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석현성] 고딩 형현 썰

GarbageTime by 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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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성 짝사랑하는 조형석

- 친구>연인 되는 고딩 형현

- 총 5,177자 (p 사이트 재업)

- 다들 원중지상 근본의맛 형현하세요❤️💙

#1. 이현성의 시점

이규후 선생님에게 늘 빅 이벤트 골칫덩어리였을 고삐리 이현성. 농구를 간지로 하고 입에 걸걸한 욕을 달고 살아서 양아치라고 욕을 많이 먹었을 것 같지만, 까가 많은 만큼 빠도 많은 스타일이었을 것 같음. 오지는 세레모니와 지리는 3점 슛 성공률, 그리고 부담스럽지 않게 잘생긴듯 훈훈한 외모는 까빠를 미치게 할 수 있는 최적의 3요소였음. 그리고 코트 위의 이현성을 보고 정신을 못 차리는 사람이 하나 더 있었으니, 그게 조형석임.

원중지상전이 있던 날. 경기가 시작하기 전부터 자꾸만 지상고 쪽을 기웃거리더니 결국 경기가 끝나자마자 조형석은 이현성 옆에 붙어있음. 파울 타이밍과 어시스트가 예술이었다느니, 슛폼이 예쁘다느니. 조형석은 가자미 눈을 하고 있는 지상고 농구부원은 눈에도 안 들어오는지 한참을 조잘댔음. 원중고가 이긴 건 눈깔 양쪽 제대로 붙어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 하지만 이현성은 오늘 본인의 경기가 나름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조형석의 말이 나름 일리 있다고 생각하며 일단 들어줬음.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전에 친하지도 않았던 놈이 이러는 게 의문이었음. 노빠꾸 상남자 이현성은 조형석에게 냅다 물어보기로 함.

- 조형석이.

- 응, 현성아! 왜?

- 니는 와 니 학교 아들한테 안 가고 여 와서 이카는데.

- 현성이 너랑 친해지고 싶어서 그러지.

- 이게 미쳤나.. 니 내랑 언제 봤다고 친한 척이고.

- 그렇지? 우리 지금까지는 아무래도 많이 했지? 그래서 좀 더 자주 봐야 할 것 같은데 번호 교환할까?

번호 교환은 무슨. 이현성은 어이가 없었음. 어차피 농구공 붙들고 있거나 수업 시간에 자거나 하는 게 하루의 전부인데. 연락할 시간이 있을 리가 없었음. 연락을 한다고 해서 할 이야기가 그렇게 많을 리도 없었고. 하지만 조형석이 이렇게저렇게 구슬리며 구애(?)한 끝에 결국 둘은 번호를 교환함.

선톡은 당연하게도 조형석이 보냈음. 부산엔 잘 내려갔냐, 저녁으로는 뭘 먹었냐, 오늘은 몇 시에 잘 거냐 등등. 물어오는 말에 하나씩 대답하고 역으로 물어보다 보니 이현성의 예상과 달리 대화는 꽤 오래 이어졌음.

그렇게 하루가 한 주가 되고, 어느새 세 달이 지났을 때. 이현성은 모처럼 훈련이 없는 주말을 맞아 서울에 사는 사촌 형 자취방에 놀러감. 물론 사촌형을 보려는 건 아니었고, 조형석을 만나러 갈 핑계였음. 이 정도로 오래 연락을 했으면 어쩌다가 서울 갔을 때 한번 만나서 밥 먹을 정도는 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 어, 조형석이. 내다. 다른 건 아이고, 내 지금 서울 왔는데 밥이나 한번 같이 물래?

#2. 조형석의 시점

조형석은 제정신이 아니다. 갑자기 농구부 숙소를 뛰쳐나간 조형석을 보며 농구부원들은 모두 같은 생각을 함. 하지만 조형석에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음. 왜냐? 현성이가 날 보러 왔다는데(그렇게 말한적 없음) 게다가 밥까지 같이 먹고 싶다는데(데이트 아님) 지금 다른 게 중요해??? 내가 짝사랑하는 애가 날 보러 온다는데?

조형석은 어릴 때부터 꾸준히 농구를 했지만, 농구를 잘한 건 고등학교 때부터임(갑타 tmi 참고). 하지만 농구를 같이 시작한 친구들은 애매한 재능으로 하나씩 코트에서 떠났고, 모두가 조형석을 범접할 수 없는 천재로 여겼을 듯. 이게 무슨 뜻이냐면, 농구를 잘 못해 헤메던 과거도 슬럼프가 올지도 모르는 미래도 조형석에는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여겨졌다는 거임. 사실 잘 하는 때가 있으면 못 하는 때도 있는 거고, 세상의 모든 운동경기는 기복의 스포츠나 다름 없는데도. 조형석은 자연스럽게 부담을 느꼈지만 욕심도 있고 그만큼 실력도, 성깔도 어느 정도 있었기에 다른 사람들의 기대를 현실로 만들어주기로 다짐함. 

