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ㄱ원의 럼주
6회차, 나후 님
당신이 나로 착각하는 여자는 어떻게 생겼을까요
무대 위의 선셋 럼
어색하게 씹히는 나의 부럼 길흉으로 난
나는 여기에 얼어 있어요?
어쩌면, 거기서는 내가 되면 안 되거든
얼음을 유리 거울 삼아 나를 제삼자의 눈으로
드레스가 빨간 빛이야
틀렸습니다 묘하게 붉은 석양의 얼굴
스프링클을 얹어낸 비포어 선라이즈
미묘하게 흔들 때 발생하는 스파클
스팽글, 뒤집어지는 교성
이처럼 섹슈얼, 센슈얼하게
소리를 꺾어 울면 모두가 감탄하는 노래가 되고
외설과 욕설의 차이가 무엇이냐며
마이크를 쥔 손이 떨리는데
원래 보여지는 것조차 예술이라 했습니다
하지만
잔인하게도 그 노래를 담은 머릿속이 여럿이 되잖아요
나의 원치 않은 릴리즈
영원히 기록되어 어디에서든 틀어질 수 있는
목,
소리
선셋 럼!
스팽글, 뒤집어지는 교성
미묘하게 깔아뭉갠 부츠의 앵클
뜯겨나간 장식품과 숄 깨진 고급 양주
드레스가 빨간 빛이야
맞았습니다 온통 몸이 흘린 눈물이야
완벽하게 씹히는 나의 서러움
너는 거기에 있어 주세요
여기서는 나이고 싶어
나를 녹이지 마
긴 비명을 무대에 주고 사라지는 가수의 이름을
나로 착각하지 마십시오
무대 위의 선셋,
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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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즐거운 새우
사실 제가 방금 전까지 이 노래를 듣다가 나후 님의 시를 읽어서 이런 생각이 드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시가 전체적으로 라이즈의 impossible과 분위기가 비슷한 느낌이 들어요 특히 5연과 6연이 꼭 상기한 노래의 인트로 부분과 겹치는 느낌이 들어 갑자기 막 신나게 시를 읽어 버렸네요 ㅋㅋ 저번에도 느꼈지만 정말 언어 유희를 잘 활용하시는 것 같아요 이번에도 정말 다양하게 나열해 두셨더라고요 나후 님의 시에는 이런 쏠쏠한 재미도 있는 것 같아 늘 오브제 찾기처럼 읽게 돼요 여러 번 읽어 봤지만 제목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전혀 감이 안 잡히네요 관중과 예술가 사이의 그로테스크함이 절실히 느껴지는 시였습니다 감사합니다!
퇴근하는 산양
독특한 시의 제목을 보면 가끔 곱씹어보면서 생각하는 것 자체로 즐거운 하나의 퍼즐을 푸는 느낌이에요. 제목의 'ㄱ원'은 어떻게 읽는 걸까요? 기역원? 구원? 기원? 읽는 사람이 아무거나 써 넣어서 만들 수 있는 걸까요? 단순히 오타라면 어떡하죠? 어감이 비슷한 단어를 나열해서 운율이 느껴지도록 쓴 시들은 꼭 노래 가사 같아서 좋아하는 편이에요. 이 시에서는 특히 스파클-스팽글 / 섹슈얼-센슈얼 / 외설-욕설에서 느껴지는 리듬감이 재미있어요. 이 시에서 가장 강한 부분은 "목, / 소리 / 선셋 럼!" 으로 목소리인지 목과 소리인지 모호하게 줄바꿈 한 동시에 짧은 단어를 나열해서 텐션을 훅 끌어오고, 이 뒤에 이어지는 무대나 가수 같은 단어가 따라와서 자연스럽게 무대를 연상시키는 기술이 재미있어요. 땀에 젖은 무대 위의 인물을 온통 몸이 흘린 눈물이라고 하다니 어떻게 이런 표현이! 싶어서 감탄했답니다. 누가 '너'고 누가 '나'일까요? 녹고 싶지 않은 사람은 누구일까요? 착각하고 착각 당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마음껏 착각해보겠습니다. 재미있는 시 감사합니다!
수집하는 나비
나후 님의 시는 읽을 때마다 이게 여기서 어떻게 이런 흐름이 되지? 하고 깜짝 놀라게 됩니다 스프링클 - 스파클 - 스팽글의 언어적 전개도 놀랍지만 이렇게 단적인 문장으로 어떻게 장면을 그려내시는 건지 신기해요!! 사람은 아는 만큼 가지고 있는 지식 만큼 세상이 넓어진다고 하는데 나후 님의 머릿속에는 이렇게나 많은 구체적 상황과 단어가 존재하는구나 싶어져요 럼주 때문인지 해적선과 보물섬(책)이 생각나는 시네요 근데 어떤 걸 담으려고 했는지는 잘 읽히지 않아서 궁금했어요!! 화자의 흔들림은 느껴지는데 여기서 럼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걸까요? 럼을 런으로 해석하면 도망과 괴로움의 의지가 읽혀지기도 해요 노을과 럼주가 비슷한 색이라 새로운 개념을 창조했다고 읽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나후 님의 언어는 해석의 가능성이 다양한 것이 장점이지만 한 번 쯤은 의미가 꽉 닫힌 시가 보고 싶기도 합니다 언젠가를 기대할게요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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