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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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아. 그런데 내가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네게로 돌아오면. 너는 몇 번이나 나를 뺏기는 거야? 나는 내가 모르는 사이에 얼마나 더 너를 뒤로 밀어두는걸까?’ 네가 내게 가지고 있는 것은 딱, 그 정도의 애정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러니 네 물음에 나는 그저 눈을 느리게 씀벅이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모두가 너를 우선하는 것이 당연했던
직장인이라는 건 대부분 일정한 루틴을 가지고 사는 법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선화도 다를 바가 없다. 매일 같이 정해진 시간에 이선화의 핸드폰은 아침을 알린다. 매일을 뒤척이며 잠들기 때문에 이선화는 늘 아침이 버거웠다. 당연하게도 첫 알람은 헛울음만 뱉을 뿐이다. 이선화는 첫 알람에는 잘 일어나지 못해서 그 다음 알람이 다시 울려서야 겨우 일어났다. 얼굴을
그 이의 생김새를 따져보자. 머리는 시커먼 것이 어둡기 짝이 없어 서울의 밤보다도 어둡기 마련이고, 머리는 항시 헝클어져있는 것이 제 마음대로 머리를 들쑤시는 모양새였다. 그런가 싶으면 손을 가만 대보면 사락사락 부드럽게 넘어가는 것이 관리를 하는 것인지, 아닌지 도통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피부는 어떠한가 살펴보면 그 태생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부
서진혁 | 31 | 182cm | Male | 서울 남부지검 형사부 검사 182cm, 깔끔하고 단정한 옷차림, 도드라지는 뼈마디, 정석적인 미남, 오른쪽 손바닥 안에 박힌 점. 여전한 향수 냄새. 낮고 담담하고 고저없는 목소리. 단정한 검은 머리. 가끔 사람을 관찰하는 말간 칠흑의 눈. 뚫었으나 아무것도 없는 귀. 곧게 편 몸. 보통은 메마른 입
영아. 나는 편지가 쓰는 것이 익숙하지 않음을 먼저 밝힌다. 펜으로 적어내는 문장은 마음을 얼만큼 전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 얼굴을 보고 목소리와 표정으로 전하는 마음도 한없이 부족한 것 같은데 글로 내 마음을 다 전할 수 있을까. 게다가 내가 글을 쓰는 것은 어설프기 짝이 없어서 네게 보이기 부끄러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펜을 들었
♬ https://youtu.be/3mv69h9MPy8?si=6vCqjPdphcvsj9wR "그래, 그 인연이 다음에 어떻게 되었는지. 그 다음의 이야기는 이 다음의 밤에 해주기로 했었지요." 도가빈은 오늘도 어린 아이를 달래듯 침대에 걸터 앉아 누운 이를 바라봤다. 함께 누울 생각이 없다는 양 창가를 바라보며 손만 가만가만 그 머리칼을 쓰다듬어주
♬ https://youtu.be/rAS-QvlKq6Y?si=xHJ8cvihq5K90wjF "그러면…. 당신이 본 것들 중에 제일 아름답고 이상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해보십시오."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텐데… 밤이 모자랄 거예요." 술 내음이 난다. 캐러멜 빛 액체는 색은 그토록 달디 단 꿀 색 같으면서 사람의 정신을 홀랑 빼놓은 것이 분명했다.
먹을 수 있는 게 없다. 오늘 점심 뭐 먹을래요? 라는 간단한 물음은 어느 순간부터 선화에게는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 되었다. 먹을 수 있는 게 없었다. 어렸을 때 콩이나 편식하며 살 때는 몰랐는데 검사 한 번 달아보겠다고 열심히 살아온 죗값을 몸이 일찍 치뤘다. 갑작스럽게 생긴 몸의 변화는 알러지 반응을 만들었고, 알러지 때문에 선화는 못먹는 음식들이 생겼
♬ https://youtu.be/kh2piiJJ5SA?si=qorQ5QIRtFeRUCGc 겨울이었다. 문 밖으로 한 걸음만 나가도 코끝이 얼어붙고 입술을 목도리에 파묻으면 숨결이 그대로 맺히는 차갑고 서늘한 계절. 언제 가을이었냐는 양 싸늘하게 얼어붙은 계절은 가만히 서있는 것도 간혹 힘들게 했다. 방한 기능이 좋지 않은 경찰복 안으로는 추위를 나기 위
♬ https://youtu.be/7TYmklycjk8?si=RJFQ6MPhau9-M4NY "우연아~ 추워! 창문 닫아!" "웅~." 창 밖으로 눈이 내렸다. 고등학교에 들어오고 나서 처음 보는 첫눈이었다. 어쩐지 아침 자습 때 본 하늘의 색이 영 무겁기만 하더니 결국 한송이씩 눈송이를 떨어트리기 시작했다. 바람은 춥기만 하고, 길도 얼어붙을텐데도.
♬ https://youtu.be/M8xRrzJjPjU?si=3S7xm3ovh9J2lsxG 회색으로 물든 하늘에서 하얀 것들이 하나 둘 가볍게 떨어져 내렸다. 숨을 가볍게 뱉으면 허공으로 하얀 숨이 부서져내렸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는 태양이 선명한 여름이었다. 하늘이 새파랗던 여름이 지나고, 높아지는 가을을 지나 재색으로 물드는 겨울이 흐른다. 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