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포 크오
우야든동 머글사회 적응기3
🧡 오랜만이네.
? 뭐야. 아무리 짝퉁 의사라지만, 돌아올 진짜 머글의사를 위해 매일매일의 진료는 열심히(?) 보고 있는 최빛. 다음 환자분 들어오신단 말도 없이 문을 박차고 들어온 사람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쳐들었다가 멍하니 정지해, 뒤에서 손을 미친듯이 흔들고 있는 여진 쪽을 스캔해. 이게 지금 무슨..?
🧡 하필 여기 있다는건, 현이랑 어떤 식으로든? 아. 정신과. 상담의로 만나고 있나보지? 최빛 여전히 머리가 좋네.
👩🏻⚕️ 환자분. 무슨 일이신지,
🧡 리벨리-
👩🏻⚕️ 야.
대놓고 지팡이를 들어올려, 변신술을 풀어내는 리벨리오 마법을 쓰려는 가경을 최빛 결국 저지할 수 밖에 없음. 아니 이 미친사람이 진짜 누구는 뭐 머글인척 여기 앉아서 진료보는게 너무너무 재밌고 신나서 이러고 있는줄 아나; 너 어디서 지금 지팡일 휘두르고 지랄이야. 어금니 꽉 깨물고 바로 앞까지 가서 그 손목 잡아 내리는 빛의 옆에, 아이고오..;;; 당황한 얼굴로 얼른 진료실 문을 뒤로 닫으며 호다닥 달려올 여진.
💊 밖에 다른 환자분들도 계시거든요...;
🧡 다른 환자분?ㅎ 재밌나보다. 머글로 인생 제 2막 살아보기로 했나봐. 뭐 그치. 이쪽도 신비한 동물이긴 하지.
💊 아니 그런 머글윤리 짓밟는 발언은 좀 자제하시고오, 교수님 몸은 좀 괜찮으세요?
🧡 최빛
👩🏻⚕️ 왜
🧡 ..미안
으억..! 송교수님..이 아닌가?! 옆에 서있다가 고개만 스윽 빼서 송가경 얼굴 들여다봤다가, 인상 빡 쓴 송이랑 눈마주치고 도로 샤샤샥 최빛 뒤로 숨을 다람쥐ㅎㅎ 근데 이제 변신한 최교수에 비해 큰 키로 인해 전혀 숨어지지 않는 그 어색한 구도. 미안했단건지, 앞으로 미안을 하겠다는건지, 아님 뭐 미안한 와중이라는건지. 별 맥락도 없이, 미안. 한마디 던져놓고 딴데 쳐다보면서 지팡이 든 팔을 아래로 떨구고 있는 송가경의 되먹지 못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최빛은 그저 감개무량이야. 그나마 하나는 해결했다. 그런 맘이랄까.
👩🏻⚕️ 알면 이제 니꺼 니가 좀 챙겨갔으면 하네?
💊 내일 현이 언니 진료일이에요!!
드디어 이 기나긴 머글 병원 잠입기가 끝나가나바!!
아님.
최빛은 신중해. 여태껏 차현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면서 끝끝내 해결하지 못했던 부분들. 메꿔진 시간을 똑바로 들여다보지 못하는 차현이 과거로부터 도망치고 싶어하는 강렬한 의지와 영 진전이 없는 트라우마의 회복. 그런것들을 가경에게 천천히 설명해주면서 파르르 떨리는 손끝과 창백해지는 낯빛을 살펴. 빛에겐 아무래도, 가경이 먼저지. 차현보단..
🧡 현에게 대답해줘야 할 일이 있어
👩🏻⚕️ 지금은 회피 단계야. 듣고 싶지 않을거고, 들으려고 하지도 않을거고..
🧡 ..해야돼
해야된대는데 어떡해. 최빛 저 망할놈의 기집애 고집을 어떡하지 싶다가도, 어차피 지금 진전도 후퇴도 하지 못하고 있는 차현의 심리상태를 떠올리면서 한숨쉬어. 어쩌면. 똑같이 고집불통에 말도 지지리도 안듣는 환자 차현을 반쪽 머글의사의 반쪽 진료로는 도무지 해결해낼 수가 없다면, 이이제이 해야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솔직히 미안하지만 드디어 현실로 돌아온 송가경이 다시 숨어버리지 않게끔 하는게 이 부탁을 들어주는거라면 결과는 어찌됐건 사실 알바가 아니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드는거지. 송가경. 분명히 자기가 들어주지 않는다면 다른 방식으로 차현에게 접근할테고, 불안정한 차현의 정신이 폭주해서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저 애가 다시는 제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게 아닐까 하는 두렴움이 더 큰거야 최빛은.
👩🏻⚕️ 그럼 내 방식을 따라.
머뭇거리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는 가경과, 굳은 얼굴의 최빛, 그리고 그 모두를 불안한 눈빛으로 지켜보는 여진의 숨막히는 진료실임.
💜 언제까지 와요 진짜. 별 도움도 안되는거 같은데. 아니 별 도움이 안되는건 아니고!! 저 다 나은거 같아요. 이제 멀쩡함. 애초에 제가 정신질환이 있다는 근거도 없잖아요 샘.
👩🏻⚕️ 근거는 많구요 차현씨, 본인이 멀쩡하다는 환자중에 실제로 멀쩡해진 환자가 몇이나 될거 같으세요?
