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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약속 히스클리프 드림 (1)

르안님 커미션

잠깐 by 션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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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멸망시킬지도 모르는 거대한 재액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다른 세계에서 찾아온 현자가 필요하다. 달이 거대한 재액으로 떠있는 이 세계에서 상식이고. 동의 없이 현자로 선택받아 오게 된 카노도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많이들은 이야기였다. 언제부터 현자와 현자의 마법사가 생겼는지는 모르지만, 나름대로 긴 역사를 가지고 지속된 관행이고. 벽을 빼곡하게 채우다 못해 도서실같은 공간을 만들 정도로 수많은 현자가 찾아와 기록을 남겼다. 카노는 이 관행을 받아들였다.

 아니 뭐 받고 뭐시고 하기 싫어요 안 할래요 그런 걸 내가 왜 해요. 따져서 안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언젠가는 그 일부가 된다는 걸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저번 현자는 작별 인사도 제대로 못 나누고, 정신 차리니 원래 세계로 돌아간 거 같구나. 어쩔 수 없지. 그런 싱겁고 어이없는 이별을 했다고 하니까. 나는 작별 인사할 시간 정도 줬으면 좋겠다. 그래도 일 년 동안 동고동락한 사이인데. 그런 말도 안 되는 헤어짐을 갖는 건 싫었다. 나 이제 가니까 질 지내라고 인사만 딱 전하게 해줘. 그리고 다음 현자가 내 현자의 서를 읽으면서, 이 사람이 저번 현자님……. 초기의 나처럼 이런 저런 정보를 얻고 글로만 만나 본 나한테 친근감을 느끼게 해줘. 딱 그 정도만 욕심 부리면서 살았다. 더 바라지도 않고 덜 바라지도 않았는데. 

그랬는데. 세상일은 어떻게 돌아갈지 모르는 거구나. 눈앞에 닥친 일만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몸부림치다 보니,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센터 시험을 처음 보고 나왔던 그 날처럼 모든 게 실감나지 않아, 카노는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다 손을 올렸다. 원근법이 적용된 달이 카노의 손바닥 뒤로 숨었다. 거대한 재액이라는 명칭이 붙을 만큼 크기가 커다래, 아무리 먼 곳에 서있어도. 양 손을 써서 가리려고 해도 두 눈을 막지 않는 게 아니면 가릴 수 없었던 달이 한 손에 쏙 들어갔다.

원래 세계에서 당연했던 일이 이 세계에서도 통하게 되는 날이 올 줄은 몰랐는데.카노와 현자의 마법사 스물 두 명은 다 같이 운명을 이겨내는데 성공했다. 세계를 멸망시킬지도 모르는 거대한 재액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다른 세계에서 찾아온 현자가 필요하다. 카노 아카리는 그 명제가 참인 걸 증명한 첫 사례가 되었다.

이렇게 세계는 구원받고 모두가 행복해졌습니다. 딱 마침표 찍고 끝나면 좋았을텐데. 동화처럼 깨끗하고 아름다운 마무리는 없다보니……. 세상을 구하고 남은 건 엄청난 수습과 응대였다. 그나마 다행히 현자의 마법사 과반수가 이런 응대와 수습에 능했다. 스노우와 화이트. 피가로. 조각을 9할 정도 회수해 세기의 지자와 가까워진 무르와 샤일록, 라스티카와 브래들리. 그들이 앞장 서 준 덕분에 카노한테 쏟아지는 양은 적었지만. 그래도 없는 건 아니었다.

평범한 대학생(예정)이던 내가 갑자기 세상을 구하는 현자님?! 

그 상황도 적응하기 힘들고 탈도 말도 많았는데. 평범한 대학생(예정)이던 내가 어쩌다 보니 진짜 세상을 구원한 구세주가?! 2탄이 시작되니 카노의 눈이 뱅글뱅글 정신없이 돌았다. 

