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모음

메모용

똘맥 by 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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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니어런 마사트로

(1부)
마사트로와 보란, 젠은 오랜 시간 함께한 소꿉친구.
보란은 여자아이임, 단발에 갈색빛 나는 머리칼이고,
머리카락은 어떻게 보아도 찰랑거려서 어쩐지 미인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듦(마사트로 시점)
물론 그뿐이고 마사트로는 그 누구에게도 성애적 감정을 갖지 않음

젠은 벤제스토가 본명이고, 애들은 멋대로 젠이라고 부름.
마사트로는 젠 둘다 뛰고 노는 걸 좋아해서 자연스레 친해짐

마사트로는 보란과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시장에 놀러나갔을 때 처음 만남
보란네 집안은 생선 가게를 했는데, 보란한테만큼은 생선냄새가 나지 않아서 마사트로는 신기하다고 생각했음

마사트로가 아버지를 여의었을때 보란이 직접 혼자 찾아와 사실 자기도 아빠랑 같이 배를 타고 나간적이 있었는데,
보란만 돌아오고 아버지는 돌아오지 못했다고 속사연을 풀음(무덤덤하게)
마사트로는 평소 자기 얘기는 별로 하지 않던 보란이 그렇게 말해주자 마음에 큰 위로가 됨
그후부터 마사트로와 보란은 부쩍 가까워진 눈치였지만 다음날 젠은 둘사이에뭔일이있던거냐고 꿍얼댔다는 헤프닝

보란네 집안은 마을 안에서 유망높고 발이 넓지만 정서적으로 교류하는 경우는 적었고
젠네 집안은 가난했지만 식구가 많고 사고가 잦아 탈이 많음

젠네 아버지는 일에 열심이었음, 잡일을 위주로 했지만 주눅들지않아했고, 주눅들어야한다고도 생각안했음
다만 최근 움직임이 이상함, 아무리 잡일을 한다지만 과하게 집에 늦게 온다든가 늦은 시간까지 친구와 편지로 대화한다든가…
젠은 이것을 어렴풋이 눈치챘고, 이에 대해서도 함구함(젠은 눈치가 좋은 인물)
젠의 이름은 벤 제스토, 젠의 아버지의 이름은 제스토
마을에서 성은 알아서 알아서 정하는 느낌(별로 법칙이 없다, 구분하려고 하다 보니 자연스레 붙여졌을 뿐 봉건국가라 별 의미는 없음)

젠과 보란 둘은 마사트로를 존경하고, 정말 좋은 친구라고 생각하지만 가끔 핀트가 튄다고 생각함
보란은 마사트로가 연합에 가입했다는걸 알고 답지않게 크게분노했고 젠은 함구했음

마사트로네는 변두리에 살지만 그런 것치고 교류는 많은 편이고 화목하고 다정한 가정이라는 이미지가 강함

젠이 마사트로가 다음날 계획에 참가한다는 걸 알았을때 입을 열음
“너희 가족들은 분명 강인하지만 너는 가장이고, 네가 위험해지면 누구보다 위협에 노출되는건 네가 아니라 가족이다. 여동생의 얼굴을 생각하고 누워계실 어머니를 생각해라. 자신의 무덤에조차 다가가지 못한 아버지를 생각해라. 물론 네가 이런 생각도 하지 않고 그 길로 뛰어들었을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보란은 널 걱정할 거다. 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보란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느냐. 보란은 또다시 죽음을 겪기에는 아직 약한 아이다. 네가 죽어도 네 여동생은 아직 죽음을 잘 이해하지 못 하는 나이다. 네가 없어지면 네 여동생은 정말로 혼자가 될지도 모른다. 그럼 존경받던 니어런은 이 세상에서 사라질 텐데, 그것이 정말 네가 바라던 일이냐. 적어도 나는 그런 걸 바라지 않는다. 이 마을이 바라지 않을 것이다. 다들 네 미소를 계속 보고 싶어할 거다. 네가 눈물과 고통보다는 기쁨을 노래하길 바랄 것이다. 적어도 벤 제스토는 그렇게 생각한다.”

