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의마녀/라우구엘] 붕어빵
드라마CD 6 현대AU 꽃집 설정 있음
늦은 시간, 형제는 일과를 마치고 가게의 문을 잠갔다. 오늘 꽃집의 하루는 유난히 바빴다. 짙은 어둠이 깔려 별이 빛나고 있었다. 하늘을 바라보며 입을 벌리자 뽀얀 입김이 하얗게 피어올랐다.
“꽤 추워졌네. 얼른 들어가자.”
“응. 그래, 형.”
형제는 걸음을 재촉했다. 둘 위에 가로등 불빛이 드리웠다. 바쁜 하루였지만 서로가 있어서 형제는 무사히 오늘도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타박이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렸다.
“라우더, 오늘도 수고했어.”
“형이야말로 고생 많았지.”
구엘이 살포시 웃으며 말하자 라우더는 형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언제 보아도 믿음직한 동생, 의지할 만한 형이다. 라우더는 추운지 양손을 코트 주머니에 꼭 넣은 채 종종 걷고 있었다.
“추워?”
“아니. 별로.”
대답과는 다르게 목소리가 살짝 떨리고 있었다. 잠시 고민하던 찰나, 구엘은 때마침 사거리에 있는 붕어빵 포차를 발견했다.
“오, 붕어빵이다. 붕어빵 먹지 않을래?”
“좋아.”
라우더의 얼굴이 밝게 빛났다.
형제는 한걸음에 붕어빵 포차 앞에 도착했다. 밀가루 냄새 어우러진 달콤한 향이 코를 자극한다. 차곡차곡 진열된 붕어빵과 틀에서 노릇노릇 구워지는 붕어빵이 먹음직스러웠다.
“와- 맛있겠다!”
눈을 반짝 빛낸 라우더가 붕어빵을 살폈다.
“무슨 맛으로 먹을래? 팥? 슈크림?”
“슈크림!”
구엘의 물음에 라우더는 단박에 대답했다.
‘달달하고 부드러운 크림을 좋아하는구나, 라우더는.’
동생의 대답에 구엘은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 형제는 팥과 슈크림이 든 붕어빵 봉투를 건네받았다. 구엘은 라우더에게 슈크림 붕어빵을 내밀었다.
“뜨거우니 조심해.”
“응, 앗뜨뜨…!”
“조심하라니까.”
라우더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반으로 쪼개 드러난 슈크림을 후후 불었다. 갓 구운 붕어빵에서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바삭한 겉과 촉촉한 슈크림이 입 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린다.
“맛있다.”
붕어빵을 머금은 라우더가 웅얼거렸다. 구엘은 팥 붕어빵을 머리부터 베어 물었다.
“형은 머리부터 먹는구나.”
“그 편이 보통 편하지 않아?”
“그런가.”
물끄러미 동생의 시선이 느껴졌다. 동생은 “머리부터 먹으면 낙천적인 성격이라던데…”라고 아주 작게 중얼거렸지만 구엘의 귓가에 닿지 않았다.
“너도 먹을래?”
라우더가 고개를 끄덕이자 구엘은 봉투를 부스럭거리기 시작했지만 라우더는 구엘이 먹던 붕어빵을 가리켰다.
“한 입이면 돼.”
“그래도 되겠어?”
“안 될 건 없지.”
어깨를 으쓱이는 라우더를 보고 구엘은 붕어빵을 내밀었다. 바삭-하는 소리와 함께 구엘의 흔적 위에 라우더의 흔적이 남는다.
“슈크림 먹다 팥 먹으니 더 맛있다.”
감탄하는 듯한 동생에 말에 구엘은 푸훗- 소리를 내며 라우더의 입가로 손을 뻗었다.
“어?”
“맛있어? 이렇게 묻히고 먹고.”
라우더의 입술 옆에 붙은 부스러기를 떼어낸 구엘이 웃자 예상치 못한 행동에 당황했는지 라우더의 귀 끝이 조금 빨갛게 물들었다.
“형, 이건 반칙이지.”
“그럼 너도 붕어빵 한 입 줘.”
“자-.”
장난스러운 말에 라우더는 반으로 쪼개둔 슈크림 붕어빵을 내밀었다. 붕어빵을 먹는 형을 지그시 바라보는 동생의 얼굴은 부드러웠다. 별안간 시선이 마주치자 구엘이 입을 열었다.
“이제 안 춥지?”
“어, 응… 앗, 안 추웠다니까?”
“내일은 목도리 갖고 나와. 오늘보다 더 춥대.”
“으응. 고마워.”
거리의 형제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바람이 더 이상 차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붕어빵의 달착지근함이 여운처럼 입 안에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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