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어)셰냥청x어향육사
“왜 거짓말을 하는거지?”
그러니까 만난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날이었다. 상대의 질문에 어향육사는 뭐? 하고 되물으면서 상대를 보았다. 세냥청이라고 했던가. 소주가 데리고 온지 얼마 안 된 녀석이었지.
“내가 거짓말을 언제 했다고 그래?”
“하잖아. 거짓말은 좋지 않은 일인데 어째서 하는거지? 왜 소주는 너한테 화내는 거 같은데 계속 만나는거지?”
“거, 청단도 안 할 질문을 하는군. 그거야 내가 공상을 위해서 움직이니까 그런 거 아닐까?”
특이한 녀석. 하긴 이 공상에 별별 녀석도 다 있으니 저런 녀석도 있는 거 겠지, 하고 넘겼다. 공상에서 일상은 제법 바빴지만 한 번 만난 뒤로 자주 마주쳤다. 식당에서라든가, 부엌에서라든가 말이다. 마주칠 때마다 고글 넘어로 자신을 빤히 보는 시선을 느낀다. 나중에 다른 식혼의 몸을 개조하려고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나서 자신도 개조하고 싶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는 직접 자신에게 다가오지 않아서 자신도 먼저 말을 걸거나 하지 않았다.
아마도 별로 엮길 일은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그와 같이 움직이게 되었다. 옛날에 쓰던 무슨 요리법 찾는다는 소주를 따라 가는 여행길에 다시 마주쳤다. 그렇다고 해도 딱히 대화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성격이나 취미가 맞는 것도 아니고 차라리 소주한테 파용문을 하자고 하는 게 낫지.
“어떻게 조리법 찾으러 갔는데 전쟁에 휩말릴 수 있는 건지 그것도 재주야.”
“그래도 잘 돌아왔잖아?”
“그래, 우리 소주도 무사하고 그럼, 여기서 해산. 아님 가서 나랑 파용문이라도 할래? 이번 내기로는-”
“아, 미안. 이번에 돌아오면 불도장이 바로 자길 만나러 와달라고 해서 가볼게!”
크게 손을 흔들고 달려가는 모습이 작아져 사라지자 어향육사는 크게 기지개를 폈다.
“그러면 나도 가볼까~.”
걸음을 빙글 돌려서 가려는 그의 몸을 세냥청이 붙잡아 안아 올렸다. 그대로 비명 위의 그의 무릎 위에 앉혀진 그는 사태를 파악한 뒤 세냥청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고글 넘어로 다시 한 번 눈이 마주친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자길 붙잡는지 알 수가 없다.
“놓지 그래?”
“다쳐잖아.”
“으음? 누가 다쳤는데?”
“아까 소주를 안고 지붕 위를 달릴 때 발목을 삐었잖아?”
“눈치 챘어? 그치만 그렇게 심하게 다친 것이 아니라 내려주면 좋겠는데 말이야.”
“그리고 또-.”
차가운 손가락이 옆구리를 꾸욱 눌린다. 튀어나오려는 소리를 삼키자 그제야 떨어지는 손가락은 어향육사의 허리를 좀 더 단단히 붙잡았다.
“오른쪽 옆구리도 다쳤지. 소주가 안 볼 때 바로 지혈을 한 거 같지만 제대로 약을 바르거나 하지 않았으니까 덧날거야.”
“언제 그걸 다 봤냐. 그래서 이대로 날 데려가서 개조라도 하게?”
“이대로 교자 선생에게 갈 생각이었는데 개조해도 돼?”
“너는 농담과 진담도 구별 못 하냐?”
“왜 내가 개조 해준다고 하면 다들 싫어할까?”
“개조하고 싶어하는 네 머릿속 전혀 모르겠다.”
“난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 모르겠는 걸.”
“내 생각이 궁금하냐?”
“궁금해.”
“허, 호기심이 많네.”
