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Awakening

Ep. 별자리는 자신의 마음을 알지 못한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그리고 별님이 저를 만나러 와 주신다면… …만나고 싶었다고 말할 거예요.”


“몰라. 이제 얘기할 수 있는 순간도 얼마 안 남았으니 그냥 말할게요! 저도 세아 님을 좋은 분이라고 느껴요. 세아 님이 제게 조언해 주신 모든 것들, 격려해 주신 그 말씀...영영 잊을 수 없을 거예요. 그건 저에게 있어 정말 큰 의미예요...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저를 낯 뜨겁게 만드시다니...”

“안나도 은근 저돌적인 면이 있네요? 후후, 전 저돌적인 사람도 좋아요. —그럼 그 말, 저하고 안나의 '마음의 크기'가... 같다고 생각해도 되는 걸까요?”


“그—래—서— 그런 터무니없는 약속을 하셨다는 뜻이네요, 지금—?”

2024년 8월 초의 한가로운 여름. 간델로바 사건을 해결하고 3개월 뒤, 어느 날 같이 휴식을 원하며 잠을 청하던 중 우연히 방문하게 된 꿈의 도시에서 겪은 아름다운 이야기, 인연. 17일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 순간들이 깨어나자마자 내 손에 쥐어진 흔적들로 하여금 진짜였음을 깨닫고 즉시 약속한 대로 찾고자 하는 이들을 찾곤, 곧바로 지천의 천문대로 달려와 카프리콘 씨와 티아한테 썰을 풀듯 주야장천 이야기 하고 있었다.

“…어쩌다 보니 그만.”

“—아이고야, 저 바보 천칭도 그렇고, 우리 연아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왜 갑자기 혼자 이상한 곳에 다녀왔다고 썰을 풀더니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막—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경우가 계속 생기는 거냐? …희한한 상황이네, 정말.”

…이야기를 들은 카프리콘 씨는 별자리들의 리더로서 뒷머리를 부여잡으며 새로 생긴 이슈에 격정적으로 반응하고 있으며, 티아는 잠에서 깬 지 얼마 안 된 상태라 멍하니 들으며 조용히 리액션을 취하고 있다.

“…결국은 장치 제작에 좀 더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거네요. 흐아암— …코드 짜고 안정화하는 것만 어케 잘 되면 오래 걸리진 않긴 할 텐데… 여행 다녀와서 하면 안 돼요? 지금은 좀 기운이 안 나는데.”

“…그러고 보니 벌써 일주일 남았네, 연아가 계획한 여행. 어디로 간다 했더라?”

“경주라고 했던 거로 기억하는데요. 그럼 그거 다녀오고, 다 같이 힘내서 해봐요~”

“그렇게 해맑게 말한다고 부담감 안 줄어들거든…? —어휴, 이젠 우리 세아도 사랑을 할 나이로구나~”

“사— 사랑— ”

…그렇게 대놓고 말씀하시면 너무 부끄러운데. …얼굴 빨개지는 기분이야.

“이제 와서 아니라고 발뺌하지 마. …그래서 결국, 마지막 대답은 못 들은 거야?”

“…어쩌다 보니, 그러게요. …저는 이왕이면 긍정이 왔을 거로 생각하고 싶긴 한데, 뭐- 다른 좋은 사람들도 많고, 그분으로선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낮은 인연일 수도 있으니…”

“좋은 대화 다 해놓고 여기서 그러는 거야 지금? 이야기 들어보면 가능성 높을 거 같은데.”

“…그래 보이나요?”

“그럼 아니겠나? —뭐 아무튼, 혼자 좋은 휴식 보내고 와서 아주 좋겠네요~ 이러면 여름휴가 안 데려가도 되겠는데?”

“아아~~ 그러는 게 어딨어요~ 너무해요~ 가서 바르고 씨랑 할 게임 같은 거 다 정해놨는데.”

“하하, 알았어, 알았어. …그래서, 그 아이에 대해선 검색해봤어? 정말 뛰어난 가수가 되었는가, 우리와 연결되어 있는가 말이야. 1번은 몰라도 2번은 진짜 중요하거든? 4년 전에 리브라한테 한 잔소리 또 하고 싶지 않다.”