하지만 누군가의 기대에 맞춰 사는 일은 꽤 벅차는 일. 조형석이야 농구를 좋아했으니 힘든 순간도 대체로 잘 넘길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때가 없을리 없음. 그때마다 조형석이 위로를 얻은 건 기묘하게도 잘 알지도 못하는 부산 고등학교 농구부 경기였음.

부산에 있는 지상고등학교 경기는 가끔 영상으로 올라왔는데, 우연히 경기를 보다가 유난히 욕도 잘하고 도발도 잘 당해서 파울을 밥먹듯이 받는 한 선수를 발견함. 피지컬도 애매하고 딱히 무슨 포지션인지도 모르겠는데 또 심심치 않게 상대팀과 싸우고 퇴장을 당하기도 함. 그 실력에 그 성격으로 어떻게 경기에 꼬박꼬박 나오나 싶었는데, 그 욕쟁이 선수가 3점 슛을 던지는 걸 보자마자 조형석은 눈을 크게 뜸. 슛폼 진짜 예쁘다. 보다보니 슛 실력은 꽤 좋았음. 괜찮은 슈터인데? 한순간 평가가 올라감.

그뒤 종종 지상고 경기를 찾아봄. 복실복실한 머리카락에 살짝 처진듯한 눈. 이현성을 눈으로 좇다 보니 뭔가 마음에 차 있던 답답함이 플리는 것 같기도 함. 저렇게 악착같이 농구하고 싸우고 싶으면 싸우고. 자유로워보였음. 남들 보라고 농구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본인이 하고 싶어서 농구공을 붙들고 있는 것 같아서. 나도 저런 마음으로 농구를 할 거야. 조형석은 그렇게 되뇌임.

하지만 그게 조형석이 유난히 이현성에게만 달라붙었던 이유는 아님. 사실 조형석이 이현성의 경기를 보며 대리만족을 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현성과 굳이 친해지려는 생각은 없었음. 아무래도 성격도 워낙 까칠하고. 고등학교 리그에서는 농구를 제일 잘한다고 유명한 조형석이 대뜸 다가가서 '나 네 영상 보고 많이 응원받았어 우리 친하게 지내자'라고 해봤자 좋게 봐즐 친구는 없을 것 같았음. 지금 놀리는 거냐고 화를 내면 몰라도. 그래서 조형석은 이현성에게 굳이친한척하지 않고 있었지만, 예상외로 먼저 다가온 건 이현성이었음.

숨이 막히는 순간이 찾아온 어느 순간. 유난히 컨디션이 안 좋아 경기가 안 풀이전 날. 자판기 앞에서 멍하니 서 있던 조형석은 음료수를 사러 나온 이현성을 마주침.

아, 그 욕 잘하던 애다. 단번에 이현성을 알아본 조형석이 멍하니 서 있는데 갑자기 이현성이 포카리 캔음료 두개를 뽑더니 조형석에게 하나를 건넴. 뭐지..? 일단 주니까 손을 내밀어 받은 조형석은 어리둥절한 얼굴을 함.

- 어.. 이거 왜 나한테 줘?

- 마시라고 주지 뭐하라고 주겠노. 고생했다.

이현성은 짧은 말과 함께 씩 웃어보임. 입꼬리가 시원스럽게 올라가는 웃음. 장난스러운 것 같기도 하고 어른스러운 것 같기도 한 웃음에, 조형석은 순간 대답하지 못하고 이현성의 얼굴을 멍하니 봄.

사실 이현성은 별 생각 없이 준 거임. 체육관에서 원중지상전 경기를 성공리에 마치고 옆에 있는 음료수를 벌컥벌컥 마셨는데, 친구 거인 줄 알고 뺏어먹었던 음료가 원중고의 것이였음. 다같이 마시라고 단체로 사왔다고. 조형석의 것이라길래 하나 라서 다시 돌려주려던 이현성은 운 좋게 자판기 앞에서 조형석을 마주친 것. 그래서 그냥 뽑아서 바로 준것뿐임. 농구하는 고등학생 중 조형석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유난히 하루가 힘들었던 조형석에게는 그것이 어쩐지 뭉클한 위로였음. 우연히 타이밍이 맞은 거겠지만, 자신은 지금 어느때보다 수고했다는 말이 필요했으니까.

다시 말하지만, 타이밍이 좋았음. 정말.

