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NT MHTS

12. 빨래 분리 안해놨다고 구박하기

ADVENT MHTS / 동거 n년차 뿅감독×송선수 setup

RR's room by 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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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어안은 명헌의 몸에서 마른 나뭇가지를 떠올리게 하는 내음이 났다. 코트의 옷깃에 코를 대고 괜히 킁킁 냄새를 맡는다. 허리에 둘린 팔이 바짝 당겨 안는 힘에 태섭이 상체를 약간 젖혔다. 아직 바깥의 냉기가 머무르는 명헌의 코끝이 목덜미에 닿았다. 따끈하고 좋은 냄새 뿅. 귀가가 조금 늦은 명헌의 반겨주려 가벼운 포옹을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목이며 귀며 입술을 붙여대는 명헌에게 밀려 현관에서부터 거실 중간까지 왔다.

“푸핫, 그만하고 씻어요”

“힘들어용”

“따뜻하게 씻고 오면 등 좀 눌러 줄게요”

“서방님이 최고예용”

명헌이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가는 걸 보며 소파에 기대앉아 조금 덜 마른 머리칼을 대충 털었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귀가가 늦는 날도 늘어간다. 태섭네 감독님도 오늘 손 휘적휘적 하면서 집에 가서 좋겠다 짜식들아-랬으니, 연말 괴로움은 구단 공통인가 보다. 자신이 씻고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욕실은 아직 수증기로 따뜻할 테니 시간 계산을 일부러 한 꽤 센스있는 내조였다 자찬하며 욕실 방향으로 시선을 던지던 때였다. 최고라던 목소리와 결이 다른 연인의 음성.

“태섭, 이리 와 봐용”

이거 이명헌이 뭔가 마음에 안 들 때 나오는 톤인데. 뭘 잘못했지- 머리를 굴려봐도 생각나는 건 없었다. 분명 방금 전까지 좋았잖아 우리! 명헌이 한 번 더 부르기 전에 재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욕실과 거실을 이어주는 작은 공간에 팔짱을 낀 명헌이 바닥 어딘가를 보고 있었다. 그 시선을 좇아 다다른 곳은 빨래 바구니 두 개가 나란하게 놓인 한쪽 구석이었다. 하하. 태섭이 바구니 속에서 자신이 썼던 수건을 꺼내 벽에 붙은 후크에 걸었다.

“젖은 수건은”

“어느 정도 말린 후에 진한 색 빨래를 넣는 바구니에 넣어 둔다”

잔소리가 되기 전에 얼른 말을 뺏었다. 그랬더니 이명헌이 이젠 표정으로 때린다. 큰 변화 없이 단순하게 쳐다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송태섭 지금 무지 따끔거려죽겠다. 그걸 알고 있는 사람이 이래놨나용?-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씻고 나와서 몸을 닦고 어깨에 걸쳐두었다가 빨래 바구니로 던져 넣기까지의 행동은 의식적인 움직임은 아니었다. 일련의 흐름에 가까워서 무엇을 했는지 기억에도 없었다.

“안 씻어요? 욕실 아직 따뜻하다고”

“그냥 넘어가려고 해도 소용없어, 이거 어기면 뭐라고 했지용?”

“빨래 당번 한 번 추가”

이런 이유로 태섭이 가져온 빨래 당번을 세는 건 한 해에 열 손가락으로도 부족했다. 왜 이렇게 습관화가 안 되는 건지 모르겠다며 욕실로 명헌의 등을 밀었다. 욕실 문이 닫혔다. 좀 전에 후크에 걸었던 수건 좀 째려봐주고, 욕실 문도 슬쩍 째려봐주다가 오픈형의 수납장에 정리되어 있는 수건들을 몽땅 꺼내 거실로 튀었다. 테이블 위에 흐트러지지 않게 올려두고 소파에 누워 교차한 발목을 까딱까딱거린다. 빨래 바구니와 수납장, 각자 쓰는 스킨헤어 제품을 올려둔 거울 공간으로 이루어진 통로는 건식으로 인테리어가 된 곳이다. 명헌의 성격상 물 뚝뚝 흐르는 상태로 거길 지나오지는 않을 테니 분명 자신을 부를 것이다. 수건은 최대한 느-리게, 명헌을 곯려 줄 생각에 씨익 웃었다.

소리에 감각을 집중하고 숨소리도 죽인 채 문이 열리는 소리만을 기다렸다. 이윽고 들려오는 바람 새는 웃음소리, 그리고

“태섭-”

“왜용-”

“추워용”

파하학. 태섭이 웃음을 터뜨린다. 명헌의 이어질 잔소리와의 대치를 예상했지만 완전 실패. 느-리게는 무슨, 바로 뛰어갔다. 수건을 펼쳐 목에 걸어주며 알몸 감상도 해줬다. 잔소리해서 미웠는데 도저히 귀여워서 안 되겠어, 이명헌 진짜 이상해. 태섭은 순진 뿅. 응?. 다른 수건들 제자리에 갖다 두겠다며 나가려는 태섭이 온몸으로 명헌의 물기를 받아내게 되어서야 맹하게 굴었던 것이 명헌의 전략이었음을 눈치챘다.

“으아- 좀 떨어져봐, 나 옷 다 젖었, 아니아니아니 이명헌씨 아래는 또 왜 그런데!”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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