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판14] 우리 집

[의남매] 잠깐만

두 사람의 순간

모험록 by 기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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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월의 종언 : 89 던전

- 우리집 빛전의 아주 짧디 짧은 순간

- 공포 2,275자

설마, 저 사람…

누군가가 말했던 것도 같다. 누군가의 입에서 채 끝맺지 못한 말이 흘러나오고 그 자리에 있던 세 명이 동시에 한 명을 바라보았다. 숨 막히는 정적과 함께 세 명이 동시에 쳐다보면 신경 쓸 법도 하건만 정작 시선을 받은 당사자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시선이 다른데 쏠려있어 남들을 신경쓰지 않았다는게 더 맞겠다.

베아트리체 랄은, □□□는 일순간 비명을 지를 뻔했다.

푸르슈노 르베유르가 말하지 않았던가. 아이테리온 별현미경은 별바다에 닿아있는만큼 생전 알던 자들의 혼을 만날 것이라고. 그 혼이 호의적일 수도, 적의적일 스도 있지만 중요한건 '만날 수 있다'는 가능성이었다. 실제로 자신을 다시끔 죽이려드는 일베르도와 그것을 막는 파파리모를 보았기에 자신이 잃은 동료가 더 나타날 것이라 생각했다.

그 중에서도 오르슈팡과의 재회를 누구보다도 바랐다. 그녀가 지키기 못한 사람. 지키기 못한 맹세와 사랑. 푸른 용기사는 은빛 검날의 일각수를 지키기 못했다.깨진 방패. 흩날리는 피. 석양으로 물든 하늘. 그녀가 지키지 못한 이들은 지킨 사람들보다 늘 하나는 더 많았으며 그것은 그녀가 걸어오는 모든 길의 그림자였다. 일희일비의 순간을 거쳐 마침내 검과 방패를 마주했을 때 그녀는 울고 말았다. 아, 나를 아직도 지켜주는구나. 떠나지 않고 날 지켜봐줬구나. 그 순간이 슬프지만 벅차올라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가장 바랬던 이를 만났으니 이 앞의 만남에서 두려움은 없었다.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 그를 생각했을지언정 눈 앞에 서 있는 '그'는 감히 상상치도 못했다. 당연하지 않은가.

□□□의 동생은 그녀의 손에 살해당했으니까.

베아트리체 랄은 새하얗게 변질된 동생의 등에 올라타 목줄기에 창을 꽂아넣고 그 숨이 멎을 때까지 창신을 타고 오르는 생의 발악을 느꼈다. 딱딱한 대죄식자의 몸뚱이는 파편처럼 부서졌지만 그 안에 있는 생은 인간처럼 맥동했다. 괴물의 발버둥이 멎고 빛이 되어 부서지던 동생의 몸을 품에 안고 울었다. 괴물이 되었으나 인간으로 남은 몸이 부서진 빛이 하늘로 날아가고 그 자리엔 푸른 혼이 남아 자신을 걱정하는 말을 했다. 그녀가 죽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리고 그 모습 그대로 그는, 동생은 에테르로 조각된 길 위에서 그녀의 앞에 서 있었다. 밤을 닮은 짙은 청발 사이로 눈을 가른 흉터를 가진 두가지 색의 눈이 또렷히 그녀를 바라본다. 건브레이커의 상징인 흰 코트를 입고 그녀가 만든 건블레이드를 손에 쥔채 말이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그 고요 속에 □□□는 숨을 쉬는 것도 잊은 채 바라보고만 있었다. 

조각상처럼 서 있던 혼이 천천히 건블레이드를 쥔 손을 바로 들어올린다. 그 모습이 꼭 무언가를 벌하려는 듯 해 □□□는 저도 모르게 한발짝 뒤로 물러났다. 새벽은 갑작스러운 사태에 놀란 것도 잠시 그가 적인지 동료인지 판단할 수 없어 다들 무기를 쥐어들던 찰나 소일이 쏘아진다.

핑,

건블레이드 특유의 에테르 탄환이 쏘아진 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정확히 검신이 자신에게 향한걸 봤던 □□□는 반사적으로 움츠렸던 몸을 핀다. 몸에 활력이 돈다. 창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는 이것이 무슨 힘인지 안다. 앞을 보면 동생은 뭘 그런걸로 놀라냐는 듯 특유의 웃음을 지으며 탄환을 더 쏘아댔다. 그리고 제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를 향해 마지막 탄환을 쏘고 뒤를 돌아 걸어간다.

몸의 기운이 채워짐을 느끼자마자 □□□는 손에 들고 있던 창도 내던지고 그를 향해 뛰쳐나갔다. 눈에는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게 눈물이 마구 흐르고 있었다. 오로라. 건브레이커가 쓰는 치유기. 자신 역시 건브레이커의 소크를 들어봤던 사람이었기에 모를 수가 없다.

왜. 너를 죽인건 난데. 왜 여기서 날 기다렸니. 내가 뭔데. 나는 널,

그렇게 외쳤던 것도 같다. □□□의 손이 동생의 어깨에 닿자마자 혼은 그대로 흩어져 사라진다. 제 할일을 다 했다는 것 마냥. 그 모습에 끝내 □□□는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상실은 익숙해지는게 아니라 견디는 것이다. 이별의 고통은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 그것이 자신이 가져온 이별이라면 더더욱. 그런데 그 이별을 겪은 이와 재회하고 다시 이별을 겪으면 그것을 대체 어찌 감당해야할까.

그 오열 앞에 재회의 슬픔을 겪은 새벽은 누구 하나 가자는 말을 하지 못한다. 여기 있는 모두가 그 슬픔에 잠겨 입을 열지 못한다.

이별을 위한 재회란 그런 것이었다.


잡담


효월 뽕차서 뭐 쓰고 있다 바로 백스텝 밟고 글 썼지만 결과는 후레.

아니 이게 아니라 이 사람 맨퀘 밀고 오자마자 한다는 소리가 별바다에서 버프주고 사라지는 구 대죄식자 동생이라뇨 여기 공식보다 더한 사람이 있어요.

…라고 써놨더라. 도저히 마무리 못해서 던져놨던 글인데 난데없이 어제 대화하고 다시 뽕찬 김에 후다닥 마무리하는 글.

여기 너무 맵다 매워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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