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구파스타

[수성의마녀/라우구엘] 어느 휴일의 아침

2023.2.6. 작성 기숙사 방 합친 설정

어느 휴일의 이른 아침, 옅은 햇빛이 창가로 들고 있었다. 한 침대에 두 남자가 마주본 채 잠들어 있었다. 라우더가 눈을 뜨자마자 마주한 것은 다름 아닌 형의 얼굴이었다.

‘아, 눈 뜨자마자 보는 형이라니, 행복하다.’

라우더는 곤히 잠든 형의 얼굴을 바라보며 행복에 벅차올랐다. 형을 보면서 잠들기 위해 옆으로 누워있었는데, 구엘도 자신을 바라보면서 잠들었음을 직감하자 라우더는 슬쩍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한껏 풀어진 표정을 지은 채 라우더는 찬찬히 구엘의 얼굴을 살피기 시작하였다. 누워있어서 제멋대로 뻗친 곱슬 머리카락에 아래 속눈썹까지 긴 속눈썹, 오똑한 콧날에 도톰한 입술.

형의 얼굴을 탐미하던 라우더는 저도 모르게 손을 뻗다가 아차- 하였다. 그는 아직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잠든 채였다. 손을 거두고 최대한 소리와 움직임을 줄인 채 형이 잘 보이도록 누운 라우더는 계속 형을 바라보고 있었다.

‘형, 잘 생겼다. 어쩜 이렇게 잘 생긴 거지.’

평소라면 거의 하지 않을 풀어진 얼굴로 배시시 웃는 라우더였다. 사귀게 된 후 기숙사 방을 합쳐 같이 쓰길 역시 잘했다고 스스로를 칭찬한 그였다.

어느새 해가 완전히 떠올랐는지 창문 사이로 들어온 햇살이 둘을 비추고 있었다. 형이 좀 더 잘 수 있도록 커튼이라도 쳐야할까 고민하던 라우더는 슬쩍 눈을 들어 올려 창가를 보았다. 그때 “으음…”하는 소리와 함께 마주 누워있던 구엘이 살짝 뒤척였다.

‘아, 형을 깨워버렸나?’

미안한 생각도 잠시, 구엘이 눈을 떴고 긴 속눈썹을 몇 번 깜빡이고 나서 라우더를 바라보았다. 푸른색 눈이 자신을 마주하고 있었다. 구엘의 눈에 오롯이 라우더가 담겨있었다. 잠시 시간이 멈춘 듯 라우더는 자신의 이복형을 응시하였다. 자신의 심장이 세차게 쿵쿵 울리고 괜스레 드는 애탄 마음에 목이 타기 시작했다.

“좋은 아침.”

눈가가 휘게 웃은 구엘이 나직하게 말했다. 아침이라 잔뜩 잠긴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마저 감미롭게 느껴진다.

”형, 머리카락 흐트러졌어.”

“너도 마찬가지잖냐.”

라우더는 빠르게 뛰는 자신의 심장을 느꼈지만 아무렇지 않는 듯 작게 웃었다. 가뜩이나 곱슬머리인 구엘의 머리카락은 헝클어지고 흐트러져있었다. 구엘은 손을 뻗어 라우더의 긴 머리카락 가닥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문득 구엘은 라우더의 머리카락을 만지던 손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고, 점차 거리가 가까워졌다. 이내 이불이 펄럭이며 풀썩 작은 먼지가 일었다. 구엘이 라우더를 꽉 끌어안은 것이다.

라우더는 일어나자마자 형의 얼굴을 보고, 형의 품에 안겨있는 것이 행복하다 못해 심장이 터질 것 같다고 생각하였다. 자신을 꼭 안은 손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좋은 아침이야, 형.”

라우더는 구엘의 품에 안긴 채 형에게 아침인사를 건넸다. 구엘은 살짝 몸을 떼고 팔을 거두며 라우더의 뺨을 손가락으로 쓸어내렸다.