중앙 나라가 앞서서 혼란을 수습하고, 오래 살고 정치에 능한 마법사들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혼이 쏙 빠졌겠지. 텅 빈 눈으로 지친 몸짓으로 원래 세계로 도망쳤을지도 모른다. 무책임하지만 부담스러우니까. 다행히도 도와준 사람이 있고 만든 인연이 있어서. 카노는 원래 세계로 도피하지 않고 이 세계에 남았다. 정확하게는 선택할 시간을 얻었다.

어떻게 해야 원래 세계로, 있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나요?

어떻게 해야 모두와…… 이 세계에 남을 수 있나요?

어느 쪽을 질문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어, 그, 아. 어어. 입을 다문 카노에게 노바는 친절하게 답을 제시했다. 달의 주기가 한 번 돌기 전에 네가 마음대로 정하라고. 마음이 움직이는 쪽으로, 강하게 바라는 쪽으로 마법은 이루어질 거라면서.달의 주기가 한 번? 모호한 조건이라 처음에는 바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금방 알았다. 한 달이다. 그 기간의 반은 수습과 응대를 위해서 뛰어다녔고. 남은 시간은 마법관 정리와 앞으로를 위해 쓰게 됐다. 카노가 이 세계에 남을지 돌아갈지는 모르지만, 어느 쪽이라도 진심으로 지지해주는 마법사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마법은 마음으로 쓰는 만큼 마법사만큼 마음에 솔직해야 하는 일에 적극적이고, 좋은 조언자는 없으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잖아요. 괜한 거 생각하지 마세요. 너를 기다려주는 사람이 저기엔 아무도 없어서 남기로 한 거야? 영웅 취급이 그렇게 받고 싶었어? 쌓았던 세월을 버릴 만큼? 헤에, 현자의 마법사가 소중하니 뭐니 잘도 떠들었으면서 너에겐 결국 이정도밖에 안 되는 시간이구나. 돌아가다니. …응. 역시 어느 쪽이라도 재밌으니까, 구경할래. 결정하게 되면 꼭 알려줘야해. 현자-님. 남의 휘둘리지 말고 네가 알아서 해. 내가 어디서 살아갈지는 자기가 정해야 하거든. 조언을 듣는다니 뭐니 하고 널 팔아넘기지마. 이런데는 관심없고 응원이랑도 거리가 먼 북쪽 삼인방까지 카노에게 말을 건넸을 만큼 마법사는 마음에 대해 솔직했다.

카노의 마음은 거의 한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이 세계에 남고 싶어.

원래 세계를 그렇게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가족과 사이가 좋았던 것도 아니고. 친구가 있지도 않고……. 돌아갈 이유가 냉정하게 따져보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돌아갈래!에 힘을 주긴 너무 약했다. 여태껏 지낸 세월이 얼만데 돌아간다고 해서 멀쩡히 돌아갈까? 폭포에서 선남선녀와 함께 바둑을 두고 돌아왔더니, 마을이 없어져 있었다는 이야기처럼. 막 귀환했더니 사망 신고가 되어 있어서 부활 신청부터 해야하는 그런 처지가 되면 어떡하지? 미지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으니까.

근데. 남는 것도 좀 그래. 간신히 말만 통하는 외국에 연고도 없이 홀 몸으로 남게 되는 공포가 자리 잡아있어서. 카노의 마음은 한 쪽으로 완전히 기울지는 않았다.

"현자는 남는 거지?"

"……아직 생각 중이라 잘 모르겠어요."

"하? 히스가 있는데 왜 가?

화들짝 놀란 카노가 그대로 들고 있던 책을 발바닥 위로 떨어뜨렸다. 악! 우와아아악! 통증보다는 놀라움으로 이루어진 비명이 크게 울렸다. 와아악! 비명 지르지 말고 히스가 왜 나와요? 바다에서 사는 생물에 대해서 물었더니 갑자기 매미요. 생뚱맞은 대답이 돌아온 것처럼.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이고 담담하게 굴었어야 했는데. 그게 정답이라는 걸 머리로는 아는데 저절로 입이 비명을 질렀다.

