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발할라 마르틴 루터의 고뇌
새벽녘에 갑자기 글내림이 와서 잊기 전에 썼어요.
발할라 마르틴 루터의 생각 흐름입니다.
가톨릭과 개신교 사이의 교리 차이가 언급됩니다…! 저도 신학을 깊이 아는 것은 절대 아니기 때문에 적당히 흘려 읽어주세요ㅠㅠ
발할라라는 공간에 의문을 품고 깊은 고민에 빠진 철학자들은 한둘이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종교인들의 경우엔 그 고민이 심화될 수밖에 없었다. 마르틴 루터 역시 그 중 하나였다.
그는 평생 신앙을 위해 싸웠다. 정확히는, ‘바른’ 신앙을 위해 싸웠다. 당대 교회의 성당 증축과 토지 매입, 면벌부 판매 등의 부패, 교권이나 전통을 주로 인정하고 성서를 등한시하며 성서의 번역을 막아 일반 민중에게 성서의 내용을 전하지 못하도록 독점한 교회의 독선. 그는 온 몸을 던져 그 모든 것에 반기를 들었다. 그 말고도 교회에 저항한 자들은 있었으나, 어떠한 거대한 흐름을 전 유럽에 촉발한 사람은, 의도하진 않았지만 자신이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오직 하나님의 말씀, 성경의 말씀 그대로 살아가기를 바랐고 실제로 그리 노력했다고 생각했다. 그도 인간인지라 신 앞에서 완벽하다 감히 말할 수는 없는 인생이었지만, 주님께서 날 지켜보고 계시리라 생각했었다. 그렇게 믿으며 눈을 감았다.
그런데, 여긴 뭐지?
암전되었다가 눈을 떴을 땐 낯선 곳이었다. 어리둥절하며 거울을 봤을 때, 거울 속 낯선 사내의 눈에는 십자가가 깊게 새겨져 있었다. 구원받아 새 모습이 되었나 했으나, 공간을 탐색하다 보니 예상 밖이었다. 이름도 어려운 발할라, 라는 공간에는 다른 종교들의 지도자들이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저 먼 동쪽의 사상가들이 함께 머무르고 있었다. 선배라며 말 거는 자들의 이름은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제논, 아우구스티누스, 아퀴나스. 쟁쟁한 이름들을 마주하고 좀 더 돌아보니 신을 부정하거나 냉소적으로 본 자들까지도 이곳에 존재했다. 동쪽의 일부 학파는 아예 인격신을 전제하지조차 않은 듯했다. 이게 문제였다. 천국이라면, 이곳이 천국이라면 신을 부정하거나 전제조차 않는 사람은 존재해선 안 되는 것 아닌가? 아니, 구원의 여지가 있는 자들이어서 이곳에 있나?
그렇다면, 이곳은 연옥인가?
연옥 신앙은 오래된 신앙이다. 자신의 종교개혁 후 구교의 ‘트리엔트 공의회’에서 연옥에 관한 교령을 통해 이 교리를 공포했다는 소식을 듣기는 했다. 자신 또한 신학생으로, 사제로 지내며 연옥 신앙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개혁 과정에서 그것을 거부한 바가 있었다. 그는 개인의 공덕이 아닌 신앙을 통해 구원받는다는 ‘신앙의인’, 교권이나 전통이 아니라 성서만이 근본이라고 주장하는 ‘성서원리’, 믿는 자 각각이 신 앞에 직접 선다는 ‘만인사제주의’등을 표방하며 교회의 교리들을 뒤집었다. 연옥 신앙은 이런 주요 교리들과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또한, 연옥 교리의 근거라 여겨지는 마카베오기를 그는, 그리고 그에게서 시작한 개신교는, 정경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어찌됐든, 연옥 신앙은 오래됐지만 자신의 신앙대로라면, 자신이 읽은 성서대로라면 이곳은 연옥이어서는 안 됐다.
그럼 뭘까?
대체 관리자라는 존재는 뭘 위해 이런 공간을 만든 것일까?
관리자가 하나님은 절대 아니잖아.
그렇다면 왜.
내가 믿어온 것은?
…내가 믿어온 것은?
그는 죽은 지 오래다. 지상으로 내려갈 수는 없고, 듣자하니 이 곳에서 나가는 것 또한 불가능한 듯했다. 죽고나서 모두가 이 공간에 오는 것도 아닌 것 같고. 관리자의 기준에 따라 인류 중에서 일부의 존재들만 오는 이곳을, 대체 무슨 공간이라고 칭해야 할지, 나의 신앙을 흔들지 않고 받아들일 방법은 없을지. 마르틴 루터는 고민했다. 그는 고집이 제법 강했다. 이상할 정도로 생생히 느껴지는 세계이지만 자신의 신앙을 수정할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괴로워하며 고민했을 때, 그는 안타깝게도, 부정적 결론에 이르렀다. 남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이곳은 지옥일지도 모르겠다.
믿어온 신이 절대 아닌 것으로 보이는 초월적 존재가 있다. 그의 신념에 반하는 자들이 같은 공간에서 어울리고 있다. 그들의 행동과 사고의 기준은 절대 성서가 아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신앙에 반하는 공간이 그에게 주어져버렸다. 탈출할 수도 없는, 그에게 끊임없는 고뇌를 유발하는 공간이.
이리 괴로움을 유발하는 공간이라면, 정말 지옥인걸까.
…
마르틴 루터는 조용히 성경책을 덮었다. 그는 오전마다 성경을 읽고 묵상했다. 그러던 중 예전에 많이 생각했던 잡념이 떠오른 것이었다. 어느덧 이곳에서 살아오게 된 지도 한참이다. 끊임없이 괴로워하던 그는, 어차피 여기에서 나가거나 상황이 달라지길 바랄 수도 없는 상황에 계속 이 고뇌를 하면 스스로가 힘든 탓에, 고민을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오늘처럼, 의문이 다시금 고개를 드는 날이 있었다. 그는 생각했다.
오늘은 또 심란하겠구나.
한숨을 내쉬고, 루터는 주기도문을 읊기 시작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발할라라는 공간이 문득… 가톨릭이든 개신교든 기독교 신앙이랑 어우러지는 바가 없다는 게 생각나더라고요. 특히나 루터같은 경우엔 자신이 옳다 믿는 신앙에 한 몸을 투신한 사람인데, 이런 공간이 사후에 주어져버리면… 많이 힘들어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읽어주시는 분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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