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현X힐데] 우다닥
힐데. 사람이 싫은적은 없나요?
가만히 졸고있는 줄 알았던 남자의 질문은 제법 날카로웠다. 그가 졸기에 전용 이불을 덮어주고 간식을 꺼내먹으려던 찰나였다.
간식 생각이 사라지고, 숨막히는 감정들이 목을 틀어막았다.
이따금 가졌던 질문할 시간이 아닌, 그저 걱정과, 염려와, 애정이 묻은 질문은 피하겠다면 피할 수 있었으나 힐데는 피하지 않았다. 가까이 다가가며 대답했다.
"싫어."
가끔이라는 말이 붙었지만, 힐데는 싫어, 라는 말이 끝나기 전에 멈주는 숨소리를 들었다.
"가끔이라니까."
대자는 걱정이 많았다. 염려하는게 무엇인지도 알고, 그의 수많은 감정이 손끝에 잡힐 듯 헤아려졌다.
"하지만 네가 싫은적은 없었어. 단 한순간도."
"앞으로도?"
"그래. 네가 미워질 때 즈음엔 아마 인간의 편에 선 것을 후회하고 있겠지."
예현의 마음에 굳건한 믿음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금방 무너질 모래위의 누각같던 마음에, 어느 새 뿌리내린 씨앗은 바스러지는 흙을 단단히 붙잡고 뿌리를 내렸다. 그건 어린 나무지만 단단했다. 오십년의 시간은 인간에겐 너무 길었고, 수목에겐 너무 짧았다. 일방적인 믿음을 거름삼던 나무는 홀로 잎을 틔우다가 내 사람을 넘어, 대부의 자격을 넘어 연인의 자격을 갖게 된 사람의 곁에서 그의 색을 띄고 자라났다.
외로움은 소중한것을 더욱 소중하게 만들었다.
그 작은 상냥함에 기대어 살았다.
그의 상냥한 걱정과 사과, 감사가 다른 누군가의 것이 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하얗게 피가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모두 제 것이어야 했다. 가진 것 없던 인생에 가까스로 핀 사랑은 그렇게 얼굴도 모른 채 누군가에게든 전해졌을 목소리 하나만으로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
힐데는 예현의 머리맡에 쭈그리고 앉아 그의 머리를 가만가만 쓰다듬었다. 아이에게 얼른 잠들라고 쓰다듬는것 같기도 하고, 아파하는 마음을 달래려는 것같기도 했다.
"당신은 인간을 미워하지 못할거예요."
"네가 인간인 한은 그렇겠지."
"저뿐만이 아니라요. 당신은 정이 많으니까….그리고 누구라도 당신을 안다면 사랑할 수 밖에 없을거예요."
그 굳건하던 사람들의 호감을 사는 대부를 보고 있노라면, 그의 삶이 얼마나 별빛같은 희망으로 충만한지 알 수 있었다. 예현은 가끔은 그것을 불안해 했으며, 자주 다행이라고 여겼다.
사령관으로서 내가 없더라도 당신은 결국 인간을 사랑하여 우리를 지켜주겠지, 라는 마음은 예현의 불안을 가라앉혀주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그에게 충만한 희망은 그들 배저들이 앞으로 향할 미래를 기대하게 했다. 당신이 길을 열어줄것이라고. 당신이 가는 길이 찬란하여, 그 길을 걸으면 당신의 품에서 나던 향과 같은 향이 나는 아름다운 미래가 펼쳐질것이라고.
"음, 미워하지 않아서 다행이지…."
힐데는 초롱초롱한 예현의 눈을 보며 저를 증오하던 이들과 어느새 저를 아끼고 있는 이들을 떠올렸다.
힐데베르트라는 지도자를 미워함이 옳은데도 네게는 죄가 없다고 말 한 사람들.
"…사랑할수밖에 없지."
"잊지 말아요. 당신이 우리를 사랑하는 만큼 우리또한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알지."
어떻게 모르겠는가. 그 모든 감정들의 너울을.
울렁이는 힐데의 눈동자를 엿본 예현이 우물쭈물 말했다.
"당신이 너무 오래 아파하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과오를 더듬는 힐데의 마음을 아는 예현이 몸을 뒤척여 힐데를 향해 돌아누웠다.
어여쁜 얼굴이 동그란 눈을 하고 진심을 전했다.
"당신을 정말 사랑하기 때문에 걱정돼요."
"걱정 말고 그냥 사랑해주면 될 것 같은데."
어린 애처럼 웃는 힐데의 얼굴을 말끄러미 바라보던 예현은 이내 화사하게 웃었다.
"사랑해요. 그러니까 우리 같이 행복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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