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턴트 세계

나나계 by 휘엔
9
0
0

스노하라 모모세의 집에는 작은 비밀이 있다. 혼자 살게 되었을 적 편의점에서 사온 도시락 사은품으로 붙어 있던 작은 레토르트 파우치는 버리고 또 버려도 다시 수납장 가장 아래 칸으로 돌아왔다. 그것은 3년째 집의 주인 이외에는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은 채로 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인스턴트 세계

파우치에 따뜻한 물을 붓고 30초 동안 흔들어주세요. 내용물을 평평한 접시에 부으면 당신이 바라는 세계가 만들어집니다.

이 제품은 먹을 수 있습니다.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마법의 물건이라니, 자신의 손에 들어오는 알알의 가루만 아니었다면 환상이라고 치부할 만했다. 사실 아직도 확신은 불가능했다. 무의식의 모형을 그대로 보여주는 편리한 도구라니, 그런 게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면 큰 이슈가 되었을 거다. 자신의 머릿속에서 제멋대로 만들어 낸 환상이 아닐까 생각하기에는 손에 닿는 감촉이 선명했다. 

까끌까끌한, 하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마치 고운 모래로 만들어진 듯한 작은 무대 위에는 유키와 자신이 노래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부숴 그대로 버리기도 했다. 바라면 안 되는 것을 바라는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부수고 다시 만들고. 부수고 다시 만들고.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반복해도 변하지 않아 더는 손대지 않았다. 어차피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도 않는걸. 누군가가 집에 올 때마다 그제야 이건 뭐냐고 물을까봐 꽁꽁 숨겨둔 적도 있었다.

오랜만에 생각이 났다. 자신이 진짜 바라는 것이 이루어진 지금에도 같은 모형이 만들어질까. 파우치에 따뜻한 물을 붓고 30초 동안 흔들어주세요. 내용물을 평평한 접시에 부으면 당신이 바라는 세계가 만들어집니다. 설명서를 따라하니 색색의 가루가 뭉쳐 모양을 만들어냈다.

예전과 하나도 다를 바 없는 무대 위의 두 사람. 이제는 부수지 않고 소중히 장식할 수 있었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무대 위를 비추는 조명에서 작은 별 하나가 떨어졌다. 먹을 수 있다고 했지. 지금까지는 감히 그런 생각도 해본 적 없었는데. 

냄새도 안 나고, 무슨 맛일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긴장한 채로 노란 별가루를 주워 입에 넣었다. 사르르 녹아내려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세계는 정말이지 달콤한 설탕 과자의 맛이 났다.

4명이 좋아합니다.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