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끝에서 자줏빛 꽃의 겉잠을

눈물의 끝에서 자줏빛 꽃의 겉잠을 2화

오웬

나도 몰라.

저주인지 주술인지에 열심인, 어두침침한 녀석이나 알고 있는 거 아니야?

미스라

그럼, 파우스트라도 불러올까.

어디에 있을까요? 욕실?

오웬

몰라.

있지, 이 방, 또 단 거 없어?

미스라

빨갛고 단 사탕병이 있어요.

루틸이 준 거예요.

어디에 뒀더라?

루틸

아… 소귀나무의 설탕 조림이라면, 그쪽 찬장에……

오웬

찾았다. 맛있겠다.

매우 좋은 기분으로, 오웬은 설탕 조림의 뚜껑을 열었다.

미스라도 딱히 그것을 제지하려 하지 않았다.

낮에 있던 싸움이 거짓말처럼, 그들에게 흐르는 공기는 유유자적했다.

분위기에 먹힌 것처럼, 눈을 깜빡이던 루틸이 조금 있다가 앗, 허리를 폈다.

루틸

저기… 저, 두 사람에게 사과하고 싶어서 여기에 왔어요.

두 분 다, 낮에는 화내서 죄송했습니다.

미스라

아, 뭔가, 화를 냈었죠.

오웬

그러고보니 고함을 쳐서 상처받았었지. 무서웠어.

루틸

죄송합니다. 그때는 제가 생각하던 걸 말로 잘 표현하지 못해서.

실은 그때 태피스트리는 미틸과 리케에게 있어서 소중한 것이었거든요. 그래서…

미스라, 오웬

…?

태피스트리…?

둘은 동시에 고개를 기울였다.

전혀 악의가 없는 듯한 표정에 오히려 가슴이 술렁거렸다.

아키라

(설마 태피스트리에 대한 걸 기억하지 못하고 있어…!?)

루틸

그게… 들어보세요, 그때, 저희들의 테이블 위에 아름다운 직물이 있었잖아요.

두 사람의 마법이 지나친 기세로 그 천을 찢어버려서. 그때, 파편이 바닥에 떨어져서…

미스라

흐응.

기억 안 나네요.

오웬

기억 안 나네.

…후후, 이 다람쥐 뇌같은 거, 맛있어.

미스라

잠깐, 혼자서 병을 껴안고 있지 말아주세요. 저도 먹을 거예요.

담박하게 두 사람은 일상 대화로 돌아가 있었다.

미틸과 리케의 눈물도, 루틸의 분노도, 홱 하고 그 주변에 버려버린 것처럼.

루틸을 위해서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어째서인지 순식간에 피곤해져서,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루틸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실패해서, 반성해서, 한 번 더, 다시 해보자고 도전하면서.

루틸의 행동은 긍정적이고, 건설적이어서 틀리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제각기 다른 우리들이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

아키라

(그럼에도, 미스라와 오웬에게는 우리들의 기분은 전해지지 않아. 그렇다면…)

(…처음부터 안 되는 거였을까?)

(한 번이라도 실패하면, 마음을 전하는 찬스는 두 번 다시…)

그때, 미스라가 불시에 방문을 돌아보았다.

미스라

파우스트가 왔다.

욕실에서 데려올 번거로움이 줄었네요.

손가락을 한 번 흔드는 것으로, 방문이 기세 좋게 열렸다.

보이지 않는 힘에 끌어당겨진 것처럼, 종이다발을 든 파우스트가 굴러왔다.

파우스트

우왓!

루틸

파우스트 씨!

괜찮으세요?

파우스트

아, 그래. 발에 걸려 넘어진 것 뿐이다.

미스라, 갑자기 찾아온 건 미안하지만 끌어당기지 않아도…

미스라

파우스트, 이거 봐주세요.

빛나는 방패의 상이 나왔어요.

파우스트

응? …!

정말 찻잎이 이 형태가 되는 건가.

굉장하네. 실물은 처음 봤어.

미스라

그렇죠?

엄청나게 엄청나죠.

보세요, 당신들도 배워두세요. 이게 올바른 반응이에요.

오웬

우물우물…

아키라

(엄청, 우쭐해하고 있어… 오웬은 엄청 무시하고 있지만…)

파우스트

…크흠! 미안하군. 이야기가 샜다.

내가 온 건, 미스라에게 의뢰 상담이 있기 때문이야.

현자도 있어줘서 마침 잘됐어.

너에게도 나중에 얘기하려고 했으니까.

아키라

저한테도…? 혹시, 위험할 것 같은 의뢰인가요?

파우스트

위험한 건 아니지만, 인수가 필요한 의식의 의뢰가 왔어.

현자의 마법사 8명에게 부탁하고 싶다고.

루틸

8명? 꽤 대규모네요. 어떤 의식인가요?

파우스트

미스라 전문인, 토착의 주술의식이다.

대상을 에스코트하고 감사를 전한 뒤, 66년하고 6개월의 잠을 부여하는 주문의 의식이야.

잠들게 하는 건 더 레이븐… 수백년 전, 토지에 죽을 병을 유행시킨 ‘까마귀 마녀’의 말로다.


눈물의 공주

…네가, 까마귀 마녀구나.

동쪽 나라에서 우리의 영지로 흘러들어왔다던.

까마귀 마녀

네, 네… 처, 처, 처음 뵙겠습니다. 영주님…

눈물의 공주

오늘, 우리의 저택에 오게 된 이유를 알고 있니?