“인사는 눈을 보면서 해야지.”

다시금 청아한 벽안이 자신을 응시하였다. 구엘의 눈을 똑바로 마주하자 라우더의 얼굴에는 홍조가 떠올랐다. 싱긋 웃은 구엘의 얼굴이 점점 다가오기 시작하자 라우더가 흠칫 놀라며 손바닥에 살짝 힘을 주어 그를 밀어냈다. 황급히 몸을 일으킨 라우더는 “양치, 양치하고 올게.”라고 후다닥 화장실로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구엘은 라우더가 들어간 화장실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라우더의 습관을 따라 하기라도 하듯 구엘은 앞 머리카락 끝을 배배 꼬았다. 귀가 빨갛게 물들어있었다.

라우더는 화장실 문을 닫았다. 끼익거리며 찰칵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심장이 고장난 것처럼 빠르게 쿵쾅대고 있었다. 통제되지 않는 심박 수에 라우더는 간신히 심호흡을 했다. 거울을 보자 얼굴이 발갛게 물든 채 흐트러진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고개를 저은 그는 물을 틀어 세수를 시작하였다. 평소보다 조금 더 찬물로, 일부러 과도하게 얼굴에 찬물을 끼얹자 조금 정신이 들었다.

그것도 잠시, 라우더는 자신의 아랫도리가 묵직하다고 느꼈다. 안 그래도 막 일어난 터라 피가 몰려있을 텐데 심쿵할 만한 형 행동에 더더욱 그랬을 것이다. 입술을 잘근 깨문 라우더는 애써 거울을 보며 칫솔에 치약을 듬뿍 짰다. 박하향이 입 안 과하게 맴돌다 못해 쓴 맛이 돌았다. 몇 번이고 물로 헹구어 양치를 마친 후 머리카락도 빗질하였다. 마지막으로 평소 그의 습관처럼 머리카락 끝을 매만진 라우더는 평소보다 조금 더 눈이 반짝거린 채 화장실에서 나왔다.

돌아오자 침대에 걸터앉아 밖을 보고 있던 구엘이 라우더를 보며 생글 웃었다. 형은 전에는 자주 볼 수 없었던 미소를 보여주고 있었다. 라우더가 심호흡을 하며 다가가자 구엘이 물을 한 잔 내밀었다.

“물 마실래?”

“어, 고마워.”

라우더가 한 손으로 잔을 받아들이고 마시려고 하자 구엘은 그의 어깨에 툭 손을 올리고 “나도 씻고 올게.”라며 화장실로 사라졌다.

아침부터 형과 키스할 기회를 놓친 것은 아쉽지 않았다. 키스라면 언제라도 할 수 있고 어느 때에 해도 좋으니까. 키스 대신 형의 모닝커피를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한 라우더는 창문을 연 후 주전자에 물을 받기 시작하였다. 창문에서는 산들바람이 들어오고, 하늘하늘한 하얀색 커튼은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그라인더를 꺼내 원두를 갈고 커피여과지를 머그잔에 끼웠다. 원두를 넣고 조금씩 뜨거운 물을 붓자 추출된 커피에서 나는 향이 방 안을 고소하게 채우기 시작하였다.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네.’

완성된 드립커피에서 모락모락 김이 나고 있었다. 그때 문이 열리고 구엘이 나왔다. 머리를 감았는지 축 늘어진 분홍색과 갈색 머리카락이 물방울을 잔뜩 머금고 있었다. 구엘은 수건으로 머리카락을 몇 차례 털고 어깨 위에 수건을 걸친 채 라우더에게 다가왔다.

“형, 커피 마셔.”

“고맙다.”

