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투빌러비드

thinkinu by 가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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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eOUtsybozjg?si=h2BM85_HGs4iEKYo


born to beloved

 

1

 

 

이제 머리는 제법 길어 있었다. 길가다 아는 사람이 붙잡고 ‘너 제대 했어?’라고 물을 만큼의 길이에서는 벗어났다는 뜻이다. 그건 동시에 공연 도중 머리를 털면 땀이 더 오래 머리카락에 머무르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공연장의 누구보다 스모그에 가깝게 서있는 것은 아마 자신이었다. 조명 빛을 가장 빠르게 받는 것도. 가장 구석에 처박혀 있었으니까. 이초원은 그것에 아직도 낯을 가렸다. 사회 적응할 때도 되었는데 아직은 멀었나보다. 초원은 그렇게만 생각했다.

아. 아니다. 오늘은 아니다. 공연장에서 가장 빠르게 조명을 맞이하는 것은 지금 스탠딩 마이크 붙잡고 마이크 선을 왼손에 감은 저 사람이다. 초원은 코드를 짚으며 그 사람을 쳐다봤다. 첫인상은 그냥 잘생긴 사람이었는데. 키가 커서 조명을 빠르게 받나. 하지만 무대 위에서 보니 그건 키 때문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노래하는 저 사람을 보면 조명도 알아서 고개를 돌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2

 

 

스물 하나였을 때, 그러니까 이초원이 군대 가기 직전의 백스테이지였다. 초원은 악기에 물 튄다고 무거운 베이스를 한 손으로 저 멀리 들며 생수 세례를 받고 있었다. 누가 가져온 건지 가위가 슥삭 소리를 내면서 장난스럽게 다가오고 있었다. 초원은 아 위험하니까 저리 가 하고 웃으면서 남은 손으로 휘적댔다.

 

“잠시만 지나갈게요.”

 

옆으로 지나가는 사람이 그렇게 말했고, 휘적대던 손이 그에게 닿았다. 어 죄송……. 초원은 사과를 위해 운을 띄웠으나 그 사람은 찰나 간 초원을 내려다보곤 무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빵빵한 사운드를 배경음으로 하고 이초원의 묶어놓은 꽁지가 잘려나갔다. 초원은 웃으면서 얼굴에 남은 물을 손으로 훔쳐 냈고 손을 청바지에 대충 닦았다. 비지엠 죽인다, 이초원. 삭발식이 이렇게 화려해.

 

“겨우 꽁지 잘라 놓고 뭔 삭발이야.”

“여기 사람 없으니까 이렇게 성대한 축하도 해줄 수 있는 거야.”

 

백스테이지는 평소만큼 북적이지 않았다. 초원은 턱으로 흐르는 물을 손등으로 닦아냈다. 그러게요, 사람 없네. 그때 드럼 치던 형과 디제잉하는 형이 이야기 했다. 다들 박병찬 보러 갔어. 그게 누군데? 오늘 보컬 객원. 아 걔. 초원은 관심 없었다. 어차피 군대 갈 건데 새로운 사람과 안면 터봤자 뭐하느냐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아까 지나갔던 잘생긴 사람인가 궁금하긴 했다. 건반 소리는 들리지 않고, 아까 그 사람은 드럼 스틱을 들지 않고 지나갔으니까. 물에 젖어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 뭉치를 주우며 초원은 노래를 계속 들었다. 노래는 저런 목소리로 부르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솔직히 말하면, 초원 취향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3

 

 

제대 후 돌아간 밴드는 멤버가 거의 그대로였다. 건반 친다는 사람 한 명을 새로 들였고 보컬 자리는 텅 비어 있었지만. 리더가 연습 장소와 시간을 공지했던 카톡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초원이 지하철에서 내렸다. 교통카드를 찍고 개찰구를 나오면서 지문을 매만졌다. 매끄러웠다. 이런 손으로 연주 다시 잘 할 수 있으려나.

밴드 이름은 타디tardy였다. 작명의 근원을 타고 올라가면 죄다 지각쟁이들 뿐이어서. 그러니까 오늘도 이초원만 연습실 도어록 누르면서 첫 빠따가 될 예정이었다. 대여료 아깝지도 않은가. 마지막으로 별표를 누르고 문을 열었을 때는 인기척에 숙인 고개를 들었다.

 

“아. 일찍 오셨네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객원 보컬이 이 사람이었네. 먼저 와 있던 사람은 이어폰을 뽑고 기우뚱 일어나 초원에게 인사했다. 꽁지 잘렸던 날 봤던 그 잘생긴 사람이었다.

 

“그… 보컬하러 오신 거죠?”

“네.”

 

잘 부탁드립니다. 그 사람이 말했다. 초원은 베이스를 내려두면서 네, 저도요, 하고 대답했다.

 

박병찬은 소속 밴드 없이 돌아다니는 보컬이랬다. 이초원은 연습 후 술자리에서 조용히 맥주를 마시면서 얘기를 가만히 들었다. 드럼은 병찬과 나름 친해보였다. 새로 왔다는 건반은 친화력이 좋은 사람인지 둘 사이에 거북함 없이 잘 끼어들었다. 기타는 여친 만나러 간다고 일찍 자리를 떴다. 초원은 배가 고팠으므로 요기나 할 생각에 테이블을 지키고 있던 거다.

 

“그게, 기타를 치라길래.”

“기타도 없는데 팀을 만든대?”

“그러게요.”

 

이야기 주제는 여전히 박병찬이었다. 초원은 앞에 놓인 가라아게를 씹어 먹으며 물 대신 맥주를 입에 가져갔다.

형님이야말로 어떻게 팀을 이렇게 오래 끌고 가요? 초원을 제외한 밴드 멤버들은 익숙하게 술을 채우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야 요즘 드럼 제대로 치는 새끼가 어딨냐. 그니까 형님 밖에 없다는 거네 지금. 에이 밥 잘 사준다고 소문나서 저도 들어온 건데요. 아 그래요? 누가 그딴 소문냈냐? 그니까 내 지갑이 맨날 얄팍하잖아. 셋은 왁자지껄했다. 초원은 말을 따로 얹지 않았다. 배가 슬슬 불러왔다. 악기 가방을 뒤적여 담배를 몰래 숨기고 저 화장실 다녀올게요, 하고 자리를 떴다. 그대로 길을 돌려 가게 밖 꽁초 더미를 찾았다. 한 대 다 피우고 주머니에 담배를 도로 집어 넣는데 가게 출입문이 열리며 병찬이 나왔다.

 

“같이 피우자고.”

“……그러세요.”

“화장실. 안 갔죠?”

“…어떻게 알았어요?”

