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남매] 최선이었어
두 사람의 끝
- 칠흑의 반역자 5.0
- 대죄식자를 토벌하는 영웅의 이야기
- 공포 1,833자
그 날. 의남매 랄우라의 손은 피로 더럽혀졌습니다.
그걸 본 누군가가 말했습니다.
"영웅의 탄생이다!"
당신은 슬피 흐느꼈습니다.
"이게 최선이었어."
#당신의_손이_피로_더럽혀졌을_때
22.01.10 진단메이커
망설임을 담지 않은 창이 목줄기에 꽂히는 순간 금빛을 품은 새하얀 짐승은 찢어지는 비명을 내질렀다. 그 소리를 들은 모두가 귀를 틀어막으며 괴로워했으나 정작 일격을 찔러넣은 사람은 그 움직임이 멈출 때까지 창에서 손을 놓지 않았다. 결국 짐승의 몸뚱아리가 옆으로 고꾸라지고서야 지상에 내려온 사람은 온통 새하얬다. 머리부터 발 끝까지 모든 무장이 검은색이었음에도 빛을 뒤집어써 새하얬다. 그런 그를 향해 누군가가 외쳤다.
"대죄식자가 쓰러졌다!"
"영웅님이 해냈어!"
"드디어 저 괴물이 죽었어."
새하얀 괴물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새하얀 영웅을 향해 환호한다. 빛을 두려워하는 이들이 빛을 뒤집어 쓴 땅 위에선 사람을 향해 기뻐한다.
사람들을 등지고 선 영웅은 아무런 말조차 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말조차 하지 못했다. 챙그랑, 창이 볼품없이 손아귀에서 떨어져 바닥에 날카로운 금속음을 낸다. 천천히 자리에 무너진 영웅은 괴물의 머리 아래, 몸통이라 불릴 위치에 매달려있는 사람의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 들었다. 그리고 슬피 흐느꼈다.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듯 대죄식자는 커다란 날개로 사람을 가리고 영웅을 밀어내려는 듯 날개에 힘을 줬다. 하지만 영웅은 밀리지 않았다. 새하얀 날개 사이로 가려진 밤하늘을 닮은 머리카락을 가진 누군가를 하염없이 바라봤다. 다시 떠주길 바라는 영웅의 마음이 무색하리만치 굳게 감긴 두 눈은 떠질 줄을 몰랐다.
영웅은 알고 있다. 모를 수가 없다. '그'는 잔해이자 껍데기일 뿐이며 제가 죽인 '대죄식자'야말로 껍데기에서 발아한 본체인 것을 어떻게 모를까. 이 세계로 넘어와 처음으로 죽인 것이 죄식자인데. 제가 살해 현장을 목격하고 다시 살해한 것이 죄식자인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을까.
눈 앞에서 푸른 빛이 넘실거린다. 고개를 들어 보면 익숙한 인형이 익숙한 자세로 익숙한 목소리를 낸다. 그리고 자신을 걱정하는 말을 남기며 사라진다. 마지막으로 본 모습하고는 전혀 다를 바 없는 그 모습에, 그리고 걱정하는 말에 결국 흐느낌은 울음이 되었고 비명이 되었다. 얼굴을 감싸 쥔 손은 빛으로 바스라지기 시작한 몸을 당겨 끌어안았다.
어떻게든 영웅에게서 제게 매달린 사람의 모습을 감추려 들던 짐승의 움직임은 사그라든지 오래였다. 사람들을 죽인 괴물을 죽인 영웅이 탄생했다. 사람들은 그 위대한 업적을 칭송했다. 뒤에선 사람들의 환호가 쏟아지고 앞에선 지키기 못한 동생이 빛으로 흐트러진다. 그 간극 속에 주저앉은 영웅의 등이 누나의 슬픔을 가린다.
"이게 최선이었어."
네가 원했던 것을 마무리하기 위해서. 네가 사람들로부터 죽지 않기 위해서.
그렇게 합리화를 뇌까리던 누나는 품 안에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때 비로소 울음을 멈췄다. 제가 죽인 것은 괴물이 아니라 동생이었다. 그가 원했던 것이라며 제가 한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괴물이라 멸시받을, 멸시받는 그를 제 손으로 끝내겠다는 위선을 보였다. 결국 남은 것은 자신의 목적과 결과, 그리고 사람들의 환호성 뿐이었다.
그 죄가 높디높아 빛무리가 사라진 하늘에서 빗줄기가 쏟아져 내린다. 모든 것을 지워버리겠다는 양, 비가 내린다. 눈물도, 이별도, 그리고 한 사람의 존재도 씻겨 내려간다.
죄를 먹는 자가 죽은 자리에 남는건 죄를 범한 자 뿐이었다.
잡담
우리집 빛전과 지인의 빛전으로 풀었던 에유라고 해아하나 개인 서사로 써본 선동과 날조의 뇌절글. 의남매 대죄식자 썰 풀었던건데.....이런거 써도 되나 싶고.....
< 라고 써놨더라........이 썰 나온지는 꽤 된 것 같은데 정작.....보여준 적이 없어서......다듬고 이제서야 전문 보여주는데 그...............................하아 씁 나 진짜 이런거 써도서 줘도 되는걸까? 진짜로.............? 나 블락하면 안돼 진짜 블락만 하지 말아주세요 제발 ㅇ<-<
+) 마지막 부분 수정하고 헤드폰 벗었더니 진짜 밖에 비와 어케 이럴수가 있지.....................
24.02.19 +) 첫 파판 글연성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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