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건] 모래의 행성

[밧울/台牧] 단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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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라이건 : 맥시멈 / 98/ 스탬피드

- VW (台牧/台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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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가지 연성 키워드 (단어/문장/분위기)

#shindanmaker

【 템밧울 】

단어: 함께

문장: 이거 고장난 것 같은데.

분위기: 누구에게나 태양과도 같을 따스함

- 함께 가자.

그 말만큼 우리에게 어울리지 않았던 말도 없다. 나는 단순한 안내인에 불과했고 너는 내 앤내를 따라오는 자에 불과햏다. 목적과 결과가 필요한 나는 너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고 너는 그런 내 행동에 이해한다는 양 굴었다. 실제로도 그럴테고 말이다.

너는 누구에게나 태양같은 따스함을 보여주는 인간이다. 아니, 인간이라 지칭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이제사 플랜트니 뭐니 시시콜콜 정체를 정정하기엔 귀찮으니 대충 인간이라 치자. 어쨋든, 사람을 긍정하지 않는 듯한 이 행성에 내려쬐는 따갑고 말라죽을 것 같은 햇빛과 다르다. 너는 빛이고 따스함이다. 바라만봐도 눈이 멀 것 같은 태양이 아니라 기대어 잠들어도 될 것 같은 따스함.

아, 이거 고장난게 틀림없다. 내 심장이 고장난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불을 보고 달려드는 웜즈 새끼마냥 저 따스함에 이 심장이 이렇게 쥐어터질 듯 두근댈 순 없다. 그래선 안 돼. 이래선 안돼. 나는, 나는 퍼니셔다. 사명을 완수해야하는 미카엘의 눈이며 사람을 죽여묻는 장의사다. 그러니 이 고장난건 모른척하자.

함께 가자는 네 말은 이 고장난 심장이 듣지 못한걸로 쳐.

그러도록 해.

그러는게 피차 좋은 일이잖아, 안 그래.


당신의 죽기전 마지막 한마디

https://kr.shindanmaker.com/845570

울(은)는 계속 걷다가 사망했다.

그의 마지막 한마디..

"살고..싶어.."

니콜라스 디 울프우드는 걷고 또 걸었다. 멈추고 싶었던 적이 왜 없겠는가. 그의 걸음은 사막에서 나무 바닥으로, 타일 바닥으로, 철 바닥으로, 피바다로, 그리고 폐허 속 소파 위에서 멈췄다.

쇠와 피, 죽음, 그리고 술의 냄새가 난다.

웃으라고 했다. 제 하나 뿐인 친구에게 웃는 얼굴이 어울린다 말했다. 오래되지 않았지만 오래된 것 같은, 그에 대한 착각도 사과했다. 아, 이대로면 죽어도 상관없을 것 같았다.

머리 위에서 내리는 수많은 색종이만 아니었다면. 평생을 그리워하며 차마 뒤돌아보지 못한 가족들의 환영 인사. 그 순간 그는 울었다. 울부짖었다.

살고 싶었다. 여기에 내가 살아있다 외쳤다.

닿지 못할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는 살아있기에 눈물을 흘리고 살아있기에 흰 숨을 토했으며 살아있기에 울부짖었다.

종이 울린다.

신이 신자를 거둬간다.

한 인간의 걸음이 완전히 멈추는 순간이었다.

그의 하나 뿐인 친구, 밧슈 더 스탬피드는 두 손에 얼굴을 묻었다.

아아, 신이시여.


고백의 형태

https://kr.shindanmaker.com/916383

맥밧울에게 고백이란 너무나도 오래 간직한 마음이다.

맥밧울의 손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떨린다.

이 순간 누구보다도 행복해 보인다.

"너와 함께 죽고 싶어."

고백이란 본디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최소한 둘은 필요한 것이다. 물론 일방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들어주는 자 없이 말하는 고해의 형태도 있지만 고백이라 말하기엔 부족할테다.

