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요리가 맛 없다고 농담했더니 토라진 상대 달래기
ADVENT MHTS / 동거 n년차 뿅감독×송선수 setup
태섭은 얼마나 신나게 잤는가를 대변하는 듯 사정없이 뻗친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조용한 집 안을 걸었다. 명헌은 이른 시간에 당일치기 지방 출장을 떠났다. 잠결에 나눈 인사의 기억이 희미했다. 겨울이라 해가 늦게 뜬다. 아직 컴컴한 바깥은 곧 어두운 남빛에서 옅은 하늘색, 그리고 무색의 찰나를 거친 뒤 아침노을에 덮일 터였다. 이 계절은 건조하고 차가운 바람이 이명헌의 내음을 더욱 진하게 만들어주는 계절이라 좋아하게 되었지만, 루틴의 시작을 하늘과 함께하는 느낌이라 다른 계절과는 또 다른 애정을 주게 된다. 명헌이 내려두고 간 커피를 잔에 옮겨 담고 식탁 위 랩핑 된 접시를 물끄러미 관찰했다. 형, 왜 그거 있잖아요. 이명헌표 킥이 들어간 계란볶음밥. 먹을래용? 지금은 말구요, 우리 방금 밥 먹었잖아요. 뿅. 소파에 같이 널브러져 켠 티비에서 나왔던 홈쇼핑 채널 판매 상품이 레토르트 볶음밥이길래 지나가듯 말했었는데… 이명헌은 안 바쁜 날 놔두고 일찍 출장도 가는 오늘 같은 날 이걸 만들어. 태섭이 코끝을 손가락으로 괜히 쓱쓱 문질러본다. 이런 서프라이즈 곤란하게 행복해서 큰일이다. 적당히 식은 커피를 마셨다.
나 일어났어요. 조심해서 내려가요.
런닝하고 왔어요. 길은 안 미끄러워?
구단 도착. 오늘도 잘 굴려지겠습니다.
명헌이 운전 중이라 바로 확인은 못 할지라도 태섭은 자신의 메세지를 남겼다. 구단으로 출발하기 전 명헌이 만들어두고 간 볶음밥도 아침으로 잘 챙겨 먹었다. 각자의 업에 충실하느라 하루 동안 주고받은 메세지는 몇 없었다. 그 몇 없는 메세지에서 볶음밥 이야긴 일부러 쏙 뺐다. 명헌이 돌아오면 고마움과 칭찬을 담은 뽀쪽 한 바가지 당연히 해드릴 거지만, 올라오는 장난 욕구를 막을 순 없었다.
장난할 생각으로 신남을 원동력으로 태섭은 하루를 보냈다. 집으로 돌아와 고된 훈련으로 힘이 들어간 몸을 따뜻한 물로 풀어주고 명헌을 기다리며 꾸벅꾸벅 졸았다. 명헌이 출발하기 전 잠깐 나눈 통화에서도 볶음밥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았다. 명헌도 먼저 말을 꺼내진 않았는데 묘하게 어미가 힘아리 없었다. 실실 올라가는 입꼬리를 엄지와 검지로 누르며 운전 조심해서 올라오라는 말로 통화를 종료했다.
온종일 사전 작업을 한 태섭의 장난은 정확하게 먹혀들어 갔다. 출장에서 돌아온 명헌은 태섭의 인사에도 왔어용 한마디만 한 채 태섭을 지나쳐 짐을 두러 뚜벅뚜벅 방으로 들어갔을 뿐이었다. 살금살금 따라들어가 코트를 벗는 중인 등에 폴짝 올라탔다. 곧은 선의 눈썹 끝이 미묘하게 아래로 쳐져선 서운한 티 팍팍내는 거 언제 안귀여운가 모르겠다 생각하며 명헌을 감은 팔과 다리에 힘을 더욱 실으며 매달렸다.
“이 감독님, 오늘 고생 많았어요”
“고생한 사람에게 매달려 있는 건 무슨 매너이지용?”
“ㅋㅋㅋ, 요리를 한동안 안 해서 그런가 감독님 실력이 쪼오끔 떨어졌던데?”
“티비에서 봤던 거 사둘까 뿅”
명헌의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서운뿅 톤을 읽는 건 이제 태섭에게 일도 아니다. 그 이전에 이미 하는 말부터가 삐진 티 나고 있는 명헌의 귓가에 볼을 찰싹 붙였다. 더 이상하면 재미도 없고 어정쩡하게 감정만 상할 타이밍이었다. 코트 마저 벗게 내려와용. 팔 중간에 어정쩡하게 걸린 채로 움직임이 막혀 있던 명헌이 상체를 살짝 좌우로 흔들었다.
“힘 좋은 감독님이 왜 약한 모습이지? 그래서 송태섭 털어내겠냐고요”
“내려와용”
“아침에 좀 감동했어. 아니 사실은 많이. 그리고 무지 맛있었어”
“알아용”
아무렇지 않은 척 웃음 장착한 톤을 읽는 것 또한 태섭에겐 일도 아니다. 아까 집에 오면서 딸기 사 왔는데 지금 먹을래요? 아님 먼저 씻을 거야? 그것도 아니면 송태섭?. 태섭이 어디서부터 시작된 건지 모르겠지만 떠돌던 유머 같은 대사를 치며 클클 웃었다. 셋 다용. 그대로 태섭을 등에 매달고 척척 걸어 방을 나가는 명헌때문에 태섭의 웃음소리가 커진다. 욕실 식사(?) 운영은 이명헌에게 맡긴다.
fin.
-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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