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818

별낚시 개같이 망하는 이야기

밤바람이 시원했다. 좋은 계절이다.

“여기 앉아. 해가 뜰 때까지 있을 거니까.”

나는 의자를 펼쳐 자리를 권했다.

“굳이 밤에 낚시하는 이유를 모르겠군.”

“밤에만 볼 수 있는 게 있는 법이지.”

베인은 내 곁에 편안히 앉아 눈을 감았다. 달은 밝고 바람은 시원했다. 좋은 시간이다.

“자면서 볼 수 있다고는 안 했는데.”

“눈을 뜬 채로는 볼 수 없는 게 있는 법이지.”

“눈 뜨고도 못 보는 걸 눈을 감으면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그 사고방식은 대단하다고 생각해. 응. 본받고 싶다.”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식으로 말하지는 않겠지.”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다. 베인은 손을 들어 그의 얼굴로 휘날리는 내 머리카락을 치우며 눈을 떴다.

“별을 보는 건 안 좋아해?”

나는 머리 뒤로 손을 뻗어 그쪽으로 날리는 머리카락을 모아 잡고 묶었다.

“꽤 좋아하지.”

“지금부터 별이 흐르는 바다를 보여줄게. 못 보면 네 손해야.”

나는 힘주어 낚싯대를 잡았다.

“그대, 혹시 반사가 뭔지 아나?”

베인은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로 말했다.

“별이 흐른다는 표현은 낭만적이지만.”

그는 발을 아무렇게나 내뻗었다.

“고작 윤슬을 보려고 이런 시간까지 앉아 있어야 했다는 건 조금 실망스러운데.”

나는 하늘을 보았다.

“저거 봐. 물병자리야.”

“물병자리?”

“응. 별의 신이 저 물병에 물을 채워서 하늘에 붓는대. 그러면 지식의 신이 그 물길을 다듬어서 지혜의 강을 만든다더라.”

“처음 듣는군.”

“교양 없네.”

“좀 더 들려주겠어?”

“음, 저 지혜의 강을 따라가다 보면 운명을 개척하는 데 성공한 사람들이 가는 천국으로 이어진대. 나도 가고 싶었는데.”

“그대라면 가능할 거야. 그 강이 천국으로 이어지진 않겠지만.”

“뭐야, 그건 무슨 악담이야.”

“저건 물병자리가 아니니까.”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저 별자리는 내 이름을 딴 별자리야. 그러니 모를 리가 없지.”

“거짓말.”

“이래 봬도 한때 신에 가까웠던 이름이야.”

“그 논리면 내 별자리도 생겼어야 해. 몇 개는 있어야 해.”

“조금 일찍 오지 그랬나. 그러면 아직 이름 없는 별이 남아 있었을 텐데.”

“아니, 별자리가 있을 정도인데 널 알아보는 사람이 이렇게 없다고?”

“존재가 잊혀져도 이름은 남아 계속 추종되었지. 그런데 그 이름을 딴 별자리 하나 없을 것 같나?”

그럴듯하네. 그럴듯했다. 부활시켜야겠다고 생각할 정도면 신으로 모시는 건 진작에 했겠지. 그러다 보면 신화도 한두 개 생겼겠지. 별자리는 죄다 신화에서 따오니까 별자리도 한두 개쯤 있겠지. 나는 눈을 감았다.

“거짓말이야.”

“개자식.”

“먼저 거짓말한 건 그대잖나.”

“난 거짓말 안 했어.”

“저건 물병자리가 아니야. 새 자리지.”

“우리 동네에선 물병자리라고 불러.”

“저런.”

바람이 강하게 불어 묶었던 머리가 풀려버렸다. 머리카락은 온갖 방향으로 흩어지며 내 뺨과 이마, 그리고 베인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눈을 떠도 바람이 멈추지 않았다. 베인이 손을 내밀어 내 뺨을 쓸어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고 바람이 멈출 때까지 잡아주었다. 달이 우리 머리 위에 있어 나는 그의 눈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는 나를 마주 보며 조용히 웃었다.

“별빛이 밝군. 그대 눈동자 색깔이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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