 

담배 찾는 거 봤거든요. 그러면서 병찬이 뒷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냈다. 초원도 다시 주머니를 뒤져 병찬 옆에 나란히 섰다. 재미있어 보이길래 일부러 말 안 하고 나온 거였는데. 옆에서 듀퐁 라이터 열리는 소리가 났다. 속으로 생각했다. 이 인간도 음악한다고 가오충이네.

 

“기타 치는 분은 어디 갔어요?”

“여자친구 만나러요.”

“아하.”

“…….”

“그쪽은 애인 안 만나요?”

“제대한지 얼마 안 돼서요.”

“그래서 머리가 짧구나.”

“…….”

 

사실 당신하고 처음 만났던 날에 머리 잘랐는데. 구태여 말하지는 않았다. 이런 식의 낯선 사람과 스몰토크를 유려하게 하기엔 아직 사회성이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자연스럽게 잔디 같은 뒤통수로 손을 옮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베이스 언제부터 쳤어요?”

“중학생 때요.”

“아 그래서.”

 

그래서 되게 잘 치는구나. 병찬이 그렇게 말하면서 연기를 뱉었다. 초원은 뒤통수를 긁던 손을 내려 뒷주머니에 꽂았다.

두 번째 인상은 이거였다. 구석탱이 베이스 이초원한테 음악을 칭찬하네. 가오충 주제에 음악 듣네.

 

 

4

 

 

가볍게 대화하는 사람이길래 마냥 가벼운 사람인 줄 알았으나 박병찬은 늘 연습에 1등으로 도착했다. 원래 초원만 연습실에 앉아 조율하던 상황에 병찬이 끼어든 것이었다. 병찬은 왔어요? 하면서 초원에게 인사했고, 초원은 고개를 꾸벅이면서 안녕하세요, 하는 게 연습의 시작이 된 것이 한 달이 넘어갔다.

 

“재키홀 6주년 공연 참가하자.”

 

그날도 늦게 도착했던 드럼이 그렇게 이야기했다. 다들 그러겠다고 수긍했다. 병찬도 별말하지 않았다. 한 달 내내 연습했던 곡들이 있으니까 그걸로 리스트 짜서 가면 무난하게 공연할 수 있을 거라며 또다시 3주가 흘렀다.

그 동안에도 박병찬은 이초원의 담배 타임에 함께했다. 그때 나눴던 이야기들은 가벼웠다. 어제는 뭐했느냐는 이야기. 어떤 밴드 신보 들어봤느냐는 이야기.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를 나눴고, 초원과 병찬의 거리감도 늘 같게 유지되었다.

 

“무대에서 넘어진 적 있어?”

“예?”

 

공연 전 마지막 연습날, 밤 11시의 담타에서 병찬이 그런 말을 건넨 것은 좀 새로웠다. 병찬은 자기가 스물다섯 때 재키홀에서 공연하다 무대에서 마이크 줄에 걸려 넘어진 적이 있다고 했다.

 

“그때 넘어져서 뒤통수에 혹 났었는데.”

“……공연은 괜찮았어요?”

 

그렇게 되묻자 병찬은 초원을 보던 얼굴을 휙 돌렸다. 왜 저래? 못 볼 거 봤나…. 초원은 지지 않고 처음 자세 그대로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까지 무대인 거지.”

 

병찬이 그렇게 말했다. 병찬의 표정에 장난기는 일절 없었다. 그에 초원은 고개를 느리게 끄덕였다. 그러나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한 것이다. 가오충.

 

 

 

 

하지만 지금 재키홀 무대 한 가운데에서 스탠딩 마이크를 잡고 조명을 쬐고 있는 박병찬을 보니, 박병찬의 이야기는 마냥 가오는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지금 연주되고 있는 노래는 기타의 자작곡이었다. 가사가 살짝 구린. 초원은 코드를 짚으며 그 가사를 노래하는 박병찬을 쳐다봤다. 그렇게 구린 가사는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곡이 끝나자 박병찬은 예정에 없던 멘트를 쳤다. 다른 멤버들이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아서 초원도 어깨끈을 다시 매만졌다. 관객석에 자주 보던 얼굴이 있어서 손 흔들어 인사하는 정도만 하고 있었다. 박병찬이 하는 이야기는, 자신이 재키홀에 얼마나 자주왔는지에 대해서였다.

 

“제가 여기서 이 노래 불렀던 적이 있었는데.”

 

제가 그 노래 부르다가 넘어진 적이 있었거든요. 그러자 관객석에서 환호성이 들려왔다. 세트리스트를 공개한 적도 없었지만, 박병찬이 말한 곡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 보였다. 예전에 드럼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쟤 인기 많아.’ 맞는 것 같네. 초원도 관객석에 있었다면 박병찬을 몇 번은 찾아봤을 것 같았다.

박병찬이 기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기타가 전주를 연주했다. 초원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병찬의 스탠딩 마이크 쪽으로 다가갔다. 박병찬과 연습했던 보컬 화음을 넣어주기 위해서였다. 초원이 앞으로 걸어나오자 관객들이 소리를 질렀다. 초원은 베이스 줄을 튕기며 병찬과 함께 마이크에 대고 노래했다. 유얼 러브 이즈 라잌 밷 메디슨. 둘의 목소리가 공연장에 동시에 울렸다. 몇 마디를 함께 부르곤 초원이 마이크에서 멀어졌다. 멀어지는 이초원의 어깨를 박병찬이 툭툭 두드렸다. 이제 초원이 마이크에 대고 부를 소절은 마지막 간주 전의 배드 배드 메디슨을 세 번 외치는 부분이었다. 박병찬이 유얼 러브와 메디슨을 외쳐댔다. 박병찬은 넘어지지 않았다. 이초원은 단순한 코드들을 짚을 때마다 노래하는 박병찬을 쳐다봤다. 연습실에서와는 조금 다른 사람 같았다. 솔직히 연습할 때는 참 열심히도 목을 긁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여기서 보니 본 조비처럼 보였다.

초원이 자신의 마지막 소절을 부르기 위해 마이크로 다가갔다. 그때 병찬은 꽤나 상기된 얼굴로 초원의 어깨에 팔을 걸었다. 이 사람 왜 이래? 초원은 그런 생각을 하며 간단한 가사를 외쳤다. 밷밷 메디슨, 밷밷 메디슨, 밷밷 메디슨. 이제 마지막 벌스를 남기고 간주가 조금 길어질 타이밍이었다. 초원은 원래 자신이 서있던 자리로 돌아가려고 했으나 병찬의 팔이 어깨에서 풀리지 않았다. 뭐하는 거야? 초원은 무대에서 이런 일을 한 적이 없었다. 주로 기타가 보컬 옆에 서지, 베이스이자 구석탱이 터줏대감인 이초원은 이렇게 오래 무대 중앙에 서 있을 이유가 없었다. 초원은 연주를 멈출 수는 없어서 손가락을 튕겼다. 그때 박병찬이 초원의 턱을 붙잡았다. 손가락을 보고 있던 시선이 순식간에 박병찬의 얼굴로 돌아갔다. 그리고 박병찬을 밀어낼 틈도 없이, 박병찬이 키스했다. 이초원의 손가락이 멈췄다.

