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의 밤

슈나버틴

폭풍우 by 디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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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눈 뜨지마.

으음, 얼굴은 예쁘고 머리카락은 부드럽네. 정말 마음에 들어... 게다가 자는 모습은 너무 어린애같은 걸? 아, 간지러웠나보네.

안돼, 마스터. 확인하려고 하지마. 지금은 한밤중이잖아. 확인하지 않으면 꿈인지 현실인지 알 필요 없어.

그 사이에 조금 말랐나? 계속 자고 있었나봐. 여기서 마스터를 이렇게 다룬 건 조금 화가 나네. 나한테 명령해보지 않을래, 마스터? 그럼 내가 마스터를 위해 어떤 일까지 할 수 있는지 볼 수 있을텐데...

빗소리가 들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저건 폭풍우가 아니야. 그냥 소나기가 내리는 것 뿐이야. 저너머로 사라지고 있는 건 없어. 가지말라고 해도, 난 여기있는걸?

마스터, 혹시 이런 이야기 들어본 적 있어? 어느 처녀가 결혼상대의 얼굴도 모르는 상태로 결혼하게 됐대. 남편은 어두운 밤에만 들어왔고, 절대 자기 얼굴을 봐선 안된다고 말했지. 처음에 여자는 불안해했지만 어둠 속에서 남편의 손길은 다정하고 목소리는 부드러웠어. 둘은 행복했지. 그런 와중 누군가 말했어. 이상한 사람이 아닐까? 너는 얼굴도 보지 못한 사람을 믿을 수 있어? 그 말에 여자는 넘어가버린 거야. 남편이 잠들었을 때 촛불을 들고 그 얼굴을 보려고 했지. 그리고 여자는 깜짝 놀랐어. 그녀의 남편은 아름다운 사랑의 신이었거든. 놀란 여자는 촛농을 떨어트려 남편의 잠을 깨워버렸고, 그는 여자가 자신을 믿지못하고 배신했다며 화를 내고 떠나버려.

으응, 그러니까 보면 안된다고 하는 건 다 이유가 있다는 뜻이지.

...한 번쯤은 마스터가 내 고향에도 와봤으면 좋겠어. 아름다운 곳이거든. 햇볕이 내리쬐고 사방이 오렌지 향기로 가득해. 잘 자란 나무마다 오렌지가 가득 열려있지. 하나 껍질을 까면 손에 오렌지 향기가 배어서 좀처럼 사라지지 않아. 시칠리아에는 그런 농장이 잔뜩 있어. 그 중에 여자아이들이 웃으며 장난치는 소리를 따라 걸어와. 어른들을 돕느라 손을 움직이면서도 뭐가 그렇게도 즐거운지 늘 웃음을 터트렸거든. 응, 그리고 키보다 높은 나무를 앞에 두고 곤란해하는 제일 작은 아이가 있으면 말해주지 않을래? 기억하고 있다고.

마스터, 비가 그쳤어. 다른 밤에 다시 만나. 내 생각이 가득차 결국 이렇게 흘러나올 때에.

이제 눈 떠도 돼. 해가 뜨고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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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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