 봤다.

“왜.”

“그 오늘 연습때. 그냥 제가 말을 그렇게 해서 그렇지. 형한테 뭐라 하는 의도는 아니었으니까요.”

공태성은 그 말과 함께 어색하게 웃는 척을 하면서 고개를 꾸벅 숙였다. 오해하지 말라는 덧붙임과 함께 슬금 슬금 걸음을 다른 선수들 틈으로 가는 모습을 보며 최종수는 입을 벌린채로 헛웃음을 한번 내뱉었다. 뭐?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고? 말을 그따구로 했으면서 사실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고 하면 다인가? 그렇지만 이런거에 진지하게 뭐라고 따질 수는 없었다. 고작 1년차인데 말 꼬투리 잡기에는 지금 팀에는 더 한 불화가 있는 상태여서 조심스러웠다. 애초에 말로 꼬투리 잡는것보단 행동으로 보여주는게 더 확실해서 말싸움을 선호하는것도 아니고. 더해서 이런걸 일일히 신경쓰는 자신이 속 좁은 것 같고.

그래 그냥 저놈이랑 진짜 안 맞네. 머릿속에 남은 빅 데이터에 확신을 얻은 최종수는 제 연락처를 뒤적였다. 그러고보니 임승대도 부산에서 전학을 왔었고 쟤도 부산에서 온건데 그냥 특성인가? 그래도 최근에 대화라는걸 하는 임승대의 프로필을 한번 눌러봤다.

그렇지만 이게 굳이 임승대에게 전화 할 일인가?

최종수는 머릿속으로 한번 임승대의 레퍼토리를 돌려봤다. 코웃음 한번 치면서 넌 그런걸 일일이 신경쓰냐? 그런 리액션을 한번 하겠지. 나중에 또 친구들 있는 자리에서 이야기 꺼내는건 안봐도 뻔했다. 최종수는 연락처를 뒤적이다 기상호의 이름을 한번 보았다. 그러고보니 선후배니까 그래도 잘 알지 않을까.

최종수는 기상호 프로필의 통화버튼을 한번 꾹 눌렀다. 경기 없는 날인건 알고 있고 지금 저녁 먹거나 숙소에서 쉬거나 할텐데 기상호는 전화를 바로 받지 않았다. 벌써 저녁 다 먹고 운동하는건가? 그냥 메시지라도 남길까 생각하려던 차 긴 연결음 끝에 간만에 듣는 목소리가 들렸다.

“왠일로 전화에요?”

“야 기상호.”

“네?”

“걔 원래 그러냐?”

“종수햄, 앞뒤 다 자르고 말하시면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하 씨 그러니까… 걔 원래 말투가 꼽주고 그러냐고.”

“그래서 그 걔가 누군데요.”

“공태성 말이야. 니네 선배였던 놈.”

“햄 이거 팀원 뒷담화 아니에요?”

“니네 선배 뒷담화거든?”

“아 넵…알겠습니다.”

그래서 무슨 일인데요. 차분한 목소리에 최종수는 한번 숨을 들이 쉬었다. 무엇부터 이야기 해야지? 오늘 연습때 시비건거? 먹는거 가지고 뭐라한거? 그리고 마지막에 와서야 실은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고 했던거?사실 따지고보면 시시콜콜한 이야기였다. 그저 자신의 머릿속에 쌓아둔 경험에 더해 오늘 있던 일들이 자꾸 짜증나게 하는지라. 그냥 나랑 쟤랑 안맞는 것 같아. 여태 아무에게도 말 안한 솔직한 인간관계에 대한 감상을 툭 내뱉었다.

“쓸데없이 참견도 많고 말도 많고.”

그렇다고 좋은 말도 아니고 시비거는 투고. 하 씨, 전에 임승대도 이랬다고. 좀처럼 하지 않은 고등학교의 그 시절의 이야기까지 튀어나왔다. 여태 쌓인 스트레스때문인지 입에서 좀처럼 하지 않은 속에 담아둔 말들이 튀어나왔다. 전화기에서 푸핫 하고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와 종수햄 진짜 이런 이야기 안했던거 같은데 쌓인게 많나 보네요..”

“어.”

그래도 사람이 말을 하면 조금 풀리는게 있어서 아까보다는 조금 개운한 감정으로 툭 말을 내뱉었다. 아무튼 그래서 걔 원래 그런 놈이냐고. 최종수는 돌아오지 않아도 괜찮을 본론을 물어봤다.

“대학은 잘 모르겠지만, 고등학생때도 좀 문제이긴 하죠.”

이번에는 기상호쪽에서 나름 쌓아둔 이야기가 나왔다. 말을 좀 쎄게 해요. 성질도 욱하면서 발끈하는 경우도 있고. 저도 말리느라 고생했었다구요? 그래? 최종수가 적당히 호응해주면 기상호는 공태성에 대한 이야기를 몇마디 해주었다.