까마귀 마녀

아, 아, 알고 있습니다.

하, 하지만 그 무덤을 파헤친 건 제가 아니에요. 정말로…

눈물의 공주

무덤을 파헤친 범인은 진작에 잡았어. 그럼, 모르고 있는 거네.

까마귀 마녀

…읏, 죄, 죄송합…

눈물의 공주

네가 까마귀의 시체를 모아서, 주술을 행하고 있다고 들었어.

네 마법으로 보리를 망치고 있는 구더기를 퇴치할 수 있겠어?

까마귀 마녀

네? 네…….. 네.

벌레를 죽이는 주문이라면…

눈물의 공주

들개나 박쥐는? 쥐는?

까마귀 마녀

네, 넵. 퇴치할 수 있는데요…

눈물의 공주

좋아.

그럼, 너는 오늘부터 나를 섬기렴.

까마귀 마녀

네……?! 하, 하지만, 저, 저는 마녀고…

눈물의 공주

그래서 고용한 거야. 인간으로선 맞서지 못할 것에, 너희들 마법사는 간단히 죽이지.

나를 섬긴다면 금과 거처를 줄게. 네게 부족하지 않은 보상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때?

까마귀 마녀

……으, 읏, 삼가, 받아들이겠습니다!

눈물의 공주

그럼, 교섭 성공이네.

까마귀 마녀

네, 네, 넵!

저, 저는, 영주님을 위해서, 열심히, 마음을 다하여…

눈물의 공주

다하지 않아도 괜찮아.

까마귀 마녀

앗… 시, 실례했습니다…

눈물의 공주

기억해두렴. 내가 원하는 건 결과야.

나와 나의 백성을 위해서 도움이 되도록 하렴, 마법사.


며칠 후.

바로 의뢰 장소에 향할 준비가 끝나, 나와 마법사들은 광장에 모였다.

멤버는 어제 미스라의 방에 있던 나와 4명의 마법사. 그리고…

클로에

ㅡ<스이스피시보 보이팅고크>!

……좋아! 모두, 옷은 잘 입었어? 답답하다던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알려줘.

아서

전부 완벽해! 품위있고, 단정하고, 착용감도 좋아.

히스클리프

가슴에 있는 라벤더도 무척 아름다워.

의상의 파란색이 두드러져서…

피가로

입고 가는 목적지가, 괴물이 있다고 하는 저택인 게 아깝네에.

이걸로 무도회에 가면 인기짱일텐데.

오웬

뭐, 나쁘지 않은데. 의상만은.

루틸

최고야, 클로에!

클로에

에헤헤…

파우스트

급한 부탁임에도 불구하고 준비해줘서 고마워 클로에.

‘더 레이븐을 에스코트하는 의식에 걸맞는, 라벤더를 이용한 옷'을 내가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서 말이야.

클로에

아냐! 괴물을 에스코트하는 옷은 처음이라서, 만들면서 재밌었어!

디자인을 생각하기 전에 루틸이 더 레이븐의 전통을 알려줬으니까, 이미지도 엄청 떠올라서 말야.

아키라

그 태피스트리를 준 아저씨가 그 토지의 출신이었군요.

루틸

네. 설마, ‘눈물의 공주와 더 레이븐’의 의뢰가 마법관에 오다니…

오웬

‘눈물의 공주와 더 레이븐’?

미스라

들어본 적 없네요. 어떤 이야기인가요?

아키라

(…태피스트리의 무늬였지만. 그래도, 저번에 설명하지 못했던가.)

루틸

그러니까… 대략적으로, 이런 느낌이에요.

중앙의 나라가 건국되기 전, 동란이 시작됐을 시대, 어떤 변경에서 ‘눈물의 공주’라는 영주가 있어서ㅡ

ㅡ어느 때, 그 영지에 동쪽 나라에서 온 불길한 마녀가 살기 시작했다.

까마귀의 시체를 준비해서 주술을 행하는 그녀를, 백성들은 ‘까마귀 마녀’라고 부르며 싫어했다. 하지만, 공주는 달랐다.

루틸

‘마법사의 이능력이 도움이 되는 일도 있어. 그녀를 성에 데려오렴.’

공주는 까마귀 마녀를 가신으로 들였다.

까마귀 마녀도 처음에는 그녀를 따라 마법과 주술로 그녀를 섬겼다.

루틸

하지만… 어느 날, 마녀는 배신했어요.

영지에 죽을 병을 유행시킨 거예요.

즉각 눈물의 공주는 까마귀 마녀를 영지에서 추방하려고 했다.

하지만, 마녀에게 도리어 원한을 사고 이형의 더 레이븐으로 변모했다.

공주는 더 레이븐을 잠의 의식을 통해 잠들게 하고, 퇴치나 봉인을 금지하여 이래에도 더 레이븐을 계속 잠들게 하도록 명했다.

루틸

…그 이후로, 66년 하고 6개월이 될 때마다 의식이 행해져, 더 레이븐은 지금도 공주의 저택에서 잠들어 있다고 해요.

아서

……

인간과 마법사가 손을 잡아서, 잘 되지 않은 이야기구나.

파우스트

인간이 마법사를 제 마음대로 이용하려고 해서 실패한 이야기잖아.

클로에

그, 그래도 눈물의 공주는 자비롭네! 퇴치나 봉인은 금지하다니.

‘눈물’의 공주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도 알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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