💜 ..알바냐고
👩🏻⚕️ ㅎ
저노무새끼 진짜. 최빛 빡치는 마음을 누르며 상냥한 미소를 지어보이려 노력해. 옆에 서서 얼쩡대는 여진을 자꾸만 위아래로 훑어보는 눈빛이 꽤나 흉흉한게 활력상태는 아주 천장을 뚫으면서, 과거에서 도망치기는 왜 자꾸 도망쳐 이새끼야. 그 생각이 티가 났는지, 자꾸만 눈짓을 보내면서 ㅎㅎ;; 웃는 여진에게서 다시 고개를 돌린 최빛 다시금 (((친절)))을 장착하고 차현을 물끄러미 바라봐.
💜 그쪽은 누구세요? 구경났어요?
💊 에..ㄱ? 저요?
💜 어. 너 뭐냐고
💊 🥺 아...의산데. 저는 그니까-
👩🏻⚕️ 차현씨? 시비걸지 마시고, 이쪽으로 누워보실까요. 빨리 가고 싶으신거 같은데, 명상과 호흡 치료 하고 약 받아 가시죠.
우물쭈물, 차현의 호승심과 적대감 가득한 눈빛에 본능적으로 쫄아서(과거의 차현과 + 걔가 해놓은 피칠갑이 자동으로 떠오르며..) 제대로 대답을 못하는 다람쥐를 구제하는 최빛. 낯선 사람에 대한 적개심이라든가, 배타적인 태도 같은 것도 기존의 멍청이 차글핀한테선 못보던 것들이라. 나아졌다면서, 자긴 이제 말짱해졌다면서, 치료를 거부하려고 드는 차현을 보니 마음이 더 굳어질 최빛이지.
👩🏻⚕️ 아시죠? 자 긴장 푸시고. 천천히 호흡 뱉으면서.
빛의 따스한 손 끝이 이마를 톡 대자마자, 차현 움찔 긴장해서 숨을 먹어. 뭘까. 매번 이 의사가 자기를 건드릴 때면 알 수 없는 이상한 감각이 머리에서부터 스멀스멀 기분나쁘게 퍼져나가는 이유가. 긴장 푸셔야해요 차현씨. 숨 들이마시고. 눈을 감을채로 나즈막하게, 딱히 감정이 담기지 않은 차분한 목소리를 들으면서도 팔뚝에 오소소 소름이 돋는 불가해한 상황을 주먹을 꼭 쥔채 참고 있을 차현.
👩🏻⚕️ 자. 우리 지난 세션에 얘기했던 배신감. 그 감정에 좀 더 집중해볼게요.
아 씹. 미간을 확 구기면서 몸을 일으키려던 차현, 어쩐지 가위에 눌린듯 몸에 힘이들어가지 않는단 사실에 당황해. 아니 사실 퍽 당황스러울 것도 없지. 어젯밤에도 그제도, 그리고 그 전날에도. 매일같이 밤마다 꾸는 악몽의 마지막은 항상 이렇게-
💜 [언니가 나를 사랑하는줄 알았어요]
헉. 숨을 들이키면서 온 몸을 경직시키고 발버둥치려는 현의 몸 위엔, 여진의 지팡이의 끝이 놓여있어. 페트리피쿠스 토탈루스.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주문을 걸고 함께 식은땀을 흘리며 마력을 조절중인 여진. 그런 여진과 눈을 마주치며 헤드쪽에서, 한 손으론 현의 이마를 다른 손으론 어제 가경과 함께 만들어낸 기억의 조각을 천천히, 얇은 실이 끊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는 최빛도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해. 정신력도 체력도 일반인에 비해 지나치게 높아, 방어력과의 발란스가 도무지 맞질 않는 희귀한 체질의 이 미친 그리핀도르가 진짜로 미치는건 곤란하니까.
최빛이 가이드한 기억 속의 현은, 자기가 마지막으로 가경에게 뱉은 말. 그 때 그날의 송가경을 보고 있어. 한쪽눈이 부어 보이지 않는 가경. 온몸 여기저기 찢기고 멍들어 곧 바스라질듯이 얇은 몸이 내팽겨쳐진채 자길 보며 울고 있는 가경. 이쪽으로 들고 있는 손 끝이 떨리며 잇새로 터지는 울음 사이에 가지말라고 애원하는.
🧡 [현아, 나는...]
바르르 떨리는 몸이 덜컹이는 바람에 당황한 여진이 빛을 바라보며 확 마력을 높이면, 최빛 침을 삼키며 끊어질뻔 했던 기억의 실타래를 다시금 속도를 높여 현의 이마 끝을 향해 흘려넣어.
👩🏻⚕️ 여진아 지금이야. 지금부터가 진짜..!!
💊 교수님!!!!
여진 폭발하듯 튕겨나간 몸이 벽에 부딪쳤다가 쾅 소릴 내며 떨어지자마자, 빛을 향해 소리질러. 현이 멱살을 틀어쥐는 바람에 바닥에 겨우 발끝만 닿은채 숨이 막혀 컥컥대는 빛. 차현..! 차현!! 현이언니!!!!! 소릴 지르며 다가간 여진이 그 손을 뜯어내려 몸통 박치기를 하듯 현에게 매달리는데.
💜 뭐야. 누구야.
겉잡을 수 없는 흐느낌 속에 씹어뱉듯 묻는 목소리 소름이 끼침. 너 누구냐고!! 발악하듯 소릴 지르자마자 다시금 펑- 소리와 함께 공중을 나르는 여진의 기억은 거기까지. 가경이 전하고 싶은 그 대답을 들은 현의 덜덜 떨리는 몸과 여진 사이엔, 지팡일 꺼내들고 선 최빛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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