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의마녀/라우구엘] 발렌타인데이
2023.2.14. 작성
발렌타인데이.
흔히들 좋아하는 사람에게 초콜릿을 건네며 마음을 전달해주는 날이라고 전해진다. 유래는 어시언 사이에서 유행하던 기념일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지구뿐만 아니라 스페시언 사이에서도 널리 퍼지게 되었다. 역시 대기업의 자본이 곁들여지면 상술은 어디에나 퍼지게 되기 마련이다.
2월이 중순으로 막 접어들면서 아스티카시아 학원 곳곳에서도 향긋한 초콜릿 향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하였다. 시작은 여자가 남자에게 주는 것이었지만, 이제 초콜릿은 성별과 관련 없이 우정이나 사랑,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매개체가 되었다.
라우더 역시 마음을 전하고 싶은 학원생 중 한 명이었다. 라우더는 제 옆에 쌓인 엉터리 초콜릿 무더기를 바라보았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작년의 구엘은 남녀 불문하고 초콜릿을 수북하게 받으며 곤란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의기양양한 얼굴이었다. 홀더이자 표면상 미오리네의 신랑인 그는 누구의 고백도 받지 않았고, 고맙다고만 말하며 초콜릿을 쌓아뒀을 뿐이다. 라우더 역시 초콜릿을 전달하기는 하였지만 형제 간 으레 나누는 의리 초콜릿의 수준으로 각인되었음이 틀림없었다.
그가 받고 남은 초콜릿 중 품질이 좋은 것은 라우더에게도 돌아왔다. 함께 나눠먹지 않겠냐는 형의 말에 라우더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이 영 언짢았다. 게다가 남은 초콜릿은 결국 제타크 기숙사 전원에게 돌아갔을 뿐이다.
“제발 올해는…”
올해는 작년과 상황이 다르다. 수성에서 온 촌뜨기 탓에 형은 더 이상 홀더가 아니게 되었고, 미오리네의 신랑도 아니었다. 미오리네는 탐탁지 않았지만, 라우더는 슬레타도 역시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형이 홀더 자리를 빼앗긴 것은 분했지만 그녀는 객관적으로 강했다. 다행인 것은 형이 더 이상 미오리네에게 신경 쓰지 않았고, 슬레타 역시 그에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아냐, 집중하자.”
라우더는 중탕하고 있던 초콜릿을 바라보며 손에 힘을 준 채 휘핑기를 흔들었다. 요리를 자주 하지 않았기에 초콜릿 만들기는 꽤나 까다로운 작업이었다. 레시피에서 본 대로 이제 잘 녹은 초콜릿을 틀에 부으면 되는데…
“어, 이거 왜 이러지?”
녹은 초콜릿이 제대로 섞이지 않고 겉돌기만 하였다. 라우더는 당황한 채 애꿎은 휘핑기만 휘휘 저었다.
“에이, 이거 물이 들어간 검다.”
“꽤 오래하시던데 아직 완성 못한 거예요?”
페르시와 페트라였다. 라우더는 황급히 고개를 들어 둘을 바라보았다. 페르시는 이죽거리면서 킬킬거렸고, 페트라 역시 비웃음이 살짝 섞여있었다. 둘이 갑자기 난입한 불협화음처럼 느껴졌다.
“뭐야.”
라우더는 침착함을 잃은, 신경질 섞인 목소리로 퉁명스럽게 말했다.
“뭐긴 뭠니까, 조언임다. 이거 젓다가 물이 들어간 거 같은데 초콜릿은 물이 들어가면 안 굳는다고요. 버려야 해요. 아님 먹던가.”
“구엘 선배 주려는 거죠? 열심히 하는 거 같은데 아깝네요.”
페르시는 양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고, 페트라의 말에는 안쓰러움까지 섞여있었다. 라우더는 한숨을 쉬었다.
“그래.”
“그냥 사서 줘요. 우린 사놨는데.”
페트라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자 라우더는 놀라 물었다.