병찬은 몇 초 뒤에 떨어져서 다음 소절의 가사를 마이크에 속삭였다. 환호성이 박병찬의 목소리만큼 크게 울렸다. 초원은 다시 베이스에 손을 올리고 느슨해진 병찬의 팔에서 벗어나 남은 마디를 연주했다. 뭐야? 진짜 뭐지? 그리고 하나 떠올랐다.

 

그것까지 무대인 거지.

 

키스가 어떻게 무대야? 어쨌든 박병찬과 관객들은 합창을 하고 있었다. 공연이 끝나고 초원은 무대에서 가장 먼저 내려갔다. 자라난 머리카락에서 땀이 뚝뚝 떨어졌다. 오늘 조명은 죄다 박병찬을 향해 있었는데도.

 

5

 

 

키스 퍼포먼스 덕인지는 모르겠으나 여기저기에서 섭외가 들어왔고, 초원의 밴드는 서울 전역을 거의 순회하다시피 했다. 그 기간 동안 병찬과 초원의 거리감은 변화하지 않았다. 담배를 같이 피우고, 화음을 부탁하고. 그러나 다음 공연부터는 키스하지 않았다. 마지막 간주에서 병찬은 초원의 어깨에 팔을 둘렀지만, 멘트를 초원에게 넘기거나 베이스 줄에 마이크를 가져다 대거나 하는 식으로만 움직였다. 그러니까, 박병찬은 그때만큼 흥분해서 공연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멤버들은 공연이 끝나고 병찬과 초원의 등을 두드리며 오늘도 수고했다는 말만 했다. 병찬은 씨익 웃으면서 형도요, 너도, 하고 인사했다. 초원이 너도 고생했어. 초원은 병찬의 인사치레를 들으며 수건으로 목덜미를 닦았다.

어느 공연장 백스테이지에서 팬들에게 사진을 찍어주고 있는 박병찬을 쳐다보며 초원이 드럼에게 슬쩍 물었다.

 

“근데 뭐하다 온 사람이에요?”

“병찬이?”

 

아무도 모를걸. 드럼은 그렇게 이야기 하며 초원에게 어깨동무했다. 오늘 뒤풀이 어디로 갈래? 신난 드럼의 목소리에 더 이상 캐물을 수 없었다.

 

 

 

 

병찬은 이번 달 공연까지만 함께 하기로 했다. 평범하게, 공연 뒤풀이에서 그렇게 말했다. 원래부터 객원이었으므로 놀랄 일은 아니었다. 드럼은 병찬과 술잔을 부딪히며 아쉬워서 어떡하냐고 너스레를 떨었고, 병찬은 한술 더 뜨면서 손님맞이 고마웠다고 대답했다. 다들 병찬을 떠나보내는 것에 아쉬움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초원은 말없이 앞에 놓여 있는 감자튀김을 먹으며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그때 갑자기 드럼이 목소리를 큼, 하고 다듬었다. 초원은 반사적으로 휴대폰을 홀드하며 고개를 들었다.

 

“사실 있잖아.”

“왜요?”

“우리도 이번 공연까지야.”

 

그런 말을 왜 이제 해요? 미쳤어요? 다른 멤버들이 드럼을 질책했다. 드럼은 손을 합장하며 정말 미안하다고 빌었다. 사실 모두 이렇게 될 것을 알고 있긴 했다. 드럼은 직장이 있었고 밴드는 취미 주제에 거창해졌다는 걸. 키보드와 기타도 그걸 알고 있었기에 질책하면서도 심한 말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키보드는 공시생이었고, 기타는 여자친구와 결혼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런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모두가 한바탕 이러저러 이야기를 쏟아내는 와중에도, 초원과 병찬만 조용히 음식과 술을 먹었다. 초원은 밴드 해체 소식을 들었음에도 큰 감흥이 나질 않았다. 나는 음악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니까, 라는 마음가짐이 조금 위안이 되어서였는지도 모른다. 밴드가 없어진다고 해서 내가 음악을 관둘 것은 절대 아니니까. 그러나 손바닥에 땀이 났다. 초원은 오늘 마지막으로 연주했던 곡의 코드를 기억하며 손바닥을 바지에 문질렀다. 그리고 맥주잔으로 손을 뻗을 때, 마주 앉아 있던 병찬과 눈이 마주쳤다. 병찬이 소리 없이 ‘담배?’하고 물었고 초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난리통이라 병찬과 초원이 잠시만요, 하고 자리를 벗어나도 말 거는 사람이 없었다.

술집 앞 재떨이 근처에서 두 사람은 각자 담배와 라이터를 꺼내들었다. 초원은 병찬의 라이터에서 나는 퐁 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라이터 부싯돌을 굴렸다. 이제 날이 더워지고 있었다.

 

“오늘도 공연 수고 했어.”

“형도요.”

“난 나만 마지막일 줄 알았는데.”

“네….”

“신기하네.”

 

병찬이 그렇게 말하며 연기를 뱉었다. 신기할 게 있나. 슬픈 것도 아니고.

 

“형은 이제 어디 가시게요?”

“나는 또 객원 해야지.”

“왜 밴드 안 하고….”

“이런 말 지인짜 하기 싫은데.”

“그럼 말 하지 마세요.”

“객원 하는 게 더 돈 많이 벌어.”

 

초원이 입에 손을 가져가다 멈칫 했다. 돈? 돈이 여기서 왜 나오지. 밴드로 벌어먹고 사는 사람이 인디 판에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닌데. 초원 자신도 공연이 없는 월요일에는 내내 고깃집에서 숯을 나르며 입에 풀칠을 했다.

 

“이걸로 성공하고 싶단 말이야, 나는.”

 

병찬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목을 손가락으로 쿡 찔렀다. 그런 주제에 담배를 들고 있는 게 모순적이었다. 초원은 아, 네, 건조하게 대답하고 연기를 깊게 빨았다. 당신 그 정도로 노래 잘하지 않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으나 곧 마지막인 병찬에게 굳이 말하지는 않았다.

 

“이초원 넌?”

“다른 밴드 찾아봐야죠.”

“그래?”

“네.”

