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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려문대] 사랑 앞엔 그 누구도 완벽할 수 없다 (개정판)

문대 대신 입덧하는 청려로 엋문

2열 by 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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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형식으로 다듬기/수정/추가를 거친 백업입니다.

🔗https://twitter.com/bp_ttz/status/1440935171381862404?s=19

신재현은 박문대를 좋아한다. 정확히는, 좋아하게 됐다. 남들은 사랑이구나 깨달으면 한없이 신나고 행복하다던데, 신재현은 자신의 감정을 깨닫고 침음했다. 자신이 지금껏 박문대에게 행한 것들이 그 감정에 족쇄를 채웠다. 과거가 가지고 있는 힘은 현재와 미래보다 강했다. 신재현은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그 족쇄의 무게가 너무나도 무거워서.

감정이 주는 무게에 신재현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 무게를 온몸으로 받아내고 견딜 수밖에. 그렇게 점차 바닥으로 조금씩 내려앉던 그에게 연락이 왔다.

[좀 만났으면 하는데.]

박문대의 연락이었다.

[우리 집으로 올래요? 밖에서 보기엔 눈이 너무 많으니까. ...무슨 짓 안 하니까, 걱정 말고.]

박문대가 자신의 말을 의심하고, 오지 않겠다 말하더라도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자신이 박문대였어도 그랬을 것 같으니까. 하지만 박문대는 그에 '그래.' 하고 짤막한 긍정의 답을 내놓았다.

신재현의 집에 온 박문대는 별다른 말 없이 '술, 있지.'라는 말만 꺼냈다. 그 이후로도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저 적막 속에 술만 한 잔 두 잔 그들의 입으로 들어갔다. 그 탓일까, 신재현은 평소보다 금방 취했다. 취기 때문일까, 신재현은 저도 모르게 내뱉었다.

"나, 후배님 좋아해요."

박문대는 잠시 말 없이 손에 든 잔만 빙글 돌리다 입으로 술을 털어넣었다. 탁 소리를 내며 잔을 테이블에 내려둔 그가 입을 열었다.

"나도."

고개를 들고 신재현의 눈을 마주 보는데, 신재현은 그 순간 정신이 돌아오는 기분이었다.

사실, 신재현은 모르고 있던 사실이 있었다. 박문대 또한, 신청려를 좋아하게 됐다. 사람 대 사람이 아닌, 사랑 대 사랑으로. 하지만 신재현의 선택은 옳았다. 박문대는, 자신의 감정을 깨닫고 본인 스스로를 한심히 여기며 그 감정을 부정했다. 아마 그 상태에서 신재현이 뭔가 해보겠다고 액션을 취했다면, 박문대에게 신재현이 다른 의미로 와닿기 전보다 더 안 좋은 결말을 냈을 테니까.

박문대가 신재현에게 연락한 이유 또한, 이런 것이었다. 만나서 고백할까 하고 약속을 잡은 것이었는데, 막상 뭐라고 얘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술만 한 잔 두 잔 입에 부어넣은 것이었다. 자신에게 행한 것들을 생각하면 절대 신재현에 대한 감정이 움틀 수 없었다. 그 움튼 감정을 납득시키려면, 미쳤다는 소리를 안 들으려면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술만 마셨다. 그런 그에게 신재현이 먼저 좋아한다고 말하니,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그냥 툭 내뱉었다.

"...이거 꿈인가."

박문대가 신재현의 목을 감싸 끌어당겼다.

"꿈이라 생각하든가."

좁혀진 거리는, 입을 맞추기 좋았다. 박문대는 고개를 조금 더 당겨 그에게 입 맞췄다. 두 사람 모두 술이 들어간 상태인 탓일까, 둘의 입맞춤은 진득했다.

진득한 입맞춤으로 시작된 밤을 지새운 두 사람은 한 침대에서 아침을 맞이했다. 침대에서 일어나 서로의 꼴을 확인해 보니,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시발. ...했네.'

박문대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속으로 욕을 읊조렸다. 그런 그에게 신재현이 제법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이제, 사귀는 건가요?"

박문대는 웃는 표정의 신재현을 가만 바라보다 생각했다.

'미친 새끼... 이 짓거리를 하고도 안 사귀면 말이 되냐? 더군다나 서로 고백까지 한 상황에?'