"아직도 이러네."

"아니! 들어봐요 아니 진짜 잠깐만 들어봐요 난 일단 여기에 연고가 없잖아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들었지? 네로, 새로 세울 가게 알려줄 필요 없어. 우리 모르는 사람이라잖아."

"현자님이 온 가게라고 입소문 내서 한 몫 챙기려고 했는데 아쉽네. 어쩔 수 없지. 선생님 꼭 와줘야해."

"나는 왜?"

"파우스트 라비니아가 인정한 맛이라고 간판을 달면, 인기가 있을 거 같아서?"

"네가 중앙 손님으로 가득한 식당을 열고 싶어할 줄은 몰랐는데. 좋아 협조하지. 한 몫 챙길 수 있을 거야."

"…아 그건 좀 그렇다."

카노가 떨어뜨린 책을 주운 네로가 장난스럽게 픽 웃었다.

"…아, 아니 저 당장 먹고 살 일도 없어서."

"무르가 소장 자리를 추천해주지 않았어?"

"……." 

거대한 재앙이 평범한 달이 됐지만. 이 세계는 달이 곧 재앙인 세계라서. 재앙의 차후 행보를 지켜보기 위해서. 언젠가 다시 살아날지도 모르는 거대한 재앙을 대비하기 위해서. 새롭게 체계를 정비하고 새 조직을 세웠다. 거창해보이지만 마법관을 리모델링한단 이야기였다. 천문대에서 볼 법한 기기가 들어오고. 역대 현자의 서는 거대한 재앙에 대한 자료로서 그대로 보관 된다. 인간은 현자의 라티스, 마법사는 현자의 마법사라는 이름으로 마법관에서 달을 연구하게 된다.

마법관은 현자의 이름 아래 인간과 마법사가 합쳐서 재앙에 대비하는 공간이 되었다.다른 현자의 마법사는 긴 책무에서 돌아가 제 자리를 찾아갔는데. 무르 하트만은 적극적으로 이 체계와 조직을 추진하면서 현자의 마법사로 남았다. 카노한테 남을 거면 상징인 소장 자리를 넘겨주겠다고도 했다. 현자님만큼 상징적인 존재는 또 없는 걸. 이번에도 열심히 프로듀싱해서, 현자님을 어엿한 소장으로 만들어줄게!

"…솔직히, 저 성격 더럽잖아요. 그런 일을 어떻게 해요."

"북쪽 마법사보다 안 나쁘잖아."

"자신감을 가져. 나처럼 성격 나쁜 저주상도 어떻게든 장사하면서 먹고 산 세계야."

"서쪽 나라에서 잘도 하더만……."

카노는 결국 쭈그려 앉아 얼굴을 가렸다.솔직하게, 정말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안 남을 이유가 없었다. 말만 조금 통하는 외국에서 나 혼자? 마법관에 막 온 무렵이면 그게 맞지만. 그들과 세계를 구한 지금은 완전히 잘못된 표현이다.현자의 마법사를 빼도 카나리아랑 쿡로빈, 그리고 드라몬드가 있으니까 일자리라면 충분히 구할 수 있을 거고. 현자의 마법사를 포함하면. 중앙 나라의 왕자님. 동쪽의 귀공자. 서쪽 사파이어 성의 귀공자. 전직 중앙 나라의 기사단장. 으리으리한 연줄이 있다. 이게 아니라도 네로를 조르고 졸라 네로가 열 가게의 종업원으로 있을 수도 있고. 파우스트의 제자로 들어갈 수도 있고. 남쪽 나라로 가서 피가로의 제자가 된다거나, 루틸의 선생님 일을 돕는다거나. 살 길은 찾으면 얼마든지 있는 연줄을 가지고 있었다. 무르 하트가 소장 자리를 만들어주기도 했고….

