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끝에서 자줏빛 꽃의 겉잠을 1화
장년의 가신
죽이면 안 된다고……!?
저 더 레이븐을!?
고령의 가신
공주님, 확실합니까!?
저것은 병을 흩뿌리고 다닌, 까마귀 마녀의 말로!
젊은 가신
죽일 수 없다면,
적어도 봉인이라도……
눈물의 공주
조용히 하세요.
이미 정한 일입니다.
고령의 가신
……공주님……
눈물의 공주
거기에 계신 서기, 적어두세요.
…….영주로써 명합니다.
어느 누구라도, 저 더 레이븐을 죽여선 안 된다.
어느 누구라도, 저 더 레이븐을 봉인해선 안 된다.
정화 등의 수단을 찾지 못하는 한, 저 더 레이븐은 제가 정한 수면의 의식에 의해, 계속 잠들게 할 것.
이 명령을 일방적으로 어긴 자는, 이 땅의 영유권과 영주로서의 권한을 전부 빼앗는 것으로 한다.
고령의 가신
……어리석은……
젊은 가신
공주님은, 저주로 미쳐버린 건가……
눈물의 공주
다 들립니다.
젊은 가신
……!
눈물의 공주
병의 유행은 잦아들지 않았어요.
저를 매도하고 싶다면, 각자의 일을 수행하면서 하세요.
자, 얼른.
장년의 가신
…………
실례하겠습니다…..
눈물의 공주
…………
아아……
……나는, 실패했어.
아키라
사쿠쨩 봐봐.
오늘 밤은 별이 예뻐.
밥을 먹고, 목욕도 한 뒤 이제 자기만 하면 되는 시간.
나는 사쿠쨩과 밤 산책을 하고 있었다.
부드럽게 떠오른 사쿠쨩의 귀를 만지면서, 문득, 시야 구석에서 주황색의 머리를 발견했다.
익숙한 모습이, 분수 옆에서 웅크려 있었다.
루틸
…………
아키라
(루틸이다. 밤 산책중인가? 모처럼이니까, 말을 걸어ㅡ)
루틸
아아……
……실패해버렸어……
분수에 감쪽같이 사라질 것 같은 작은 목소리에, 무심코 가까이 다가가던 발을 멈췄다.
축축한 밤바람에, 그의 머리가 약하게 흔들린다.
수면의 파문을 바라보는 조용한 등으로, 나는 조심히 다가섰다.
아키라
루…루틸……?
작게 이름을 부르자, 루틸이 이쪽을 향해 돌아본다.
확 하고 평소처럼의 상냥한 표정이 된다.
루틸
앗… 현자님. 좋은 밤이에요.
죄송해요. 눈치채지 못해서.
아키라
아뇨, 신경쓰지 마세요.
저……괜찮나요?
루틸
에?
아키라
죄송해요. 루틸이 ‘실패했다’고 말한 걸 들어버려서.
혹시, 힘이 될 수 있다면……
루틸
어머…… 감사합니다.
걱정 끼쳐드려서 죄송해요.
하지만, 조금 반성을 하고 있었을 뿐이었으니 괜찮답니다.
낮에 그거, 좋지 않았구나, 하고……
아키라
낮에 그거?
아아, 그, 담화실에서의ㅡ.
아키라
안녕하세요, 여러분.
왠지 즐거워보이네요.
루틸
현자님!
후후후, 이거, 봐주세요. 짜잔~!
아키라
오오~!
훌륭한 태피스트리네요!
미틸
엄청 예쁘죠?
마법사의 집에 놀러오는 아저씨가 준 거예요!
리케
고향의 명산품이라고 해요.
아저씨가 가르쳐 준, 공주님의 전승이 그려져 있어요.
아키라
헤에……!
마법사의 집에서 이런 선물을 받는 건 처음이죠?
마법사의 집은, 빈센트 씨의 허가로 남쪽 나라 마법사들이 만든 마법사와 인간의 교류장이다.
아직 만든 지 얼마 안 돼서 지명도는 낮지만, 근처의 이웃에게도 받아들여져서 조금씩 추억의 장소가 되고 있다.
루틸
이 아저씨는, 미틸과 리케를 손자처럼 귀여워 해주셔서요.
미틸
저랑 리케가 잔뜩 말을 걸어서, 차도 같이 마시고 사이 좋아졌어요. 그치, 리케.
리케
네! 이 태피스트리도, 글을 공부중인 제가 그림만으로도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게 되도록, 하고.
처음엔 무서워 보였지만, 선량한 사람이에요.
아키라
두 사람 덕분에 한 걸음, 마을 사람들과 사이가 좋아졌군요.
미틸, 리케, 감사합니다.
미틸, 리케
에헤헤……
전원
……!?
아키라
뭐, 뭐지……?
문이 날아가서……
오웬
죽일 거야. 오늘이야말로 너를 죽여주지.
미스라
재밌네요.
할 수 있다면 해보시죠.
리케
오웬, 미스라! 또 싸움을…!
루틸
오웬 씨, 미스라 씨.
사정은 모르겠지만, 두 분 다 진정해주세요.
아니면, 적어도 밖에서……
미스라
<아르시무>
오웬
<쿠레 메미니>
미틸, 리케
와앗…!
미스라가 쓴 마법의 충격으로, 태피스트리가 둥실거리며 하늘로 떠올랐다.
당황한 미틸과 리케가 붙잡으려고 바로 손을 뻗는다.
