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자캐] 마피아의 부인

사진은 핀터레스트 출처

나는 값비싼 사치품으로 태어났다. 보기에는 좋지만 하등 쓸모는 없는 사치품. 이 집안에서 딸이란 그런 것이다.

나의 어머니는 나를 낳고 사흘을 우셨단다. 어릴 때는 그 이야기를 듣고 무척이나 서러웠건만 이제는 그 심정을 이해한다.

태어나서 지금 까지 단 한번도 금전적으로 부족한 적은 없었다. 그러니 누군가는 나의 이야기가 배부른 아가씨의 철없는 한탄이라고 생각 하겠지. 그렇지만 날개가 잘린채 손바닥 만한 새장에 갇힌 관상조가 배를 곯지 않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

열여섯살이 되자 아버지는 나의 혼처를 정했다. 그 역시 마피아 집안의 자제였다. 나는 혼인하기 싫었지만 내게 어차피 선택지가 주어진 적은 없었다.

열여섯살의 어느 겨울, 거대한 성당에서 나는 결혼식을 올렸다.

아비의, 남편의 권세를 과시하기 위해 지나치게 무겁고 화려하게 꾸며진 웨딩드레스와 코르셋은 내 숨통을 졸라대어 한 발짜국 조차 쉽게 내딛을 수 없었다. 목에 닿는 차가운 사파이어의 감촉이 섬찟했으나, 내가 할 수 있는건 추위에 덜덜 떨며 앞으로 평생 동안 가정을 지키고 남편에게 복종하겠냐는 주례사에 나지막히 예, 하고 답하는 일 밖에 없었다.

몇달 후, 아이가 생겼다.

첫째는 딸이었다.

그 아이의 성별을 알게 된 날, 나는 펑펑 울었다.

딸은 자식이 아니다.

적어도 이 빌어먹을 뒷세계에서는.

딸은, 내가 그랬듯이, 그저 보기에만 좋고 쓸모는 없는 값비싼 사치품일 뿐.

반년 후 나는 사치품을 낳는다.

그리고 몸을 추스릴 새도 없이 남편의 방에 밀어넣어지겠지.

그때 가지게 되는 아이는 아들이면 좋겠건만.

그래야 나의 어머니가 그랬듯이, 내가 이 끔찍한 집안에서 벗어나게 될테니.

딸을 낳는 밤, 나는 펑펑 울었다.

출산의 고통 보다는 이 끔찍한 집에 더 갇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아팠다.

그리고 나의 남편이라는 자는, 내가 낳은 딸을, 그의 자식을 보고 혀를 찰 뿐이었다.

그는 처음부터 딸은 원하지 않았다.

며칠 후 딸아이는 죽었다. 병원 측의 실수라고 했다. 실수로 아이에게 주사를 잘못 놓았다지. 과연 그랬을까, 모스크바 최고의 의료진이 그런 기초적인 실수를 했을까.

진실을 밝히기에는 나는 너무 지쳤다.

그저, 하루라도 더 빨리 이 생활이 끝나기를 바랄 뿐.

다음해, 나는 아들을 낳았다.

이 세계에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다.

아들을 낳은 여자는 가문으로 부터 자유로워 진다.

이 규칙의 시작은 후계자에게 단 하나의 약점이라도 만들지 않기 위해서 라고 알려졌으나, 그것이 무엇이 중요하랴.

그 의도가 유기이든, 배려이든, 여자들은 그 유일한 탈출구에 목을 맬 수 밖에 없었으니.

아들을 낳는 밤, 나는 한참을 울었다.

그 울음은 조금은 아픔이었고,

조금은 비참함이었고,

조금은 기쁨이었고,

아주 많이 해방감이었다.

아들을 낳고 다음날 새벽, 아직도 하반신이 누군가 난도질 한 것 처럼 아려오지만 하인들은 나를 일으켜세워 드레스를 입히고는 손에 짐가방을 쥐여주었다.

그래, 이깟 아픔이 뭐 중요하겠는가, 드디어 이 빌어먹을 세계로부터 탈출하는 날인데.

문 앞에 남편이 있다.

언제나 그렇듯 두터운 모피 코트에 중절모를 푹 눌러쓴 채다.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딱히 보고 싶지도 않았지만.

그동안 부인이었던 여자에게 건네는 마지막 도리인걸까, 그는 웃으며 내게 작별을 고했다.

뒤돌아 눈 밭을 걷는다.

사박, 사박, 사박.

고요한 대지에 내 발걸음 소리가 작게 울려 퍼진다.

드디어,

탕!

명치께가 뜨거워 진다.

아아, 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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