“옛날에 저 있는데서 농구 최저단위 KSH라고 했을 때 완전 상처였다구요.”

“뭐?”

“근데 종수햄도 저 면전에서 농구 못하는데 왜 하냐고 했잖아요.”

“야, 거기서 왜 내 얘기가 나와”

“아 하다보니 추억여행 하게되는데. 하 그때 종수햄이 저한테 했던 말들 촬영할때 다 폭로해서 사과까지 받았어야 했는데”

분명 험담의 대상은 공태성인데 또 이런쪽 이야기로 한번 더 끌려나오니 괜히 얼굴이 붉어져 신경 섞인 목소리로 툴툴거렸다.

“그래서 내가 미안하다고 했잖아.”

“네에. 아무튼 그 태성햄이 말을 좀 너무하게 하긴 해요.”

원래 그렇지만 나쁜 사람은 아니고 그냥 자기 나름대로 친근감을 표한거라 정리를 해주었다.

“근데 햄이라 그런가. 사과는 하네요.“

“뭐?”

전에 다른 햄이랑 대판 싸운 적 있었는데 그때 그냥 다들 무안하게 넘어가서 경기했었어요. 경기중이기도 했고. 그렇게 말하니 최종수에게 있어 가슴이 쿡 찔리는 감각이 느껴저 말없이 기상호의 말을 듣기만 했다. 그래. 머리가 커져서 바로바로 사과해준거면 나아진 셈인거지. 최종수는 깊게 숨을 한번 내쉬었다가 멋쩍은 목소리로 늦은 한마디를 내뱉었다.

“아무튼, 잘 지내?”

“종수햄 안부묻는게 늦네.”

“시끄러워. 너는 연락도 안했으면서.”

“바빠서 그랬죠. 햄도 오늘 갑자기 연락 주신거잖아요.”

충동적이긴 했다. 쌓인 스트레스와 그 원인이 기상호와 어떤 연결고리를 만들어서 연락할 건덕지가 된 덕에 겨우 전화 한번 한건데. 그래도 간만에 듣는 목소리가 여태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무마시켜주었다. 이렇게 대화하는 것도 오랜만이라 기분이 괜찮아지는 것도 있었고.

“뭐 그럭저럭요. 형은요?”

아직 시즌 초라 정신 없을때였다. 힘들다 하기에는 이르고, 잘 되고 있다고 하기에는 크게 그렇다 할 성적은 아닌지라 그냥 서로 그럭저럭이라는 말로 별 일 없음을 알리는 시기. 최종수는 크게 숨을 한번 내쉬며 답했다. 나도 뭐, 비슷해. 그럭저럭. 물론 말하지 못할 속사정이 좀 있지만 외부에 말할 것도 아닌지라 그냥 괜찮은 척 했다.

“근데 종수햄 그럭저럭이었는데 저한테 남 험담하러 전화한거에요?”

그냥 넘어가면 되는데 꼭 꼬투리 잡더라. 그래도 이렇게나마 대화를 이어가니 기분은 나쁘지 않고 오히려 좋았다. 누군가와 말을 편하게 한게 오랜만라 그런걸 수도 있고.

“너랑 말하니까 좀 괜찮아져서.”

“오.”

저 나름 테라피 해준거에요? 아, 시즌중에 이런거 해주면 안되는데. 저희 경기 전에는 전화하지 맙시다. 차분했던 목소리가 묘하게 들뜨면서 까불거리니 최종수는 그냥 웃음이 픽 나왔다. 테라피는 무슨. 경기 전에도 경기 중에도 아는 척 안하고 그냥 뚫어져라 보는 그 특유의 표정으로 쳐다보기만 할거면서.

“너 저번에 봤을 때 나한테 인사 하러도 안왔잖아.”

“그건 형이 안와서 그런거고요.”

“근데 공태성한테 인사하러 왔잖아. 나는 안보고 그냥 자기네 코트로 가버리고”

“그건 태성햄 첫 데뷔 이후로 만나는 경기니까 인사 한번정도는 할 수 있잖아요.”

원래 이런건 아쉬운 사람이 먼저 오는거라고 그리 말하니 좀 괘씸했다. 너는 아쉬운거 없냐? 그래도 간만에 보면 인사도 하고 지금처럼 얘기 하면 뭐 덧나나. 이렇게 말하니 진짜로 아쉬운건 나 뿐인건가. 최종수가 잠깐 눈썹 사이를 꾹 누르곤 생각하기를 잠깐.

“저 아직도 막내라서 어디 나가서 인사하긴 쪼매 그렇다구요. 햄은 에이스라 어디 왔다갔다 할수 있지 않아요?”