여기까지는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서술
이뒤는 다시 마사트로의 시점으로 전환되도록
예를 들면 벤 제스토는 언제나 타인의 이야기에 함구하는 인물이다…와 같은 문장으로
마사트로는 함부로 남의 됨됨이를 재단하는 인물이다

마사트로네 마을은 아직 봉건제도로, 국가 전체에 뒤늦은 혁명의 바람이 불고 있음
마사트로네 마을은 아직 영향이 적지만 이웃 마을에서는 이미 대대적인 시위를 벌이고 있음
마사트로가 들어간 연합 또한 마사트로네 마을 인물들보다는 외부 마을들의 인력이 많다
근데 보통 아무리 나이가 많아봤자 20대 초반이고(최연장자가 23)
원래 연합이 모이게 된 원인은 책을 읽는 평범한 독서 모임이었으나 모인 사람들의 성향이 다 그래서 점차 변질되기 시작함
(이 과정에서 아무도 불만을 표하지 않음, 압박도 없었고 모두 자의)
웬만해서는 도서관 같은 곳에서 만남을 가지나(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아지트는 피하도록 지시)
현재 성주로의 대대적인 검열 작업으로 인해 연합 조직에 위협을 받으며 공개 시위를 계획 중
다만 소꿉친구 3인방은 혁명 위주가 아닌 마을 소년소녀들의 이야기로 흘러가도록 하기

보란은 자신이 사건 이후로 집안의 일에서 배제되고 있음을 알고 있고
그 의도도 이해하지만 그것은 본인을 위한 배려가 아니라고 생각함
보란은 프라이드가 강한 인물인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는데 나름...

보란이 유독 마사트로에게 분노한 이유는 그가 소중하기 때문, 실제로 보란이 마사트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음
보란도 이를 스스로 인정하고 있음, 하지만 별로 표현하고자 하는 의지는 없는듯
젠은 이를 확신, 젠은 별로 질투하거나 하는 모양새는 없음 젠은 보란이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함

보란은 인정이 빠르지만 동시에 프라이드가 강한? 사고가 빠르지만 다각도로 바라보려는 자세가 부족함
마사트로는 자신의 처지를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 하고 있고, 과거를 여러 번 곱씹지만 이를 미래에 적용하지 않는 것이 문제점
젠은 자신이 아닌 남들에 대해 함구하는 것(배려심이라고도 할 수 있겠으나 아버지의 행보를 알고도 어머니의 물음에도 입을 닫았다)

(2부)
(2년 정도 흘렀을까…)

보란의 어머니가 집안의 부흥을 위하여 영주에게 시집을 갈 것을 요구하지만 보란은 강하게 거부함(추후 살붙이기)

젠네 아버지는 혁명군 중에서도 급진적 영주의 암살 계획 진행 중 계획의 유출(스파이)로 결국 구금+사형 확정
당연히 젠네 집안에는 군인이 들어왔고 여러 차례 심문과 고문을 받음
그렇지만 벤 제스토는 고문을 받던 와중 ‘나는 살아남고 싶다’는 독백을 마지막으로 어떤 결심을 했다는 메시지와 함께 실종

점차 국가의 이리저리 쏘다니느라 마사트로는
둘의 소식은 물론이고(물론 어렴풋이는 그럴 거라고 깨닫고 있었겠지만)
가족에게까지 회의해지기 시작
여동생 솔르가 마사트로를 찾아나서기 위하여 집을 나서며 실종

(여기에는 내가 언젠가 복선을 처넣어야겠지…)
근데 마사트로가 집에 돌아왔을 때는 어째선지 집은 불에 태워져 있었고
어렴풋이 나는 고소한 냄새에 마사트로는 고독을 확신하며 마을에서 떠남(시기도 시기니 수배됐겠죠)

이후로는 이미 마사트로가 성년이 됐을 시점(1장 시작으로부터 3년 정도)