그래, 거두절미하고 지금 남자는 수십 수백, 수천번은 쓰다듬은 십자가를 만진다.

갈피를 잡지 못 하고 떨리는 손은 꼭 남자의 흔들리는 눈동자처럼 대 초첨을 맞추자 못한다. 그 것이 감정으로 인한 것인지 세월로 인한 것인진 모르겠으나 아마 남자의 새카만 흑발 아래로 갈라진  피부를 보면 둘 다 일지도 모르겠다. 겨우 내민 손으로 십자가를 붙잡고 그 앞에 맹세하듯 무릎을 꿇은 남자는 비로소 이 십자가 앞에서 흘리기 위해 참아왛던 눈물을 흘린다. 남자는 작열하는 태양처럼 찬란하고 눈이부시도록, 누구보다도 행복한 얼굴로 웃는다.

"너와 함께 죽고 싶어."

그 약속을, 이제서야 지킬 수 있어서 미안해. 이제, 우리의 시간이 비로소 같아졌으니. 더는 네가 날 기다리지 않도록 내가 널 따라갈게. 넌 안내인이었으니까, 이 정도 길 안내는 해줄거라 믿어.

그렇지? 울프우드.


오늘의 이야기

#shindanmaker

밧울의 이야기

네가 남들에게 무엇이든 나에게는 하나의 빛이고, 생명이고, 사랑이야.

너는 다양한 이들에게 많은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다.

니코형, 니콜라스 오빠. 미카엘의 눈. 퍼니셔. 경호건즈. 체펠. 안내인. 목사.

모두가 널 제각기의 이유로 제각기의 이름으로 불렀다. 나는 그 속에서 너를 □□라는 이유로 울프우드라 불렀다. 남들에게 불리지 않았던 너의 이름을 나만의 이유로 입에 담아 불렀다.

너는 나를 어두운 감정 속에서 이끌어내는 하나의 빛이고,

내가 다른 사람들을 구할 때 나를 구해주는 나의 생명이며,

나를 괴물이 아닌 하나의 인간으로써 봐주는 사랑이다.

그러니 나는 오늘도 비어버린 너의 자리를 손 끝으로 더듬는다. 나만이 가진 너의 유일을 끌어안는다.

아무에게도 주지 않고, 오로지 나를 위해 주었던 너의 편린을.


애정

울프우드.

상냥하게 속살거리며 입 맞춰오는 입술이 못내 낯간지러워 나도 모르게 몸을 비틀었다. 그가 내 몸에 입 맞출 때마다 꼭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것으로 내 몸을 훑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와 나는 화려하고 두텁게 본인을 감싼 옷을 벗고 맨 살을 맞대며 비로소 서로를 마주했다.

그게 기쁘면서도 역시나 낯간지러워 내 몸을 훑는 얼굴을 밀어내면 그가 내 손을 잡고 손바닥에 입 맞춘다. 그리고 다시끔 속살거린다. 울프우드. 손가락이 곱아들고 얼굴이 홧홧하게 달아올라 시선을 피하자 그가 웃는다. 웃으며 나를 끌어안는다.

몸을 숙여 내 얼굴에 빼곡하게 애정 어린 내 이름을 새긴다. 이름이 새겨질 때마다 나는 땀으로 젖어든 그의 몸을 끌어안고 가슴 속에서 뭉글어지는 이 감정을 제어하지 못해 무심코 눈물 한방울을 흘린다. 그 눈물을 받아마신 그가 눈물길을 따라 올라왔다 그 옆에 있는 귀로 입을 옮긴다.

그리고 귓가에 흘려넣는다. 열감에 가득 찼지만 정갈하게, 들끓지만 차분하게.

좋아해.

아, 이 다정한 애정이 달아빠져서 녹아내릴 것 같다.


우리에게 시간이 있었다면

#98

우리에게 시간이 있었다면 나는 널 붙잡을 수 있었을까.