 

병찬과는 조금 다를지도 몰랐지만 어쨌든 이초원 또한 음악을 계속 하기 위해 살고 있었다. 다른 밴드를 찾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베이스 포지션은 원래 그랬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그렇지만 있어도 거슬리지 않는 것. 아마 드럼은 초원을 지인의 밴드에라도 꽂아줄 것이었다. 초원이 너는 왜 베이스만 고집하는 거야? 너 노래도 되잖아.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었다. 초원도 알고는 있었다. 누군가 만들어놓은 판에 은근슬쩍 끼어드는 데에는 베이스로도 무리가 없었지만, 베이스만 가지고 밴드하자며 사람들 끌어 모으기는 너무 어렵다는 것을. 그리고 노래만 하는 게 차라리 낫다는 걸. 그렇지만. 이초원이 하고 싶은 것은 노래가 아니라 음악이다. 그렇게 말하면 다들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왜 그렇게 철학적으로 접근하냐며 초원의 등짝을 때리곤 했지만.

밤 거리에 사람들이 깔깔 웃으며 지나갔다. 병찬은 그런 사람들을 눈으로 쫓으며 담배를 피웠다. 초원은 땀이 나서 찝찝한 턱 밑을 긁었다.

 

“베이스면 팀 찾는 건 좀 수월하겠네.”

“뭐…… 그렇겠죠.”

“그리고 너는 좀 반반해서.”

 

베이스 못 생기면 안 뽑는 사람들도 있더라. 병찬이 그렇게 말했다. 뭐라고 하는 거야 지금. 초원은 마지막으로 연기를 빨아들였다. 신경질적으로 재떨이에 담배 꽁초를 비벼 껐다. 예전엔 나보고 베이스 잘 친다고 했으면서.

 

“근데 꼭 트랙 먼저 들려주고 들어가. 넌 손가락이 아까워.”

 

그러면서 병찬이 베이스인지 기타인지를 허공에 연주하는 시늉을 했다. 노래도 꼭 들려줘. 그거 약간 네 필살기. 초원은 단순하게도, 그런 병찬을 보며 방금까지 기분 나빴던 것을 잊었다. 헛웃음을 지으면서 누가 악기를 그렇게 쥐느냐고 말했다.

 

“그런데 형.”

“왜?”

“형은 대체 뭐하다 여기까지 왔어요?”

 

초원이 가벼운 말투로 물었다. 그러자 병찬은 허공에 올렸던 손을 내렸다. 툭 떨어진 손이 다시 병찬의 바지 주머니로 꽂혔다.

 

“집에서 쫓겨 났어.”

“네?”

“그게 다야.”

 

됐지? 이제 들어가자. 그러면서 병찬이 재떨이에 꽁초를 던졌다. 그게 다라고 말하는 병찬의 목소리는 전에 들어본 적 없이 낮았다.

 

 

 

 

 

마지막 공연, 마지막 곡. 거의 밴드의 시그니처가 된 배드 메디슨을 또 부르고 있었다. 초원은 병찬과 함께 마이크에 대고 노래를 불렀고, 그럴 때마다 관객석은 열기를 띠었다. 여전히 조명은 병찬을 때리고 있었다.

 

집에서 쫓겨 났어.

 

쏘 렛츠 플레이 닥터 베이비 큐어 마 디지즈. 노래를 부르는 병찬을 보며 초원은 병찬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쫓겨난 사람이라니까 되게 간절해보였다. 음악 부르는 걸 치료라도 해달라는 것처럼 들렸다.

초원에게 주어진 마지막 화음. 그 부분을 위해 초원이 마이크로 다가갔다. 이번엔 또 무슨 무대매너를 하시려고. 초원이 밷밷밷메디슨을 세 번 외치자 병찬이 초원의 목덜미를 붙잡았다. 초원은 아, 소리를 낼 뻔했지만 어금니를 깨물며 참았다. 그때 병찬이 이마를 맞댔다. 초원은 자기도 모르게 눈을 감았으나 병찬의 입술이 다가오는 일은 없었다. 다만 병찬은 마지막 소절이 시작 되었을 때도 초원을 놔주지 않았다. 눈을 떴을 때 병찬은 눈을 감고 가사를 외치고 있었다. 병찬의 앞머리가 갈라져 있었다. 찌푸린 미간 사이가 움찔거렸다. 초원은 어쩐지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보통 베이스는 얼굴 마담이잖아. 너 그런 식으로라도 인기 많아지면 밴드 뛰기 편할 걸. 인기 많은 거 좋잖냐. 너는 노래도 할 줄 아는 게 뭐 그렇게 걱정이 많아. 공연장 뒤에서 팬들이 엉겨 붙어 사진을 몇 방 찍어준 초원에게 드럼은 그런 말을 해줬다. 딱히 좋은 말로 들리진 않았으나 초원이 음악을 계속 하려면 주어진 걸 모두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박병찬은 참 음악하기 쉬웠겠다, 결론이 그렇게 흩어졌다.

병찬과의 공연은 그렇게 끝났다. 베이스 치는 보컬 이초원의 다음 밴드는 어디가 될까. 그런 이야기로.

초원은 뒤풀이까지 모두 끝나고 비틀 거리며 좁은 자취방으로 홀로 걸어 들어갔다. 그날 뒤풀이 자리에서 박병찬은 가장 먼저 자리를 떴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박병찬의 마지막 한 마디는 그게 다였다. 초원은 거기에 대고 어떻게 대꾸했지. 달리 할 인사말이 없어서 마주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악기를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제 몸은 차가운 바닥에 털썩 누였다. 마지막이 허무했다. 한편으로는 잠들기 직전까지도 자신의 코앞에서 눈을 감고 사랑 노래를 부르던 박병찬이 떠올랐다.

 

 

 

6

 

 

초원은 다른 밴드에 바로 합류하지 않았다. 몇 번은 아는 사람들이 티켓을 줘서 그들의 공연을 보러 가긴 했다. 하지만 그 뒤엔 바로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공연장에 발길을 끊었다. 남들 다 출근했을 시간에 집에 돌아오면 앰프도 없이 베이스를 튕기다가 잠들었다. 예전의 멤버들이 해줬던 말대로라면 이미 다른 밴드에서 얼굴 마담하고도 남았을 만큼의 시간이 지나갔다. 그러나 이초원은 계속 혼자 방 안에서 베이스를 쳤다. 가끔은 노래도 불렀다. 밷밷 메디슨. 화음으로.

 

 

 

 

밤 열 시. 출근 시간이다. 눈이 번쩍 열렸다. 알람을 급하게 껐다. 배 위에는 치다가 잠든 베이스가 있었다. 초원은 그걸 한 옆에 치웠다. 일어난 그대로 모자만 눌러 쓴 채 출근 했다. 교대하는 앞 타임 알바생이 왜 늦었냐고 물어왔는데 초원은 할 말이 없었다. 그냥 입 냄새 날까봐 입이나 가리고 죄송해요, 늦잠 자서. 그런 말만 했다.

