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궤도

무희망적 낭만주의

톰 리들이라는 사람을 아세요?

이우는 밤 by 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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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교환 | 5500자 | 《해리 포터》 드림

(C)떨리고설레다 2024


그냥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범한 하루 같았다. 아래층으로 내려가기 위해 교복 셔츠를 집어들기 전까지는. 한 쪽씩 순서대로 팔을 꿰고 앞을 잠그는데, 구멍에 단추를 밀어넣는 손가락이 계속 미끄러졌다. 오늘은 도대체 뭐가 문제지? 세 번쯤 실패했을 무렵 해리 포터는 옷에서 손을 뗐다. 혹시 미끄러지기 저주에라도 걸린 걸까? 그러나 해리가 호그와트에서 보낸 시간은 누군가의 원한을 사기에는 — 말포이 같은 특이 케이스를 제외하면 — 너무 짧았을 뿐더러, 해리는 그런 마법이 존재하는지조차 잘 몰랐으므로. 그냥 손가락이 오늘따라 멍청하게 구는 것일 확률이 높았다.

그럼 호그와트의 식사가 너무 맛있어서 살이 쪘을 가능성은? 해리는 인내심을 바닥까지 싹싹 긁어모아 한 번 더 도전했다. 하지만 더들리 더즐리마저도 아침마다 셔츠를 제 손으로 입었다. 그새 해리의 몸에 아무리 살이 붙었다 해도, 더들리를 넘어서려면 아직 수십 년은 일렀다.

그보다는 그저 운 없는 아침인 것 같았다. 뭐, 살다 보면 간간이 그런 날이 있잖은가. 일어나자마자 침대를 잘못된 방향으로 내려오고, 양말을 짝짝이로 신고, 그날따라 벨트가 제대로 잠기지 않는…. 엉망진창의 하루가. 프리벳가 4번지에서 해리는 늘 더들리의 커다란 바지를 물려입어야 했기 때문에 벨트는 조금 치명적이었다. 하지만 여기는 호그와트였다. 셔츠야 다른 옷을 받쳐 입으면 되니 심각한 문제는 아니었다.

그냥 셔츠를 풀어헤치고 나가는 편이 좋을 듯했다. 아껴 둔 인내심은 이미 바닥났고, 해리는 여기서 더 단추와 씨름할 자신이 없었다. 호그와트의 교복 규정은 아직 잘 알지 못했지만 썩 중요해 보이지는 않았다. 당장 그리핀도르 휴게실의 고학년생들만 봐도 넥타이나 조끼 없이 복도를 활보하기가 일상이었다.

해리는 가방을 뒤져 하얀 면 티셔츠를 찾았다. 프리벳가 4번지에서 받은 것 중 가장 목이 덜 늘어난 옷이었는데, 아무런 무늬 없이 단순한 디자인이 더들리의 눈에 잘 띄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짐가방 구석에 처박혀 있어 조금 구깃구깃했는데, 막상 입어 보니 크게 신경은 안 쓰였다. 해리는 앞섶의 주름을 대충 손으로 쓸었다. 셔츠에 빠르게 팔을 꿰어 넣고, 바지 단추를 잠근 뒤 양말을 신었다. 조끼는 침대 위에 던져 놓았다. 넥타이는 바지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그대로 계단을 내려왔다.

“그렇게 나가려고?”

론의 놀라는 시선을 받으면서는 그냥 어깨만 으쓱했다.

“응, 그렇게 됐어.”

아침부터 계속, 무언가 묘하게 안 풀리는 날이었다. 학생 식당에 들어가기도 전에 말포이의 비아냥거림을 듣고, 계단을 오르다가는 로브를 밟고 넘어질 뻔했다. 마법약 시간에는 엉겅퀴 줄기를 찧다가 책상에 팔꿈치를 부딪치기까지 — 스네이프가 곁을 지나가다가 너무 큰 소리로 비아냥거린 탓이었다. 론도 인정했다 — 했다. 해리는 완전히 녹초가 되어 터벅터벅 그리핀도르 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의 하루를 망친 최악의 일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그것 하나에 비하면 앞선 나머지는 조금 흥미로운 해프닝에 불과했다.

그러니까 그날, 해리 포터는 유령 코델리아 앤서를 처음 만났다.

