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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왕 5Ds/잭] 정합한 긍지

“내가 새틀라이트 출신이다. 그게 뭐 어쨌다는 거냐.”

* 오룡즈가 왓챠/라프텔에 들어와서 다시 보다가, 역시 캐해 착안이 떠오르면 써야지-해서.

* 캐릭터 스터디~지만 짧음. 스스로 이것저것 납득하기 위해서 쓴 감도 있음(해석 바뀌면 뜯는 곳 생기겠지 뭐)

* 2화 <파워 인섹트 덱! 개미지옥의 함정>과 45화 <대결! 거미의 표식을 지닌 남자> 초반부 대사가 인용됨. 2화는 공식 자막 기준, 45화는 기억에 의존해서…. 고로 배경은 다그너 편입니다.

* 조각글이라 짧음 & 쓰자마자 올리는 거라 오탈자 및 비문은 발견한 미래의 내가 수정합니다()


시티에서도 가히 노른자위라고 불릴 땅에 우뚝 솟아있는 최고층 빌딩, 그 최상부에 있는 펜트하우스(하우스라기엔 간단한 트랙을 갖춘 저택이지만)에 킹이 거주하고 있다는 건 시티 모두가 알았다. 상공에 방송국 헬기가 뜨면 가장 선명하게 들어오는 게 그곳이었다. 저택과 별채 하나가 있고 스타디움을 축소한 모양새의 라이딩듀얼 트랙이 뱅 둘러싼 킹의 펜트하우스. 골수팬들에게는 통칭 신전인 그곳에서 지난 2년간 잭은 공식 업무 외로는 내려가 본 적이 거의 없었다. 정확히는 내려갈 일이 없다고 해야 할 거다. 고드윈 장관의 명령으로 의식주는 언제나 최고급만이 갖춰졌고 하물며 읽을거리조차 전화나 문자 한 통이면 마련됐다. 상주하는 관리인은 없더래도 새틀라이트에 있던 시절엔 상상도 못 했던 호화로운 생활이다.

그래, 먹고 입고 마시는 그 모든 것에 불편은커녕 티끌만 한 불만 사항도 튀어나오지 않는 환경이다. 그러나 칠도 채 제대로 되지 않은 시제품 D휠을 타고 품에는 일부러 택한 비열한 방식으로 빼앗은 카드를 품은 채 시티로 넘어온 날 이래, 잭 아틀라스는 살아 숨 쉬는 그 모든 순간순간마다 목이 졸려있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이곳은 타르나 먼지 따위로 점철된 새틀라이트의 공기보다 숨이 갑갑하다. 그러나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원인은 이미 알고 있다. 새틀라이트에서도 결코 꺾이지 않고 굽히지 않았던 영혼의 일부가 으스러져 비명을 토하는 거다. 그러나 제 긍지와 영혼이 통째로 진흙탕 속에 묻혀 몰락하지 않기 위한 대가라 여기면 지불할 만했다. 새틀라이트라는 닫힌 환경이 나아갈 동력을 잃게 해 한 사람의 영혼을 완전히 타락시켜 부패시키는 것을 생생하게 목도하지 않았던가.

잭은 지금도 때때로 꿈에서 저희들의 리더(옛 리더) 키류 쿄스케를 본다. 마사 하우스에서 나온 저희 셋과 처음 만났을 때의 그와, 새틀라이트 제패가 끝나며 헛돌기 시작하다가 기어코 어긋난 방향으로 폭주하던 그와, 끝끝내 비참하게 호송차에 실려 가던 그를. 빛을 내던 영혼이 얼마나 참혹하게 무너지는지를 관찰자의 시각으로 볼 수 있었던 건 행운인지 불행인지 아직도 가늠이 안 갔다. 다만, 그 한 건으로 잭은 고드윈 장관의 제안을 수락했던 거다.

그는 결단코 키류 쿄스케처럼 되고 싶지 않았다. 그것이 영혼의 어딘가를 쥐어뜯어 영원히 떳떳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가족이라 불릴 이들을 배신하고 떠나는 길이라도. 그건 절박이고 강박이고 공포였다.

스타더스트 드래곤을 가져오라는 건 시티로 넘어오는 조건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키류가 죽은 후 점점 무너져가는 유세이를 억지로라도 패서 일으킬 기회라고도 생각했다. 저 역시 팀 새티스팩션의 일원이기도 했을진대 그냥 훔쳐 나오는 것쯤은 쉬웠다. 그럼에도 굳이 엉뚱한 제삼자까지 끌어들여 대대적으로 도발한 것은 저 녀석도 그곳을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래리는 가끔 크로우와 닮은 구석이 있으므로 유세이는 결코 그 일을 잊지 않을 것이고, 혹여 그편에 크로우 본인도 제 비열한 행태를 알면 한 대 패야겠다고 오지 않을까-하는 확률이 희박한 기대도 있었다.

