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혼 제1011화 잃어버린 것이 있을 때는 분실물 센터에 가보는 것이 좋다.
⛓️ 오키타 소고 / 🐶 카나에 유리
오랜만의 데이트. 새로 나온 액션 영화를 봤다. 근사한 저녁을 먹었다. 산책을 하고, 예쁜 카페에 앉았다. 달콤한 음료가 나와서 한 입 들이켰다. 그걸 보고 유리는 눈물을 주륵 흘리며 말했다.
🐶 나 이제 너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
뭐?
소고는 자신이 잘못 들은 거라고 생각했다. 잔을 내려놓고, 두 눈을 끔뻑였다. 몸에 힘이 툭 풀려서, 컵을 깨트리지 않으려면 그래야 했다.
🐶 나… 이제 너를 사랑하지 않아.
유리는 어금니를 꽉 물었다. 마주한 두 눈이 물방울을 붙잡으려 잔뜩 찌그러져 있었다.
소고는 눈을 가리고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솔직히, 오키타 소고는, 짐작하고 있었다. 유리의 애정이 새어나가고 있다는 것을. 그걸 붙잡으려 둘 다 굉장히 노력했으니까.
유리는 이벤트를 준비했다. 소고는 선물을 챙겼다. 경치가 아름다운 곳으로 여행을 갔다. 아무 일이 없어도 껴안았다.
소용 없는 일이었다. 손으로 물을 잡을 수 없었다. 결국 완전히 말라버린 손바닥을 꾹 쥐었다. 소고는 머리가 핑핑 돌았다.
어떻게 사랑이 변해.
어떻게… 네가 날 버리겠다고 할 수 있어?
네가 없으면 난 어떻게 하라고.
끝사랑도 내게 준댔으면서….
거짓말쟁이.
나보다 더한 사기꾼.
⛓️ 난, 너 못 보내. 못 헤어져.
🐶 소고.
⛓️ 네가 날 사랑하지 않아도 상관 없어. 하지만 헤어지는 건 안 돼. 네 옆자리는 영원히 내 거야. 그렇게 약속했잖아....
🐶 소고….
⛓️ 제발…….
소고는 더듬더듬 팔을 뻗어 유리의 손을 꾹 쥐었다. 유리는 가만히 있었다.
언제부터 이 손에 감흥이 없어졌더라? 언제부터 내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에 행복감을 느끼지 못했더라? 언제부터 소고가 그저 짜증이 났더라? 언제부터?
유리는 고개를 저어 상념을 털어냈다. 그건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유리는 소고의 손아귀에서 손을 빼냈다.
🐶 그럴 수 없는 거 알잖아.
⛓️ 왜 안 되는데?
🐶 …내가 다른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어쩌려고?
⛓️ 만나. 마음대로 만나. 하지만 네 옆자리는 무조건 내 거야.
🐶 소고….
⛓️ 이것만은 양보 못 해.
감금당하고 싶은 거 아니면 이건 네가 포기해.
소고는 그 말을 꿀꺽 삼켰다. 그건 정말, 최후의, 최후까지 아껴둘 수단이다…. 쓸 수 있을까도 의문이지만.
🐶 네가 이럴 때마다 지쳐.
유리가 눈물을 다시 비췄다. 소고의 심장에 비수가 박혔다. 피가 흐르는 것을 느끼며 소고는 말했다.
⛓️ 그래, 알았어. 안 그럴게. 하지만 못 헤어진다는 건 알아둬.
소고는 먼저 일어났다. 거절을 듣지 않겠다는 것처럼. 유리는 비어버린 앞자리만큼 휑한 가슴을 매만졌다.
그치지 않을 것처럼 애정이 퐁퐁 솟아났는데, 메말라버렸어. 왜인지는 자신도 모른다.
유리는 한동안 편의점을 닫았다. 소고는 유리의 집 열쇠가 있었으나, 그가 직접 문을 열고 들어가진 않았다. 유리가 '지친다'고 했으므로.
유리는 며칠을 집에 박혀서 게임만을 했다. 누구의 연락도 받지 않고, 마치 무언가를 확인하려는 것처럼.
끼이익.
며칠간의 두문불출을 끝내고 유리가 집 밖으로 나왔다. 햇빛이 눈부시다. 후우, 한숨을 쉬고 유리는 가장 먼저 병원으로 향했다.
🏥 우주의 바이러스입니다.
의사가 말하기를, 도파민과 세로토닌을 흡수하며, 그를 생성하는 기관에 장애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것이다.