“네, 깨어나자마자 바로 했어요. …다행히 바로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어찌나 기쁘던지.”

안나 마르타(Anna Marta), 1904년생, 어린 나이 때부터 메이드 인생으로 삶을 시작하여 점차 꿈을 펼치다가 로즈라는 예명으로 가수 및 뮤지컬 배우로 대활약한 영국의 어느 여성. 처음엔 혹시 동명이인일까 싶었는데, 사진을 보고 바로 깨달았다. 붉은 머리, 노란 눈, 순수해 보이며 무게감이 느껴지는 그 눈빛… 반박할 수 없을 정도로 내가 본 그 안나다.

우리들의 응원이 닿았구나.

깨닫자마자 든 생각은 그거였다. 처음엔 고민이 많고 자신이 없어 보였는데, 나를 포함한 많은 분 덕분에 자신감도 생기고, 마지막엔 정말 생기가 넘쳐 흘러 보였다. 그래서 아주 기뻤다. 감격스러웠다. …그러고 두 번째로 든 생각은…

…날 부를 일 없이 잘 보냈나 보구나.

…안도감, 하지만 쓸쓸함. …왜일까, 분명 잘 된 건 좋은 건데, 괜히 미묘하게 쓸쓸함이 느껴졌다. …내 심장이 고장 났구나 싶었다. —이해할 수 없다, 마지막에 온전한 확답도 듣지 않은 상태에서 이러는 건 역시 호들갑이 맞겠지.

“다행이네, 시간 선이 어떻게 잘 맞았나 보네. 흠, 1920년대 영국이라, 한창 1차 대전 끝나고 어수선한 때에 나고 자란 아이구만. 아주 힘들었고, 아주 뿌듯했겠어. —그런데 아무리 우리가 지금 시공간 이동 장치를 만드는 중이라 해도 그렇지, 어떻게 100년도 더 된 과거의 사람한테 그런 멘트를 날릴 생각을 했대? 대단하셔.”

“…그때 제 감정이 너무 복받쳤나 봐요. …261년 삶에서 처음 느껴보는, 그런 거라서….”

“아유, 뭐, 풍부한 감정을 느끼는 게 나쁜 건 아니지. 이제 와서 이런 감정은 안 돼! 하면 반마가 내 머리에 활을 쏘려고 할 걸? 흥, 그러면… 가디언 말대로, 제작은 휴가 다녀와서 마저 하고, 너는— 고백 문구나 잘 생각해봐. 가서 뭐라도 기깔나게 멘트 쳐줘야 상대 쪽에서 못 했던 답을 말해주든가 하겠지, 안 그래?”

“…못 했던 답. …차마 부정의 말을 할 수 없어서 대답을 안 한 건 아니겠죠…?”

“답지 않게 왜 그래?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잘 머리 굴려봐. 분명 아주 잘 될 거여~”

“…카프리콘 씨가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솔직히 잘 모르겠다. 여전히 심장이 엄청나게 뛴다. 긴장? 걱정? 기쁨? 슬픔? 행복? 벅차오름? 그 무엇으로도 정의할 수 없다. 복잡하다. 울렁거린다. 미묘하다. 기분이 너무… 이해할 수 없다. —고백 문구라, 내가 그걸 말할 순간이 올까 과연.

…고백 문구.


무지개 너머 어딘가 바람의 노래가 닿는 곳

지난 밤 꿈결에 들었던 멜로디

하얀 구름을 가로질러 파란 하늘 마주하고서

나 바라네

이루어지길


[ Horologium-! ]

1756년부터 2024년 지금까지. 살면서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럴만한 경험이, 시간이 없었다는 것. 261년의 세월을 살면서 나는 매일같이 훈련하고 싸우고 사람들을 지키며 사명을 다하면 모두의 기억을 지운 채 하늘로 올라가고, 미숙한 주제에 나름 별자리라고 사람들을 선택해 꿈의 길을 걷게 하며 사랑 같은 감정을 느낄 새나 느끼게 할 사람을 만나거나 그런 거에 관심을 줄 시간이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20세기 초— 다이알에 의해 참패하고 주변에 많은 것을 잃은 후부터는—— 100년 가까이 거진 우울증 상태로 보내왔으니까….