그대로 대화에 휘말려서 교자 앞까지 가서 치료를 받고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잔뜩 듣고 나오니 문앞에서 그가 아직 서 있는 것에 어향육사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먼저 돌아간 거 아니었나? 대충 손이나 흔들어주고 있으려니 다시 한 번 팔이 그를 붙잡아 무릎 위에 앉혔다. 내려가려고 하니 다시 붙잡고 놔주지 않는다. 얍실한 팔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튼튼하다.
“그래서 저번에 한 질문의 대답은 안 해줄거야?”
“무슨 질문?”
“왜 거짓말을 하는지에 대해서 말이야. 궁금해. 어째서 그러면서 모두와 함께 지낼 수 있는지, 타인이 그 점에 대해서 화내면 그건 그거대로 받아들이면서 왜 저러는 걸까 하고 계속 생각했거든. 그래서 그 생각을 다른 사람한테도 말했는데 길리새우가 사랑 아니냐고 해서 오히려 더 궁금해졌어.”
“사랑일리가 있냐! 그냥 궁금함일 뿐이잖아?”
비명이 멈추었다. 안겨 있는 탓에 시선이 가깝다. 고글 넘어 눈동자가 똑바로 자신을 보는 것이 보인다. 길리새우 멍청이, 대체 이런 앞뒤 생각도 제대로 못하는 식혼한테 사랑 타령을 하면 어쩌라는건지.
“그리고 소주가 상대 대해서 궁금하다면 대화를 해보라고 했어.”
“그 상대가 나인건 말 했어?”
“아니. 하지만 너라고 해서 우리가 대화를 못하는 건 아니잖아?”
“네 감정이 사랑이라고 쳐. 근데 난 사랑에 안 빠질텐데?”
“감정에 대해서 그렇게 확신할 수 있는 것도 신기하네.”
충동적으로 그의 고글을 벗겼다. 머리색과 같은 눈동자가 여전히 빤히 자신을 보고 있다. 얼굴은 제법 봐줄만하지만 사랑은 역시 무리 아닌가? 하고 대답하는 어향육사에서 세냥청은 한 번 해봐야지, 하고 대답해왔다. 그 말이 내기를 제안하는 말 같이 들려서 어향육사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가 자신에게 가진 것은 그저 궁금증이라고, 사랑이 아니라고 알려야줘야겠다고 그 순간에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 시작은 그저 단순하고
별 거 아닌 것부터 시작했다.
“소주가 너를 청이라고 부르던데 맞아?”
“그거야 내가 셰냥청이니까.”
오토바이가 된 비명을 점검하면서 이쪽은 보지도 않고 대답하는 것에 어향육사는 가까이 다가가 그 옆에 앉았다. 나를 두고 둘이서만 나간것도 불만인데 그걸 굳이 말하기에는 스스로 속이 무척 좁은 거 아닌가? 싶기도 해서 그는 그런 불만을 말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무심한 얼굴로 비명을 점검하는 것에 결국 입을 열고 말았다.
“소주가 다정하게 불러주니까 좋냐?”
“나를 좋게 봐주는 거니까 좋은 일이지.”
“아하, 그러셔.”
“그러니까 너도 나를 청이라고 불러도 괜찮아.”
“안 불러줄건데.”
“그래도 난 향이라고 부를래.”
“뭐?”
“청이랑 향이.”
얼굴을 보니 고글을 벗고 처음 보는 옷을 입고 있다. 소주랑 대체 어딜 다녀온건지, 아니, 소주한테 질투하는 내가 이상한건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이제는 익숙하게 셰냥청의 팔이 어향육사를 비명에 태웠다.
“나랑 달 보러 가. 소주가 좋아해줬으니 너도 좋아할거라고 생각해.”
“나랑 가기 전에 소주랑 예행연습을 했어?”
“좋아할지 싫어할지 걱정했으니까.”
“차라리 길리 새우한테 물어봐라.”
“그렇게 되면 저번처럼 색색공 들고 쫓아오지 않을까.”
하긴, 하고 중얼거리자 그래서 싫어? 하고 물어본다. 싫을리가 있나. 오늘따라 달이 무척이나 둥글고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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