달력은 지금이 여름임을 가리키는데, 여름 하늘을 그대로 담아놓은 것처럼 파란 옷을 입은 이현성이 저를 꼭 닮은 파란 음료수를 내밀었음. 보는 것만으로도 청량한 느낌. 그런데 오후에 시작되었던 농구경기가 끝난 지금은 마침 노을이 예쁘게 지고 있었고, 그래서 마음이 어쩐지 몽글몽글해져 있었음.

그러니까 무슨 말이냐면

그 순간이 첫사랑의 시작이었다는 거지.

#3. 첫 데이트?

서울로 찾아온 이현성을 맞이하기 위해 조형석은 그동안 모아온 18년차 본투비인싸 빅데이터를 활용해 이현성을 데리고 놀러 다님. 무조건 현성이에게 기억남을 서울구경을 시켜주겠어!

라는 다짐이 무색하게 즐기고 있는 건 조형석이었음. 쌍쌍바 큰조각을 망설임 없이 건네는 현성이의 모습이나 저번에 포카리 받고 좋아했던 걸 기억하고 조형석 화장실 다녀오는 동안 포카리 사놓은 서윗함 같은 것들... 콩깍지가 씌일대로 씌인 조형석은 조금 조급해짐. 사실 오늘 이현성을 꼬셔볼 생각이었음. 사실 이게 제대로 된 첫 데이트 아닌가? (아님. 안 사귐) 나한테 호감을 느낄 수 있게 멋있게 보이고 싶은데..

조형석이 그렇게 고민하는 중.

저녁까지 먹고 시원한 밤공기를 마시머 산책하는데이현성이 뜬금없이 말을 꺼냄.

니랑 노니까 재밌긴 하네

...! 나랑 노는거 재밌어?

뭐, 글체. 니처럼 세레모니도 시끄럽게 하면서 까부는 아들이 잘 노는거 아니겠나.

까부는...

금방 시무룩해진 조형석을 보며 이현성이 웃음.

니는 내랑 노는 거 어땠는데.

어떻긴! 너무 좋고 재밌지. 현성이가 매일매일 서울 왔으면 좋겠어. 아니면 내가 부산으로 갈까? 그게 좀 더 낫긴 하겠다. 내가 부산 자주 갈게! 갈 수 있어!

맞나.

응, 맞아!

조형석이 단언하자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는 이현성. 그 모습을 보고 조형석은 또 심장이 주체가 안 됨. 정말 언제 한번 놀러와주는 건가? 아니면 나 보고 오라고 하는 날짜를 말해준다던가? 어느 것이든 좋았음.

내는 마이는 아니어도 한번씩 서울 올라올 수 있다. 사촌 햄이 여기 살아가.. 근데 니도 부산 내려 올 수 있다카면.

이현성이 눈동자를 굴려 조형석을 바라봄.

조형석 니 내랑 사겨볼래?

귓가에 담담하게 내려앉는 목소리에 조형석이 잠시멍해짐. 뭐지? 

싫으면 못들은걸로 쳐라.

어?? 아니아니아니. 싫긴 누가 싫어, 현성아. 나 너무 좋아. 너 예전부터 좋아했어. 사실 오늘도 너 꼬시고 싶어서 열심히 돌아다닌 거야!!!

글나.

어... 근데 너는 나 언제부터 좋아했어...?

순식간에 얼굴이 빨개진 조형석을 보며 이현성이 생각함. 언제부터였더라. 현성아 현성아 하고 달라붙는 조형석을 보고 서울 아들은 원래 이래 간지럽나 생각했을 때? 자꾸만 밤마다 전화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은 조형석이 귀여워 보이기 시작했을 때? 하지만 진짜 반한 건 코트 위에서의 조형석을 봤을 때였음. 세레모니 할때는 뒤통수 쳐때리고 싶을 만큼 얄밉긴 하지만 멋있는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농구 잘하는 사람' 이라는 부동의 이상형을 가진 이현성에게는 조형석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상대였음.

꽤 됐다. 니 좋아한지.

부산 상남자의 담담한 말에 조형석의 얼굴이 불타는 듯 빨개짐. 이현성을 처음으로 좋아하게 되었던 그날의 노을처럼. 조형석의 머릿속에는 오만가지 생각이 다 돌아다니고 있었음. 현성이가 나를 좋아한다고? 진짜? 언제부터? 왜?? 하지만 지금은 이유가 크게 중요하지 않았음. 서로의 마음이 맞닿았고, 지금은 시간이 아까웠으니까.

그러므로 이현성이 왜 자신을 좋아하는지 조형석이 알게 되는 건, 조금 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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