“야 인사가지고 뭘.”

“아 요새 저 형들한테 치이고 사는거 종수햄이 알아야해요.”

프로생활 더 앞선다 해도 동생은 동생이었다. 가끔 알고리즘 따라 나오는 영상 중 기상호 구단 영상 쇼츠를 보면 그 성준수한테 쩔쩔 매는 모습만 나오니까. 나름 그럴듯한 이유를 대며 칭얼대는 말투로 말하니 최종수의 머릿속을 어지럽혔던 생각은 휘발되어 사라졌다. 그래, 쟤도 안아쉽겠어. 나름 같은 마음이었겠지.

“다음 경기때 봐.”

“네, 다음라운드 경기때 봐요.”

종수햄은 경기때 만나면 인정사정 없이 절 거칠게 다루겠지만. 야, 너는 말을 해도. 짜증섞인 목소리로 반문하자 답으로 들려오는 키득이는 웃음소리가 괜히 듣기 좋았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 가니 어느새 집 앞이었다. 나왔을때만 해도 짜증이 치밀어올랐는데 전화를 한 탓인지 그래도 개운한 기분으로 귀가를 마칠 수 있었다.

 

 


 

1라운드 마지막 경기. 사실 1라운드니, 마지막이니 라 해도 당장 이틀 뒤에 또 경기가 있어서 그냥 MVP 선정하고 팀끼리의 전적을 계산하는 정산 기준에 가깝긴 했다. 그렇다 해서 아무 의미 없는건 아니고. 그냥 마지막이라고 의미부여를 한다면 할 수 있었다.

라운드 종료 이벤트라던가, 특별촬영이라던가 그런거. 작년에는 라운드 리뷰만 하고, 경기 촬영하면서 이모저모 알려주는 용도로 채널이 쓰였는데. 최근에는 이런 저런 시도를 해보는 모양이었다.

어쨌든 최종수는 경기 전, 몸 풀고 있는 와중 촬영팀이 가지고 태블릿 PC를 보았다

“우리끼리 하는 명장면?”

태블릿 PC 옆에 놓인 우드락 판자에 크게 적힌 글자, 그리고 그 아래에 있는 스티커 붙이는 공간. 경기중 돋보였던 득점이라던가 수비 장면들을 뽑아 합치는 편집을 한 후 멋졌던걸 투표하는 것 같았다. 우리끼리 투표하면서 그 때를 회상한다거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건 덤이고.

“근데 최종수 선수님게 많네요. 어떤거 고르시겠어요?”

최종수는 팔짱을 끼고 태블릿 PC에서 순차적으로 재생되는 장면을 한번 보았다. 사실 멋진 장면이라고 해도 제 눈에는 다 비슷비슷해서. 최종수는 입술을 꾹 다문채로 한번 영상을 보다 마침 제 근처를 지나가던 이휘성을 붙잡아 물었다.

“야 너 이거 어떤걸로 했냐?”

고를 수 없을 때, 그냥 다른 사람에게 물어서 집단지성에게 맡기는게 편하긴 했다. 이유나 비하인드는 기억에 의지해서 덧붙이면 되는거고.

“이거? 그냥 공태성이 엘리웁 플레이 한거 뽑았는데.”

“뭐?”

신인 기 세워주는 것도 있고. 나름 그때 클러치 상황이라 점수 하나가 중요했는데 그거 성공했으니까. 그 당시의 경기상황을 덧붙여가며 말하니 그럴만한 이유였다. 하긴 그땐 그랬지. 그래도 농구는 잘 하니까. 인정하는 것도 인상적인 장면들이 몇 있으니까. 물론 선수가 그런 인상적인 장면만 남는것도 아니고 알게 모르게 활약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최종수는 다시 한번 영상을 재생하며 보다가 주장이 만들어낸 하이라이트 장면 영상을 뽑았다. 샷클락이 꺼져가는 가운데 수비를 뚫고 겨우 넣은 터프샷. 사실 이때도 동점으로 다시 추격 당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놓였던 때인지라 중요하긴 했었다. 사람 심장 쫄깃해지는 4쿼터 몇분 안남았을 때의 장면이기도 하고. 인호형이 주장의 면모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 말하며 투표를 마쳤다.

어쨌든 필요한 촬영은 잘 마무리 했고, 경기 상대인 부산 티렉스쪽에서는 인사를 올 정도로 친한 사람은 없는지라 진짜로 경기 전 몸 푸는데 집중할 순간이었다. 어느정도 몸도 풀렸으니 슛이나 던질까. 공을 드리블 하며 한번 툭 던지면 깔끔하게 림을 통과하였다.

“종수 오늘 컨디션 좋나보네.”

“그러게요.”

