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로 이백 년.
그리고 오늘, 열 번째 신부가 찾아왔다. 하늘님께서 나를 시험하려는 걸까, 혹은 나의 바람을 이루어 주신 걸까. '당신'이 다시 내게 돌아왔다면. 무엇이든 간에 이번에도 똑같이 보낼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놓치지 않을 거야, 내 곁에서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해 주어야지. 당신만을 그리며 쓸쓸하게 지나온 시간을 더는 거듭하기 싫어.
그리고 이 모든 건 내 욕심일 뿐이다. 지금 그 사람은 나를 만난 지 며칠도 채 되지 않았다. 과거에 구해준 적이 있으나 그저 찰나의 우연이었고. 그 사람은 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 사람이 어떤 꽃을 좋아하는지, 어떤 색을 좋아하는지, 그 사람이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 그런 사람에게 대뜸 과거의 인연을 들먹이며 날 사랑해 달라고 강요하는 건 언어도단이다. 나는 그이에게 아무것도 강요하고 싶지 않다. 애초에 그 사람과 과거의 신부가 온전히 같은 사람이라 생각하는 것 자체가 실례다. 단념하는 게 좋을까, 그를 위해서라면. 내가 곧 용이 되어 지상을 떠난다면 그는 다시금 자유롭게 지낼 수 있을 테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나서 행복을 찾아갈 것이다. 응당 그래야 한다. 사랑받아 마땅한 사람이니까.
하지만 있잖아요… 나는 종종 생각했어요. 우리가 함께하는 미래를요. 평범한 부부처럼 함께 꽃이 가득 피어난 거리를 거닐고, 밤새 서로의 시시한 말에 웃고, 종종 축제가 열리면 손을 잡은 채 저잣거리를 둘러보고. 당신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당신의 수많은 행복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면 더없이 기쁠 거라고 생각했어요. 세월이 흐르면 내가 당신의 행복 그 자체가 될까, 말도 안 되는 기대도 품었답니다. 참 야속하죠. 용이 되기 위해 오랜 세월을 홀로 지냈는데 막상 그 목표가 가까워지니 인간이 되고 싶다 느끼는 게. 당신 앞에서는 나의 긴 기다림도 무의미해져요. 당신을 위해서라면 나는 용이 되려는 목표도, 구백구십구 년의 기다림도… 그리고 그보다 더한 것도 포기할 수 있습니다. 나 자신까지도. 그 모든 게 당신보다 무가치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나를 신이라고 부르며 두려워하지만 사랑 앞에서는 한갓 미물에 불과하군요.
이번에야말로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겠어요. 이번에야말로 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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