테이블 위에 남긴 술잔을 만지며 금발의 남자는 의자를 뒤로 기울였다. 무게를 견디지 못한 의자가 끼익, 하고 불쾌한 소릴 내며 소음을 내었지만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천장을 바라보던 남자의 시야에 짙은 푸름이 들어찬다. 어둠을 닮은 푸름이. 그리고 이내 웃는다. 서글하니 웃는 갓 같아보이나 누구보다도 고뇌를 담고있던 푸른 눈동자를 휘어 웃는다.

있어도 나는 너한테 잡히지 않았을거다.

그 말에 금발의 남자는 웃으며 손을 뻗는다. 손을 뻗어 짙은 푸른색의 남자의 목을 끌어내려 제게 다가오게 한다.

알아. 그래서 이렇게 꿈에서라도 널 붙잡고 싶었어.

그리 말하며 남자는 내려온 푸름에게 입을 맞춘다. 짧은 입 맞춤이 지나고 입술이 떨어지면 금발의 남자는 옅게 웃는다. 웃으며 검푸른 남자의 입술을 오랫동안 매만지다 농담처럼 말한다.

다음 번에 올 땐 면도 좀 하고 와. 따가워.

금빛의 남자, 밧슈의 말에 검푸름의 남자, 울프우드는 밧슈의 미간을 손으로 문질러 펴준다.

너야말로 다음에 올 땐 미간 펴고 있어라.

둘은 서로를 보며 웃었고, 그게 끝이었다. 다음이란건 없다는걸 안다. 상실을 겪은 인외도, 죽음을 겪은 목사도. 어찌하겠는가. 후회란 막을 수 없는 것임으로.



살아줘

#흑발밧 #환생울 #현대

살아줘. 제발 살아.

그렇게 말하는 까만머리의 남자 앞에서 까만머리의 소년은 의아할 뿐이었다. 대관절, 대체 이 남자는 누구이며 왜 자신에게 와서 이러고 있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자신은 친구들과 함께 놀고 있았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오늘 저녁은 뭐일까, 따위의 평화로운 생각과 함께 길을 걷던 소년의 눈에 길가로 돌진하는 차가 보인건 당연했다. 정확히는, 그 앞에 제 친구가 있어 인사하고자 눈이 마주친 거였지만.

그래, 그게 중요한게 아니다. 소년이 그 앞으로 뛰어들어 친구를 감싼건 불가항력이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고통이 몸을 감싸고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으며 따뜻하게 흐름에도 춥기만 했다. 귓가에 이명이 스친다. 그런 자신을 누군가 안아든다. 안아들고 무언가 말한다. 어라, 이 검은 머리의 사람은 누굴까. 흐려지는 시야 너머의 남자가 운다. 울면서 뭐라 말한다.

살아줘, 제발 살아.

그치만 아픈데. 너무 졸려운데. 살라니, 무슨 일이 있나. 그런 안일한 생각과 함께 눈을 감는 소년을 끌어안고 남자는 한참을 울었다. 저 멀리서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보다도 남자의 내뱉어지지 못한 비명이 더 크게 귓가를 찢는건 착각이 아닐 것이다.

아아, 신이시여. 제발 제 소원을 하나만 들어주십시오.

검은머리의 남자는 끊임없이 신에게 빌고 또 빌며 기도를 올렸다. 살려달라고. 축 늘어진 아이가 품을 떠나 차에 실려가고도 남자는 그 자리에서 하염없이 빌었다. 제발 살려달라고.


작별 키스

#98

밧슈 더 스탬피드는 니콜라스 D. 울프우드와의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는 순간 입을 맞추지 않았다. 고작 입맞춤 한번으로 우리 관계를 정의 내릴 순 없었으니까. 

사랑도 아니고 애정도 아니고

혐오도 아니고 분노도 아닌 이것을.

뭐라고 부를지 모르겠지만, 불리지 않았으면 해. 정의내린 관계는 고정되니까. 