마사트로는 숲속을 떠닐다 어떤 여행자들과 만남
추레한 모습에 깜짝놀란 여행자 일행 중 한 명이 마사트로에게 해가 진 숲속은 위험하다며 불을 쬐고 갈 것을 제안
일행 B는 마사트로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말을 걸지도 않음
마사트로는 가시방석이고 어쩌면 스파이일지도 모르지만
어떻게 보아도 외부인같은 모습에 안심하며 그들과 하루를 보내기로 결정

새벽에 뒤척이다 일어나자 움직이는 사람의 기척에 놀라 옆을 보자 아무 말 없이 자신을 바라보며 서 있는 B와 눈이 마주침…
그리고 하, 뭐, 막… 써야하는데 좀 기다려보셈………….

“나,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형.”

“집으로 돌아가게 해 줘.”

칸네스는 옆 마을 산골짜기 너머에 있는 작은 마을에 사는 형이었다. 혁명을 도모하기 위해 모인 사이였기 때문에 그곳에서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그는 추진력이 강한 이였다. 단순 친구들끼리 모이며 시작한 모임이라는 생각을 잊게 만들었다. 총 탈환 작전을 계획하고 실행한 것도 그의 덕이었다.

그는 얼마 전 단둘이 살던 병든 어머니의 초상을 치렀다. 이미 아버지는 군인의 낙마 사고에 휘말려 억울한 죽음을 당했으나 중앙은 그의 아버지를 중앙에 대적하는 행위를 한 역모자로 취급했다. 칸네스 형은 아버지의 초상을 치룰 수 없었다. 칸네스 형은 두 부모를 잃었지만 마을 어디에서도, 집 어디에서도 아버지의 장례를 치룰 수 없었다. 시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의 아버지는 그저 그날 저녁 스프에 들어갈 당근을 사러 길을 나닐고 있었을 뿐인데.

형은 말했다. 눈에 띄지 못한 것이 역모라면 자신은 그들 앞에 서보이겠다고. 두팔 두다리를 뻗고서. 그러고선 외칠 거라고.

나는 칸네스 하이다. 나의 아버지는 칸네스 두안이다. 칸네스 두안은 죽지 못했다. 그의 자식은 죽었다.

총을 맞아 죽는 한이 있어도 그리 말해 보일 거라고…… 상처투성이 손가락에 끼워진 약혼반지를 빛내며 말했다.

이른 나이에 맞이하는 아이에게 부모의 초상은 익숙해지는 법이 없다. 아니, 죽음은 어느 시간대에 맞이하든 변함이 없는 존재다.

“어머니가 보고 싶다.”

“어머니를 뵙고 싶어.”

자리에서 숨을 내쉬던 이는 사람의 숨소리는 다섯 여섯 들려오는데 어째선지 살아있던 것은 영 하나였다. 살아있던 것이 입을 열었다.

“마사트로.”

“사인.”

“부마.”

“후스로에, 희안느.”

“내가 한심하게 느껴질 거라는 거 알고 있어. 하지만 말이다. 나는…….”

칸네스는 입술을 깨물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나는 더 이상 피를 보고 싶지 않아. 하지만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아마 한 평생, 죽어서도, 영원히 피를 보게 되겠지. 하지만 나는, 나는…… 지쳤어.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어머니를 보고 싶어. 나의 아내가 될 사람과 신혼집에 들어가 자식을 낳고 가정을 꾸리고 싶어. 피냄새를 맡고 싶지 않아. 집에 돌아갔을 때 한 명 한 명 살아있는지 확인하고 싶지 않아. 칼에 베이는 고통을 알고 싶지 않아. 느끼고 싶지 않아. 살고 싶지 않아. 장을 하나 잃어가면서도 내가 살아 있다고 말하고 싶지 않아. 더이상 말하고 싶지 않아. 하얀 깃발이, 푸른 깃발이 붉어지다 못해 검어지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고 싶지 않아. 무언가가 숨을 멎어가는 걸 보고 싶지 않아. 나는 사람을 보고 싶어. 살아있는 걸 보고 싶어. 살아있는 걸 보다가 숨을 내쉬며 죽고 싶어. 시체를 보고 싶지 않아. 피눈물이 하늘에서 내리는 걸 보고 싶지 않아. 나는…….”

