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고치지 않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 4차시 합평에 제출한 최종본
* 어조가 셀까…? 싶은데, 뭐, 중심 생각 자체는 꺾을 생각이 없어서.
2020년 3월, WHO가 COVID-19를 팬데믹으로 격상시켰다. 살면서 처음 보는 팬데믹 사태였다. 홍역인지 수두인지가 유행했던 기억이 스쳐 지나갔지만, 하도 어렸을 적 일이어서 어슴푸레하다. 어쩌면 단순히 조류 인플루엔자 정도로 얕봤을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WHO의 선언에도 ‘그렇구나’ 하며 싱겁게 고개를 끄덕였더랬다. 하물며 당시는 연구소를 그만둔 지도 좀 된 참이라 생명과학․공학 분야에서 멀어져 있어 남 일처럼 지나갔더랬다.
그런데 웬걸. COVID-19, 이젠 통칭 코로나라고 부르는 바이러스는 세계를 된통 뒤집어 놓았다. 뉴스는 연신 코로나 감염자와 사망자를 보도했고, SNS에서 알고 지내는 외국인 지인이 말해준 그 동네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연스레 코니 윌리스가 쓴 《둠즈데이북》과 알베르 카뮈가 쓴《페스트》가 떠올랐다. 화면에서 눈을 떼면 흩어지는 감상이다. 당시 정은경 씨가 질병관리청 청장으로 계셨고, 그분을 위시한 질병관리청의 꼼꼼한 진두지휘로 전염병 유행을 억누르고 있어, 우리나라는 상황이 괜찮았으니까.
물론 국가적 팀플이다 보니 마냥 잘 굴러가지는 않았다. 슈퍼전파자. 들어본 적이 있을 거다. 구체적인 정의가 내려지지는 않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많은 사람을 감염시킨 감염자다. 2003년 사스 사태 때는 혼자 8명 이상을 감염시킨 사람을 슈퍼전파자라 불렀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슈퍼전파자가 꽤 있었다. 해외에 비해 우리가 너무 평온했던 탓에, 코로나를 얕잡고 별거 아니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았던 분위기가 기억난다.
옛날이라고 다르지 않았던 모양이다. 안톤 체호프가 <티푸스>를 쓴 목적이 요즘으로 치면 “인간들아, 공중위생 지켜라!”라고 하니까 말이다. 작 중에선 클리모프 중위가 발진티푸스를 옮겨 죽게 한 사람이 자기 여동생 카차 하나뿐이지만, 글쎄다, 중위와 몇 시간 동안 같은 객실에서 마주하고 대화를 나눴던 중년 남자며 객차를 나가며 밀집했던 승객들, 짐마차 마부…. 그와 접촉한 사람 중에서도 발병한 사람이 틀림없이 더 있을 거다. 지면紙面에 나오지 않았을 뿐이지.
공중위생, 특히, 팬데믹 상황에서 집단면역 형성이나 사회적 거리두기는 자신과 친애하는 사람들을 지키는 길이다. 합의한 규칙을 고작 귀찮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어기는 이들은 지독하게 이기적이고, 남을 배려하지 않는 사람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수였고 코로나 백신 접종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던 시절에 입버릇처럼 달고 다닌 말이 있는데, “이유 없는 백신 거부자/미접종자하곤 겸상 안 합니다.”였다. 친구네 회사에 있다던 화학 석사 부부가 그랬고, 당시 다니던 회사 다른 사무실 사원 하나가 그랬다. 찔리라고 말한 게 맞다. 원래도 타깃 안 가리고 전방위로 외치기도 했고. 체질적으로 백신을 못 맞는 경우가 아닌데도 뭘 자랑스럽게 백신 안 맞았다고 떠드는지, 원. “나는 내 이웃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사람입니다!”라고 고래고래 떠드는 꼴이 아닌가.
가족을, 친구를, 이웃을, 그리하여 사회를 생각하는 길은 어렵지 않다.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넘어온 지금도 원칙은 같다. 내 즐거움이 남을 괴롭힌다면 잠깐은 참기. 클리모프 중위처럼 후회를 곱씹고 싶지 않으면 생각이나 다짐에서 그치지 않고 실천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쳐도 잃어버린 소는 돌아오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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