“뭐?”
“아, 라우더 선배님 것도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요.”
“…….”
라우더가 놀란 부분은 그냥 초콜릿을 사라고 말한 점이었다. 그는 휘핑기를 손에서 내려놓고 고개를 저었다. 이번만큼은 직접 주고 싶었다. 서툴지만 자신의 마음을 전하면서, 아니 마음을 전하는 것까진 무리일지 몰라도 형이 자신이 직접 만든 초콜릿을 먹으며 웃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라우더 선배, 그렇게까지 심각한 검까?”
“됐어.”
라우더는 실패작이 되어버린 초콜릿 그릇을 물과 함께 개수대에 부어버렸다.
“아깝다, 물 섞여도 그냥 먹어도 되는데.”
“형에게 이런 걸 줄 수 없잖아.”
“하긴, 구엘 선배 입맛은 고급이겠죠.”
라우더는 페르시를 힐긋 바라보며 혀를 찼다. 페트라가 나서서 재료를 살폈다.
“좀 도와줄까요? 요리 잘 하지 못하는 거 같은데.”
“뭐? 페트라, 너 진짜야?”
“뭐 좀 어때, 페르시. 어차피 시간 좀 있잖아.”
“으으… 진짜… 알았어.”
라우더는 예상치 못했는지 살짝 놀랐다가 이내 평소와 같은 침착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고마워. 단,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줘. 형에게 줄 건 혼자 직접 만든 거로 하고 싶으니까.”
“우와, 소름 돋아.”
페르시는 과장되게 팔짱을 낀 채 양팔을 비볐다. 페트라는 쓸 만한 재료를 들어 올리며 분류하였다.
“화이트 초콜릿과 건조 딸기, 건과일 이정도 쓸 만하겠네요. 바크 초콜릿 정도는 만들 수 있겠어요. 틀은 있죠?”
“여기.”
라우더가 초콜릿으로 얼룩진 틀을 내밀었다. 도대체 몇 번을 만들었다 실패한 건지… 페르시는 다시 한 번 소름끼친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라우더는 무시하였다.
“자, 일단 틀은 깨끗하게 씻어서 닦고요. 초콜릿 만들 땐 온도가 중요해요.”
제타크 기숙사 주방에서 페트라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라우더는 형을 생각하며 그녀의 말에 집중하였다.
잠시 후-.
“와, 선배 진짜 요리 못하네요.”
“……먹으면 맛은 똑같아요.”
틀에 부을 때 양 조절을 잘못한 탓에 모양이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변한 초콜릿이었다. 그 덕에 한 마디 말을 거든 페르시와 페트라였고, 라우더는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하였다. 가뜩이나 초콜릿 향을 계속 맡아서인지 어지럽고 느끼하기까지 하였다.
“선배, 기합은 좋지만 적당히 타협할 줄도 알아야한다고요.”
“이거 실패작이니까 먹어도 됨니까?”
조언하는 페트라와 달리 페르시는 손가락으로 녹은 하트 모양이 된 초콜릿을 가리켰고, 라우더는 질린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뭐, 페트라 말대로 맛은 똑같아요. 초콜릿 맛. 딸기도 들어있어서 맛있네요. 아, 언제 시간이…? 선배, 우린 가볼게요!”
“어, 어? 맞아요! 적당히 하라고요~”
페르시는 황급히 시계를 보는 척하며 초콜릿을 입에 문 채 페트라의 팔짱을 잡아끌었다. 페트라가 가면서 소리쳤고, 이윽고 둘은 주방에서 사라졌다. 라우더는 엉망이 된 주방과 둘의 말대로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초콜릿을 바라보았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재료도 아직 충분했고, 초콜릿을 전달할 수 있는 시간도 있었다. 실패할까봐 재료를 넉넉하게 준비해두길 잘했다 생각했다.
“한 번만 더 해보자.”
라우더는 레시피를 처음부터 꼼꼼히 읽으며 이곳저곳 메모해둔 페트라의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주방에는 다시 향긋한 초콜릿 향이 가득 찼다.