🏥 영구적인 상해를 입기도 하는데, 환자분의 경우는….
🐶 영구적인 상해를 입은 경우라는 거죠?
🏥…네.
그러니까, 카나에 유리는, 소고를 향한 사랑이 변한 것이 아니라…사랑 그 자체를 잃어버린 것이었다.
🏥 현재까지 치료 방법은… 없습니다.
🐶 …네….
🏥 우선 약을 처방해 드리겠습니다.
약국에 가서 약을 기다리며 유리는 생각했다.
다행인 걸까?
너를 사랑하지 않게 된 것이 아니라, 내 사랑이 고장 나 버린 거니까.
여전히 있는데, 작동하지 않는 것 뿐이니까.
유리는 이 사실을 소고에게 말하면 기뻐할까 슬퍼할까 가늠해보았다.
괴로워하다가도… 약간은 기뻐하려나.
그러나 유리는 그 사실을 소고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 누구한테도 알리지 않았다.
소고를 포기하게 해야 해.
보답 하나 없을 사랑 같은 거, 할게 못 돼.
마음 굳게 먹자.
유리는 소고를 철저하게 외면했다. 안겨주는 선물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으며, 소고의 품에 안겨 계산대 안쪽 공간에 눕는 것도 거절했다. 농담 하나 받아주지 않았다. 어서오세요, 안녕히 가세요. 그게 대화의 전부였다. 손님과 사장. 딱 그 정도의 관계로 대했다. 친구조차도 되지 않았다.
심지어 유리는 다른 사람들을 만났다. 남자, 여자 가리지 않았다. 일부러 소고가 순찰하는 날을 골라서 데이트를 했다. 억지로 웃음을 터트렸다. 행복 같은 거 느껴지지 않지만 행복에 겨운 척, 사랑에 빠진 척. 소고는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상처받았으나, 할 일을 했다.
실수가 늘었지만.
주변은 술렁거렸다. 항상 안달난 사람처럼 붙어다니던 둘이 데면데면하게 굴었으니까. 둘에게 물었다.
싸웠니?
아니요.
대답이 같았다.
혹시 헤어졌니?
아니요.
네.
대답이 달랐다.
유리의 대답을 건너 건너 들은 소고는 유리의 편의점으로 쳐들어갔다. 고성이 울리고, 울음소리도 흘러나갔다. 와장창, 뭔가가 벽에 부딪히는 소리도 들렸다. 끝내 편의점을 나온 것은 유리였다. 소고는 유리를 붙잡고 억지로 키스를 했다. 유리는 소고를 밀쳐내고 거리 사이로 사라져버렸다.
유리는 마구잡이로 걸었다.
어떻게 해야 소고가 포기를 할까?
힘들어.
지쳐.
지긋지긋해.
편의점 같은 거 접고, 멀리 떠나버릴까?
그래, 그러는 거야. 다른 나라로 가자.
아, 하지만, 그러면, 내 가족들은.
이제 그들마저 사랑하지 않지만….
눈물로 얼룩진 걸음을 붙잡은 것은 긴토키였다.
☁️ 얼라리, 사장님. 왜 길 가면서 울고 그러셔.
긴토키와 유리는 눈이 마주쳤다. 붉은 눈. 소고와 같은…. 유리는 왈칵 서러움이 흘러넘쳤다.
🐶 긴토키 씨이이…….
유리가 엉엉 울음을 터트리자 긴토키는 황당, 당황 그 자체였다. 어찌어찌 유리를 데리고 바로 근처 식당으로 들어갔다. 바에 나란히 앉아 유리는 그동안 있었던 일을 토해냈다. 긴토키는 진지하게 들어주었다.
훌쩍 훌쩍.
모든 이야기가 끝나고 유리가 입을 다물자 긴토키는 맥주를 쭉 들이켰다. 답답한 속을 풀고자 한 일이었다.
☁️ 그래서? 뭘 어떻게 하고 싶은데?
🐶 모르겠어요. 그냥 이대로 떠나버릴까요?
☁️ 그래도 되고.
🐶 소고만 저를 포기하면 떠나지 않아도 되는데.
☁️ 그놈이 순순히 그러겠냐?
긴토키는 무미건조하게 반응했다. 유리는 입술을 삐죽이며 찬 맥주잔으로 눈가를 식혔다.
🐶 하여튼, 이 얘기는 비밀이에요. 특히 소고한테는 절대 말하면 안돼요!
☁️ 그래, 이해한다. 오키타 군 성격에 이걸 들었다간 네 옆에서 절대 안 물러나겠지.
