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가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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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찬의 등에는 점이 북두칠성 오리온자리 게자리 뭐 그런 것처럼 나열되어 있었다. 멀리서 박병찬의 등을, 그리고 박병찬이 땀을 식히고 있는 걸 쳐다보다가 눈을 감고 머리를 흔들었다. 느슨해져 있었는지 내 귀에서 피어싱이 바닥에 떨어졌다. 제자리에서 고개만 아래로 내려 휙휙 돌렸으나 주변이 어두워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땀에 절어버린 반팔
다리를 달달달 떨면서 말하는 꼴이 죄 지은 개같았다. 하지만 눈은 꽤 반항적이다. 상호는 롯데리아 쟁반 위로 마주 쥔 희찬의 손 두 개를 쳐다봤다. “내도 니 똑똑한 거 안다.” 아는데 왜 말을 안 듣지? 상호는 이 협상 테이블의 모든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앞에 앉은 마르고 마른 정희찬. 무슨, 계획을 세우자는데 범죄의 수준이고…… 왜 하
말이 없어서 티가 안 나 그렇지, 진재유는 성격이 급한 편이었다. 4교시가 늦게 마치면 미리 와서 같이 급식 먹자고 기다려 주는 게 용할 정도. 그럼에도 신발 끈이 풀려 런닝 늦게 출발할 때 옆에서 우두커니 서 있어 주는 것. 이미 잘 준비는 다 해 놓고 룸메이트가 불을 끄기 전엔 잠들지 않고 꼭 잘 자라는 말을 해 주는 점. 재유는 그런 성격이기도
쥐에게 갉아 먹힌 앰프선을 쳐다보니 주마등이 스쳐 지나갔다. 나머지는 몰라도 다같이 전전전세(너의 이름은 ost, 전율을 일으킴, 기상호 기준) 연주 했을 때는 즐거웠지 않았나. 상호는 덜 자란 머리카락을 슬슬 쓸어 넘겼다. 오타쿠처럼 한 마디 하며 약올리고 싶었는데 그럴 대상들이 사라져 있었다. 상호는 이게 만화였다면 자기 머리 위로 말줄임표가 서
https://youtu.be/eOUtsybozjg?si=h2BM85_HGs4iEKYo born to beloved 1 이제 머리는 제법 길어 있었다. 길가다 아는 사람이 붙잡고 ‘너 제대 했어?’라고 물을 만큼의 길이에서는 벗어났다는 뜻이다. 그건 동시에 공연 도중 머리를 털면 땀이 더 오래 머리카락에 머무르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공
유령이 될 거라 예상하며 죽는 사람은 없다. 준수가 재유에게 얻은 깨달음 중 하나였다. 일렁일렁 10월, 날은 추워지기 시작했고 준수는 다리를 자주 떨었다. 추워서인지 초조해서인지 명확하지 않았다. 다리를 자주 떨어서 그런가, 배가 되게 금방금방 꺼지기도 했다. 준수는 신라면 작은 컵에 물을 부어 독서실 옥상에서 자주 먹었다. 재유를 만난
초록은 동색 해운대 바다가 힐끔힐끔 보이는 곳에 위치한 수성복집은 이따금 수련생을 받았는데, 진재유도 그 중 하나였다. 요리를 배운지 3년이 조금 넘어 스무 살이 된 재유는 뜬금없이 복요리를 배워 보겠다며 나섰다. 니 칼은 쓸 줄 아나? 자격증도 땄습니다. 학생 아니가? 학교 안 다닙니다. 고등학생? 자퇴했나? 고졸입니다. 간단하게 면접을 본
헤어지자는 말을 먼저 꺼낸 것은 진재유였다. 진재유가 그만 만나자는 다섯 글자를 말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며칠이나 될까. 성준수는 연애 날짜를 세어봤다. 얼핏 곱셈만 해도 세 자리 수가 훌쩍 넘어서 관뒀다. 헤어지기 위해 만났다는 생각만 자꾸 들었다. 준수 니는 잔 생각이 없어서 좋다. 성준수는 한숨도 쉬지 못하고 입술을 다물었다. 재유 네 말은 애초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