칸네스는 아주 천천히 말했다.

과할 정도로 느긋했고, 평소와는 강단있던 평소의 목소리와는 다르게 물을 마시지 못해 갈라진 쇳소리를 내뱉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에 끼어들거나 멈추지 못했다.

칸네스도 자신의 말을 맺지 못했다.

#02 하이사토 아이코

葉意里愛子, 나이는 제대로 정한 것은 없음 최소 20대 중후반에서 30대로 생각
액면가는 어려서 다들 실제 나이보다 훨씬 어리다고 생각함

근데 부녀자고, 과부임 그러니까 아이코는 사랑이란 건 시작과 끝이 있기에 존재한다고 생각하는데
아이코는 이 세상의 모든 걸 사랑함, 하지만 ‘영원함이라는 것에 사랑을 느낄 수 있을리가 없잖아…‘가 그녀의 지조

아이코의 남편은 건강했고, 몸이 선천적으로 약한 편이었던 아이코는
자신이 살아가는 한 자신의 남편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없음에 절망하고 괴로워함
그를 사랑함에도 불구 계속해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공허함에 질린 그녀는 끝내 남편을 살해…

“아이코도 나를 사랑하니?”
남편이 아이코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것은 사랑을 하는 사람의 눈빛이었다.
아이코는 대답 대신 웃어보였다.
“아이코…….”
“나는 사랑이라는 건 끝과 시작이 있어서 아름다운 거라고 생각해요. 꽃이 지고, 나비가 죽고, 무덤이 세워지고 없어지길 반복하듯이.
설령 그 순환 속에 돌연변이가 태어나더라도 나는 사랑할 수 있어요, 아니, 사랑할 수 밖에 없어요. 만물이라는 건 그런 거니까.”
“너는 정말 사랑스러운 여자야, 아이코.”
남편은 아이코의 말을 듣는지 마는지, 둘의 대화는 묘하게 이어지지 않는 듯했다.
“여보, 여보.”
아이코는 남편의 대답을 재촉했다. 아이코의 눈썹이 약간 일그러져 있었다. 아이코는 남편과 눈을 마주쳤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남편은 여전히 사랑스럽다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할 수 있게 해 줄래요?”
“그래, 아이코.”
그것은 남편의 입에서 나오는 마지막 문장이었다.

살해 후 가장 처음으로 하는 독백은 ‘사랑이라는 건 참 아름다운 거구나…’
그녀에게 더 이상 절망하는 일이 없었고, 한층 더 세상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살아가고 있었음

그런데 그녀의 앞에 그녀를 사랑스럽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지 않는 이가 있었음
아이코는 호기심에 휩싸였고, 더할 나위 없는 사랑에 빠짐
오랜 시간 그를 따라다녔지만, 아이코는 끝내 결정을 내림

“나는 당신을 사랑할 수 없어요, 내가 당신을 사랑할 수 있을까요?”
“나는 너에게 사랑을 바란 적 없어.”
“내가 바라요.”
“나는 바라지 않아.”
“어째서죠? 사랑은 아름다운 일인데요. 세상은 이토록 아름답고요.”
“세상은 아름답지.”
둘은 만나자마자 참으로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아이코는 남자를 이해하고 납득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지만, 남자가 아이코의 의견에 동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렇다면 더더욱 이해할 수 없어요. 왜 나의 사랑을 바라지 않지요?”
“사랑에는 대가를 바라서는 안 되는 거다, 아이코.”
“너는 사랑에 구원을 바라고 있잖아.”
“사랑이 구원하는 것이 아니야. 구원이 사랑을 부르는 것이지.”
아이코는 결코 남자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사랑할 수 있을 때까지 곁에 있어주시겠어요?”
“당신에게는 끝이 존재하지 않는 걸요.”
“나는 허상을 사랑하는 것이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남자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아이코 또한 그랬다.