발렌타인데이 당일. 라우더는 평소보다 몇 배는 지친 얼굴로 강의실에 앉아있었다.
어제 만든 초콜릿은 포장까지 했지만 직접 전해주진 않을 생각이었다. 구엘을 향한 마음이 컸기에 라우더의 기대치도 높아질 수밖에 없었지만, 라우더의 요리솜씨는 한참 뒤처졌다. 명백한 사실을 인지한 라우더는 결국 고급 브랜드의 초콜릿을 샀다.
‘올해도 어쩔 수 없나… 그렇지만 마음을 전할 기회는 언제든 있으니까…’
라우더는 턱을 괸 채 멍한 얼굴로 앞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불쑥 나타난 인물에 깜짝 놀라 들고 있던 펜을 떨어뜨렸다.
“라우더. 잘 못 잤냐?”
“어, 어… 형… 아, 아냐… 좀 피곤했나봐.”
예상치도 못하게 구엘이 나타나자 라우더는 당황하여 말꼬리를 흐리며 대답하였다. 구엘은 라우더가 떨어뜨린 펜을 손수 주워 책상 위에 올려주었다.
“펜까지 떨구고선.”
“아, 고마워.”
“점심 약속 없으면 같이 먹자.”
“응.”
“간다.”
손을 흔든 구엘은 강의실 밖으로 나갔고, 라우더는 형이 주워준 펜을 만지작대며 손에서 굴렸다.
‘점심 같이 먹자니… 새삼스런 말을 하네…’
평소 약속이 없으면 함께 식사를 하던 둘이었다. 라우더는 괜히 형이 신경 쓰이기 시작하였고, 습관처럼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언제 초콜릿을 전해줄지 고민하던 라우더였다. 슬쩍 아무렇지 않은 듯 전해 주어야할지, 아니면 분위기를 잡고 주어야할지. 게다가 올해는 형이 고백을 받을까봐 더 걱정이었다. 작년에 형에게 고백한 학생들의 명단은 이미 알고 있었다. 형이 어디론가 불려갈 때마다 매번 나서서 막고 싶었지만, 형이 곤란할 수도 있다.
둘은 점심을 먹고 가볍게 교정을 돌았다. 발렌타인데이 당일이어선지 초콜릿을 주고받는 원생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슬레타, 이게 뭐야.”
“미오리네 씨를 생각하며 만든 건데요, 너구리인데… 에헤헤… 별론가요…”
벤치 한 구석에 앉아서 초콜릿을 열어보는 미오리네와 곤란한 웃음을 짓는 슬레타의 모습이 보였다.
라우더는 발걸음을 돌렸다. 한적한 곳으로 들어서자 구엘이 라우더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 라우더. 오후 강의까지 시간 있지?”
“응. 형은 뭐하고 싶은 거 있어?”
“그건 아니고… 여기 앉아.”
벤치에 앉은 구엘이 빈 옆자리를 툭툭 쳤다. 라우더가 의아하게 구엘을 바라보자 구엘은 가방을 뒤적이며 고급스러워 보이는 포장 선물을 꺼냈다.
“자-.”
“형… 나한테 주는 거야?”
“그래.”
구엘은 머쓱한지 라우더를 똑바로 보지 않고 살짝 옆을 보고 있었다. 평소와 달리 약간 부끄러워하는 기색이었다.
“형, 고마워!”
라우더는 기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구엘을 살짝 껴안고 감사함을 전했다. 구엘은 놀란 듯하였으나 이내 라우더의 등을 두어 차례 툭툭 쳤다. 라우더는 아쉬운 듯 구엘에게서 떨어져 똑바로 앉았다. 오전까지의 피곤한 기색은 온데 간데 사라지고 갈색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고급스러운 포장지에 고급 브랜드 초콜릿이었다. 자세히 보니 작은 카드도 있었다.
“아, 그건 별 건 아닌데 나중에 혼자 있을 때 읽어라.”