유리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맥주를 들이켰다.
그 이후는 그냥 잡담을 하며 술자리를 이어갔다.
병원에서는 뭐래?
치료법을 수소문하고는 있대요. 약도 꾸준히 먹고 있고요.
약? 효과 있는 약이 있어?
그냥, 그 바이러스의 활동을 좀 느리게 만드는 정도예요. 이거라도 안 먹으면 우울장애 올거라나.
그러냐.
하아―. 역시 그냥 떠나버릴까 하고요.
어이쿠. 오키타 군이 노발대발하겠네.
몰래 가야죠, 뭐. 괜찮은 행성이나 나라 아세요?
그걸 알면 내가 여기서 이러고 뭉개고 있겠어? 진즉에 자리 옮겼지.
참내. 모르면 됐어요.
…
……
🐶 잘 가요, 긴토키 씨. 즐거웠어요.
☁️ 오냐.
즐거워? 너 오늘 내내 한 번도 웃지 않은 건 아냐, 요 녀석아?
긴토키는 입을 다물었다. 저벅저벅 걸어가는 유리의 등을 보며 긴토키가 뒷머리를 긁적였다.
몇 주가 흘렀다. 소고와 유리의 사이는 그대로였다. 소고가 두드리고, 유리가 외면하고. 상처주고. 싸우거나 헤어진 것은 아니라는 말에 주변인들은 혼란스러웠지만, 그런대로 익숙해져 갔다.
어느 날, 유리는 문득 짐을 쌌다. 평소와 같은 하루를 보냈다. 소고와의 대화도 어서오세요, 안녕히 가세요로 끝냈다. 다를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새벽. 유리는 커다란 가방을 매고 집을 나섰다.
⛓️ 어디 가, 유리?
C. 자스츠님
소고의 목소리가 날아든 것은 계단을 다 내려왔을 쯤이었다.
어둠 속에서 소고가 스윽 벽에 기댄 몸을 일으켰다. 유리는 당황했다.
정말 충동적으로 정한 것이었으므로, 아무도 이 여정을 몰랐다. 그런데 어째서, 소고가 제 눈 앞에 있는가?
⛓️ 유리. 어디 가냐고 물었어.
🐶 …네가 알 바 아니야.
유리는 차갑게 대꾸했다.
⛓️ 떠나려고?
소고의 눈이 어둠 속에서 빛났다.
🐶 네 알 바 아니라고.
유리는 몸을 휙 돌렸다.
⛓️ 가지마.
유리는 무시했다.
⛓️ 가지마!
소고가 유리의 손목을 붙잡았다. 유리는 그것을 바로 탁 쳐냈다.
🐶 후….
지긋지긋하다는 한숨. 그것은 한파가 되어 소고의 심장을 얼렸다.
가둬버릴까?
소고는 극단적인 생각에 치달았다.
나만 아는 곳에 널 숨기고, 정신을 무너트려서, 나밖에 모르게 만들고, 온전히 내 손 안에만…….
아. 하지만.
그러면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나의 평화가 부서져버리겠지.
소고는 그럴 수 없었다. 유리는 소고의 지켜야 할 평화 그 자체이므로….
그래서 소고는 어린아이처럼 떼를 쓰고 유리를 붙잡았다.
가지마, 제발.
이 손 놔.
어디로 가버리려고. 네 집은 여기잖아.
이 손 놓으라니까.
네가 사랑하는 건 다 여기 있잖아. 그러니까 제발 어디 가지마!
손 놓으라고!
짜악-!
유리가 소고의 뺨을 강하게 쳐올렸다.
소고는 아랑곳하지 않고 유리를 꽉 껴안았다.
⛓️ 영영 떠나버릴 생각이지? 가지마. 귀찮게 안 할게. 보답 같은 거 바라지도 않아. 제발 옆에만 있게 해줘….
절절한 음성에도 유리는 반항만을 일삼았다.
🐶 이거 안 놔, 오키타 소고?!
유리는 사정 봐주지 않고 자신을 감싼 소고를 마구 때렸다.
그럴수록 소고는 유리를 더 꽉 껴안을 뿐이었다.
⛓️ 네가 안 떠난다고 할 때까지 절대 못 놔.
🐶 내가 왜 그런 약속을 해야 하는데?! 네가 뭔데!
유리는 이 무거운 에도를 훌훌 털고 떠나고 싶었다. 그것을 막는 소고가 원망스러웠다.
🐶 그래, 맞아. 너, 날 사랑한다며. 그럼 내가 원하는 대로 해줘야 하는 것 아니야?
