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술회전

이름을 붙인다면

고죠우타

Dusk by 니아
62
1
0

흔들리는 시야 안에 들어온 사람에게 조용히 말을 건넨다. 우타히메. 대답은 없다. 자는 사람은 보통 대답하지 않으니까. 차가 흔들리는 대로 고개를 꾸벅거린다. 곧 유리창에 머리를 박거나 이쪽으로 쓰러지거나. 어느 쪽이 좋냐고 하면, 어느 쪽이든 좋다.

덜컹. 길가에 돌이라도 있었는지 차가 크게 흔들린다. 부족한 인원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려면 차는 혹사당하기 마련이다. 그래도 고작 이 정도 장애물에 이만큼이나 흔들리는 차는 슬슬 바꿀 때가 되었다. 아마 요원하겠지만.

운전하던 보조감독이 눈치 보듯 백미러 너머로 시선을 던진다. 그럴 필요 없는데. 덕분에 우타히메는 유리창에 머리를 박고 반대로 쓰러졌으니까. 요컨대, 내 무릎 위로. 잠결에도 아프긴 한지 인상을 찌푸린 채 끙끙거린다. 그런데도 깨지 않는 쪽이 대단하다고 할까. 그만큼 지쳐있다는 뜻이겠지만.

마침 경로와 시간이 맞아 같은 차를 탔을 뿐 임무는 달랐기에 우타히메가 뭘 했는지는 모른다. 뭐였든 용케도 배터리 잔량 0%까지 일하네. 그런 점이 예나 지금이나,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불안하다고 해야 하나. 조금 힘을 빼는 편이 나을 텐데. 물론 그런 말을 건넬 자격은 없다. 적어도 온 힘을 다해 일할 상대가 없는, 그래서 온 힘을 다해야 할 상황에 처해본 적이 없는 나에겐.

검은 머리카락이 흩어진 이마를 슬슬 만져보면 툭 튀어나온 혹이 느껴진다. 우타히메의 미간 주름이 더 깊어졌다. 이건 한동안 제법 아플지도. 미간을 눌러 펴주며 조용히 속삭였다.

우타히메, 적당히 해. 어쩌면 고작 혹 하나 정도로는 끝나지 않으니까.

창밖을 휙휙 지나치는 배경이 풀과 나무에서 가로등과 간판이 내는 빛으로 바뀌었다. 이제 곧 사라질 한쪽 다리의 무게가 벌써 아쉬워졌다. 감정이란 참 성가시지. 불안은 걱정을 동반한다. 걱정은 분명, 마음속 자리를 내어준 것들에게만 생기는 것일 텐데.

이오리 씨, 도착했어요. 누군가 그렇게 말해주면 내 말에도 명분이 생긴다. 우타히메, 무거운데 슬슬 일어나지그래? 천천히 올라가는 눈꺼풀을 바라본다. 힘없이 몸을 일으키고, 눈을 비비고서, 이마를 부여잡는다. 그래, 아프겠지. 부딪힐 때의 소리, 녹음해놓았으면 한동안 재밌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우타히메의 입은 잘만 움직인다. 고죠, 그…… 미안. 너도 피곤할 텐데. 조심히 들어가. 운전 수고했어. 시간이 늦었는데, 이 바보 데려다주고 푹 쉬어. 고마워. 어쩌면 우타히메의 전원 스위치를 꺼버려도 이런 류의 대화는 가능할지도 모른다. 고마워, 미안해, 수고했어.

비척비척 걸어가는 뒷모습을 두고 차는 다시 움직인다. 곤란한 제안이 떠올랐다. 이럴 때 고민하지 않는 것이 고죠 사토루의 미덕이다. 나도 그냥 여기서 내려줘. 보조감독의 퇴근을 앞당겨 주고서, 왔던 길을 되짚어간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통상운행. 그런 평온함을 가장하며.

부어오른 이마의 혹을, 그 위로 흩어진 머리카락을, 찌푸린 미간을 눈에 담고 만 이유를 안다. 전부 적당히 하지 못하는 우타히메 탓. 한쪽 다리에 남은 온기 탓.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을 가진 탓이었다.

고마워, 미안해, 수고했어는 내 방식이 아니니까. 전원이 내려간 우타히메와는 한 마디도 나눌 수 없으니까. 시야는 멋대로 불안하게 흔들리는 뒷모습을 잡아낸다. 어쩌면, 온 힘을 다해서.

카테고리
#2차창작
페어
#HL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