새틀라이트 출신인 것을 세탁하는 것에 저 역시 동의했음에도, 고드윈은 때때로 유리알 같은 눈을 하고서 넌지시 물었다. 당신은 여전히 그곳을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냐고. 다정하고 정중하게 말이 건네질 뿐, 저자는 온전히 믿을 만한 인종은 못 됐다. 그렇지만 그런 물음 앞에서 잭은 스스로에게 다짐하듯이 일부로 강경하게 답하곤 했다.

“새틀라이트에서의 매일은 내게 숨 막히는 굴욕. 그런 세계는 사라지는 게 나아.”

어느 정도는 맞고 어느 정도는 틀린, 옛날의 저라면 꺼내지도 않을 회색의 말이었다. 정한 것을 굽히지 않는 긍지는 지금 합리화의 장에 갇혀 금이 가 있다. 무언가 변화할 계기가 있다면 그것은 단 한 번뿐이다. 유세이가 이쪽으로 넘어와 제대로 된 결판을 내는 것. 거기서 새틀라이트와의 모든 연이 악마의 겁화에 불타 사라지던가, 혹은….

 

전자여도 후자여도 각오는 되어있었다. 이런 거대한 일로, 세상의 존망을 건 듀얼로 번질 줄은 몰랐지만.

그리고 기어코, 잭은 스스로 한때는 콤플렉스로 여겼던 말을 뱉었다. 실제로는 시티 출생이면서 제가 태어난 땅을 굳이 주장하지 않는 유세이와 새틀라이트 출신으로 가장 빛나는 자리를 지향하는 저 자신.

“내가 새틀라이트 출신이다. 그게 뭐 어쨌다는 거냐.”

우시오의 말을 끊어내듯 말을 뱉으면서 잭은 숨통이 트이는 것을 느꼈다. 오래도록 공기가 고였던 방을 환기하듯이 꺾여 부러진 채 방치돼있었던 영혼이 빛을 머금는 감각. 쭉 갈구해왔던 정합한 긍지가 거기 있었다. 이제서야 스스로가 시티라는 개념에 굴복했던 것임을 깨닫는다. 공포와 강박에 쫓겨 손에 넣은 허상을 잃고서야, 겨우 답을 얻었다. 그렇다. 그런 방식은 잭 아틀라스답지 않았던 것이다. 공포와 불안조차 전부 압도적으로 부수는 힘. 환경을 탓하고 그것으로 선택을 합리화할 것이 아니라, 그조차 뛰어넘는 힘이 필요했던 거다.

이제 다시는 제 영혼에 걸고 한 치의 거짓됨도 용서치 않으리라. 비록 이 싸움의 종착이 죽음으로 귀결할지라도.


(사족 : 캐해버스킹)

오룡즈 각본이 외적 요인으로 곧잘 휘둘려서 바뀌는 바람에 생긴 설정 구멍들이 많은 건 알고 있지만(웃음)

그래도 일부를 나름대로 누덕누덕 기워본다고 하는 점 3할과, 만족단 최후 파트 알고나서 1쿨의 잭을 다시 보니 이때의(아마 19이었죠) 잭은 여러모로 조급하고 초조하고 뭔가 정합하지 않은? 스스로에게 떳떳치 않은?? 그런 부분이 있구나- 싶어져서가 7할.

김에 잭 캐해가 메인되는 글은 역시 안 써봤나?한 것도 겸해서.

여하튼 잭 아틀라스는 스스로 긍지가 정합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자기 자신을 속이는 행위가 이퀄 자기 영혼의 숨통을 조르는 결벽한 인간이라고 생각함. 그런 사람이 어떻게 작 기준 2년 전에 그런 행동을 했을까-라고 한다면…. 역시 리더로 인정했던 키류 쿄스케의 몰락과 죽음이었겠지 싶으므로. 그땐 대충 틴즈니까요. 16정도 아니려나? 디휠 완성 등등까지 포함하면 16-17살 언저리… 그때는 그런 불안과 공포에 굴복하기 쉽고, 또 저런 성격이라 엄청나게 합리화를 하면서도 한켠으론 이게 비겁한 행위라는 인식도 있었겠고 그러함.

앜파잭하고는 그래서 결이 또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시티/톱스 행을 선택한 마음상태 같은 것과 그 조건의 차이…. 비겁한 행위인 걸 알면서 영혼을 전부 말려죽이느냐 부분을 꺾느냐에서 후자를 택해 간 사람과, 그런 흙탕물인 줄도 모르고 갔다가 거기서 견뎌야한다고(라고 저는 해석하는데) 결정한 사람의 그런 차이…? 아니 그치만 저는 이거 솔직히 말해서, 양육자인 마사 여부가 정말정말정말 크다고 생각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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