⛓️ 떠날거잖아. 안돼, 그것만은. 다른 짓 뭘 해도 상관 없어. 하지만 그것만은 안돼.
🐶 그럼, 내가 널 죽이겠다고 해도?
싸한 정적이 잠시간 흘렀다. 유리는 아차 싶었다. 그래도 이를 꽉 물고 말을 물리지 않았다.
⛓️ 그걸 원해?
🐶 ….
유리는 입을 앙다물고 소고를 노려보았다.
⛓️ 그걸 원하냐고.
소고는 평안한 얼굴을 했다.
스르릉.
소고가 칼을 꺼냈다. 당황한 것은 유리였다.
🐶 잠깐, 잠깐.
⛓️ 받아.
소고는 유리에게 억지로 칼을 쥐여주었다.
⛓️ 원하는 대로 해봐.
C. 二爲님
유리는 손에 쥔 칼과 가만히 서서 선고를 기다리는 소고를 번갈아 보았다. 잘 벼려진 칼. 내게 있어서 한없이 약한 모습을 보이는 남자. 사랑이 없으니 죽이는 것은 쉽지만.
유리는 칼을 내동댕이 쳤다.
🐶 그걸 말하는 게 아니란 걸 알잖아!
소고가 고개를 기울였다.
⛓️ 그러면. 뭘 원해.
🐶 날 놔줘.
⛓️ 안 돼.
너만 괴로울 거야, 멍청아.
널 사랑해줄 수 없는 날 두고 떠나야 맞잖아.
네가 못하니까 내가 하는거잖아.
🐶 제발, 날 놔…….
유리는 또다시 눈물을 왈칵 흘렸다. 소고가 흐르는 물줄기를 조심스럽게 훑었다.
⛓️ 울지마.
유리는 흐린 시야로 소고를 마주보았다. 나만을 사랑하는 나의 붉은 눈. 말없이 시선을 교환했다. 진득하게. 소고는 천천히 얼굴을 가까이 했다.
펑-!
☁️ 으아아아아악!!
👓 아아아악! 카구라아!!!
🌂 흐아아아아악!!!
🐶 와아악?!
분위기를 깬 것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해결사들이었다.
소고와 유리 사이에 널부러진 해결사들. 유리는 소고 품에 안겨 물음표만을 날렸다.
⛓️ 성공했습니까?
가장 밑바닥에 깔린 긴토키가 팔을 후들후들 들어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유리만이 무슨 말인지 몰라 의문이었다.
가장 위에 널부러졌던 카구라가 벌떡 일어났다.
🌂 이제 됐다, 해! 유 짱, 다 나았다, 해! 우리가 죄다 해치워버렸어!
🐶 뭐, 뭘…?
⛓️ 설명은 나중에 하고.
소고는 유리의 고개를 돌려 입을 맞췄다. 신파치가 헐레벌떡 카구라의 눈을 가렸다. 유리는 소고를 밀어내려다…멈칫. 호응했다.
간만의 입맞춤은 달콤했다. 도파민이 마구 돌았다. 유리는 기어이 소고의 목에 팔을 걸었다. 긴토키가 카구라의 귀를 막았다. 츄웁 춥. 적나라한 소리가 울렸다.
조금의 텀을 두고 신파치가 큼큼 헛기침을 했다. 그때가 되서야 유리가 고개를 돌렸다. 소고가 불만스러운 얼굴을 했다.
⛓️ 뭐야? 아직 한참 모자라.
🐶 아니, 일단 무슨 일인지는 듣고.
👓 아, 그게 말이죠.
유리가 긴토키에게 하소연을 한 날, 긴토키는 소고에게 찾아갔다. 그는 '이해한다'고 했지, '말하지 않겠다'고 한 적은 없었으므로. 유리가 허망한 표정으로 긴토키를 돌아보았다. 긴토키는 태연하게 코를 팠다.
하여튼. 내막을 알게 된 소고가 괴로워하면서도 기뻐하며, 당장 유리에게 달려가려는 것을 긴토키가 막았다.
☁️ 진정하라고, 오키타 군. 해결할 방법이 있을 것 같으니까.
소고는 얌전해졌다. 긴토키는 예전, 누군가의 몸 속에 들어가 바이러스 비슷한 것을 물리친 적이 있다고 얘기해주었다.
☁️ 같은 방법을 써보려고 해. 뭐, 될랑가는 모르겠지만~.
⛓️ 나는. 난 뭘 하면 됩니까, 형씨?