2019년, 옥타우크츠에 의해 지상으로 추락하고 세윤이네에서 신세 지다가 연아 씨에게 발견되어 위로의 말을 듣기 전까진 솔직히 기쁨이라던가 긍정적인 감정을 느낀 횟수보다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 횟수가 더 많았다.

나로 인해 잃은 모든 것에 대한 슬픔, 내가 무언가 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자책감, 자신에 대한 분노, 모든 게 공허하게 느껴지는 회의감. 지금 생각해보면 내 자신에게 너무 많은 무게추를 달곤 중압감에 시달리며 누구한테 이야기하고 상담받을 생각도 못 한 채로 참으로 후회스러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삶은 오롯이 홀로 서는 외로움

…때문에 나 이외 다른 사람들은 이런 후회스러운 과거를 보내지 않았으면 했다.

하지만 어떤 순간에도 나는 혼자가 아니야

그리고 그런 나의 소망이, 정말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내 감정을 이상하게 만들어버렸다.

“꿈을 포기하는 건… 너무 슬픈 일이에요. 내 삶의 한 조각을 떼어내는 것과 같은, 괴로운 일이죠.”

그 고민 가득한 눈물로 촉촉해지는 눈빛을 보자마자 내 마음 한편에 강하게 든 생각. …과거의 나를 보는 기분이다. 도와주고 싶다. 아니, 도와줘야 한다.

그렇게 거침없이 열심히 이야기를 들어주고, 실제로 고민 상담소를 해본 적은 딱히 없음에도 열심히 머리를 굴리며 최대한 도움이 되고 위로가 될 말을 생각해 내뱉었다. 그리고 그 말로 그 아이가 눈물을 멈추고 자신감을 얻는 모습을 보니, 참으로 기뻤다. 무능력하다고 혼자 자책한 힘을 되찾고 내 손으로 기어이 다이알을 쓰러트렸을 때만큼. 케스텔의 의지를 이어받아 간델로바를 쓰러트렸을 때만큼. 벅차올랐다.

그러고 얼마 안 가 마니또 이벤트가 열리고, 상대방을 지목할 수 있다기에 일단 신청 먼저 하고 그 아이도 할지 안 할지 멀리서 지켜보며 기다리다가, 신청한다고 하는 걸 보자마자 조용히 접수처에 달려가 그 아이를 지목했다. 마니또 이벤트… 익명의 뒤에 숨어 뭐든 선물해줄 기회. 이 기회를 노려 아이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선물을 해보자 마음먹었다. …해봤자 제일 큰 건 콘스텔 캡슐 정도긴 했지만.

그런데 세상에나, 현실에 있는 물건을 하나 가져올 기회가 생기다니… 무얼 할까 열심히 고민하다가 결국 큰맘 먹고 무리수라도 던져보자는 맘에 그 펜듈럼과 편지를 보냈다. …다행히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기뻐하는 모습, 감사해 하는 모습. 모든 게 참 아름다웠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거다, 내 감정이 너무 커져 버린 게.

——그게 이렇게 되어버릴 줄이야.

뭐, 좋게 말하면 다시 만나서 이어질 가능성을 나 스스로 창출한 게 되긴 하는데, 그 아이가 과연 써줄까….

이왕이면 안 쓰는 게 그 아이로선 가장 좋긴 하지. 내가 ‘힘들 때 쓰라고’ 했으니까. —어쨌든 내가 근본적으로 그 아이한테 바란 건 그 아이가 자신의 꿈을 이루며 행복하게 지내는 미래로 나아가는 거였으니까. 안나가 행복한 미래를 보내기만 했다면… 날 불러주지 않아도 문제 될 건 없지.

“여기— 주문하신 디카페인 바닐라 딜라이트, 그리고 블루베리 치즈 케이크 드릴게요~”

“아, 네—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시간 보내다 가세요~”

“………라는 생각을 하면서 여기서 이러고 있는 게 상—당—히— 어불성설이긴 한데……. 아—— 모르겠다—— 머리가 너무 안 돌아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지난 밤- 꿈결에- 들-었던 멜로디—”

솔직히 너무 내— 자기중심적인 이기적인 생각이란— 그런 마음이 자라나 떠나지 않는다. 그렇지 않은가? 그 아이는 나에게 있어 ‘과거’에 존재하는 인물이며, 나는… 1년 365일 매년 매 순간을 그 과거에만 있을 수가 없다. 나에겐 지켜야 할 현재가 있다. 나아가야 할 미래가 있다. 과거는 배우기 위해 존재하는 것, 언제까지나 머무르며 지낼 수는 없는 것.