손님이 적었다. 초원은 물류 정리를 하는 척 창고로 들어가 작은 세면대에서 양치를 했다. 스스로 바코드 찍은 여행용 양치도구로. 여행 갈 일도 없는데 돈만 낭비했다고 생각하며 입을 헹궜다. 수도꼭지에 비친 턱 끝은 깨끗했다. 면도는 안 해도 돼서 다행인가. 그러면서 물 묻은 턱을 닦을 때, 출입문의 방울 소리가 들렸다. 초원이 트레이닝 바지에 손을 죽죽 문지르며 어서오세요, 인사하고 창고를 나갔다. 과자 매대 위로 튀어 나와 어슬렁거리는 머리통이 노랬다. 초원은 캐셔 아래 서랍에 칫솔을 숨기고 손을 비볐다. 물기가 왜 이렇게 안 날아가.

 

“안녕.”

 

그때 손님이 계산대에 물건을 올려두며 말했다. 노란 머리. 반말 찍 인사.

 

“너 여기서 알바 해?”

“…안녕하세요.”

 

박병찬이다. 언제 탈색을 그렇게 개털로 했대. 초원은 병찬이 내려놓은 초코 우유의 바코드를 찍었다. 천 이백 원입니다. 화면에 있는 숫자를 그대로 읽었다.

 

“담배도 하나 주라.”

“어떤 거요?”

“너 내 담배 몰라?”

 

내가 그걸 어떻게 기억해. 초원은 따져 물으려다가 그냥 병찬의 눈이나 똑바로 쳐다봤다. 병찬의 얼굴이 좀 빨갰다. 술 마셨네. 좀 취했네. 그렇다면 이건 당연히 진상이고…….

 

“아이스 블라스트.”

“6미리요?”

“응.”

“오천 칠백 원이요.”

 

병찬은 얌전히 카드를 꽂았다. 결제가 완료 되었습니다. 재수없게 명랑하기도 한 안내 음성이 울렸다. 초원은 안녕히 가세요, 하고 다시 인사하려고 입을 열었다. 그런데 박병찬이 담배를 집으며 말을 걸었다.

 

“근무 시간에 담배 피우면 안 되나, 너?”

“같이 피우자고요?”

“안 되나?”

 

똑같은 말로 되묻는데 조금 웃고 있었다. 초원은 왼쪽 뒤통수에 달린 씨씨티비를 의식했다. 점장님은 어차피 신경도 안 쓰고, 마침 이초원의 바지 뒷주머니에도 담배가 있었다. 앞에서 살살 웃는 진상 손님이 어쩐 일로 담배 피우자며 말 거는 게 퇴치법과 연관이 있을 것 같기도 했다. 초원은 카운터 테이블을 올리고 병찬에게 저기 옆에 재떨이 있어요, 말했다. 병찬은 신난 얼굴로 출입문을 열었다.

재떨이 옆에 나란히 쪼그려 앉아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여전히 병찬의 라이터에서는 퐁, 소리가 났다.

 

“그거, 라이터에 가스는 어떻게 채워요?”

“어? 몰라. 선물 받은 거라.”

 

비싼 라이터 선물은 어디서 받았을까. 인기가 많으니까 대충 아무 돈 많은 관객이 줬겠지. 자꾸 좋지 않은 쪽으로 생각이 흘렀다. 음악이 참 쉽게도 되나보다. 음악을 유지하는 게 어렵지 않겠구나. 가스가 닳든 말든 장난스럽게 퐁 퐁 소리를 연속으로 내며 불을 붙이는 병찬을 보고 싶지 않아서 고개를 숙였다.

병찬이 초원에게 너 밴드는 들어갔느냐며 물었다. 초원은 병찬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고 대답했다. 안 들어갔어요.

 

“그럼 불러주는 데는 있었어?”

“그냥… 뭐….”

“마음에 안 들었나보네.”

 

병찬은 또 실실 웃었다. 어디서 그렇게 술을 퍼마시고 이렇게 기분이 좋아진 거지. 분명 기분 안 좋아서 마셨을 텐데. 초원은 연기를 뻐금뻐금 동그랗게 만들고 있는 병찬을 보며 이상하게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술 왜 마셨어요?”

“공연 뒤풀이.”

“오늘도 공연했어요?”

“응. 근데 그쪽 신디랑 싸웠지.”

“왜요?”

“음…….”

 

좆같이 쳐서. 박병찬은 그렇게 말하며 담배를 비벼 껐다. 그리고 한 개비를 더 꺼냈다.

 

“너는 베이스 진짜 잘 쳤는데.”

“…네에.”

“왜 너만큼 잘 하는 사람이 없을까.”

 

초원은 헛기침이 나올 뻔했다. 뭐라는 거야? 건반이랑 싸운 거면 혼자 그냥 병나발 분 거였을 텐데, 그 술병에 무슨 이상한 약이라도 들었었나. 그러나 이초원도 사람과 음악 이야기를 나눈 지가 오래 되어 이 대화를 차마 끊어낼 수 없었다. 베이스 이야기 해주는 사람이, 저렇게나마 조금이라도 말하는 사람이 주변에 대체 어디에 있다고.

 

“밴드 하나 만들까?”

“…진짜요?”

“악기 하는 사람 알아?”

“형은요?”

“찾으면 있겠지.”

 

없단 말하고 똑같네. 초원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병찬이 피워내는 연기가 눈에 직빵으로 들어와서 반사적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아래에서 멀뚱하게 병찬이 초원을 올려다 봤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뭘 보냐고 쏘아붙이고 싶었다. 취한 사람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아니었나 싶었다. 그때 병찬의 휴대폰이 울렸다. 타이밍이 기가 막히게 밷밷밷 메디슨, 그 구간이 세 번 반복 되었다. 병찬이 간주에 맞춰서 일어났다. 초원은 출입문으로 이미 몸을 튼 상태였다.

 

“초원아.”

 

취했으면 좀 가라. 이초원은 뒤를 돌아 주머니에 손을 꽂은 박병찬을 쳐다봤다. 좀 썩은 표정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박병찬은 보이지도 않는지 이초원에게 성큼 다가섰다. 배드 메디슨은 여전히 재생 중이었다.

 

“전화 온 거 아니에요?”

“이 노래가 알아서 틀린 거야.”

“…전화 받아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초원은 출입문 손잡이를 잡고 병찬에게서 등을 돌렸다. 밴드는 무슨. 박병찬이 어떤 인간인지 조금 알 것 같았다. 음악 좀 듣는 가오충. 노래 잘함. 키크고 잘생김. 객원만 다님. 돈 때문에. 밴드 만들고 싶어도 아는 사람이 없음. 사람이 주변에 없는 거다, 그냥.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조금 이해가 됐다. 개진상…… 여기까지 생각하며 문을 반 정도 열었을 때, 목덜미가 붙잡혔다. 익숙한 손아귀 힘. 익숙하게 귀 뒤에 닿는 엄지 손가락과 반대쪽의 나머지 손가락. 그리고 목덜미에 닿는 거친 손바닥. 초원은 눈을 감을 뻔했다, 마지막 공연처럼.

