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의마녀/라우구엘] 꽃
수성의 마녀 라우더닐 x 구엘제타크 드라마CD 6 현대AU 꽃집 설정 있음
화창한 햇빛이 가득 비치는 꽃집, 구엘 제타크는 정성스럽게 꽃을 다듬고 있었다. 진한 장미향이 훅 풍긴다. 분홍색 장미를 골라 잎을 자르고 줄기를 자른다. 긴 속눈썹이 아래를 응시하며 섬세하게 손을 놀린다.
앞치마를 두르고 긴 머리카락 뒤로 느슨하게 묶은 구엘은 꽃다발의 리본을 단단하게 맸다. 완성된 꽃다발이 풍성하고 화려했다.
“와- 감사합니다!”
꽃을 받아든 손님의 표정이 환하게 변했다. 구엘은 뿌듯한 얼굴로 손님에게 인사를 했다. 손님이 나가자 구엘은 카운터를 정리하였다. 그리고 진열된 꽃이 잘 보이게 다시 꽂으며 새로운 꽃다발을 만들기 시작했다.
“형, 나 왔어.”
“라우더, 왔냐?”
딸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이복동생 라우더 닐이 들어섰다. 구엘은 라우더를 향해 싱긋 웃었다. 그의 손에 든 꽃다발을 본 라우더는 미소를 띤 채 말했다.
“형, 날로 꽃 만드는 솜씨가 좋아지네.”
“아직 갈 길이 멀었지만 고맙다.”
동생을 향해 신뢰를 보낸다. 이복동생은 형만큼 손재주가 좋지 않았다. 부족한 만큼, 동생은 청소나 부자재 주문, 꽃 발주 등의 일을 맡아하고 있었다.
라우더는 곧바로 앞치마를 두르고 꽃집 일을 돕기 시작했다. 동생의 시선은 이따금 형을 향하였다. 그 시선을 눈치 채지 못한 형은 꽃을 손질하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 꽃집의 휴무일인지라 손님은 없다. CLOSED 라는 팻말이 붙어있지만 구엘은 꽃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때 잘 차려입은 라우더가 꽃집 안으로 들어왔다. 드물게 세미 수트 차림에 머리카락까지 단정하게 올린 차림이었다. 색다른 동생의 모습에 구엘은 자신도 모르게 평소보다 더 오래 동생을 바라보고 말았다. 라우더가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한 표정을 짓자 구엘은 그제야 라우더에게서 시선을 뗐다. 여전히 의아함을 감추지 못한 구엘은 고개를 갸웃하며 라우더를 바라보았다.
“어, 라우더? 오늘은 쉬는 날이잖아. 어쩐 일이야? 게다가 어디 가는 거야?”
“아, 응. 그러려고. 형. 꽃다발을 만들어줬으면 하는데. 물론 돈은 낼 거야.”
“으응, 아냐. 라우더 네 일이니까 돈은 됐다. 어떤 꽃으로 줄까?”
정리를 하던 구엘은 자세를 똑바로 하여 허리춤에 손을 얹었다. 그렇게 멋진 옷차림으로 어디를 가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질문은 조금 더 나중으로 미뤄두기로 했다. 든든한 형의 모습을 마주한 라우더는 가벼운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꽃을 만들어줬으면 해.”
“누구한테 줄 거야?”
“좋아하는 사람한테 고백할 거야.”
꽃들 한가운데에 서서 어떤 꽃이 좋을지 고르던 구엘은 동작을 멈추었다. 화려하고 알록달록한 꽃들 사이에 우뚝 선 채 라우더를 돌아보고 말았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하기 위해 꽃을 만들어달라고?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바라본 라우더는 처음 보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살짝 발그레한 뺨, 설레는 듯한 들뜬 목소리, 커다랗게 뜬 눈, 가만히 두지 못하는 손. 구엘은 이 모습을 알고 있다. 가끔 손님들의 모습에서 읽을 수 있는 표정과 분위기다. 그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랑에 빠진 모습이다. 구엘은 가슴에 철렁 돌이 내려앉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애써 자신의 마음을 모른 척하면서 침착하게 꽃을 들었지만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화려한 꽃이 좋으면 리시안셔스와 장미가 좋겠네. 색은 어떤 게 좋아?”
“분홍색을 넣었으면 해.”
라우더는 온화한 눈빛으로 구엘을 바라보고 있었다. 갈색 눈동자가 생기를 머금고 있다. 그 눈빛을 본 구엘의 속이 갑작스럽게 울렁거렸다. 동생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하기 위해 꽃을 준비한다. 분명히 머리로는 동생을 응원해야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렇지만 가슴 한 켠이 쿡쿡 아려왔다. 누구를 좋아하는 걸까? 라우더라면 분명히 고백에 성공하겠지? 그렇다면 애인이 생기는 걸까?
구엘은 안간힘을 써서 미소를 지었다. 동생 앞에서 복잡한 표정을 보일 수 없다. 좋은 일이라면 더더욱 축하해주어야 한다.
“아, 형. 이쪽의 안개꽃도 넣어줄래? 흰색이 들어가면 더 예쁠 거 같아서.”
“그, 그래. 보는 눈이 있구나.”
구엘은 안개꽃을 드문드문 넣어 꽃을 더 화려하게 만들었다. 라우더는 물끄러미 구엘이 꽃을 포장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눈에 띄게 말이 없어진 구엘 대신 라우더가 평소 이상으로 말을 많이 하였다. 포장지 색상과 리본의 색을 지정하기까지 했다. 보통 손님들의 큰 요구사항이 없으면 구엘이 재량으로 정하는 부분이다. 라우더는 구엘의 스타일을 알기 때문일까. 세세한 부분까지 골랐다.
‘물어볼까, 말까?’