구엘은 신신당부하듯 말하였고 라우더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차, 형. 나도 형 주려고 준비했는데 안 갖고 왔네. 수업 끝나고 줄게.”
“그래, 알겠다.”
거짓말이다. 라우더의 가방에는 구매한 초콜릿과 만든 초콜릿 2개가 모두 들어있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형과 더 있고 싶었다. 그리고 나중에 전해준다고 약속을 잡으면 형과의 소중한 시간을 더 보낼 수 있다는 의미다.
라우더는 슬쩍 몸을 구엘에게 기댄 채 포장에 달린 리본을 만지작거렸다.
“형, 풀어 봐도 돼? 같이 먹을까?”
“아니, 너 먹으라고 준 거야.”
“그래도 하나만 같이 먹어보자.”
“밥 먹은 지 얼마 안 되어서…”
계속되는 라우더의 제안에 못 이긴 구엘은 결국 라우더가 포장지를 풀고 초콜릿을 꺼내는 것을 바라보았다. 라우더의 눈이 반짝였다. 보기 좋은 아기자기한 초콜릿들이 빼곡하게 있었다. 초콜릿 장식이 섬세하고 먹음직스러워보였다. 라우더는 그중 장식이 가장 화려한 초콜릿을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들어올렸다.
“자, 형. 아- 해.”
“아-는 무슨, 너 먹어.”
“그래도-”
구엘은 다시 한 번 라우더에게 지고 말았다. 구엘이 오물거리는 초콜릿을 먹는 모습을 흡족하게 바라본 라우더는 자신도 초콜릿을 집어 한 입에 넣었다. 구엘에게 건넨 초콜릿 바로 옆에 있었던 초콜릿이었다.
“진짜 맛있다. 입에서 사르르 녹네.”
“그래? 다행이네.”
기쁜 라우더의 반응에 구엘은 다행이라는 듯 웃었다. 그때 수업 시작 10분 전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아, 슬슬 들어가 봐야겠다.”
“형, 초콜릿 고마워.”
“응. 별 거 아닌데, 뭐.”
“…형.”
라우더는 일어서려는 구엘의 교복 소매 끝자락을 잡았다.
“수업 끝나고 봐. 교정 뒤뜰에서.”
“알았어.”
강의실로 돌아온 라우더는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였다. 눈은 강의 칠판에 고정되어있지만 책상을 손끝으로 톡톡치거나, 형이 주워준 볼펜을 소리 나지 않게 만지작거렸다.
수업 중 라우더는 몰래 아무도 보지 못하게 잘 가린 채 구엘이 준 카드를 열어보았다. 초콜릿을 맛있게 먹으라는 내용과 함께 고맙다는 내용이 간단하게 적혀있었다. 필체에서도 그의 성격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카드 하단에 적힌 구엘(Guel)의 이름은 마지막 글자 ‘l’이 강하게 휘날려있었다. 라우더는 작게 빙긋 웃었다. 그리고 카드를 소중하게 가방에 넣었다.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라우더는 약속한 교정 뒤뜰로 나갔다. 구엘은 나무에 비스듬히 기대 서있었다. 라우더가 멀리서부터 그를 알아차리고 손을 흔들며 다가서려는 그때- 다른 여학생이 그에게 먼저 달려가 초콜릿을 내밀었다. 그 모습에 라우더의 발걸음이 우뚝 멈췄다.
그녀 뒤에 여학생들이 무어라 소리치고 있는 듯했다. 멀리서 바라본 구엘은 손을 내젓다가 겨우 초콜릿을 받아들인 후 여학생들 무리는 겨우 사라졌다. 구엘이 가방에 초콜릿을 넣은 것을 본 라우더는 한숨을 쉬었다. 잠시 더 뜸을 들이고 가야할까, 고민하던 때에 학생수첩이 울렸다. 기다리고 있다는 구엘의 메시지였다. 라우더는 발걸음을 옮겼다.
