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늦.크(늦은 크리스마스라는 뜻)
* 당일치기
* 쿠로랑 마다라 논시피(표기 및 태그는 소속사 순서)
* 약 2000자
* 두서없음
눈보라가 휘몰아친다.
키류 쿠로는 검은 우산을 든 채로 묘비에 를 내려다본다. 내려놓은 꽃다발의 붉은 꽃이 눈에 가려진다. 언제까지고 전등이 들어온 산장에서 누군가가 걸어나온다.
“어라아. 묘지기 씨가 이런 곳엔 무슨 일일까아?”
작은 전등을 든 산장지기가 쿠로의 옆 빈 의자에 앉는다.
“너는 무슨 일이냐. 남의 사건에 괜히 관여하지 말라고.”
“산장의 주인으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광경이라서어. 몸이라도 녹일 생각 없어?”
쿠로는 산장지기를 가만히 바라본다. 슬쩍 쿠로에게 전등을 가져다 댄다. 따뜻한 온기에 홀려 응해버렸다.
이끌려 들어간 산장은 포근했다. 나무 테이블에 앉아 조금 기다리자 따뜻한 수프가 나왔다. 숟가락을 들어 한 입 먹어본다. 특출난 것 없는 평범한 맛이었다.
“어때애, 우리 산장 특제 수프란다아! 마마의 정성까지 담아서 더더욱 맛있다구우!”
마다라는 묵묵히 수프만 먹는 쿠로의 맞은 편에 앉는다.
“별로. 그냥 평범해.”
“재미없어라아.”
쿠로는 턱을 괸 채로 수프를 휘젓는다. 입맛이 없었다.
“방이라도 잡아줄까아?”
“아니.”
대강 눈치챌 수 있을 법했다. 마다라는 일부러 쿠로에게 두터운 코트를 하나 걸쳐 토닥여준다.
“괜찮아, 괜찮아아. 묘지기 씨는 잘하고 있다니까아. 여기까지 찾아온 것도 날 보고 싶었던 거지이?”
마다라를 노려본다.
“비슷하지 뭐.”
긍정을 내비친다.
수프를 남긴 채 자리에서 일어난다. 당황한 마다라를 무시한 채로 다시 바깥의 묘비로 향한다. 쿠로는 조용히 묘비에 기댄다. 마다라는 쿠로의 우산을 든 채로 가만히 바라본다.
“묘지기 씨.”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우산을 씌워준다. 눈이라도 맞으면 덜 차가울까 싶어서, 외로움을 잊게 해주고 싶어서.
“미케지마.”
“으응? 우리 구면이었던가아?”
“아까 봤어. 문패에 걸었잖아. 그것보다도, 그냥 우산만 두고 가라. 괜히 끌어들이지 말고.”
“괜히 싫은 티느은. 그래도 들어올 거면서?”
“…”
“자아자아, 이만 들어오려엄. 마마는 묘지기 씨같이 추위에 떨고 있는 아이를 무시할 수 없어요오!”
“시끄러워.”
천천히 일어선 쿠로가 마다라를 밀쳐낸 후 뒤돌아 떠난다.
“코트는 고마웠다.”
“아.”
묘지기 씨.
닿지 않는 끝말이 눈에 쌓여 묻힌다. 쿠로에게 닿지 않는다.
어깨에 쌓인 눈을 털고 제 보금자리에 도착한 쿠로는 어색함을 깨닫는다.
“우산이….”
한숨을 쉬고 다시 길을 나선다. 두터운 눈이 더 쌓이기 전에 서두른다. 가는 길은 익숙했다. 이미 몇 번이고 갔던 길은 이제 눈을 감고도 갈 수 있었다. 폭설에 파묻히는 듯했다. 움직이기 어려웠다. 눈길을 헤쳐야 했다. 그새 종아리를 덮은 폭설이 이동을 방해했다. 역풍이 끊일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힘들다.
아무나.
“묘지기 씨?”
정신이 든다.
마다라가 검은 우산을 든 채로 쿠로를 바라본다.
“뭐야아, 왜 여기까지 왔어어? 따뜻하게 들어가 있지.”
“어, 음. 코트 반납…?”
어색하게 대답한다. 쿠로의 대답이 불만족스러운 마다라가 입을 삐죽 내민다.
“그럼 빨리 돌아가. 너도 추운 바깥에 있을 필요는 없잖아아.”
“아니, 음….”
“뭐가 아니야. 빨리이.”
얼떨결에 마다라에게 등이 떠밀린다. 덕분에 늦은 밤의 산길이 외롭지는 않았다. 실없는 이야기를 나누며 순식간에 다시 되돌아온다.
“여기가 쿠로 씨의 집이구나아.”
“집이라고 할 것도 없지만.”
“잘 수만 있으면 집인거지 뭐어.”
등을 떠민다. 저도 모르게 집으로 돌아간다.
“잘 자, 쿠로 씨이! 늦은 밤 춥지 않게 보내고오!”
문을 닫으려다 멈칫, 손을 멈춘다.
“아 참. 어머님 묘는 내가 치워놨어. 우산 잘 썼단다.”
그러고선 문이 닫힌다.
이번에는 반대로 쿠로의 손이 멈춘다. 약점을 들킨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그럼에도 한결 나아진다.
“이상하네.”
기분 탓이겠지, 생각하며 우산을 꽃는 쿠로였다.
현관의 눈은 온기로 인해 전부 녹았다. 그렇게 보일 정도로 깔끔하게 치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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