그래서 난 입맞춤도, 포옹도, 아무것도 해주지 않을거야. 대신 기도는 할게.

네가 다음 생에 행복하기를.


당신의 이야기,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

#shindanmaker

서적 【맥밧울】를 펼쳐봅니다.

첫 문장 ::

『바람이 너무 차가웠다.』

마지막 문장 ::

『다음에 또 만나요.』

당신의 이야기,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

바람이 너무 차가웠다.

건조하게 태양이 내려쬐는 사막답지 않은 찬 바람이었다. 아니, 차가운 이유는 다른 것이었을테지만 나는 굳이 그걸 지적하지 않았다. 지금은 친구를 겨우 사귄 내 친구가 춥지 않도록 해주는게 더 급선무였다. 그가 더는 춥지 않았으면 했다. 그래서 나는, .....나는 빗자루와 삽을 가져왔다. 고아원 뒷편, 재와 파편이 흩날린 곳 중에서도 가장 양지바른 곳을 골라 그곳을 쓸고 치웠다. 원래도 깨끗한 곳이었지만 그러고나니 한층 더 깨끗해지고 반듯해졌다. 채 만족스러워할새도 없이 찬바람이 한번 더 나를 훑는다. 나를 재촉하는 그 바람에 이번에 삽을 든다.

팍, 팍, 조용한 이곳에 내 삽질 소리만 사위를 메운다. 너는 고아원을 사랑하고 고아원을 지켰으니까 특별히 고아원이 가장 잘 보이는 곳으로 해줄게. 그러면 다들 돌아왔을 때 네가 지킨 것을 보고 기억하며 웃어줄거야. 우리 큰 형이 여기 있노라 웃으면서.

그렇게 웃으며 한뼘 두뼘 파낸 자리는 어느새 네가 누워도 될만큼 넉넉하고 깊게 파여져있었다. 바람이 한번 더 분다.

아, 춥다. 너무 추워.

삽을 내려놓고 너에게 다가가면 너는 채 온기를 두를새도 없이 소파에 길게 앉아있을 뿐이다. 찬 바람을 따라 피와 쇠, 그리고 세월과 그리움이 스친다.

너무 추워.

하지만 이 추위를 벗어나게 하겠다고 널 저기 넣고 싶지도 않아. 내 곁에서 나를 끌어안고 투정주리는 네 목소리가 듣고 싶어.

눈물이 흐른다. 아니, 흘렀나? 사실 그 뒤로는 기억이 잘 나지 않아. 너를 씻기고 수습하고 품에 안고 눕히고....그리고......어느새 내 손에 들린건 뚜껑이다. 이제 너를 이 세상으러 숨겨줄, 너만을 위한 도피처의 문이다. 나오고 싶다면 언제든 나와도 좋아. 너는 제멋대로인 면이 많았으니까 이번에도 그러면 좋겠어.

그러니까, 우리 다음에 또 만나.

그리히여 나는 너에게 웃는 얼굴로 작별을 고하며 입을 맞추고 문을 닫았다.

아, 바람이 내 눈물을 훑는다.

춥다.

너무 추워, 울프우드.


그는 그렇게 말하곤 했다. 자신을 --하는 네가 --하다고.

#shindanmaker

맥울은/는, 그 말을 하곤 욕을 곱씹었다.

나를 사랑하는 너를 믿어왔다고.

그는 그렇게 말하곤 했다. 자신을 --하는 네가 --하다고.

울프우드라는 남자는 기본적으로 그 누구도 믿지 않았다. 자기 스스로조차 믿을 수 없는자가 어떻게 타인을 믿겠는가. 그가 유일하게 믿을 수 있었던건 오로지 고아원의 가족들 뿐이다.

그리 되네이며 무작정 앞을 향해 걸었다. 피를 전부 흡수 하지 못해 진득하니 눌러붙은 길을 걷고 또 걸었다.

