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한쪽

걸리버 여행기

라이칠책라이

쓰고 싶은 장면만 쓴 완전 단문

NCP로 봐도 되고 뭐 원하는 대로 보십쇼

라이오스와 칠책 조합 파이팅❤


칠책은 라이오스의 방 앞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이거 뭔가 간지러운데… 하필 동선이 이렇게 돼서, 제길.

칠책은 마지막으로 여성을 집 앞에서 에스코트해 간 기억ㅡex-wifeㅡ을 상기하고 있었다.

젠장 이거 파티내 연애처럼 보이는 건 아니겠지… 파린이 우리가 지금 만나는 걸 안대도 별 생각 없을 거다. 당연하지 라이오스랑 나는 실제로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

혼자서 의심하고 변명하는 독백지옥에 빠져있다 보니 근처에서 나는 인기척에도 예민해졌다. 그와중에 뒤에서 이쪽으로 오는 발걸음 소리는 가뜩이나 예민한 칠책을 더욱 자극시켰고, 급기야 그 사람이 말을 걸자 칠책은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야”

“악!!!!!”

“아 뭔데”

여관에 밥 먹으러 왔다가 익숙한 냄새가 나길래 와봤던 이즈츠미는 난데없이 사자후 봉변을 당하고 질겁해 사라졌다.

1 칠책은 조합원들이 분쟁에 휘말리거나 부상을 당했을 때 그들의 귀가를 돕거나 그들이 안전하게 외출할 수 있도록 마중나온 경험이 셀 수 없이 많다

사자후를 듣고 급하게 나온 라이오스를 데리고 칠책은 걸음을 서둘렀다. 바삐 움직여서 아까의 흑역사… 이상했던 조명 온도 습도… 그런 것들을 다 떨쳐내고 싶었다. 걸음은 빨랐지만 흑역사 독백이 또 머리를 어지럽히는 사이, 어느새 목적지인 하프풋 노동조합 기숙사에 도착했다.

“잠시만 들어갔다 나올 건데, 그냥 여기서 기다릴래?”

아차.

“아니, 네 방 궁금한데 구경해 봐도 될까?”

내가 왜 이 자식 상대로 직설법이 아니라 사회인의 돌려 말하기 권유법을 썼을까…

칠책은 라이오스를 만난 뒤 부쩍 후회하는 순간이 늘어났다고 속으로 궁시렁거렸다. 뒤늦게라도 거절한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또 번복하는 건 꼴사납잖아… 애같아 보이고…

거짓으로 위장했던 속마음을 들키는 건 이혼 사유 발각 사건만으로 족했다. 그러니 이렇게 속으로만 궁시렁거릴 수밖에…

아, 방에 보물벌레 조림 받은거 있다고 얘기 자체를 하지 말걸… 어차피 난 안 먹는 거긴 하지만서도…

방문을 활짝 열어놔도 간신히 통과하는 빵빵한 등짝을 보며 부질없는 생각을 했다.

“와, 여기가 칠책 방이구나. 뭔가 멋있다.”

“흠… 그래?”

칠책은 은근히ㅡ라고 본인은 생각한다ㅡ 파티원들에게 칭찬 듣는 걸 좋아한다. 그는 약간 가벼워진 발걸음을 춤추듯 재게 놀려서 곧장 조림을 찾아냈다.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걸린 미소는 덤이었다.

그래. 그때까진 기분이 괜찮았다. 라이오스가

“으악!”

계단 세 칸을 한 번에 내려가려다 발목을 삐끗하고,

“끄어어어어어어”

그 여파로 계단 여섯 칸을 굴러 떨어지고,

“끕”

그렇게 순식간에 방의 제일 안쪽에 위치한 책상 다리까지 도달해 머리를 찧고 뻗기 전까진.

“잘~한다…”

괜찮냐고 물어볼 의지도 안 생길 만큼 어이가 없어서, 칠책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해버렸다. 어차피 청자는 그걸 들을 정신도 없었다.

2 하프풋 맞춤 계단을 얕보는 자는 누구든 그렇게 되리라

팔다리에 붕대를 칭칭 감고 머리에 물수건을 얹은 라이오스는 순식간에 환자 꼴이 되었다.

저러면 이제 공짜 조림보다 치료비가 더 나오지… 파티에 마술사가 있어서 다행이군.

그 꼴을 보고 측은지심이 발동한 칠책은 그가 방을 나서면 마르실한테 갈 때까지 대충 부축해 주기로 마음먹었다. 라이오스가

“미안! 물수건 때문에 앞이 잘 안 보여!”

“미안! 방금 내가 뭐 떨어뜨렸어?”

와르르

“이번엔 진짜 뭐 떨어진 것 같은데… 아니 쏟아졌나?”

단 세 걸음만에 방을 난장판으로 만들기 전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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