유령의 손바닥이 뺨을 덮을 때의 감촉을 해리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물론 그때 해리는 눈을 감은 채였으므로, 앤서가 정말 그의 볼을 어루만졌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목이 달랑달랑한 닉의 팔에 손을 통과시킨 경험에 미루어 보면 거의 확실했다. 유령의 피부는 서늘하고 창백했다. 찬물에 적신 손수건을 꾹 짜서 올려놓는 감각이었다. 아니면 새벽 이슬이 내린 풀밭에 얼굴을 파묻거나. 어느 쪽이든 결코 유쾌한 기분은 못 되었다. 무언가와 ‘닿았다’라는 느낌은 있었지만, 이에 마땅히 따라와야 할 무게감이 없었다. 해리는 천천히 잠에서 깨어났다. 허공에 떠서 저를 내려다보는 투명한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창밖으로 비쳐 들어오는 흐릿한 달빛이 사물을 식별할 수 있게 하는 유일한 광원이었다. 해리뿐 아니라 그의 가여운 룸메이트들에게도 안 좋은 소식이었다. 차가운 불빛은 시야에 들어오는 무엇이든 평소보다 열 배는 으스스하게 바꾸어 놓았다. 그러니 모두 달의 탓이라고 해리 포터는 주장했다. 태양, 지팡이의 빛, 하다못해 프리벳가 4번지 그의 다락에 달린 싸구려 백열등이라도 있었다면 그렇게까지 놀라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썩 일리 있는 변명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친구들의 단잠을 깨운 해리의 잘못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앤서가 느릿하게 눈을 깜박일 때, 뒤늦게 상황을 인지한 해리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곳이 호그와트라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고 비명을 질렀다. 유령이야!

“루모스!”

론이 머리맡을 더듬어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나중에 듣기로는, 그가 실수 없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마법이라고 했다. 론은 머쓱하게, 그러나 조금 뿌듯하게 고백했다. 드러난 귓가가 붉었다.) 셰이머스 피니건과 딘 토머스가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몸을 일으켰다. 깜박깜박 잠을 쫓는 눈과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는 손이 신경질적이었다.

“무슨 일이야, 해리?”

“어어….”

해리는 침대 옆을 쳐다보면서 건성으로 웅얼거렸다. 창백한 여자는 론이 불을 켜기가 무섭게 바닥을 통과해 사라졌고, 그래서 그 자리에 남은 것은 허공뿐이었다.

“나쁜 꿈이라도 꾼 거야?”

셰이머스가 큰 소리로 물었다. 론이 눈썹을 찡그렸다. 해리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과는 조금 달랐지만, 굳이 길게 설명해서 친구들의 휴식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가 봐.”

“그럼 됐지. 다시 자자.”

“미안.”

딘이 단호하게 상황을 정리했다. 해리는 빠르게 사과했다. 마땅찮은 기색을 드러내긴 했어도, 다행히 모두 해리를 이해해 주었다.

“녹스.”

지팡이의 불빛이 꺼졌다. 친구들이 부스럭거리며 침대에 자리를 잡았다. 해리는 잠시 가만히 앉아 그 소리를 들었다. 모두가 도로 잠들었다는 확신이 들 즈음에서야 베개에 머리를 댔다. 유령의 손이 닿은 위치도 아닌데 이상하게 흉터가 욱신거렸다. 해리는 벽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돌아누워 몸을 웅크렸다. 뜨거운 이마를 꾹꾹 문지르며 오지 않는 잠을 청했다.

.

.

.

간밤의 일을 제대로 설명할 기회는 아침이 되어서야 생겼다.

“유령?”

론이 마멀레이드 바른 빵을 씹다가 말고 되물었다. 해리는 다급하게 론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목소리가 너무 컸다. 해리는 아침부터 모두의 관심을 끌고 싶지 않았다.

론은 아차 싶은 표정이었다. 입 안에 든 것을 꿀꺽 삼키고선 황급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리핀도르 식탁의 학생들이 몇몇 이쪽을 주목하는 게 느껴졌다. 소란이 일어나는 곳이라면 어디든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프레드와 조지 위즐리가 불쑥 테이블에 얼굴을 내밀었다.

“무슨 일이야, 귀염둥이 로니?”

“닥쳐.”

“까칠하게 굴지 마, 사랑스러운 동생.”

론이 슬쩍 해리의 눈치를 보았다. 해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해리가 침실에서 유령을 봤대.”

“여자였어?”

“예쁘디?”

론이 짜증을 냈다.

“지금 그게 중요해?”

“물론, 아주 중요하지.”

론이 허리께에 손을 얹었다. 해리는 빵 위로 움직이던 버터칼을 멈추었다. 조지 위즐리는 두 소년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가 쌍둥이의 허리를 쿡 찌르자, 프레드가 기다렸다는 듯 흠흠 헛기침을 했다.