“형, 기다렸지?”
“어, 아니…”
라우더는 평소와 같은 무표정에 살짝 입꼬리를 올린 채였다. 아까 고백 받는 듯한 장면은 되도록 말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 그였다. 벤치에 나란히 앉자 석양이 지고 있었다. 학원 천장 사이로 붉은 햇빛이 들어와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나도 형 주려고 초콜릿 준비했어. 카드는 못 썼지만 말이야.”
“카드까지는 필요 없어.”
구엘은 손사래를 쳤고, 가방을 내려놓은 라우더는 지퍼를 열고 가방을 뒤적이기 시작하였다.
“자, 이거야.”
라우더가 멋들어지게 포장된 고급 브랜드의 초콜릿을 꺼내는 순간, 비닐 포장된 초콜릿 뭉치들도 함께 툭 떨어졌다.
“어?”
“응?”
놀란 라우더보다 구엘의 손이 빨랐다. 구엘은 비닐로 포장된 초콜릿을 들어 올리며 라우더를 바라보았다.
“너, 이거 직접 만든 거냐?”
“어… 응.”
길게 뜸을 들인 라우더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부끄러움에 얼굴이 달아올랐고, 석양이 지고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라우더는 고개를 푹 숙였고 구엘은 부스럭거리며 포장지를 풀었다.
“먹어봐도 되냐?”
“그… 잘 못 만들었는데. 역시 이걸 먹는 게…”
황급히 고급 브랜드의 초콜릿을 내밀자 구엘은 그것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네 정성이 들어간 쪽이 더 좋을 거 같아서.”
“…그럼 형….”
라우더가 떨리는 목소리로 직접 만든 초콜릿 쪽으로 손을 뻗었다.
“먹여줄게.”
이번에는 라우더가 좀 더 빨랐다. 바크 초콜릿을 작게 자른 후 조각을 집어든 라우더는 떨리는 손으로 구엘에게 내밀었다. 구엘의 혀가 손끝을 아주 잠깐 스쳤다.
“맛있네.”
초콜릿을 삼킨 구엘이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라우더의 얼굴이 환해졌다.
“정말?”
“그래. 아까 먹은 것보다 이게 더 맛있는데?”
“…형, 고마워.”
예의상 하는 말이겠지만 라우더는 기뻤다. 그래도 고급 초콜릿 못지않게 좋은 품질의 재료를 다양하게 넣었으니 맛있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그는 다시금 구엘의 옆에 툭 기대었고, 구엘이 들고 있는 포장지 쪽으로 손을 옮겼다. 잠시 손을 폈다 쥐었다 한 라우더는 구엘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조심스럽게 포갰다. 그리고 형의 귀에 나직하게 속삭이듯 말하였다.
“형, 나머지 초콜릿은 내 방에서 맛보지 않을래?”
“응?”
구엘의 대답을 채 듣기도 전에 라우더는 구엘의 손을 꽉 잡고 말았다. 어느새 해가 완전히 진 상태였다. 라우더는 미소 짓고 있었다.
“어, 뭐. 괜찮지.”
“형, 고마워.”
조금 욕심을 부리고 말았다고 생각한 라우더였다. 방금 형이 초콜릿을 받는 장면을 목격해서 더 그럴까.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지만, 라우더는 형과 조금 더 함께 있고 싶었다. 형이 자신이 만든 초콜릿을 먹으면서 웃어주기까지 했으니, 그저 조금 더 부리고 싶은 어리광이자 욕심이었다.
‘이로써 형과 더 함께 있을 수 있으니까, 그거면 충분해. 형에게 마음을 전하는 것은 좀 더 천천히 하자. 그나저나 오늘 형이 받은 초콜릿들은 어떻게 할까. 버리자고 하면 별로 안 좋아할 테고, 역시 기숙사에 나누어주자고 하는 편이 좋겠어.’
속으로 여러 생각을 하는 라우더였지만, 바로 옆에 있는 구엘은 그의 생각까지는 알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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