하지만 생각을 고쳤다. 진짜 미친 건 박문대였다. 저런 신재현을 보고도 기분이 나쁘지 않다는 게, 분명 미친 게 분명했다. 박문대는 눈을 질끈 감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그렇게 사귀게 되었다.

신재현은 그 뒤, 스케줄이 겹칠 때면 꼭 박문대의 대기실로 찾아갔다. 그렇게 오지 말라고 말해도 신재현은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가면 이세진과 배세진의 따가운 시선을 받게 될 것이 뻔했음에도 신재현은 신경 쓰지 않았다.

"선배님~ 또 오셨네요? 많이 바쁘실 텐데 우리 문대를 정말 아끼시나 보다~ 이렇게 매번 찾아오지 않으셔도 문대문대도 선배님의 후배를 향한 마음 잘 알 테니 이렇게 무리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돌려 말했지만 완곡하게 왜 자꾸 오냐, 오지 마로 들리는 이세진의 말에도 씩 웃을 뿐이었다.

"저 후배님이랑 사귀기로 했어요. 아. 전 지금 가봐야 해서. 우리 문대 잘 부탁드려요."

신재현은 테스타의 대기실 문을 닫고 밖으로 나왔다. 안에서 이세진과 배세진이 미쳤냐 말하며 왁왁 소리지르는 듯한 느낌이었지만, 뭐... 아무렴 어떤가. 거슬리는 존재는 사전에 치워둬야 했다.

'감히 어디다 우리를 붙여.'

그렇게 두 사람이 사귄 지 두 달 가량 지난 때였다. 오랜만에 같이 저녁이나 먹을까 싶어 스케줄을 마치고 박문대와 함께 집에 와 저녁을 준비했다. 다 차리고 박문대를 불러 식탁에 앉힌 순간,

"우웁..."

박문대가 헛구역질을 하며 화장실로 뛰어갔다. 신재현은 그에 물음표를 잔뜩 띄웠지만, 곧바로 그의 뒤를 따라가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말을 무심코 입 밖으로 내뱉었다.

"임신인가."

"미쳤냐?"

변기에 얼굴을 박고 있던 박문대가 고개를 돌려 신재현을 날카롭게 쳐다봤다. 신재현은 그런 박문대를 보며 '하하. 농담이에요.' 하고 웃었다. 그러다 그의 얼굴이 천천히 식었다. 두 사람은 사귀고 나서 따로 섹스를 한 적도 없었다. 생각해 보니 술 취해서 한 섹스에 콘돔에 대한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거기가 완벽하게 아이돌 자아를 보유한 탓에 연애고 뭐고 다 멀리한 신재현의 집에 콘돔이 있을 리가 없었다. 시기상으로, 임신일 확률이 높았다. 신재현은 바로 토닥이던 등에서 손을 떼고 옷을 챙겨입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뛰어갔다 온 것인지 숨을 후우 내뱉으며 박문대에게 임신테스트기를 내밀었다.

"장난치지 좀 말ㄱ..."

화를 내려던 박문대는 진지한 신재현의 표정에 낚아채듯 임신테스트기를 들고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신재현은 바깥에서 손가락만 탁탁 부딪히며 소식을 기다렸다. 하지만 박문대는 한참이 지나도록 나오지 않았다. 조심히 문을 두들긴 후 천천히 열었다. 세면대에 손을 올린 채 박문대가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의 손에 들린 테스트기엔 정확히 두 줄이 보였다.

"시발..."

박문대가 나지막이 욕했다.

"태교에 좋지 않으니까 욕은 줄이도록 해요."

"그걸 지금 말이라고...!"

박문대가 순간적으로 욱해 화내려 돌아본 곳엔 밝은 표정의 신재현이 있었다. 대체 뭐가 그리도 좋은 건지 지금껏 본 적 없는 밝은 얼굴이었다.

'대체 뭐가 그렇게 좋은 거지...? 둘 다 활동기일 때 덜컥 임신한 건데...? 거기다 그렇게 완벽 추구하던 놈이 지금 이 상황을 즐기고 있다고...? 대체 왜?"

