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버릇
키스할 때 가슴만지는 에나마후 마후에나
첫키스의 추억은 최악이었다.
에나에게는 약간의 선망이 있었다. 상냥한 연인과 낭만적인 키스가 추억으로 남는 것. 에나의 감성은 여느 여고생과 다름이 없었다. 마후유와 맺는 관계는 남들과 현저히 차이가 있었음을 관과한 사고였다.
에나는 마후유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언제까지나 에나를 보고 멀뚱히 서서 지켜볼 마후유를 생각하면 화가 날 것 같으니 사전에 차단한 것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에나가 팔에 힘을 주어 끌어당길 필요도 없이 서서히 다가왔다. 기분 좋은 두근거림이 찾아왔다. 마후유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지 아닌지 확인할 겨를도 없이 에나는 키스에 빠져들었다.
그럴 뻔했다.
이 미친 새끼가? 에나는 기겁하여 눈을 번쩍 떴다. 마후유의 양손이 에나의 가슴에 위치한 탓이었다. 슬쩍 손이 올라간 것이면 몰라, 두 손아귀로 움켜쥐듯이 가슴의 모양 그자체를 손에 새기려는 것처럼 콱 잡은 채였다.
에나는 귀신도 도망갈 눈빛을 희번뜩거리며 마후유의 안면을 있는 힘껏 쳐올렸다. 캔버스도 주먹으로 구멍을 내는 정도는 껌인 에나가 사람의 코점막을 찢어버리는 건 쉬운 일이었다.
마후유는 남들이 보면 모를 정도로 미약하게 휘청거리면서 물러났다.
“…에나는 호신술 안 배워도 괜찮을 것 같아.”
코와 입 부근을 움켜쥔 마후유가 나지막이 말했다. 여느 때보다 눈이 촉촉한 걸 보면 마후유도 통각이란 게 존재하는구나, 하고 다시금 깨닫는 것이었다.
“왜… 키스할 때 가슴 만지는데.”
마후유는 코에서 볼품없이 피를 뚝뚝 흘리면서 대답했다. 불쌍했지만 에나는 굳건하게 견뎠다.
“키스는 서로 닿기를 원해서 하는 거잖아. 만져도 되는 신호인 줄 알았는데.”
얘는 키스=섹스 허락인 줄 아는 건가? 누구야. 누가 애 버릇 버려놨어. 에나는 마후유의 과거 연애경험은 안중에도 없었지만 이제서야 사고의 중심에 들어왔다. 질투가 의외로 없었던 에나는 생각했다. 그쪽이 먼저 마후유랑 뭘하든 상관 없는데 이런 쪽에서 흔적 남기고 가지 말라고.
사실 마후유는 에나가 신체경험과 연애경험 둘 다 첫상대였지만 오해는 깊어져만 갔다. 그야 오해할 만한 행동을 한 마후유의 탓이었다.
에나는 들끓는 화딱지를 가라앉히려 제 관자놀이를 한번 쳤다. 손수건을 꺼내 마후유의 코피를 닦아준 뒤 짧게 입맞춘 에나는 말을 꺼냈다.
“때려서 미안해. 언질 없이 가슴 만지길래 놀랐어.”
“응.”
“또 키스할래?”
대답 없이 마후유는 다가왔다. 에나는 약간 누그러져서 눈을 감았다. 이번엔 엉덩이를 움켜쥐어서 마후유의 정강이를 후려찰 줄은 생각지도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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