애정- 사랑이라는 감정, 나 한 명의 그 마음을 위해서 굳이, 그 아이에게, 그래야 할까? 수락하지 않으면 거기서 그냥 끝이긴 하겠다만, 만약에 수락한다면 그 아이는 자신의 미래에 존재하며 그 때문에 항상 자신 곁에 없을, 자신과는 많이 다른, 자신은 점점 시간이 흘러 끝에 가까워질 때 홀로 여전히 처음 만난 그 순간 그대로 존재하는 기형적인 인물을 부담하게 되는 건데, 따지고 보면 그건 내가 그 아이에게 또 다른 시련을 남겨주는 거나 다름없지 않은가.

…역시 너무 이기적이다.

“과거의 내가 보인다고 해서… 강하게 지켜주고 싶다고 해서… 이끌어주고 싶다고 해서… 함께하고 싶다고 해서… 그러는 건…”

나는… 그 아이가… 근심걱정 없이 행복하길 바라는 건데, 이러는 건, 아니잖아, 아무래도. …카프리콘 씨는 애써 응원해주셨는데, 도저히, 어떤 하나로 확신의 마음이 들지 않아. 아——

“…나는.”


Die Geburt eines intensiven Wunsches

Das Schlagen der Flammenuhr Wunsches

Kestrel-gium— 각오를, 타오르는 별이 되기까지—

Kestrel-gium— 희망을, 이—제라도- 노래하면서—

또 다시 되찾게 된— 별빛이 날개짓 하니—

기적적인, 아름다운 힘, 여기에 강——림——


[ Pendulum-! ]

“…됐다아!! 드디어 휴대용 시공간 자유 이동 장치를 개발해냈다!!! 유레카-!-!-!-!-!”

“헐 진짜로? 대박, 어디 봐봐.”

“드디어 그걸 만들었다고?? 같이 좀 보자!”

“…이거, 안전 테스트 같은 것도 다 된 거지?”

“…시공간 이동 장치.”

2024년 8월 말. 연아 씨가 계획한 4박 5일 여름휴가 끝마치고 돌아온 지 일주일 째. 티아와 카프리콘 씨, 나, 그리고… 셸크라챠 넷이서 끊임없이 머리를 굴리고 실패하고 폭발하고 고생해가며 드디어 문제의 시공간 이동 장치를 개발해내는 데 성공했다.

“…천칭 녀석의 기묘한 경험 이후 때부터 이거 만들겠다고 진짜 얼마나 고생했는지.”

“윽, 갑자기 여기서 내 뼈 때릴래?!”

“뼈도 없는 게 무슨 뼈 타령이야.”

장장 4년. 4년이 넘는 세월을 고생해서 만들어낸 물건. …이제 이게 있으면, 그 아이가 불렀을 때 그 파장을 감지하여 얼마나 먼 과거든, 얼마나 먼 장소든, 단번에 찾아갈 수 있다. 손에 쥔 채 기다리기만 한다면.

“…가게 되면 뭐라고 말할지 생각해뒀니, 세아? 휴가 내내 혼자 생각이 많아 보였는데. 가서 내가 너한테 장난 많이 쳤지? 그게 휴가에 맞지 않게 네 표정에 무게감이 느껴져서, 좀 풀라고 그랬던 거야. …좀 어때?”

“사지타리우스 씨… 그거, 열심히 생각해봤는데요——”

어디서부터 말하면 되는 걸까—?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마음

“머리가 어째, 잘 굴러가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허무하게 흘려보내게 두지는 않아…

“카페에서 거의 네 시간을 그거 때문에 고민했었는데요-”

정확히는 고백 문구보단 내가 이걸 하는 게 맞는 걸까란 고민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아부었다. 소망에 대한 감정과 함께 떠오르는 불안, 자책. 내가 너무 이기적인 거 같다는 마음의 범람. 반복적으로 흐르는 좋지 않은 경우의 수. 4시간 중 3시간은 거기에 시간을 쏟았다.