휴식을 잘 취한 탓인지 오늘 컨디션은 꽤 괜찮은 편인지라 평소 경기 전에 한다면 몇 번 미스 날 슛도 오늘은 잘 들어갔다. 어제 한 것이라곤 푹 쉬는 것 밖에 없었는데. 3점라인 조금 바깥에서 던지면 공이 깔끔하게 넣어졌다. 사실 실전에서의 슛감은 조금 다르지만, 그래도 지금 이렇게 컨디션 좋은걸 확인하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효과는 있었다. 최종수가 손을 가볍게 털며 다시 던질까 기회를 노리고 있자면 저 바깥쪽에서 던져진 공이 림을 맞고 튕겨나가는걸 볼 수 있었다.

“우씨, 진짜 안들어가네.”

한두번은 들어가다 다시 안들어가는게 반복. 그 꼴을 몇 번 보니 최종수의 고개가 절로 저어졌다. 분명 어제까지 외각 이랑 골 밑 패턴 중점적으로 얘기했었는데 외각 패턴이 되기는 하려나. 잠깐 흐린눈으로 그 광경을 보고 있으면 주변에서 야유의 소리가 들려왔다.

“태성아 오늘 야투율 왜이러냐.”

잘 좀 해봐라. 지나가던 형들이 장난 섞인 말을 하며 공태성의 머리나 어깨를 툭 건드리자 자기도 무안한지 툭툭 건드리는 형들의 손을 쳐내는 시늉을 하며 가벼운 짜증을 냈다.

“아 진짜. 안들어가면 나중에 멋진걸로 잘 해볼게요.”

“그래? 야 그럼 오늘 덩크 한번 해줘야한다?”

멋진걸로 잘 해보기는 무슨. 최종수는 코웃음을 한번 치고 다시 제 슛감을 찾아가는데 집중했다.

천천히 3점라인을 따라 이동하면서 던지다보면 어느샌가 공태성 근처였다. 계속해서 들어가는 자신과 달리 상대방의 슛은 들쭉날쭉하게 들어갔다 말았다 반복하는 걸 보니 괜히 보는 사람만 답답해졌다.

“징하게 안들어가네.”

혼잣말을 했을 뿐인데 그걸 들었는지 공태성은 입술을 비죽였다.

“씨, 알아요.”

욱한다고 하더니 진짜로 그러네. 전이라면 눈살찌푸리면서 무시하거나 속으로 쌓아뒀을텐데 어제 들은이야기도 있고, 오늘은 컨디션 괜찮으니 그냥 그런 놈이구나 납득 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제 옆에서 계속 슛감 못잡고 있는 놈 가만히 냅두기에는 인내심에 한계가 왔지만.

“야, 할거면 오늘은 자유투라인에서 연습 해봐.”

“네?”

“여기서 해봐야 잘 안들어가는데 외각 말고 다른 패턴으로 니가 공잡을때 파울 얻고 자유투라도 넣어놔야지.”

여기서 백번 슛감 찾아봐야 실제 경기에는 잘 안들어가는 경우가 허다했으니까. 차라리 자유투가 더 확실하긴 했다. 1년밖에 안되었지만 나름 선배로서 할 말은 해준셈이다.

이번에는 무슨 말로 입을 털려나 잠깐 멍하니 있는 공태성을 보면 벙쪄있는걸 볼 수 있었다.

“오늘 기분이 괜찮으신가 보네요.?”

저한테 이런 이야기도 하시고. 꼭 평소에는 이런 이야기 안할 것처럼 말한다? 최종수는 눈썹을 잠깐 좁혔다가 풀곤 숨을 한번 내뱉었다.

“어. 너는 기상호한테 고마워해라.”

“네?”

“니 친한 동생 때문에 봐주는거니까.”

여태 말 안하다 이렇게 나름의 대화라도 하는거 후배 잘 둔 덕에 그러는거니까. 뭐 그 외에 다른 이유도 있지만 그건 굳이 말할 것도 아니었다. 기상호가 뭐 테라피니 뭐니 농담조로 말하긴 했지만 오늘 컨디션 괜찮은거 보면 진짜로 효과가 있는거 같기도 하고. 뭐 이런저런 이유를 따지고 보니 결국 어제 기상호랑 통화한 덕에 그간 꼽게 본 녀석 말걸고 조언 해줄 여유가 생겼으니 후배 잘 두었다고 퉁칠 수 있긴 했다.

“그래서 자유투 안던질거야? 싫음 말고.”

여전히 벙찐 공태성을 보다 고개를 돌려 림을 바라보고 있자면 공태성은 제 말을 따라 얌전히 자유투 라인으로 가 슛을 던지고 있었다.

이런 것 까지 누구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 자유투 못던지는 것도 비슷하네. 그래도 싸움질 안하면 된거지. 최종수는 나름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다시 경기 전 루틴을 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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