#03 심판자

“나는 기본적으로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못 느끼지만.”

“…….”

“요즘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

“그만.”

눈앞에 서 있던 남자는 달싹이던 입을 열었다. 하지만 상대는 이를 무시했다.

“나는 이 나라에 관한 애국심이 없어. 물론 그건 이 나라만을 향한 것도 아니고 나라의 개념을 떠나 모든 존재에게 적용되는 일이지. 생명이라는 것에 아름다움을 느끼던 시절은 아주 오래전의 일이고, 더 이상 눈물도 기쁨도 느끼지 못하지만 기시감은 느낄 줄 알지. 사람을 죽이는 것에 소모한 시간이 수천 년인데 그들은 여전히 지겹지 않은 걸까? 다시금 느껴야만 하는 걸까? 다들 길거리에 낭자한, 눈앞에 낭자한 피비린내를 느끼면서 불쾌하다고 하지만 정작 본인의 몸에도 그것이 있다는 걸 상기하지는 못하지. 내게는 그중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그들을 이해할 수 없단 가장 흠이야. 나는 말이지. 죽음이 지겹다. 심판자의 이름으로 이 세상에 나타나 죄인을 심판해왔어. 그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느꼈다. 오직 느낌만으로. 그리고 어떠한 감상만으로 정의라는 이름의 살육을 그만두었지. 나의 의견에 반하는 사람을 죽이는 건 그다지 유쾌하지 않아. 생명 활동의 연장선은 유쾌함을 추구하기 위함이라고 익히 들었지만 잘만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

“결론적으로 이 세상은 아름답지 못하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이 악순환을 끝내는 가장 빠른 방법은 존속의 결단이다.”

“나는 네가 죽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네가 내 의견에 동의한다는 말을 꺼낼 날이 올지 몰랐어…….”

“죽으라고.”

“이상하지 않아? 너도 이상하다고 생각했잖아. 어느 순간부터 숨을 쉬지 않아도 괜찮았잖아! 어느 순간부터 잠을 자지 않아도 괜찮았잖아,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아도. 네가 음식을 먹으면서 할 수 있는 건 저작 운동뿐이잖아. 어느 순간부터 네 몸속 안에서부터 썩은 내가 진동하지 않았어? 애초에 음식 맛 같은 건 처음부터 느낀 적도 없었겠지. 그러다 보면 생명에 관한 강한 증오가 피어오르지 않아? 권능이 신이 내린 선물이라고. 나는 저주라고 생각한다. 저주일 수밖에 없지. 특히나 반쪽짜리 존재에게는. 너 같은, 너 같은 돌연변이에게는 더더욱!”

버럭버럭 소리치는 남성의 육성이 방 안에 울려 퍼졌다. 주변에 있던 잡동사니들이 전부 먼지 덩어리가 된 탓에 유독 소리는 더 크게 들리는듯했다.

전과는 다르게 보기보다 작은 체구의 건너편에 서서 그 목소리를 듣던 남자는 생각했다.

뭐래?

‘내가 지인 줄 알아. 이럴 줄 알았으면 초면에 영입을 할 게 아니고 병원에 쑤셔넣는 거였는데.’

물론 그런 후회를 하기엔 이미 늦었다만.

참고로 그들의 첫만남은 유독 남달랐다.

한쪽이 손에 사람의 두개골을 들고 있었으니까⋯⋯.

물론 한쪽이 정신이상자인 것은 아니다. 두 쪽 다다.

남자는 고민했다.

그리고 곧 입을 열었다.

“혹시⋯⋯.”

몇 초간의 정적이 흘렀다.

“이상성욕자신지.”

“?”

미친 자들의 대결, 이번에야말로 개장합니다.