구엘은 라우더가 좋아하는 사람이 궁금해졌다. 고백하러 간다는 말을 듣자마자 물어보고 싶은 것이 산더미였다. 하지만 쉽사리 입을 뗄 수가 없었다.
‘누굴까? 내가 아는 사람이려나? 같은 학교?’
저도 모르게 조금은 침울한 표정을 짓고 만 구엘이었다. 라우더는 말이 없어진 형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구엘은 미묘하고도 복잡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구엘을 바라보는 라우더의 눈동자가 깊이 있게 빛났다. 대지는 바다를 담고 있었다. 대지를 닮은 갈색 눈동자는 바다를 닮은 푸른 눈동자를 응시했다. 꽃 포장에 열중하던 구엘은 라우더의 시선을 알아차리고 눈을 마주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선을 피하는 쪽은 구엘이었다. 아까보다 얼굴이 조금 붉어진 것 같기도 했다.
“다 됐다.”
구엘은 커다랗고 화려한 꽃다발을 카운터 위에 올려두었다. 라우더가 들기 쉽게끔 포장 부분을 라우더 쪽으로 했다. 구엘 나름대로의 세심한 배려다. 구엘의 머리카락을 연상케 하는 분홍색 꽃들과 화려한 빨강 장미, 보라색 포장지가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완성된 꽃다발은 구엘의 취향이었다. 사진으로 남기고, 가게 SNS에도 홍보로 올리고 싶었지만 참았다. 동생에게 실례되는 일일 것이다. 게다가 꽃다발은 받는 사람이 기뻐해야하니까 말이다. 꽃다발을 본 라우더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고마워, 형. 얼마야?”
“아냐. 정말로 됐다. 라우더 네 일이니까 말이야. 형으로서 응원해야지. 응, 내가 해줄 수 있는 거라곤 이거뿐이니까.”
구엘이 라우더를 향해 웃었다. 조금 억지로 웃었지만 라우더가 알아차리지 못하게, 입꼬리를 평소보다 더 올렸다.
“아니야, 형. 정말로 도움이 많이 되었어. 그리고, 예쁘다…”
라우더는 꽃다발을 들어 향기를 맡았다. 양손으로 꽃을 들고 있는 동생의 모습이 행복해보이고, 또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했다.
‘저 녀석, 원래 이렇게 잘 생겼었나. 꽃을 들어서 그런가. 저 모습을 싫어할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 라우더, 곧 애인이 생기는 걸까?’
여기까지 생각이 다다르자 씁쓸함이 떠오르는 구엘이었다. 목까지 차오르는 씁쓸함을 겨우 삼켰다. 구엘은 웃었다.
“고백, 잘 되었으면 좋겠다. 응원할게.”
“응. 고마워.”
라우더는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구엘은 카운터에서 몸을 돌려 막 움직이려고 했다. 당연히 라우더가 꽃을 든 채 가게 밖으로 나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형.”
“응?”
라우더가 구엘을 불러 세웠다. 구엘은 의아하게 라우더를 응시하였다. 갈색 눈동자는 한층 더 깊게, 생기를 머금고 있었다. 라우더는 아까보다 더 진지한 모습이었지만 얼굴에는 홍조를 띄우고 있었다.
“내가 고백하고 싶은 상대는 형이야.”
“…뭐?!”
구엘은 진심으로 놀라 입을 벌린 채 라우더를 바라보았다. 전혀 예상치도 못한 동생의 말에 형은 눈을 깜빡거릴 뿐이었다. 라우더는 구엘이 방금 만든, 크고 화려한 꽃다발을 구엘에게 내밀고 있었다.
“형, 좋아해.”
“자, 장난치는 거 아니지?”
“장난이 아니야. 나는 진지해.”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라우더는 더없이 진지하면서도 살짝은 들떠있었고, 귀 끝까지 빨갛게 물들어있었다. 라우더의 목소리가 다시금 울려 퍼졌다.
“좋아해, 형. 정말로 좋아해. 형과 깊은 관계가 되고 싶어.”
“…그렇구나…”
동생이 내비치던 사랑의 빠진 얼굴은 자신을 향한 것이었다. 이를 알아차린 구엘은 순간적으로 힘이 풀려 카운터에 가볍게 기댔다. 그리고 맥이 빠진 듯 피식 웃고 말았다.
“그랬구나. 네가 좋아하는 상대가 나였다니.”
“형! 나, 나는 진지해.”
“그래. 네가 진지한 건 나도 안다. 그래도 안심했어.”
“어, 어째서?”
라우더는 궁금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고, 구엘은 민망한 듯 목을 몇 차례 가다듬고 말했다.
“사실,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궁금했거든. 애인이 생기는 걸까 생각도 하고. 질투도 났으니까.”
“…형.”
말하는 구엘의 얼굴도 조금은 붉게 물들어있었다. 라우더가 구엘을 부르자 구엘은 그제야 헛- 소리를 내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라우더. 방금 한 말은 잊고…”
“형. 내 고백에 대한 답을 듣고 싶어.”
동생이 형을 바라본다. 형의 심장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구엘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꽃다발을 받았다.
“미안하다. 오래 들고 있게 해서. 나도 널 좀 더 알고 싶어.”
꽃은 발그레해진 구엘과 잘 어울렸다. 라우더의 얼굴이 환해지기 시작했다.
“형, 고마워! 내가 잘할게!”
“너는 지금까지 잘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날 좋아해줘서 고맙다.”
“나는 언제나 형을 사랑하고 있었으니까. 앞으로도 잘 부탁해, 형…”
“그래. 나야말로.”
구엘이 싱긋 웃자 라우더가 손을 건넸다. 구엘은 자연스럽게 손을 잡았다.
꽃집에서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고 있었다.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