휘갈겨 정돈되지 않은 마음속의 작은 선율을,

너에게만 작게 펼쳐 보여주고자 이리— 준비해두었단다.

“돌아오는 모습이 그래 보이더라. 그래서, 좀 답을 얻으셨나?”

There‘s a reason that we came across in this world

“네… 결정했어요… 어떻게 할지.”

그렇게 카페에서 돌아온 후에도 계속 생각했다. 여름휴가를 가서 잠시 조용한 모든 순간들에도.

There's a reason I put those words in your hand

부디 한 번만, 내게 시간을 줄래—?

나는 그 아이를 행복하게 하고 싶다. 또한, 함께 하고 싶다. 하지만 그 아이에게 이런 이질적이기 짝이 없는 나를 맡기는 건 오히려 그 아이의 행복을 빼앗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영원하지 못하는 벽, 함께 흘러가지 않는 시간, 익숙해지지 않을 이질감, 가늠할 수 없는 다름. 1900년대, 20세기 초, 그저 평범한 메이드 일을 하다 가수의 꿈을 노린 아이에게 나란 존재는 현실에서 감당하기엔 너무 벅찬 무언가일 거다.

…그럼에도.

“괜찮아요, 세아 님이 호감을 가지게 된 분이라면, 분명 그 마음에 잘 답해줄 수 있는 사람일 거예요.”

…그럼에도, 뒤늦게 떠올린 그 아이가 내게 들려준 말은, 그 아이가 내게 보여준 모습은, 내 안에 일렁거리며 꽉 들어차는 어둠을 몰아내주고 나에게 어떤 확신을 가져다 주었다.

So- 사랑을 위해서 내가 움직일 수 있던 이유

‘나는 너를 한없이 믿으니까.’

너만이 나에게 이런 마음을, 만들어 줘서—

나는—— 이 마음을, 그 아이, 안나에게.

사랑을 위해서 내가 이리 우는 것은

‘나는 너를 한없이 사랑하기 때문에.’

진—심어리게, 미안하니까……

말하고 싶어. 적어도, 말 만큼은 하고 싶어. 어떻게든 되더라도. 나는 그 아이를 믿으니까.

“그 아이가 저를 불러서, 제가 그 앞에 가게 되거든, 이렇게 말할 거예요.”

푸른 하늘 아름답게 별빛, 일렁이는 사막 한가운데 잔상 앞에—

몇 번이고 고민했어.

항상 만인을 위해서 살아온 261년 인생에서 단 한 번, 1분여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이나마, 이기적인 말을… 해보자.

“…반가워요, 안나. 얼마나 다시 보고 싶었는지 몰라요. …기다리는 동안,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어요.”

얼마나 시간이 흘러도, 얼마나 서로 달라져도, 얼마나 서로 멀어져도— 괜찮을까?

이기적이라 생각하면 내쳐주렴. 내가 너의 별이 설령 아니어도…

“마지막 대답, 듣고 싶어요…. ‘그 말, 저하고 안나 씨의 <마음의 크기>가 같다고 생각해도 되는 걸까요?’라고 했던 저의 물음.”

There‘s a reason that we came across in this world

아직 오지 않은 결말을 기다려보자. 꿈에서 깨기 전 열지 못했던, 나만의 엔딩 크레딧을 열어보자.

“…원하지 않으신다면 반환하여 돌려보내 주셔도 돼요, 그때 말했던 것처럼. 하지만 만약— 대답해주실 수 있다면…”

There's a reason I put those words in your hand

“별자리라서 당신하고 똑같이 늙을 수 없어 시간의 흐름에 괴리감을 느껴도, 지켜야 할 미래가 있기 때문에 매 순간 함께 있을 수 없어도, 평범한 사람하고는 너무 달라서— 온전히 마주 볼 수 없어도— 대답해주실 수 있다면—”

부디 한 번만, 내게 시간을 줄래—?

단 하나의 문장을 기약하며.

“대답해주시겠나요? 저의, 마지막 물음에. …라고.”


[…삐삐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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