 

“나도 눈 감을게.”

 

병찬이 그렇게 말했다. 초원은 손잡이를 놓았다. 방울이 울리는 소리와 배드 메디슨이 섞여 들렸다. 초원은 곱게 감긴 병찬의 눈꺼풀을 실눈 뜨고 쳐다봤다. 왜 키스하지. 나 왜 안 밀어낼까. 하지만 배드 메디슨에는 이 행위가 어쩐지 맞는 것 같았다. 초원은 그냥 눈을 감아버렸다.

배드 메디슨이 끝났다. 전화를 왜 안 받았을까, 박병찬은. 병찬이 입술을 떼어내고 초원에게 말했다. 일 열심히 해. 초원은 멀어지는 병찬의 등을 보고 입술을 손등으로 문질러 닦았다. 개진상…… 그런데 가오충.

초원은 다음 날 편의점에서 잘렸다. 출입문이 보안 거울에 비친다는 걸 잊고 있었다. 침대에 누워서 베이스 줄이나 당겼다.

 

 

 

 

7

 

 

병찬을 다시 마주친 건 간만에 방문한 재키홀에서였다. 초원은 관객석 그라운드에서 음료수를 빨고 있었고, 병찬은 무대 위에서 아이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초원이 백스테이지에 아는 얼굴들 보러 들렀을 때, 병찬이 초원의 등을 찔렀다. 공연 보러 왔어? 땀과 흥분에 절은 얼굴의 병찬이 등 뒤에 있었다. 초원은 등이 가려웠지만 꾹 참고 병찬과 마주섰다.

 

“오늘도 객원이에요?”

“응, 선배가 하는 밴드여서.”

“선배요?”

“대학 선배.”

 

대학이요? 초원은 또 다시 물음표 달린 문장을 말하려 했는데, 박병찬은 나중에 보자, 하고 초원의 어깨를 툭 치고 사람들 사이로 걸어 들어갔다. 초원도 그냥 고개를 돌려 아는 사람을 찾았다. 그제야 등을 긁었다. 초원아, 우리 기타 형이 오늘 돈 다 낸다는데 너도 같이 가자 그냥. 초원은 돈이 없었으므로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배가 고프니까.

 

 

 

아는 사람 따라 들어간 뒤풀이 호프집에서 또 박병찬이 있었고, 담배 피우러 나간 재떨이 옆에서 다시 박병찬과 대화를 했다. 판이 좁으니까 당연히 여러 번 마주칠 얼굴이었지만, 이렇게나 자주 마주치게 될 줄은 몰랐다.

 

“오늘은 누구 보러 온 거야?”

“스카치요.”

“아, 테이프 걔네.”

 

병찬이 담배를 쥐고 킬킬 웃었다. 초원도 같이 웃었다. 그냥 같이 웃게 됐다. 이번에 드럼 되게 좋더라. 그렇더라고요. 그런데 거기 기타는 왜 그렇게 실력이 안 늘어. 조용히 좀 말해요. 아 미안. 이런 식으로 실없는 이야기를 섞어서 음악 이야기를 했다. 초원은 간만에 좀 재밌다고 생각했다. 방구석에 누워서 딩딩 베이스를 튕기는 것보다 훨씬 더. 말이 자꾸만 길어져서 재떨이 앞에서 연달아 담배를 세 대 태웠다. 마지막 꽁초를 비벼 끌 때, 병찬이 말했다.

 

“우리집 갈래? 가서 더 얘기하게.”

“사람들 그대로 둬도 괜찮아요?”

“어차피 우리 사람들 아닌데 뭐.”

 

칼 같기도 하네. 초원은 그럼 그러세요, 하고 대답했다. 짐을 조용히 챙겨 나왔다. 병찬의 집까지 걸었다. 편의점에서 술도 샀다. 계산하고 나오면서 병찬이 물었다. 너는 이제 편의점 알바 안 해? 초원은 쨍그랑 부딪히는 술병들의 소리를 들으면서 입술을 한 번 깨물었다. 너랑 키스해서 잘렸어요… 차마 그 말을 할 수는 없었다. 병찬도 캐묻지 않아서 그냥 발만 움직였다.

병찬의 집은 붉은 벽돌로 지은 빌라의 반지하였다. 호수가 하나라서 조용하고 좋아. 병찬이 변명처럼 덧붙였다. 병찬의 방은 별게 없었다. 기본 옵션 그대로인 가구 상태. 계란판을 잘라 붙인 현관문. 방 가운데에 놓인 작은 테이블에 술을 올려놓고 과자를 안주로 했다. 병찬은 생각보다 말이 많았다. 초원은 자신이 알고 있던 것보다 웃음이 헤프다는 걸 알았다.

병찬은 다룰 줄도 모르는 기타를 자취방에 모셔놨다. 펜더에서 나온 꽤 유명한 종류였다. 병찬이 말하기를, 제 보물 1호는 그 기타이며 2호는 맥북이고 3호는 뱅앤올룹슨 헤드폰이라 했다. 초원은 그냥 가격 순 아니에요? 물어봤는데 병찬은 무슨 말을 그렇게 하느냐고 서운한 목소리를 냈다.

 

“내가 처음 내 돈 주고 산 음악 용품이야.”

 

마이크도 아니고 기타인 게 좀 신기했다. 그만큼 밴드가 하고 싶단 소리랬다. 박병찬의 의지가 담긴 물건이라는 건데, 초원은 자기 베이스도 약간 그런 거라고 이야기 했다.

그날 병찬과 초원은 어떻게든 밴드를 만들자며 희망에 찬 이야기를 했다. 해가 뜰 때 쯤에 잠들었다.

 

 

 

그리고 병찬은 정말로 밴드 멤버들을 구해왔다. 기타와 드럼 두 명을. 병찬이 갑자기 연습실로 오라 해서 베이스를 짊어지고 문을 열었을 때, 이미 와 있던 박병찬이 통보한 거였다.

 

“어떻게 구했어요?”

“물어물어 구했어.”

 

병찬은 그런 말을 하며 앰프 전원을 켰다. 조금 들뜬 것처럼 보였다.

 

 

 

 

8

 

 

밴드 결성 후에 공연을 몇 차례 다녔다. 초원은 여전히 돈이 없었지만 삼각김밥 두 개 씩 먹을 정도의 돈은 벌 수 있었다. 병찬은…… 굶고 다니는 건 아닌 듯 했다. 어디서 돈이 나오는 건지. 몰래 객원이라도 뛰는 건지. 물론 박병찬 성격상 그럴 리는 없었다.