그렇게 완벽 추구하던 신재현이 콘돔도 안 끼고 박문대와 섹스를 했다. 아니, 애초에 술을 자제력 잃을 정도로 마신 것부터 그와 어긋나는 일이었다. 거기다 속도위반 결혼 발표까지 하게 생긴 마당에 대체 뭐가 좋다고 밝게 웃고 있는 것인지, 박문대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완벽을 추구하던 놈도 사랑 앞에선 물러지기 마련이란 것을 박문대는 몰랐다. 신재현의 머릿속엔 그저, 박문대가 평생 자신의 옆에 있겠다는 생각 하나뿐이었다. 지금, 이 순간엔 그냥 아이돌도 아닌 탑 아이돌의 임신과 결혼이 어떤 바람을 몰고 올 것인가보단 박문대라는 존재 하나뿐이었다. 그 속을 모르는 박문대는 그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을 뿐이었다.

두 사람은 일단 활동이 끝날 때까진 둘만 알고 있기로 합의했다. 박문대는, 당장 병원부터 가자는 신재현을 말리느라 애 좀 먹었다.

'당장 목격담이라도 뜨면 어쩌려고.'

갑자기 판단력이 흐려져 버린 신재현에 박문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일단. ...활동 다 끝나고, 회사에 알린 후에 차차 생각하자."

박문대의 말에 아쉬운 듯 납득하는 신재현을 뒤로 박문대의 임신 사태는 미뤄졌다. 여담으로, 활동도 몸 안 좋다고 빠지라는 거 미쳤냐고 끝까지 마무리짓기로 한 것이었다. 임신 초기니, 신재현의 말이 맞는 것이었지만, 그럴 순 없었다.

그렇게 태풍 같은 활동을 모두 마친 때였다. 박문대는 미간을 꾹 누른 채 소파에 앉아있었다. 그의 앞에는 빙긋 웃으며 테스타 멤버들에게 박문대와 결혼하겠다 얘기를 꺼낸 신재현이 있었다.

'시발... 상의 좀 하고 지르라고 했지.'

박문대의 옆에 둘러앉은 테스타 멤버들 또한 박문대와 다를 바 없이 신재현을 보며 앉아있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양쪽 소속사에도 얘기를 한 후, 두 사람의 결혼 소식이 기사로 내보내졌다. 물론, 임신 얘기는 한 줄도 언급되지 않았다. 이미 결혼 얘기만으로도 큰 파장이 일 것이 뻔한데 거기게 임신 얘기까지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뒤 신재현으로 인해 속전속결로 혼인신고까지 마친 그들은 결혼식보단 테스타와 브이틱 멤버들끼리의 식사자리를 마련했다. 아무래도 그 편이 조용할 듯싶었으니까.

순탄치만은 않았지만 어찌 됐든 두 사람의 신혼생활이 시작되었다. 그 신혼생활이 박문대를 제법 피곤하게 했다. 임신했다 말하는 순간부터 온갖 극성을 다 떨어대는 신재현 때문에. 하지만 박문대는 그에 별말 하지 않고 무시로 일관했다. 입덧이 최고로 심하다는 시기였기 때문이었다. 입맛도 없고, 기력도 없었다. 먹고 싶은 게 생각나더라도 멜론이 다였다. 신재현은, 박문대에게 거의 삼시 세끼 멜론만 먹일 기세로 멜론을 공수해왔다. 그래도 박문대는 그 모습이 나쁘진 않았다. 뭐, 실제로도 삼시 세끼 멜론만 먹고 있기도 했고.

박문대는 신재현이 잘라온 멜론을 우물우물 씹으며 신재현을 가만 바라봤다.

"남들은 대신 입덧하기도 한다던데. 넌 왜 안 해."

그의 말에 신재현의 눈이 잠깐 놀란 눈빛으로 변했다. 그 눈으로 박문대를 보던 신재현이 어깨를 들썩였다.

"우.웁."

'남편이고 뭐고 진짜 때릴까.'

+

그로부터 몇 주 뒤, 박문대는 입덧이 완전히 사라졌다. 다시 밥도 잘 먹고, 기력도 되찾았다. 우물우물 입에 든 밥을 씹고 있는 박문대를 빤히 쳐다보던 신재현이 입을 열었다.

"이제 해도 되는 건가?"

웃으며 섹스 얘기를 꺼내는 신재현에 박문대는 그를 죽일 듯이 쳐다봤다.

"이제 콘돔 잘 끼고 하면 되지 않나요?"

신재현은 더 생글생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박문대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 문제가 아니잖아, 이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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