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담
비철현 한나민경(마또님 AU를 차용했습니다!)
한나민경입니다…
마또님의 비철현대학적폐au가 맛있어서 써봤어요.
S대 장학생 임한나는 바짝 긴장했다. 눈앞에는 하민경 교수의 사무실 문이 자리잡고 있었다.
S대에 온 이후로 수많은 교수들과 면담을 거쳤고, 소위 ‘팥차를 끓이’려고 빌드업을 하는 교수들도 한둘이 아니었다. 한 원로교수님은 그를 ‘대학 근무 경력을 통틀어도 보기 드문 성실하고 뛰어난 인재’라고 치켜세웠다. 임한나 본인은 딱히 본인이 그 정도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주변에서 쏟아지는 관심은 그칠 줄을 몰랐다. 그는 그 모든 성원들을 냉철하고 침착하게, 더 솔직히 말하면, 다소 귀찮아하며 받아냈다. 이 정도 적극성이 뭐라고 다들 이렇게까지 관심을 가지는지.
그러나 한 명의 관심만큼은, 그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는 하 교수가 성적 공개 후 개인 메시지로 면담을 말했을 때, 그 메시지를 한참동안 뚫어지게 들여다보았다. 하민경 교수님이? 그 하민경 교수님이? 나를? 무리는 아니었다. C+ 폭격기로 불리는 하 교수의 강의들을, 그는 수강생 통틀어 유일하게 올 A+로 수강했다. 그야, 열심히 했으니까. 그렇지만 아예 개인 면담을……. 이건…….
일종의 포상인데요, 교수님.
그는 속으로 생각하며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 들어오라는, 날카로운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하 교수는 이미 책상 앞 탁상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교수님.” 임한나는 떨리는 맘을 안고 인사했다. 내가 교수들과 면담하면서 이리 긴장된 적이 없었는데.
“그래, 어서 와, 임한나 양. 한나라고 그냥 부를게.” 항상 신경질적인 표정이었던 하민경 교수는 드물게도 옅게 웃고 있었다. 교수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악수를 청하는 것이었다. 임한나는 꾸벅 인사하곤 오른손을 내밀어, 하민경 교수의 손을 살짝 맞잡았다.
교수님, 손이 희고, 가늘고… 차갑다. 반지는, 없고……. 창백하시다 생각은 했지만 손까지도……
자꾸만 손으로 시선이 갔다. 자신의 손에 땀이 배는 듯했다. 차갑고 흰 손의 결을 따라오는 힘줄에 시선을 고정하던 한나를 앞에 두고, 하 교수는 가만히 그를 보다가 말했다. “손, 계속 잡고 있을 거니?”
아! 죄송합니다. 한나는 손을 얼른 놓았다. 교수님의 손을 놓고 자신의 두 손을 공손하게 맞잡아 보니, 아 이런, 진짜로 손에 땀이 배여 있었다. 하 교수는 앞에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번 학기 학점의 사유와 앞으로의 당부, 진로는 어떡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 칼 같은 말투와 냉정한 평가였지만, 한나는 이것이 하민경 교수님에게는 엄청난 치하임을 알고 있었다. 보통은 이리 개별 면담을 하시지도 않는 분이다. 그는 이 학교에 재적하며 수많은 교수에게 칭찬을 들었지만, 그에게 지금 이 순간만큼 의미있는 순간은 없었다. 그 모든 대화의 와중에, 한나는 자신의 손을 모아 손깍지를 꼈다. 무의식적인 행동이었으나, 그 순간 딴생각이 그의 머리에 스쳤다.
교수님 손, 한 번만 이렇게 잡아보고 싶다.