드럼이고 기타고 실력은 그저 그랬지만 괜찮았다. 배드 메디슨. 이 곡 하나면 공연을 휘어잡는 건 무리가 없었다. 가끔 병찬은 텐션이 최고조에 다다르면 초원의 목을 붙잡고 키스할 것 같은 행위를 취했다. 초원은 눈을 꾹 감았다.

 

“야, 너네 뭐 맨날 그런 짓을 하냐?”

 

언젠가는 기타가 짓궂게 물었다. 그때 이초원은 베이스 튜닝이나 하면서 못 들은 척 했지만, 박병찬은 꼬박꼬박 능글맞게 대답했다.

 

“약간 퍼포먼스?”

“다른 거로 바꿔라, 좀….”

 

듣고 있던 드럼도 말을 얹었다. 우리 커뮤에서 뭐라고 떠도는 지 아냐, 니네 게이래. 이래서 메이저 되겠어? 초원은 맨 윗줄을 둥둥 튕겼다. 듣지 않은 척 하고 싶었다. 우린 무대 아래에서도 키스 했는데, 그래도 게이 아니라고 해야 하나. 물론 우리가 연인은 아니지만. 박병찬은 한술 더 떴다.

 

“오아시스도 형제끼리 키스했는데, 우리는 안 되나.”

 

초원은 고개를 끄덕일 뻔했다.

 

 

 

 

와 우리가 이 돈을 받아? 새로 섭외가 들어온 공연에서 초원과 병찬의 밴드는 최고가를 찍었다. 우린 돈을 벌려고 이 짓을 하는 건 아니었는데, 막상 많은 돈을 받으니 웃음이 새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무대에 올라서도 다들 흥분 상태였다. 드럼도 박자가 빨라지고 있었다. 초원은 배드 메디슨 연주 직전에 드럼에게 소리쳤다. 박자! 빨라지잖아요! 뭐?! 박자 맞추시라고요! 초원이 발을 쿵쿵쿵쿵 굴렀다. 이 박자요! 드럼이 알아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병찬이 노래를 시작했다. 드럼 박자는 그렇게 느려지지 않았다. 초원은 그냥 손가락 찢어지게 줄을 튕겼다.

 

쏘 렛츠 플레이 닥터 베이비 큐어 마 디지즈.

 

초원이 코러스를 넣기 위해 무대 앞으로 나갔다. 그리고 병찬이 어김없이 어깨에 팔을 걸었다. 초원은 병찬의 얼굴 근처까지 끌려갔다. 둘이 같이 같은 가사를 불렀다. 초원이 눈을 감고 가사를 낮은 음으로 외쳤다. 앞이 깜깜했지만 조명 때문에 눈꺼풀이 뻘겋게 비쳤다. 오늘도 조명은 박병찬 근처로 모여 있었구나. 새삼 느껴졌다. 그러다 갑자기 감은 눈앞이 어두워졌다. 초원은 눈을 뜨고 싶지 않았다. 오늘은 좀 착각해버릴 것 같았으니까. 바로 앞에 다가온 박병찬의 감은 눈을 마주하면. 곧 병찬의 입술이 닿았다. 귀로 함성 소리가 들어왔다. 이상하게 편의점 앞에서 키스했던 것이 떠올랐다. 그때도 배드 메디슨이 들렸는데. 물론 무슨 종소리 같은 출입문 방울 소리가 들렸었지만. 그 대신 오늘은 관객이 함성을 질렀다. 입술이 떨어졌을 때, 초원은 등골에 땀이 흐르는 걸 느꼈다.

 

 

 

 

그때까진 분위기가 괜찮았다. 무대에서 바로 내려온 백스테이지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문제는 뒤풀이에서 터졌다. 오늘 돈 많이 벌었으니까 좋은 거 먹자! 그래서 간만에 싸구려 호프집이 아니라 횟집에 가서 술을 깠다. 술이 조금 들어갔지만 초원은 취하지 않았다. 여전히 몸에서 열이 나서 그랬다. 얼굴이 벌겋게 된 기타가 평소보다 한 톤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근데 너희 둘 다 밴드 그냥 노는 거잖아.”

“아니에요.”

“얼굴 반반하니까. 그치.”

“아니에요.”

 

초원은 웬일로 반박했다. 듣고 싶지 않았다. 저 말은 게이 새끼라는 말 보다 들을 게 못 됐다. 옆에서 소주를 홀짝이며 회를 씹는 병찬은 조용했다. 거들지 않는 게 초원은 좀 의아했지만, 기타는 입을 닥치지 않았다.

 

“여기서 누구도 제대로 밴드 같은 거나 할 사람 없잖아?”

 

박병찬의 순발력이 조금만 더 좋았더라면, 그 순간 이초원을 막을 수 있었을까? 초원은 기타의 얼굴에 주먹을 박았다.

 

 

 

9

 

 

기타는 합의금을 요구했다. 뻔뻔했다. 밴드는 당연히 와해됐다. 이렇게 최악으로 깨질 수도 없겠다… 할 정도의 종결이었다. 커뮤니티에서는 초원과 병찬이 정말로 게이라서 밴드가 깨졌다느니, 기타가 병찬에게 치댔다느니, 드럼이 기독교인이라 퀴어혐오가 있어서 그랬다느니. 그런 말들이 떠돌았다. 끝이 더러웠다.

초원은 돈이 없었다. 편의점 알바에서 잘린 뒤에는 아무리 공연으로 돈을 벌어도 월세를 내고 나면 딱히 모이는 돈이 없었다. 손에 들고 있지 말걸. 초원은 씁쓸하게 후회했다, 박병찬의 방 안에서. 병찬은 너바나 음악을 틀어 놓고 유행 다 지난 허니버터칩을 집어 먹으며 이야기 했다.

 

“대학에서 만난 사람 믿지 말았어야 했던 건데.”

“……근데 대학 다녔어요?”

“집에서 음악 한다고 쫓겨나서 대학도 잘렸어.”

 

그런데도 믿은 게 내 잘못이지. 와삭, 과자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초원은 저도 뭐 대충 그래서 혼자 살아요, 하고 대꾸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그냥, 그런 이야기를 하는 박병찬을 보며, 또 편의점에서의 키스를 생각했다. 이래서 사람들이 키스를 하고 싶어지는 건가. 이상하게 박병찬은 별말을 하지도 않았는데 위로가 됐다. 그냥 박병찬이 앞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박병찬과 단 둘이 여기에서 맥주를 마신다는 이유만으로. 조금 병찬과 닿아 있는 게 옳다는 느낌이 들었다. 초원은 병찬의 팔을 붙잡고 고개를 내밀었다. 병찬이 눈을 마주쳐왔다.

 

“형.”

“왜.”

“저 눈 감을 거예요.”