그럼 도대체 왜, 완전히 마음이 기울지 않는 걸까? 이 세계에 남는 게 왜 좀 그런 걸까? 자리 잡은 공포의 정체가 뭘까?

"내가 히스 좋아하는 거 알면서 왜 다들 반대 안 해줘요! 정신 차리라고 해줘요!"

카노는 결국 본심을 꺼냈다.

카노 아카리는 히스클리프 블랑셰를 좋아했다. 이 마음에서 눈 돌리고 싶어서, 똑바로 마주 볼 자신이 없어서 머릿속에 브레이크를 하나 두고 외면하고 있었다. 자꾸만 흔들리고 빠지는 브레이크를 꽉 잡고 있었다.

"반대할 게 뭐가 있다고."

"저는 성인이고 히스는 미성년자잖아요!"

"히스가 애라는 거야?"

"어린애는 아니지. 영주일도 대신 맡고 있는데. 뭐가 문제야?"

"제 마음이…… 양심의 문제거든요."

"갖다 버려. 우리 세계에선 문제 안 돼."

아니. 아니. 아니. 카노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결국 본심을 뱉었다.

"히스가 아깝잖아요!!"

그러니까 반대 좀 해주세요! 어린애 생떼같지만 카노는 진지했다. 상대가 그 누구도 아닌 히스클리프 블랑셰 아닌가. 동화에서 나오는 왕자님 같고. 수줍어 하는 모습은 요정을 닮았고. 누구라도 보면 헉, 하고 숨을 삼킬 정도로 아름다운데. 성격도 좋다. 상냥하고 친절하고 주변을 잘 보고. 큰 그림을 볼 줄 알아서 어딘가 어긋난 부분 있으면 바로 바로 의견을 내고. 소심한데 불합리에는 말을 아끼지 않으니까 말 다했지. 히스클리프에 대한 칭찬을 말해보라고 한다면 카노는 거짓말 하나 없는, 진실한 마음으로 밤을 셀 수 있었다. 옆에 시노까지 있으면 일주일 내내 그와 관련된 강연을 하다가 새빨개진 히스클리프가 막으러 와 그만두겠지.

그에 비해서……. 카노는 자기 입장을 돌이켜봤다. 자기의 장점을, 단점보다 먼저 떠올릴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 그걸 감안해도 단점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금방 욱하고 짜증낸다. 상대가 목소리를 높이면 저절로 내 목소리도 높아진다. 현자로 일할때도 상대가 짜증나게 굴면 대가리 한대 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버텼다. 버티지 못하고 오즈에게 지팡이 빌려도 되냐고 귓속말 한 적도 있을만큼 참을성도 모자랐다.그런데 왜애. 히스는 날 좋아하는 거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날 좋아해. 근사하고 멋진 일은 맞는데? 카노는 이해가 안 됐다. 히스클리프는 블랑셰 가문이 사랑하는 도련님이지만 마법사라는 이유로 많은 편견과 소문이 생긴 덕분에 자존감이 잡아먹혔다. 그래서 정말 당연하고 대수롭지 않은 일에도 감동하고. 감사하고. 쉽게 호감을 가지니까…….히스가 널 좋아하는 게 착각이라는 걸 깨닫고, 뭐 소홀히 대할까봐 무서워서. 이런 이유는 아니었다. 정말 아깝잖아.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데, 더 멋진 만남을 할 수도 있는데……! 도쿄대 갈 수 있는 사람이 도쿄가 뭐야, 하버드까지 갈 수 있는 사람이 입시 설명회에서 담당자가 친절하게 설명해줬거든요! 그래서 오키나와에 있는 대학갈래요. 하면 다들 뜯어 말리지 않나?!

