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븐 번즈 레드

[루카유키] 비트

2024. 2. 1. 프세터 백업

sn by 송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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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해에 조금 못 미치는 기억 속에서 밴드를 하게 되리라고 생각한 적 따위 조금도 없었다. 본업은 해커이고, 어떤 밴드를 좋아하긴 했지만, 나도 밴드를 하겠다는 마음이 들진 않았다.

그런 당연하게 여겼던 생각을 뒤집고, 나는 드럼 앞에 앉아있다.

인류를 위협하는 외계 생명체와 싸우는 군대에 들어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놀랄 일인데, 거기서 밴드까지 해야 하다니. 처음 밴드를 시작했을 때부터 이건 체력 낭비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나의 말썽꾸러기 밴드 멤버, 동시에 부대원들은 전혀 들어주지 않았고, 어느새 라이브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개성 강한 소리가 하나로 어우러져서 곡을 노래한다. 그 감각이 언젠가부터 나에게도 좋은 기분으로 다가왔다.

그렇기에 나도 이렇게 짧은 자유 시간을 빌려 드럼 앞에 앉아있는 거겠지.

호흡을 가다듬고 드럼 스틱을 손에 쥔다. 그리고 첫 박자를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앗, 윳키! 먼저 와있었구나!"

화사한 미소를 띠고 루카가 스튜디오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너도 연습하게?"

"음, 그럴 생각이긴 했는데~."

포지션에 맞게 기타를 매는 대신 루카는 내 앞으로 의자를 끌고 와 앉았다.

"일단 윳키의 드럼 치는 모습, 구경할래!"

그 말에 나도 모르게 긴장하게 된다. 저절로 굳어진 내 표정을 바라보며 루카가 고개를 갸웃했다.

"안돼?"

거기에 대고 안된다고 하는 것도 부자연스러웠다.

"마음대로 해."

평정을 꾸며 대꾸하고 다시 드럼 스틱을 들었다. 감정을 가다듬고 연주를 시작한다.

지금의 연주는 프로였던 루카가 보기에는 형편없겠지. 아니, 밴드 경험이 없었던 다른 멤버들이 보기에도 어색한 소리로 들릴 것이다. 나만 해도 이미 박자가 엉망진창이 되었다는 걸 느끼고 있으니까.

하지만 바로 앞에 있는 시선에 나는 두근거리고 만다.

가까스로 한 곡을 마치고 숨을 몰아쉬었다. 결국, 끝까지 제대로 된 연주는 하지 못했다. 시야에는 드럼만이 보이지만, 앞에서 모든 것을 지켜본 루카에게 신경이 쏠려 있었다.

"드럼 소리 말인데,"

이윽고 들려온 루카의 목소리에 내가 고개를 들었다.

"심장 소리 같지 않아?"

내 연주에 대한 질책도, 칭찬도 아닌 엉뚱한 말에 긴장이 탁 풀렸다. 한결 편안해진 마음으로 내가 대답했다.

"심장 소리라고 하기엔 너무 시끄럽잖아."

곧 루카의 얼굴에 미소가 깊게 팼다.

"그치만 지금 윳키의 심장 소리는 시끄러운걸?"

불의의 기습에 내가 입을 다물었다. 아니라고 바로 부정하지 못하고, 루카의 말이 머릿속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그 말이 무슨 의미였는지 조금도 확신하지 못한 채, 고요한 스튜디오 안에서 쿵쿵거리는 나의 심장 소리만이 나지막이 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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