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소설

굿즈 전시 방법론 (야매편)

비전문가, 라이트씹덕, 게으름뱅이, 가성비추구자의 경험담

서론

* 개인적인 회상입니다. 본론은 아래에……

어느덧 시대는 2020년대, 이제 한국도 이제 오타쿠들의 소비력이 많이 올라왔다. 물론 돈 팍팍 쓰는 오타쿠야 어느 시대든 있었겠지만 숫자의 문제랄까… 아무튼 일본문화개방을 경험한 어린 세대가 충분한 소비력을 가지게 됐다는 거. 여기에 해외직구의 접근성이 날이 갈수록 좋아지며 국내에 수입이 안 된 물품을 구하는 것도 쉬워지는 등, 이런 추세에 따라 물리적 실체가 있는 굿즈를 사모으는 오타쿠들의 숫자도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작금의 대한민국은 어떤가. 내 삶을 꾸릴 공간은 비싸고, 그 공간에 투자할 시간은 부족한데다 현대인의 쇼핑중독이니 소비중독이니 하는 건 오타쿠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최애의 굿즈를 샀더니 정리하기도 귀찮고 놓을 공간도 없어서 포장을 뜯지 않은 경험은 흔하고, 심지어 택배박스째로 처박아둔다는 사람도 종종 있다.

나는 기왕 돈주고 산 거면 잘 보이게 늘어놓는 것을 좋아한다. (라이프스타일은 물론 각자의 선택이지만.) 설령 미개봉 소장을 한다고 해도, 개봉은 안 한채 잘 보이게 전시할수도 있는 거고. 특히 최애의 굿즈를 여러 종류로 사모으다보면 소위 ‘굿즈존’을 만들고 싶은 욕망이 더욱 커진다. 모아놓으면 예쁠 것 같고 신전 하나쯤 갖고 싶고… 나만 그래? 아니니까 신전같은걸 만드는 오타쿠들이 있는거잖아?!

이건 나에게 있어 10년 정도 묵은 욕망이었다. 실제로 내가 쓸 수 있는 적당한 공간이 처음 생겼을 땐 책장 한 칸에 피규어와 아크릴스탠드 등을 모아놓고 흠~ 보기좋군. 하고 뿌듯해했었다. 사진을 첨부하고 싶은데 남은게 없네… 여튼 그게 내 첫 굿즈 전시장이었다.
일단 “최애 굿즈를 모아놓고 보고 싶다”는 기본적인 욕구는 그걸로 어느정도 충족이 됐지만 그 시절에도 (6~7년쯤 전) 이미 삐까뻔적한 피규어 진열장을 구비해놓고 집에 전시한다음에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오타쿠들이 이미 잔뜩 있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최애에 대한 애정은 식질 않아서 나도 저런 거… 하고 알아본적도 있지만, 공간은 둘째치고 유리 진열장 가격만 봐도 이 돈 주느니 그냥 피규어 하나 더 살게요 수준이어서 포기한 채로 시간이 흘렀다.

적당히 현실과 타협한 채로 살던 나를 깨운 것은 새로운 장르였다. 온고잉으로 화력 좋은 메이저 장르를 잡았더니 최애의 굿즈가 쏟아져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거기다 아크릴 스탠드의 가성비적 위대함도 깨달았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냥 책상의 빈 공간에 늘어놓는 것 정도로는 해결할 수 없는 정도의 굿즈가 쌓였다. 장르적 사유도 있지만 어쨌든 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새로 나오는 굿즈를 안 살수 있다면 난 오타쿠가 아니었겠지…(저는 자기 욕구를 통제하며 지속가능한 덕질을 하는 멋진 오타쿠를 존경합니다)

그렇게 나는 쉽고 싸게 야매로 굿즈를 전시하는 방법을 찾아 헤메기 시작했는데…….


여기서부터 본론임.

Disclaimer:
이 글에서 소개하는 것은 특별한 내용이 아니며, 제가 처음 발견하거나 시도한 것도 아닙니다. “다 아는 거 아님? 왤케 호들갑임?” 싶은 건 전부 호들갑이 맞으니 너그러이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제품의 스토어 링크는 제품의 상세정보를 보라고 달아놓은 거지 거기서 사라는 게 아니고, 당연히 가게에서 받은것도 없습니다. 오픈마켓 검색해보고 가장 싼 데서 사세요!

1. 계획 수립

(1) 전시 공간의 형태

가장 먼저 정해야 하는 것은 “전시공간의 밀폐 여부” 다. 즉, 굿즈를 개폐가능한 진열장 같은 곳에 넣어 밀폐할 건지, 아니면 그냥 열린 공간에 둬서 개방할 건지를 정해야 한다.

전시공간을 밀폐할 경우의 장단점은 아래와 같다.

  • 장점:

    • 먼지가 훨씬 덜 쌓임 (귀찮음-)

    • 공간을 수직으로 쌓아올릴 수 있음 (공간활용+)

  • 단점:

    • 진열장 비용(지갑-)

    • 굿즈 크기를 고려해 진열장을 골라야 함(귀찮음+)

    • 굿즈 감상시 진열장을 거쳐서 봐야함 (전시효과-)

    • 진열장 안쪽까지 조명이 잘 안 닿을 수 있음 (전시효과-)

전시공간을 개방할 경우의 장단점은 이렇다.