마법사라는 이유로 과소평가를 심하게 당한 히스클리프가 카노를 과대평가했다. 이 평가가 언젠가 깨질까봐, 별거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히스클리프의 반응이 무서워서. 뭐 그런 이유로 부정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아깝잖아. 진짜 너무 아깝잖아! 제대로 평가 받고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났으면 좋겠어. 길거리에서 길 좀 알려줬다고 친절해, 결혼합시다. 하지 말고. 제대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서 사랑을 만났으면 좋겠다고.보석을 뱉고 가치가 없다고 우는 오르골을 떠올리며 카노는 크게 소리 질렀다. 너는 사랑 받기 충분한 존재고 보석이 잘 어울려. 보석을 써. 유리를 넣으려고 하지 말고! 히스클리프가 얼마나 좋은 사람이고 멋진 인재고, 얼마나 대단하고 빛나는 사람인지 구구절절 설명하는 카노의 어깨를, 시노가 건들였다. 주군의 칭찬을 잔뜩 들어서 그런가. 너 뭘 좀 아는데? 딱 그런 표정이라서. 카노의 말문이 또 터졌다.

"시노도 히스 좋아하지만, 옛날에 결혼하고 싶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안 했잖아요! 지금도 그런 생각 해요? 히스의 바로 옆에서 동반자가 되고 싶다. 단 한사람 뿐인 동반자가 되고 싶다 뭐 이런 생각해요?!"

"안 하지. 나는 히스의 종자야. 그런 귀한 자리, 내 자리가 아니야."

"그쵸? 제 자리도 아니라고요! 그런 귀한 자리!“

"그, 그건 모르지!"

카노의 고개가 기름칠 덜 된 기계처럼 삐걱이면서 돌아갔다. 안 하지. 나는 히스의 종자야. 그런 귀한 자리 내 자리가 아니야. 그쵸? 제 자리도 아니라고요 그런 귀한 자리. 그 다음에 와야하는 건? 네로의 알았으니까 그만해라나. 파우스트의 둘 다 그런 걸 큰 소리로 말하지 마라지. "그건 모르지."가 아니었다.

"평생 동반자로…! 삼고 싶을 수도 있잖아. 시노, 너는 내 소중한 친구야. 누가 뭐라고 해도 내 소중한 친구로서, 평생의 동반자로 삼을 거야."

어. 어어. 어어어. 카노의 인지 능력이 일하기도 전에 홧홧하게 달아오른 소년이 나타났다.

"혀, 혀, 현자님도……! 제가, 더 멋진 말을 생각해 올때까지, 아, 아니지. 저 그, 그런 준비를 끝낼때까지 원래 세계로 돌아가지 말아주세요! 저, 저한테 기회를 주세요!"

우와아아아아?!

"……들었어? 내 주군 멋있지."

"욱해서잘못된선택을하는걸막아줘야진정한친구고?진정한종자라고할수있지않을까요?"

"아까부터 무슨 소리 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현자, 잘 들어. 네가 안 돌아가고 남게 되면, 너한테 명예가 남아. 현자의 마법사 연결고리를 외부에서는 그렇게 끈끈하게 보지도 않으니 네 말대로 연고도 딱히 없고 명예만 있는 외부인 한 명만 남지."

그리고 블랑셰 가문은 대대로 알아주는 무가라 인지도도 있고 무력도 있고, 영지민이 잘 따라. 그래서 매번 마님도 주인 나리도 꽤 골치 아파하셨어. 왕가의 눈총이 따가우니까. 우리는 권력에 관심이 없습니다. 우리는 동쪽 왕가에 충성하고 있습니다. 매번 증명해야 했으니까. 그런데 거기서 딱 너처럼…….

별다른 뒷배도 없는데 명예만 있는 결혼 상대가 나타나면 딱 좋지.

"시노, 놔요. 으악, 아파아파파."

"히스가 기다려달라고 했잖아. 엄살 부리지마 힘도 안 줬어."

"요즘 애들은 참 뜨겁네. 선생."

"서고 정리 오늘 안에 못할 거 같은데……."

"지금 그게 문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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