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story

[젠큐레아] 아무것도

루엥님과의 연성교환

KOR Archive by 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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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이 큐레아 블로닛을 짝사랑한 지도 꽤 시간이 지났지만, 둘의 관계는 여전히 친구일 따름이었다. 젠은 매일매일 속앓이를 했다. 젠은 눈치없는 큐레아가 미우면서도 좋았다. 짝사랑을 시작하기 전에는 몰랐는데, 지금보니 눈도 크고 코도 오똑한게 이뻤다. 성격은 상냥하면서도 발랄한 게 세상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 같아서 좋다. 그러면서도 마냥 꽃밭같지는 않고 나름 성숙한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는 게 매력적이다.

젠이 큐레아 블로닛에게 빠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나 젠은 그 마음을 나름 최선을 다해 숨기려 노력했다. 친구관계마저 깨지는 것은 두려우니까.

사건이 일어난 건 그저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날이었다. 둘은 히어로였다. 세상을 구하는 건 아ㅇ니고, 세상을 구하는 영웅을 도와주는 히어로였다. 큐레아는 마리네뜨를-그러니까 레이디버그를- 젠은 아드리앙을-말하자면 블랙캣을- 도와주는 것이 그들의 임무였다.

'오늘도 넌 마리네뜨한테 갈꺼지?'

그래서, 그들은 소꿉친구였음에도 불구하고 보기보다 같이 지내는 날이 적었다. 각자 자기 할 일로 너무 바빴기 때문이었다.

'응 그렇지.'

'오늘은 나와 있으면 안될까?'

'응? 갑자기?'

젠의 말은 큐레아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젠의 입장에서는 갑자기 나온 말이 아니었다. 매일매일 생각하던 말이었다. 그러나 매일매일 속으로 삼키던 말이기도 했다. 젠은 한 번만 욕심을 내보자고 마음먹고 간신히 큐레아에게 그렇게 말한 것이었다.

'그.. 요즘에 같이 시간 보낸 적이 없잖아..'

젠은 말을 덧붙일 수록 뭔가 의기소침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 좋아!'

'좋다고? 마리네뜨는?'

'뭐 어때. 하루정도는 괜찮겠지.'

젠은 큐레아의 얼굴을 쳐다봤다. 아무런 의심 하나 없는 듯한 맑은 눈과 미소. 큐레아는 너무할 정도로 환하고 어여쁘게 웃으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난 너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니까!'

젠의 얼굴이 여명이 지는 하늘처럼 붉게 물들어갔다. 젠은 목부터 귀까지 빠르게 열감이 올라오는 것을 생생히 느꼈다. 아, 정말이지 너무한 사람. 젠은 그렇게 생각했다.

'너, 그런 말 함부로 하지마.'

'갑자기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젠은 큐레아가 미웠다. 정말이지 참 미웠다. 어떻게 저 아이는 아무것도 이렇게 모를 수 있는 걸까. 몰론 그러기에 이 위태로운 관계가 지속될 수 있는 거지만, 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큐레아가 미웠다. 젠은 자꾸만 해서는 안되는 말이 머릿속을 떠돌아다님을 느꼈다. 충동이 자꾸만 배 깊숙이서 부터 올라왔다. 조금만 더 욕심을 내면 안될까, 어차피 얘는 아무것도 모르잖아. 그러니 조금만..

'다른 사람에게 그런 말 하지마.'

'몰론 다른 사람에겐 그런 말 안하지.'

'나에게도 하지마.'

'왜? 나 뭐 잘못한 거 있는 거 아니지?'

'하아..'

젠의 결심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큐레아의 순수한 의문으로 가득찬 얼굴을 보자 산산히 부서졌다. 미쳤어, 젠. 어떻게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에게 그런 말을 할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큐레아.'

'너 오늘따라 좀 이상해.'

'큐레아..'

'너 무슨 일 있어? 무슨 큰 일난 건 아니지?'

'큐레아, 아무것도 모르잖아, 넌'

큐레아의 얼굴이 참 보기좋게 얼그러졌다. 젠은 그런 큐레아의 얼굴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젠은 한숨을 속으로 내쉰 후 말을 이어나갔다.

'그러니까 그냥 내 말 들어줘, 응?'

안그러면 내가 정말 실수할 지도 모르니깐. 젠은 뒷말을 입 속으로 삼켰다. 큐레아는 젠의 말이 뭔지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젠은 그런 큐레아의 표정을 보며 안심과, 분노와, 한과, 슬픔을 느꼈다. 정말 어쩜 이리 아무것도 모르니.

'아, 알겠어..'

'그래, 고마워..'

젠은 눈물이날 것만 같다고 느꼈다. 이래서 짝사랑은 할 만한 것이 되지 못한다고 젠은 생각했다. 그러나 젠은 큐레아를 짝사랑하고 있었다. 아주 많이. 그레서 자꾸만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는 것을 젠은 묵묵히 감내할 수 밖에 없었다.

'가자. 노래방갈래?'

'노래방 좋지!'

방금전 어쩐지 어색했던 분위기가 무색하게 큐레아는 다시금 환하고 어여쁜 미소를 지어보였다. 젠은 일단 오늘은 마음 속에 들끓었던 충동을 억누르자고 생각했다. 아직은 이만큼도 좋으니깐. 젠은 속이 타들어가는 걸 애써 무시하며 큐레아의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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