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농담이라고. 농담."

“무얼 그리 빤히 보시나?”

“너.”

“그걸 몰라서 묻겠어?”

“어쩌다가 마가렛이 네게 호감을 가지게 된 건지,”

“내가 좀 귀엽잖아.”

 

뻔뻔한 여자. 낯빛 하나 변하지 않고 말을 끊어먹은 리나는 어깨를 으쓱이고 소파 위로 발라당 누워서 손가락을 까딱였다. 감히 제 말에 토를 달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무언의 압박, 정도가 될까. 부러 건드려서 좋을 게 없으니 나는 여인의 고요한 협박을 받아들이며 맞은편에 앉아서 가만히 그 생김새를 구경했다. 입을 다물고 있으니 어디를 어떻게 봐도 유한 외모인데. 겉만 보고 판단하는 게 얼마나 멍청한 짓인지 새삼 다시 깨닫게 해주는구나.

 

“야. 잭.”

“왜.”

“만약에 내가 너를 가르면,”

“그 얘기는 그만하기로 한 거 아니었나?”

 

저 검은 머리통 안에는 뭐가 들었기에. 진작 때려치우기로 했던 칼부림을 다시 입에 올린 여인은 제 말을 끊어먹으니 입술을 댓 발 내밀었다.

 

“그러니까 만약에라고.”

“……하. 그래. 만약에.”

“그럼 너도 클리브도 동시에 죽는 건가?”

“아마도 그렇겠지.”

“근데 그게 아니라면?”

 

뭐가 그리 재미있는 건지 그새 만면에 웃음을 띤 리나가 벌떡 일어나 앉아서 “생각해 봐.” 하고 제법 그럴싸한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몸은 하나지만 인격이 두 개잖아? 몸을 차지한 인격이 죽기 직전의 큰 충격을 받아서 의식이 끊기는 거야.”

“끔찍한 말을 잘도 하는구나.”

“말이 그렇다는 거지. 아무튼 그렇게 죽기 직전 의식을 잃었을 때 몸을 꼼꼼히 치료해서 살려낸다면? 그럼 의식이 사라진 인격은 영원히 죽은 게 되고, 그 안에 숨어있어서 피해를 면할 수 있었던 인격이 몸을 온전히 차지하는 게 아닐까?”

 

재미있는 가설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까 굳이 저 말을 하는 이유는,

 

“몸을 차지하고 싶으면 도움을 요청하라 이건가?”

“뭐. 물론 공짜는 아니고.”

“뭘 원하는 거지?”

“마가렛한테는 비밀로 하기.”

 

짓궂은 얼굴. 모럴 없는 여인만이 자신만만하게 할 수 있는 약속이자 최악의 농담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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