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힘센 하녀 메리 밀러

이것저것 by ak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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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섹스 지방 작은 농가의 여섯번째 딸로 태어난 메리 밀러는 별난 구석이 있는 아이였다. 태어난 이후로 소리내어 운 적이 한손에 꼽히는 것은 물론이며, 그 흔한 감기에 걸린 적도 없이 잔병치레없는 건강함을 자랑했다. 또한 힘이 장사라서 열살에 잘자란 숫퇘지 한마리를 번쩍 들어올릴 정도였다. 그 골격이 주목할정도로 크기는 했다. 5피트(150cm)면 왠만한 성인 여성이나 다름없으니까.


만약 전란의 시대에 태어났다면 뭐라도 활약할수도 있었을지 모르지만, 신께서 보우하사 위대한 브리튼은 여왕 폐하의 다스림 아래 50년 이상의 태평성대에 놓여있었다. 따라서 이 별난 꼬마의 이야기는 기껏해야 옆마을에 그렇다더라 정도의 소문으로 떠돌았다.


2년간 다닌 교회 학교에서 메리는 청소, 요리, 읽고 쓰기, 간단한 악기 연주 등등을 배웠다. 집안 일을 돕느라 복습이 쉽지 않은 환경이었지만 꽤나 기이한 열정을 보이면서 선생이 가르치는 것을 스펀지처럼 흡수했다. 시험을 보았다면 아마 그 학교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이었을것이다.


하지만 가난한 농부의 딸이 공부를 잘해봤자 딱히 쓸모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직 12살의 나이에 메리에게는 크게 두가지 진로가 주어졌다. 하나는 시골에 남아서 농사를 돕다가 적당히 혼인하는 것. 하나는 제복을 살 정도의 돈을 모아서 도시로 상경해 하녀로 일하는 것.


다행히도 왠만한 성인 못지 않은 힘을 가진 메리는 다른 아이들보다 유리하게 시작할수있었다. 근방의 백작가로 우유를 직접 나르는 일을 맡은 것이다. 아버지는 해가 뜨지 않은 새벽에 소들에게서 우유를 짰다. 우유에 물을 타서 아주 조금 양을 불리고(다른 우유상인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물을 탔다. 나름 양심적으로 장사한 셈이다)


해가 뜰 쯤이 되면 아버지와 메리는 우유를 담은 병을 수레에 가득 실어서 늙은 나귀와 함께 저택으로 향했다. 하인들이 다니는 뒷문에서 우유를 내리는 것은 메리의 몫이었다. 지쳐서 헥헥 혀를 길게 뻗고 늘어져있는 나귀 옆으로 메리는 번쩍번쩍 우유병을 들고 저택 안으로 날랐다. 처음에는 하녀들이 기겁을 했지만 이제는 익숙해져서 주방으로 가기 쉽게 길을 비켜주곤 했다.


계단을 한참 내려가 주방까지 가면 그곳은 이미 아침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분주하기 짝이 없는 전쟁터였다. 메리보다 고작 너댓살 먹었을법한 어린 하녀가 양파를 손질하면서 눈물을 찔금거렸다.


우유를 나른지 한달쯤 되자 아버지와 하녀 사이에 무슨 거래가 오고갔는지, 메리는 이제 버터와 치즈를 만드는 일을 돕기 시작했다. 저택에 정식으로 채용된 것은 아니었다. 데어리 메이드가 아주 조금 자신의 일을 이 장사같은 아이에게 떠넘긴 것이다. 딱히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메리는 굉장히 힘이 셌고 오히려 첫날에는 버터를 만드는 통의 손잡이를 휘어버렸다가, 누가 볼새라 다시 펴놓았다.


짭잘한 용돈벌이는 봄이 오고 백작가 나으리들이 사교계를 위해 런던으로 향하면서 잠시 멈추었다. 하녀도 하인도 주방장도 모두 짐을 싸들고 타운 하우스로 향한 것이었다. 그동안 꽤 편한 나날을 보내던 데어리 메이드는 조금 우는 소리를 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13살이 된 메리는 이제 조만간 6피트(180cm)를 넘길지도 모르는 키였고, 어느 누구나 메리를 다자란 성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열심히 모은 돈은 밑단 길이가 넉넉한 감색 하녀 제복을 한벌 마련할 수 있을 정도였다. 가족들의 배웅을 받으며 기차에 몸을 실은 메리는 2년전 먼저 도시로 떠난 언니의 편지를 다시 한번 읽었다. 인력 사무소에서 운좋게도 중산층 가정의 하녀로 취직한 클라라는 가사일에 상당히 능해서 많은 호평이라고 했다. 무의식중에 속으로 오탈자를 보던 메리는 혀를 쯧 차고는 품속에 편지를 넣었다. 도시에 도착해도 곧장 언니를 만날수는 없었다. 이 편지를 소개장 삼아서 취직할 곳으로 향해야했다.

베이커 221B가의 허드슨 부인이 메리의 미래의 고용인이었다. 운이 나쁘지 않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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