“왜냐하면 친애하는 동생들, 호그와트의 유령은 학생 기숙사에 들어가지 않거든.”

해리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장난 치지 마. 론이 중얼거렸다. 진짜인데? 반응이 영 못 미더웠는지, 프레드는 급기야 다른 증인을 불러냈다.

“그렇죠, 니콜라스 경?”

“무엇이 말인가?”

이것도 위즐리 형제의 장난이길 바랐는데. 그리핀도르의 유령인 목이 달랑달랑한 닉은 대략적인 설명을 듣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호그와트의 유령들은 학생이 자는 곳에 들어가지 않아. 그게 예의라네.”

론이 눈을 크게 뜨고 해리를 쳐다보았다. 해리는 입을 벌렸다.

“하지만 저는 분명 봤는걸요!”

“자네의 착각이겠지.”

신입생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헛것을 보는 사례는 생각보다 잦아. 닉이 단언했다. 조금 적응의 시기를 거치면 괜찮아질 걸세. 그를 아직 호그와트가 낯선 어린아이로만 여기는 말투라서. 해리는 기분이 나빠졌다.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잖아요, 그렇죠?”

“그것은 아니다만…. 어떤 명예롭지 못한 유령이 감히 그런 짓을 하겠는가. 피브스조차도 학생 침실에는 안 들어가지. 덤블도어와의 약속이라네.”

알버스 덤블도어, 현대의 가장 위대한 마법사라고 평가받는 호그와트의 교장. 여기 마법 학교에서 그의 말은 곧 법과도 같았다. 덤블도어의 이름이 나오자 반박할 말이 없어 해리는 뚱하게 입을 다물었다. 닉은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물었다.

“자네가 봤다는 그 유령이 어떻게 생겼는가?”

“금색 단발머리에….”

“그런 유령은 학교에서 본 적이 없다네.”

‘금발’이라는 단어가 나오기 무섭게 닉이 말을 끊어먹었다.

“내가 이 학교의 전부를 아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꿰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닉이 가슴을 쭉 펴며 뿌듯하게 줄줄 늘어놓았다. 해리는 언짢은 표정을 숨기려고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티가 많이 났던 모양이었다. 론이 고개를 돌려 해리를 쳐다보았다. 닉이 슬쩍 눈치를 살폈다.

“…자네가 원한다면 다른 유령에게도 물어봐 주겠네.”

“아뇨, 됐어요. 고맙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해리로서는 답답해 미칠 노릇이었다. 분명 유령이 얼굴을 만졌다고, 제가 착각한 게 아니라고 바락바락 우기고 싶었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얘기가 너무 길어질 것 같았다. 해리는 자기 이름이 마법사 세계에서 어떤 무게를 갖는지 알고 있었다. 살아남은 아이, 말썽쟁이 위즐리 쌍둥이, 거기에 그리핀도르의 유령까지. 이 조합은 아무래도 주변의 이목을 끌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해리는 한 발 물러나 어깨만 으쓱했다. 그럼 제가 잘못 봤나 보죠, 뭐. 지고 넘어가는 일은 어차피 그에게는 익숙했다.

.

.

.

코델리아 앤서는 기가 막히게도, 해리가 혼자 있는 순간에만 그를 방문했다. 이를테면 혼자 교수의 심부름을 가거나, 기숙사에 뭘 놓고 와서 급하게 돌아가야 할 때 말이었다. 해리는 제가 하루종일 론과 붙어 다니는 줄만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시간도 찾자니 제법 많았다.

덕분에 해리는 누구에게도 앤서가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할 수 없었다. 그는 거의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다. 쌍둥이 위즐리 형제는 해리를 볼 때마다 유령 아가씨와의 사이를 물으며 놀려 댔다. 론마저도 목이 달랑달랑한 닉의 얘기를 듣고서는 통 믿어 주질 않았다. 풀리지 않는 답답함만 계속 커지고, 해리는 내내 골이 나 있는 상태였다.

해리의 짜증은 화장실 칸의 문을 열고 나왔을 때 극에 달했다. 사람이 잘 오가지 않는 화장실이라 조금 찝찝하긴 했었다. 그래도 설마하니 남자 화장실까지 따라오겠어, 싶었는데.

“안녕, 해리.”

“또 너야?”

신경질적인 반응이 절로 튀어나왔다. 이 예의 없는 유령 같으니. 하기사, 그런 걸 알았다면 애초에 그리핀도르 침실에서 해리를 깨우지 않았겠지…. 해리가 싫은 티를 내든 말든,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가까이 다가왔다. 해리는 본능적으로 몇 걸음 물러났다. 하지만 그보다는 상대의 보폭이 더 컸다. 앤서가 팔을 뻗어 해리를 끌어안으려 했다. 불투명한 유령의 팔이 쑤욱 해리의 어깨를 뚫었다. 피부에 차가운 기운이 와닿았다. 해리는 몸서리쳤다. 흉터가 기분 나쁘게 욱신거렸다.