그리하여 그가 피로 앞이 젖어 더는 뒤를 돌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을 때 그는 하늘을 보며 신을 부르짖었다. 더는 물러날 수 없다. 그는 지키기 위해 뒤를 돌아 가야했고 그의 동행인은 자신이 안내하던 앞으로의 길을 가야했다. 고로 그는 자신의 죄를 짊어지고 뒤를 돌았다. 그리고 다시 또 피와 운명에 젖어든채 바닥을 뒹굴었다. 바뀌는 것도, 지킬 수 있는 것도 없다 생각했는데 이상하지.

그의 뒤엔 새빨간 코트 자락이 흩날린다. 그 모습에 웃음이 나면서도 욕울 곱씹고 삼켰다.

그거 알아? 나는 나를 사랑하는 너를 믿었어. 그러니 이번에도 부탁해.


3가지 연성 키워드 (단어/문장/분위기)

#shindanmaker

【 태장 】

단어: 매료

문장: 이게 나의 일이었다.

분위기: 이 세상에 나 혼자만 있는듯한 외로움

모든 것이 파괴된 도시, 줄라이.

나는 그 폐허 안에서 걷고 또 걸었다. 마치 문명과 인간 모든 것을 집어삼키려든 그 검은 줄기와 보랏빛 꽃, 그리고 커다란 빛까지. 모든게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도망쳤다. 도망쳤고, 살아남았다. 늘 그러해왔듯 나 혼자만이 남았고, 돌아왔다.

사위가 조용함에 여기까지 오는 여정 동안 같이 왔던 일행들을 떠올린다. 마지막으로 담배를 준 기자 양반. 나를 뒤돌게 하고 담뱃값을 갚게 해준 꼬마 아가씨. 그리고...이 재앙을 막고자 했으나 이 재앙을 뒤집어쓴 그 녀석까지. 이곳에 올 땐 4명이었으나 이젠 아무도 없었다.

까슬거리는 입안을 달래고자 담배를 찾는다. 주머니를 뒤적여 담뱃갑을 꺼내고 라이터를 킨다. 라이터의 뚜껑이 열리고 순간 터지는 불빛에 오는 길에 사막 한가운데 떨어져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동생마저 떠올라 담배와 라이터 모두 주머니에 쑤셔박았다.

이게 나의 일이었다.

안내란 이름으로 모두를 이곳에 끌여들여 조각내 부숴뜨린게 나였다. 등에 매고 있는 십자가가 무거워 내려놓고 싶지만 그조차 할 수 없었다.

선글라스 아래로 손을 넣어 얼굴을 문지르고 있으니 내 눈에 무언가가 보였다. 빛을 받아 반짝이는 은색의 무언가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달려가 살핀다.

모래와 잔해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그건 반파된 녀석의 총이었다. 모를 수 없다. 이걸 휘둘러 죽음을 막아내던걸 옆에서 몇 번이나 봐 왔기에 안다. 허무함이 밀려와 주변을 둘러보면 잔해 위에서 코트 하나가 펄럭인다. 분명 붉고 푸른색이었던 그 코트는 줄라이를 집어삼킨 줄기처럼 검고 보라색이 되어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코트를 집어들면 신기하리만치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문득 바람이 불어와 몸을 훑기에 밤의 추위를 이기려 팔을 꿰고 몸에 둘러 입었다.

코트를 입자 녀석과 사막의 밤을 함께 보낸게 생각났다. 내 추위를 다래려 자신의 온기를 걸쳐줬다. 그 따뜻함에 매료되어 못 이기는 척 품을 파고들면 온기를 나눠줬다. 그 때의 코트였다. 그러나 녀석이 아니었다. 나를 매료시킨 붉은 색의 꽃은 보라색의 꽃이 되어 도시를 집어삼키고 사라졌다.

이제 난 어디에서 사막의 온기를 보듬어줄 네 온기를 찾아야할지 모를 일이었다.



추가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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