“나란 존재는 사랑을 모르는 존재입니다. 교류하는 법을 몰랐고,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바닷가 돌무리에 낀 이끼와 대화하는 법을 알고 싶어하는 이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나의 앞에 나타났습니다. 그는 나의 눈을 보며 말했습니다. ‘당신은 사랑을 깨달을 사람’이라고요, 나는 부정했습니다. 나는 사람도 아니거니와 짐승이며 사랑을 알지 못한다고요. 그는 나의 앞으로 손을 내밀었습니다. 나는 그 의미를 알았지만 알지 못했습니다. 내민 손에 답할 줄 몰랐습니다. 남자는 이내 이를 보이며 웃어 보였습니다. 나는 신문지에서 그를 본 적이 있습니다. 언제나 진중한 얼굴을 하고, 소신 있는 말들을 해왔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그를 존경하지요. 그들은 우리의 첫 시작을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는 언제나 약자 앞에 서 숨을 쉽니다. 물으며, 대화하고, 눈물 흘리고, 이야기하며, 노래하고, 밥을 먹고. 아, 탁구를 치기도 합니다. 기타를 연주해 주기도 하고요. 잠을 자지 못하는 아이를 품에 안아주고 기꺼이 자장가를 불러주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그는 화내지 않습니다. 언제나 미소짓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가 불편하고 딱딱한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부드럽고 따스한 사람이더군요. 어쩌면 나는 그가 나의 거울이라 생각하고 그가 나이길 바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그가 나이길 바란 것이 아니라 내기 그이길 바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이해하지 못해 물었지요. 난 사랑도 모르고 약자도 아니고 숨을 쉴 줄 모른다고요. 남자는 다시금 웃었습니다. 우리는 많은 것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하지 않는 일은 결코 없다면서요. 나는 그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우리는 그의 끝을 기억합니다. 절망에 휩싸인 그의 얼굴을 기억합니다. 끝내 내뱉지 못해 달싹이던 입술을, 희망을 잃어가는 눈동자를. 하지만 그는 웃고 있었습니다. 죽음을 예견하는 존재란 없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그는 웃고 있었습니다.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고, 눈꼬리도 감겨가 그 절망하던 눈빛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그건 스러져 가는 눈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가리려던 발버둥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웃고 있었습니다. 후회하지 않는다는 것처럼 웃고 있었습니다. 왜일까요? 그에게는 자식이 없었습니다. 이런 일을 예상했기 때문이었는지 왜인지 모릅니다. 자식도 아내도 가정을 꾸리지 않는 그에게 물어보아도 돌아오는 대답은 사랑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는 숲을 사랑했습니다. 아름다운 선율에 몸을 맡길 줄 아는, 아이의 웃음소리에 순수히 기뻐하는, 그런 인간이었지요. 그는 알근달근한 수프 냄새를 좋아했습니다. 따르는 종교는 없었지만 종교 서적을 읽기를 즐겼습니다. 그는 항상 내게 말했습니다. 사랑이란 약자에 가까워지는 것이라고. 나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 둘다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약자가 아니었기 때문이지요. 그렇기에 나는 그의 말에 걱정이 되어 그만 자신을 사랑하지 않느냐 물었습니다. 그는 나의 말에 웃지 않았습니다.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지만 그것이 웃음이 아님을 나는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말했습니다. 때가 되면 모든 걸 알게 될 거라고. 이 세상에 죽음이란 없는 것이라고. 그 대답에 나는 더 이상 입을 열 수 없었습니다. 그건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인지, 이해했기 때문인지는 사랑을 깨달은 존재만이 알 수 있겠지요. 여러분, 나는 죽지 않습니다. 하지만 죽음에 초월한 존재란 없습니다. 이는 그의 죽음이 알려줍니다. 생명이란 죽음이라는 존재 앞에서 어찌나 나약한지. 바스러져 가는 생명 앞에 우리는 왜 거룩해하며 기뻐하고 슬퍼하고 사랑하며 가여워하는지. 그는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알려주었습니다. 그러니 나는 그의 장례식을 이 말로 마치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하나뿐인 친우여, 다시는 이 나약한 세상을 사랑하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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