하지만, 두 사람의 눈 앞에서 오웬이 쏜 바람의 검이 태피스트리에 직격했다.
미틸, 리케
와아!?
아키라
그, 그럴수가.
태피스트리가 갈기갈기……
앗!
추격하려는 듯이, 미스라가 떨어진 태피스트리에 진흙으로 발자국을 남겼다.
이어서, 오웬이 발끝으로 걷어찬다.
얼굴을 찡그린 미틸과 리케의 눈이 촉촉하게 빛났다.
내 가슴까지 아파진 순간……
퍽! 하고 엄청난 소리가 났다.
미스라와 오웬이 싸우는 소리인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힘껏 책상을 치고 일어선 루틸이, 불타는 듯한 눈동자로 미스라와 오웬을 노려본다.
루틸
……두 사람 다!
적당히 하세요!!
미스라, 오웬
……!?
ㅡㅡ미스라와 오웬은, 물이 뿌려진 고양이처럼 싸움을 멈추고 훌쩍 어딘가로 가버렸다.
설마, 온화하고 상냥한 루틸이 고함을 칠 줄 생각도 못해서, 놀란 탓에 전투 의욕을 잃은 걸지도 모른다.
이후에는 갈기갈기 찢어진 태피스트리와 그 파편을 아연하게 바라보는 우리들만이 남겨졌다.
아키라
두 사람에게 화를 낸 걸 말하는 거라면, 너무 신경쓰지 않으셔도……
저도 슬퍼서 화가 났으니까…
루틸
감사합니다, 현자님.
저도, 슬프고 화가 났다고 생각한 거 자체는 후회하지 않아요.
실제로, 엄청, 엄청, 화가 났으니까요.
아키라
(두 번 말했다…)
루틸
하지만… 두 사람은 애초에 그게 미틸과 리케의 소중한 물건인 줄은 몰랐잖아요?
아키라
…아…
루틸
저도 어렸을 적, 근처에 살던 아주머니의 혼례 도구였던 식탁보에 잼을 한 병 흘렸던 적이 있어요.
악의 없이 상처입히고 말았지만, 우연히, 누군가의 소중한 물건이었던 거예요.
아키라
…그러네요.
둘 다, 별로 태피스트리를 노리고 공격한 건 아니었으니까요.
루틸
네. 하지만, 제가 화냈을 때, 제대로 이게 소중한 물건이었다고 전해줬었더라면…
두 사람도, 사과하진 않더라도 다르다는 걸 깨달아주지 않았을까, 다음엔 신경쓰겠다고 생각할지도.
아키라
(아…생각하려나…? 북쪽 마법사들은, 기본적으로 사람의 말을 듣지 않지만…)
조금이지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지만 루틸의 시선은 진중하고 성실했다.
잔혹하고 방약무인한 행동에 상처받았는데도, 신중하게 반성하고, 성실하게 색다른 친구들과 있을 앞으로의 일들에 고민한다.
루틸
그런데도, 낮에는 울컥해버려서, 무심코 고함을 치고 말아서……
두 사람도, 신기한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죠.
마음이나 생각을 전하는 것을 게을리 할 생각은 아니지만… 잘 안 되네요.
아키라
루틸…
(확실히… 북쪽 마법사들은 걸핏하면 싸우려 들고, 자신만의 길을 가는 사람들이지만, 최근에는 내키면 이야기를 들어줘.)
(루틸이 말하는 대로, 잘 얘기하면 잔해를 밟거나 차지 않아줬을지도…?)
루틸
…후우…
루틸이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결심한 표정으로 얼굴을 들었다.
루틸
에잇!!
아키라
(양손 따귀!? 엄청 아플 것 같은 소리가 났어…!)
루틸
좋아! 감사합니다, 현자님. 저, 두 사람이 있는 곳에 다녀올게요.
아키라
미스라와 오웬이 있는 곳으로요?
루틸
네. 무조건 고함을 친 일에 대해서 사과하고, 그 태피스트리는 소중한 거니까 화낸 거라고, 잘 말하고 올게요.
아키라
아… 그런 거라면, 저도 함께 갈게요!
그리고, 우선은 미스라의 방에 들리자…
오웬
머햐? 용컨이라흐?
아키라
에!?
오웬!?
어째서인지 그곳에는 오웬이 과자를 먹으면서 느긋하게 눌러앉고 있었다.
루틸
낮에, 그렇게나 싸웠는데…
두 분 다, 화해하신 거예요?
오웬
이향한 쇼히.
……꿀꺽.
여기엔, 미스라가 억지로 끌고 온 거야. 뭔가, 이상한 걸 보여주고 싶다면서.
루틸, 아키라
이, 이상한 거…?
미스라
이상한 게 아니에요.
자, 보세요.
미스라가 내민 것은 바닥에 찻잎이 남은 티컵이었다. 우쭐해하며 가슴을 치켜올렸다.
미스라
굉장하죠?
빛나는 방패의 모습이 나왔어요.
아키라
빛나는 방패…?
루틸
…그러니까…
축하드려요!
미스라
……
하? 그것뿐?
빛나는 방패의 모습… 최강의 보호 주술 도구를 만들 수 있는, 최고로 좋은 운의 모습이라구요?
그 감상이, 고작 축하해요 뿐?
루틸
죄, 죄송해요.
그 모습을 잘 몰라서…
미스라
하아~
이래서 요즘 마법사들이란……
아키라
(현대의 젊은이한테 탄식하는 아저씨 같은 말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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