한나는 자신의 손동작으로 인해 시작된 생각을 부정하려 하지 않았다. 하 교수의 질문들에 대답하는 도중에도, 그는 교수님의 얼굴을 바라봤다. 아니, 교수님과 대화하면 당연히 얼굴을 마주봐야 하지만, 그는 경청과는 조금 다른 의도였다. 교수님의 표정에서 읽히는 ‘오, 제법인데.’정도의 생각이 내심 좋았다. 교수님의 얼굴을 독대하고 오랫동안 바라보는 이 순간이 좋았다. 교수님은 강의실에서 뵈었을 때도 그랬지만, 예쁘셨다. 내가 이래도 되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마음이 이미 가는 걸 어떡하라고. 얼굴에 열감이 올랐다. 교수님이랑 얼굴 가까이 대고 싶다, 어쩌면 그 이상도……. 까지 생각이 멀리멀리 나아갔을 때, 그는 눈을 깜빡였고,
다음 순간, 하민경 교수의 얼굴은 주먹 하나 거리까지 다가와 있었다.
임한나는 흠칫 놀랐다.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교수님이 내 생각을 읽기라도 했나? 눈을 질끈 감았다. 피하지는 않았다.
“하, 안 피하는거니?” 하 교수는 픽 웃곤 다시 물러섰다. 얼굴이 멀어졌다. 한나는 눈을 떴다. “나 좀전까지 너한테 개선이 필요한 점들을 요구하고 있었어, 한나야. 보통 내가 이 정도로 몰아붙이면 당혹스러워하는데.” 한나의 얼굴은 여전히 타는 듯 붉었다. 방금 뭐였지? 그러나 방금은 그리 큰 일도 아니었다. 다음 순간 이어진 말은, 그의 머리를 멈추게 만들었다.
하 교수가 말했다. “너, 내가 그리 좋니?”
“…네?” 아셨나? 언제부터? 왜? 멈춘 머리 위로 수많은 물음표들이 떠올랐다. 하민경 교수는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맞나 보네. 단지 학문만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나에 대한 사심까지 포함이라.” 여전히 벌개진 채 멈춰 있는 임한나에게, 그는 말했다. “뭐, 나쁘지 않지. 그걸로 학문의 길을 갈 인재가 한 명 더 생기면 학계엔 이득이고. 근데, 이게 될 거라 생각한거야? 네가 열심히 하면? 나와 가까워질 거라고?”
“……아셨나요?” 한나는 이렇게 된 거, 그냥 지르기로 했다.
“하! 이런 애는 또 처음 보네.” 하 교수가 높고 날카롭게 웃었다. “재밌네. 그래, 맘대로 해 봐. 또 모르지, 내가 받아주는 날이 올 지?”
“방금 말씀하신 거, 진짜인가요?”
“와, 얘 진짜, 뭐 이런 애가 다 있지? 그래, 이런 마음을 들키고도 강의에 들어올 수 있으면 와도 좋아. 받아 줄게. 이러려고 면담을 한 건 아니니까 부른 데에 악의가 있었다 오해하진 마. 불렀더니만 네가 쉴새없이 티를 내니까, 설마하고 시험해본 거였어.”
“……앞으로도 뵙겠습니다, 교수님.” 한나는 하 교수를 똑바로 마주보았다. 공중에서 두 눈빛이 부딪혔다. 먼저 시선을 거둔 사람은 하 교수였다. 어이없다는 듯 눈을 감고 낮게 웃은 그는, 일어서더니, 이제 가 보라고 한나 뒤의 문을 열어주었다. 한나는 말없이 꾸벅 인사하고 사무실에서 나왔다.
‘미친 사람이다.’
나오자마자 그는 생각했다. 그는 벌렁이는 심장을 부여잡곤, 문 바로 옆의 벽에 기대어 주저앉았다. 교수님이…… 아신다. 그걸 또 떠보셨다. 학부생에게. 그 와중에 아까 바라본 교수님의 손과 얼굴은 아른거렸다. 얼마든지 고발할 수도 있는 상황임을, 그는 자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교수님이 여지 주신 겁니다. 교수님이요.’
그는 포기할 생각이 없던 거였다.
이… 이래도되나? 하민경교수가 너무미친사람이되지않나싶긴하지만……
마또님의 설정이 맛있어서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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