 

우리가 차라리 오아시스라도 됐으면 좋겠다. 돈 많아서 합의금이라도 즉시 입금 해버리게. 초원은 병찬의 얼굴에 입술을 들이밀며 그렇게 생각했다.

 

 

 

 

일어났을 땐 병찬이 현관을 열고 들어오고 있었다. 언제 나갔다 온 건지 알 수 없었다. 초원이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깨가 뻐근했다.

 

“일어났냐?”

“언제 나갔다 온 거예요?”

“방금.”

 

그걸 누가 모르겠냐고. 병찬이 신발을 벗고 뚱딴지 같은 소리를 했다.

 

“너 때문에 나갔다 온 건 아니고.”

“네?”

“우리 다시 밴드 해야 해서 그런 거야.”

“형.”

“너 혹시 손에 막 건틀렛 꼈냐?”

 

그 새끼 이빨 나갈 뻔했대. 초원은 그때야 방 안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묘하게 허전해진 풍경이.

기타가 없었다. 박병찬의 보물 1호라는 그게.

 

 

 

 

박병찬은 기타를 전당포에 맡겼다. 보증금도 절반을 뺐다. 그리고 그 돈을 모두 합의금으로 입금했다. 초원은 영수증을 보곤 어… 합의금도 영수증을 써주네… 생각했다. 영수증이 아니고 그냥 납부했다는 서류였지만. 너무 멍했다. 박병찬이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라서 그랬다. 밴드가 뭐라고? 이 질문은 하면 안 됐다.

 

이초원이 뭐라고.

 

이 질문이 더 타당했다. 초원은 그 질문이 떠오른 순간, 전날 밤에 괜히 병찬과 키스했다고 후회했다. 등줄기가 뜨거워졌다. 뜬소문을 자기가 붙잡은 것 같은 기분이 자꾸만 들었다.

 

 

 

 

10

 

 

밴드를 재구성하기는 어려웠다. 대학 아는 사람? 안 돼. 저번에 같이 밴드 했던 사람? 이미 다들 할 거 찾아 떠났어. 정말 아무도 없었다. 세상에 음악하는 게 박병찬과 이초원 둘 밖에 없는 것 같았다.

그걸 박병찬이 어렴풋이 느낄 때 쯤엔, 이초원의 자취가 뜸했다. 대체 어디로 나돌아다니는 건지 통 알 수가 없었다. 낯간지럽게 연락을 넣으면 한참 뒤에나 답장이 왔다. 형 죄송해요 이제 봤어요 왜 전화 하셨어요? 뭐가 이렇게 딱딱해. 병찬은 눈썹을 긁으며 아니 그냥, 술 마시자고. 그렇게 대답했다. 초원은 그러면 또 딱딱하게 답장했다. 아 저는 안 돼요 죄송해요. 죄송하라고 돈을 마련해준 건 아니었는데. 병찬은 괜히 켕겼다. 켕길 사람은 이초원이었는데도.

 

 

 

 

예전에는 연습실에 거의 매일 출석을 했었는데, 이젠 전당포에 출석했다. 병찬은 카운터에 가서 그 기타 안 팔았죠. 그 기타 아직 있죠. 그거 절대 팔면 안 돼요. 그렇게 말했다. 전당포 주인은 신문을 읽으면서 성의없이 대답했다. 그럼 돈을 가져와. 병찬은 알바천국과 알바몬을 들낙댔다. 괜찮아 보이는 알바가 있으면 바로 이력서를 넣었다. 한동안 식당에서 일만 잘 하고 있었는데, 음식에 노란 머리카락이 나왔다면서 잘렸다. 알바생 중에 노란 머리카락은 병찬 뿐이었다. 그렇지만 컴플레인을 넣은 손님의 머리카락도 노란색이었다. 병찬은 억울할 뻔했지만 얌전히 유니폼 모자를 벗었다. 항상 이런 식으로 살아왔었다, 박병찬은. 이초원처럼 단번에 주먹 내지르는 성정은 되지 못했다.

 

 

 

 

계절이 바뀌었다. 이러다 바로 겨울 되겠는데, 싶은 날씨였다. 이런 날씨엔 이 노래 아니냐. 병찬은 기억을 걷는 시간을 틀어놓고 오랜만에 보는 초원에게 술을 따랐다. 초원은 술잔을 받아두고 베이스를 튕겼다. 둥둥. 병찬은 그 헛것 같은 음계에 맞춰 노래를 조용히 불렀다. 너 왜 그렇게 바쁘냐. 물어보는 게 겁나서 병찬은 계속 노래를 했다. 반지하에 사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삑사리가 나면 초원이 코웃음을 치다가 자연스럽게 노래를 이어 불렀다. 초원은 노래를 잘했다. 정말로. 병찬은 어느 순간부터 초원이 부르는 노래를 듣고만 있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초원이 여전히 베이스를 튕기고 있었다. 금속줄 울리는 소리가 둥그렇게 들렸다. 병찬은 눈곱을 떼어내고 초원에게 말을 걸었다.

 

“안 갔어?”

“나갔다가 다시 왔어요.”

“이제 안 바쁘냐?”

 

병찬은 말을 뱉고 나서야 아차 싶었다. 어제는 묻지 않으려고 입을 꼭 다물었는데. 하지만 초원은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상체를 제대로 일으켰다. 초원의 마른 목과 작은 머리통이 보였다. 천천히 시야가 넓어졌다. 물이 테이블 위에 있어서 손을 뻗었다. 그리고 테이블 건너에……

 

“야, 너 저거 뭐야?”

“네?”

“저거 뭐냐고.”

“아, 기타요.”

 

한참 전에 박병찬이 전당포에 맡겼던 기타가 멀끔하게 놓여 있었다. 병찬은 조금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기타 배울 생각 없어요?”

 

새로 사 온 건 아닐 거잖아. 저거 어떻게 되찾아왔지. 전당포 어딘지 어떻게 알았지. 돈 어떻게 구했지. 바빴던 거 저거 때문이었어? 아…… 뭐지. 심장이 꼬였다.

 

“기타 튜닝 해놨어요.”

“그래.”

“음악 계속 할 거잖아요.”

“…응.”

“형 이거로 성공할 거라면서요.”

 

초원은 그런 말을 하며 병찬의 목을 쿡 찔렀다. 병찬은 어쩐지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배드 메디슨을 틀고 싶었다. 이초원과 코러스 하는 부분을 틀어놓고 싶었다.

그냥 그러지 않고 이초원의 목덜미를 쥐었다. 초원이 익숙한 듯 고개를 돌렸다. 이거 진짜 뭘까. 우리는 음악을 사랑하는 건데. 우리 왜 이럴까? 그걸 깨달으려면 배드 메디슨으로 회귀하는 것밖엔 답이 없었다. 앤드 나우 디스 보이 이즈 어딕티드 커즈 유어…… 노래가 머리에서 자동 재생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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