“그 전에…”

잠깐 뜸을 들인 라우더는 구엘 쪽으로 몸을 돌렸다. 의미를 이해한 구엘은 고개를 살짝 숙이고 눈을 감았다. 청량한 박하맛이 났다. 같은 향기, 같은 맛. 가볍게 입술이 맞부딪히다가 라우더는 구엘의 얼굴을 잡고 몇 차례 혀를 섞었다. 부드럽게 혀를 음미하던 라우더는 입을 떼었고, 얼굴이 한껏 달아오른 형을 바라보았다. 라우더는 형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약지로 눈물점을 쓸어내렸다. 라우더는 간신히 입술을 떼어낸 채 나직하게 말했다.

“커피 식겠어.”

“…알았어.”

라우더는 겨우 형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심장이 여전히 두근대고 있었다.

‘방금은 위험했다.’

라우더는 구엘에게서 몸을 돌린 채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생각하였다. 키스의 여파로 달아오른 숨을 고르기 시작한 구엘은 식탁 앞에 앉았다. 의자에 삐딱하게 앉은 채 라우더를 바라보던 구엘이 다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라우더, 괜찮은 거냐?”

“뭐가?”

구엘은 대답 대신 말없이 라우더의 아래쪽을 응시했다. 겨우 가라앉혔다고 생각했지만 전혀 아니었나보다.

“형!!”

“해결해줄까?”

민망한 바람에 얼굴이 붉어진 채 소리친 라우더와 달리 구엘은 빙긋 웃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아, 아냐… 아직 우리 거기까지는…”

“뭐, 어때?”

“…참, 형도… 괘, 괜찮아… 아직 아침이고… 그리고 난, 천천히…하고 싶어…….”

“그래? 알았어. 생각 있으면 언제든 말해.”

아직 라우더는 얼굴이 확 달아올라 있었다.

사귀기 시작한 후 생각 외로 무척 적극적인 구엘이 조금 낯설지만 기쁘게 느껴진 라우더였다. 소중한 형이기 때문에 소중히 여기고 아껴주고 싶기에 육체적인 관계는 천천히 가지고 싶다고 생각한 그였다. 덤덤해 보이는 형이 자신을 좋아하고, 표현해준다는 점이 더없이 기뻤다.

식탁 의자에 앉으며 라우더는 자연스럽게 형의 앞에 커피잔을 내밀었다. 완연하게 떠오른 아침 해가 따스했다.

라우더는 자신의 커피잔을 들어 올려 한 모금 마시며 곁눈질로 구엘을 바라보았다. 눈을 내리깐 구엘은 커피를 조금씩 마시고 있었다. 형의 속눈썹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형, 휴일인데 뭐할 거야?”

“음, 일단 아침 먹고 도서관에 갔다가 운동 좀 하고…”

“같이 해.”

“그래.”

라우더는 형 쪽으로 바짝 다가앉았고 평소보다 신이 난 듯한 표정이었다. 구엘은 그의 모습이 마음에 드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형, 머리 말려줄게.”

구엘이 커피잔을 다 비운 것을 보자 라우더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라우더의 잔에는 커피가 아직 남아있었다.

“너도 다 마시고 해.”

그러자 단숨에 남은 커피를 다 마신 라우더는 의기양양하게 잔을 내려놓았다.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라우더를 본 구엘은 푸핫- 웃으며 자리를 옮겼다.

드라이기 바람은 기분 좋게 따뜻했다. 위잉 하는 소리와 함께 로즈마리 샴푸향이 은은하게 퍼졌다. 형과 섬세하면서도 풍부한 향이 구엘에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구엘은 라우더에게 머리카락을 맡긴 채 거울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르마를 따라 머리카락을 말리던 라우더가 드라이기를 끄고 구엘에게 건넸다.

“스타일링까지는 무리일 거 같아. 미안.”

“아냐. 고맙다. 내가 할게.”

구엘은 빗질을 몇 차례 하였고, 금세 평소의 그의 머리 스타일이 살아났다. 라우더는 그를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그리고 헤어 에센스를 꺼내며 직접 발라주겠다고 하자 구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카락 촉감이 부드러웠다.