“제발 그만 좀 해!”

앤서가 멈칫했다. 해리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화장실 입구 쪽으로 도망쳤다. 문손잡이를 움켜쥔 것은 언제든지 여길 벗어날 수 있다는 무언의 협박이었다. 반대쪽 손으로는 이마를 꾹꾹 문질렀다. 어쩐지 뜨끈뜨끈해진 것 같은데. 착각인가?

“…해리.”

앤서는 조금 움직였지만 원래의 있던 자리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허공에 둥둥 떠서 몽롱하게 그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방금의 일을 통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태도였다. 해리는 마음 한구석이 답답해졌다. 그는 눈을 잔뜩 찡그리고 유령을 노려보았다. 한쪽은 느슨하고 한쪽은 팽팽한, 균형이 맞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해리의 이마에 남은 흉터만이 제 존재를 주장하듯 불타올랐다. 해리는 이마를 세게 눌렀다. 열감이 얼마나 강한지, 손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나한테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무언가 목적이 있나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슬슬 입 밖에 내었을 시기인데, 코델리아 앤서가 해리 포터에게 하는 말이라고는 다음의 몇 가지가 전부였다. 이상해, 너를 보고 있자면 그리운 느낌이 들어. 하도 들어 지겹기까지 한 레퍼토리였다. 해리, 너는 혹시 톰 리들이라는 소년을 아니? 당연히 그럴 리는 없었고. 이건, 사랑이야. 흐리멍텅한 고백에 해리가 하고 싶은 말은 하나뿐이었다. 그래서, 어쩌라고?

“…사랑해.”

“해리! 오래 걸려?”

또다시 시작되려던 유령의 장황한 고백은, 화장실 밖에서 해리를 부르는 론의 목소리에 덮였다. 기회는 지금뿐이었다. 해리는 재빨리 문을 박차고 뛰어나갔다.

코델리아 앤서는 어두운 화장실 한가운데에 멍하니 남아 있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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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해리의 인내심이 버틸 수 있는 마지노선이었다. 남자 화장실 사건이 있던 며칠 뒤, 해리는 더는 견디지 못하고 덤블도어를 찾아갔다. 당연히 일개 학생이 교장을 만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숲지기 해그리드와의 인연은 정말 행운이었다. 해그리드는 해리의 말을 천천히 전부 듣고선, (도중에 해리는 거의 울 뻔했다. 그의 말을 이렇게 믿어 주는 사람이 너무 오랜만이었다.) 어떻게 했는지 덤블도어와의 만남을 주선해 주었다.

“앤서 양이 너를 그렇게 불편하게 했다면, 내가 단단히 일러 두겠지만.”

그 자리에서 해리는 코델리아 앤서의 이름을 처음 들었다. 그녀가 수십 년 전 슬리데린에 속했던 학생이라는 것도. 너무 미워하지는 말렴. 덤블도어가 어깨를 으쓱했다. 불쌍한 존재란다.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면서, 해리는 불퉁하게 입술을 삐죽였다. 덤블도어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사람이었던 무언가지. 다음은 해리가 살면서 가장 어른의 말에 귀 기울여 본 순간이었다. 네? 해리가 되물었다. 교수를 올려다보면서 열심히 눈빛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덤블도어는 그보다 더 말해 줄 마음이 없는 듯했다. 해리는 노인의 손가락이 은테 안경을 밀어올리는 것을 보았다. 할 말은 끝났다는 신호, 일종의 축객령이었다.

“그만 돌아가 보는 것이 좋겠구나. 앞으로 앤서 양이 너를 찾아가는 일은 없을 테니 안심해도 좋다.”

“…알겠어요. 감사합니다.”

해리는 깡충 교장실 의자에서 뛰어내렸다. 교장실 문을 열고 나가는 길에, 문득 떠오르는 이름이 있었다. 그것이 마법사 세계에서 어떤 무게를 갖는지 아직은 알지 못했기 때문에, 해리는 의문을 입 밖으로 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교수님, 그런데 혹시.

“톰 리들이라는 사람을 아세요?”

덤블도어의 얼굴이 굳었다. 어쩐지 한 방 먹인 기분이었다. 해리는 조금 뿌듯한 마음이 되어 덤블도어의 집무실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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