☁️ 흐음. 유리를 감시해.
⛓️ 혹시나 떠나지 않도록요?
☁️ 말귀 잘 알아먹네.
그래. 그날 이후 몇 주의 시간동안 소고는 유리의 집 근처에서 유리가 떠나려고 하지는 않는지 밤잠을 지새웠다.
유리가 소고를 돌아보았다. 소고가 슬쩍 눈치를 봤다. 유리는 그제야 소고의 꼴이 눈에 들어왔다. 퀭한 눈가와 퍼석해진 피부, 다림질이 안 된 구겨진 제복. 눈물이 핑 돌았다. 유리가 소고의 눈가를 조심히 쓸었다. 애정이 듬뿍 담긴 손길이었다. 소고는 눈을 스르르 감았다.
🌂 꼴값 떨지 말고 얘기나 마저 들어라, 해.
또다시 분홍빛 분위기가 퐁퐁 솟아나려는 것을 카구라가 원천 차단했다. 소고가 카구라에게 으르릉거렸다. 카구라도 지지 않았다. 그 사이에서 신파치가 설명을 이어갔다.
소고는 경찰의 공권력으로 유리의 병원 기록을 빼왔으며, 그 기록을 토대로 해결사가 겐가이에게 협력을 요청했다.
🔧 작아져서 몸 안에 들어가는 건 문제가 없는데…이거, 영구적인 손상도 있구만. 기다려라.
그렇게 해결사들은 알X칠이 솟아나는 무기를 들고 유리의 몸속 대탐험을 한 것이었다.
👓 다행히 적혈구 G-36712호 씨가 상냥하게 뇌하수체까지 안내를 해주셨어요. 백혈구 T-745426호 씨와 함께 바이러스들을 물리쳤고요.
유리는 감동이 찌르르하고 온 몸을 꿰뚫는 것을 느꼈다. 나 원래 이렇게 눈물이 헤픈 사람이 아닌데.
🐶 …모두…. 긴토키 씨…신파치 군…카구라…….
와락. 유리가 세 사람을 끌어안았다. 신파치와 카구라는 헤헤 웃었고, 가운데에 낀 긴토키는 좁아서 불편하다는 표정이었다.
🐶 진짜, 진짜…너무너무 사랑해요, 다들.
유리는 사랑을 다시 입에 담으며 행복이 뿌듯하게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들은 세상을 다시 아름답게 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
☁️ 이제 됐으니까 그만 놔라, 욘석아.
🐶 훌쩍. 네.
유리는 다시 한번 더 꽈악 팔에 힘을 주었다가 풀었다. 그런 유리를 끌어안는 손길이 있었다. 당연하게도 소고였다.
⛓️ 고맙습니다, 형씨.
☁️ 그래, 이제 회포를 풀 시간이겠지. 우린 간다~.
🐶 앗. 뭐라도 먹고 가요.
☁️ 됐어, 체할 일 있냐?
긴토키는 신파치와 카구라를 바리바리 싸들고 퇴장했다. 소고는 유리를 껴안은 팔에 힘이 조금 더 주었다. 유리는 품 안에서 꾸물꾸물 뒤를 돌았다. 속상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소고의 부은 뺨을 조심히 쓸었다.
🐶 어떻게 해. 많이 아프지…?
⛓️ 뭐, 좀 매섭긴 하더라.
🐶 피하지 그랬어, 바보야.
⛓️ 그랬다간 누구누구가 냉큼 튀어버릴까봐.
🐶 미안해.
⛓️ 그것보다 듣고 싶은 말이 있는데.
🐶 응, 사랑해.
⛓️ 더 해줘.
사랑해, 사랑해. 버드키스 한 번 한 번에 온 마음을 담아서 속삭였다. 소고는 그제야 갈증이 해소되는 것을 느꼈다. 몸에 힘이 풀렸다.
소고가 크게 하품을 하자 유리는 소고를 데리고 집으로 올라갔다. 지극 정성으로 돌봤다. 세수를 하면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주고, 재킷과 조끼를 벗겨주고, 이불을 잘 정리해주고. 소고가 원하는대로 품에 폭 안기기까지 했다.
🐶 잘 자, 내 사랑.
⛓️ 계속 여기 있어.
🐶 응. 말 들을게.
소고는 금새 잠이 들었다. 유리는 한참을 사랑스럽다는 눈으로 소고를 바라보다가 같이 잠에 들었다.
오늘은 편의점을 쉽니다.
왜냐하면, 사랑을 되찾았거든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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