‘스타일링 방법을 좀 알아봐야할까. 아냐, 지금도 형은 멋있는데 더 멋있어지면 곤란해.’

라우더는 정성스럽게 머리카락을 매만졌고 리치한 아르간 오일향이 퍼졌다. 구엘이 마지막으로 곱슬한 머리카락을 뒤로 넘긴 후 고개를 끄덕였다.

“완벽하네.”

“응, 형. 언제나처럼 완벽하네.”

라우더가 입꼬리를 올려 작게 웃자 구엘이 네 덕이라고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라우더는 형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어쩐지 자신의 심금을 울린다고 생각하였다.

“옷 갈아입을게.”

“그래.”

라우더는 옷장에서 옷걸이를 뒤적이며 평소처럼 교복을 입을까, 아니면 사복을 입을까 고민하였다. 휴일이니 교복은 필수가 아니다. 형은 어떻게 입었을까 구엘의 옷장 쪽을 돌아보자 그는 가볍게 티셔츠에 바지, 그리고 가디건을 허리춤에 묶고 있었다. 평소의 교복과는 다른 복장이어서 그럴까, 근육이 있고 키가 큰 덕에 워낙 옷의 핏이 잘 살아서 그럴까. 어쩐지 새로웠다.

“아, 교복 입게?”

“어, 그러려고 했는데 말이야.”

“모처럼 휴일인데 사복 어떠냐?”

구엘은 라우더에게 훅 가까이 와서 같이 옷장을 들여다보기 시작하였다. 라우더는 서슴없는 그의 행동에 하나하나 신경 쓰이기 시작하였다.

“음, 어두운 색 보단 밝은 색이 얼굴이 좀 더 살아보이려나? 이건 어때?”

“응, 형이 골라주는 거니까 다 좋아.”

“아니, 네 생각을 물은 거야.”

“그렇다고 해도 형이 골라준 거면 다 좋은데…”

구엘이 골라준 옷을 입은 라우더는 형의 앞에 섰다. 라우더를 바라보며 자신있게 허리춤에 한 손을 올렸다.

“역시 우리 동생, 잘 생겼네.”

“잘생긴 건 형이지.”

소리 내어 웃은 구엘은 라우더의 허리를 가볍게 치며 나가자라고 말했다. 걸음을 막 떼려는 라우더는 형의 가디건 끝자락을 잡았다. 무슨 일이라도 있냐는 듯 구엘이 의아하게 바라보자 라우더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입술을 톡톡 가리켰다.

쪽 소리나게 입을 맞춘 둘은 이내 문을 열었다. 라우더는 머리카락 끝을 꼬며 형보다 반 걸음 뒤에서 그를 따라 나섰다.

“아침은 가볍게 토스트와 계란으로 할까. 내가 할게.”

“그러자. 식당에서 하면 되겠네.”

제타크 기숙사 식당 쪽으로 나가자 아침 식사를 하고 있던 페트라와 페르시가 그들을 반겼다.

“구엘 선배, 좋은 아침입니다!”

“어, 사복 차림이시네요?”

둘이 한 마디씩 거들자 구엘은 손을 들어 보이며 “좋은 아침!”이라 인사하였다. 라우더 역시 고개를 살짝 까딱하며 둘에게 인사를 해보이며 아침 식사를 맛있게 하라는 말을 남기고 식당 구석으로 향하였다.

식당 한구석에 자리 잡은 구엘과 라우더. 구엘은 커다란 접시를 꺼내왔고, 라우더는 머리카락을 뒤로 모으며 조리대 앞에 섰다.

“형, 맛있는 거 해줄게.”

“그래, 기대할게.”

구엘은 환하게 웃었고, 그의 움직임을 따라 분홍색 앞머리가 살랑이며 이마를 살짝 덮었다.

휴일 아침의 햇살이 따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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