  • 장점:

    • 자유로운 굿즈 배치 (전시효과+, 귀찮음-)

    • 조명이 자연스럽게 잘 비침 (전시효과+)

  • 단점:

    • 먼지가 쌓여서 자주 청소해줘야 함 (귀찮음+)

    • 수직공간 활용이 어려움 (공간활용-)

개방형을 골랐을 경우, 위아래로 공간을 적층할 것인지를 추가로 결정하는 것이 좋다. 밀폐형은 사각 진열장을 쓸 테니 진열장 배치는 나중에 옮길 수 있지만, 개방형에서 세로로 공간을 쌓으려면 미리 자재를 사야 하기 때문이다. 개방형 세로 배치의 경우 추천할 수 있는 옵션은 두 가지다.
하나는 조립식 선반장. 이건 다루지 않겠다 (애초에 설명할 게 없음)
다른 하나는 철제 네트망이다. 개인적으로 처음 굿즈 진열을 구상할 때 추천하는 방식인데, 이런 장점이 있다.

  • 선반장에 비해 가격이 싸다.

  • 구하기 쉽다. (다이소에서 팜)

  • 스탠드를 써서 책상에 세우거나, 못이나 고리로 벽에 걸거나, 커튼봉으로 가벽처럼 만드는 등 다양한 배치가 가능하다.

  • 확장성이 좋아서 작은 규모로 시작했다가 전시면적을 넓혀가기 좋다.

  • 선반 위치를 자유롭게 바꿔가며 배치할 수 있다.

  • 벽 형태라 키링을 전시하기 좋다.

단점은 선반의 면적이 좁고 무게있는 물건(e.g. 피규어)을 전시하기엔 좀 불안하다는 것 정도.

아래는 진열장(1번 사진)과 네트망(2번 사진) 사용례다. 잘했다고 올리는 게 아니고(나는 내 미감을 신뢰하지 않는다) 대충 각각 이런 거다 하고 보여주려는 의도니까 못생겨도 용서좀……

당연하지만 정답은 없고 각자의 상황에 맞게 고르면 된다. 내 경우엔 최초엔 공간과 돈의 문제로 네트망으로 시작했으나 피규어류 청소가 무지하게 번거로웠기 때문에 (청소하다가 파손해먹은 적도 있고…) 진열장으로 바꿨다. 개인적으로 피규어가 없다면 책상 위에 올라갈만한 크기의 작은 아크릴 네트망으로 시작해보는 게 괜찮은 것 같다. 인형이나 아크릴 스탠드는 청소할 때 부서질 위험은 그나마 적으니까. 피규어가 있으면… 바로 진열장으로 가는게 좋지 않을까?

(2) 굿즈 배치 설계

배치 설계라고 소제목을 잡았지만, 사실 배치를 이 단계에서 완벽하게 구상하는 건 불가능하다. 스케일 피규어, 넨도로이드, 키링, 아크릴스탠드 캔뱃지 등등의 다양한 종류가 있다면 더더욱. 결국 최적의 해답은 직접 배치하면서 찾아볼수밖에 없긴 한데…그래도 기본적인 생각은 해두는 편이 좋다.

가장 먼저 할 일은 (당연하지만) 전시할 물품을 고르는 것이다. 가진 걸 정해진 공간 안에 전부 다 어떻게든 넣는 방법도 있긴 한데 (이게 저임) 이렇게 하면 필연적으로 서로서로 가려져서 안보이는 부분이 많아지게 된다. 물론 빽빽히 모아두면 그 나름의 임팩트도 있긴 한데… 이것도 결국은 취향 문제.

전시품을 다 정했으면 이제 굿즈의 사이즈를 측정할 차례다. 높이는 수직으로 공간을 쌓을 때 고려해야 하고, 바닥 너비는 수평면적을 맞출때 필요하다. 전부 다 일일히 잴 필요는 없고, 견적이 비슷한 종류끼리 대충 몇센치 전후인지만 알아두면 됨.
요새 아크릴 스탠드는 바닥면이 다양한 모양으로 나오니 꼭 “정면을 볼 때” 좌우/앞뒤가 몇센치쯤 되는지 확인해두자.

다음은 배치다. 일반적으로는 앞뒤 배치 순서가 중요하지만, 네트망을 쓸 경우엔 수직방향의 배치가 중요하다.

앞뒤가 중요한 이유는 주어진 수평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큰 걸 뒤에 두고 작은 걸 앞에 두는 계단식 배치가 기본이기 때문이다.만약 크기가 고만고만한 굿즈가 많을 경우엔 (e.g. LD 아크릴 스탠드) 계단식 스탠드를 활용하면 되는데, 이 땐 굿즈의 바닥면적을 고려해야 한다. 계단식 스탠드는 대체로 계단 앞뒤폭이 좁은 편이라 받침대 부품이 큰 아크릴스탠드 같은 경우엔 못 세울 수도 있음. 물론 처음부터 세세하게 고려하긴 귀찮으니 대충 계단식으로 배치했을 때 특정 굿즈가 너무 가려지진 않도록, 바닥면적이 큰 굿즈는 맨 위나 맨 아래로 가도록 배치를 생각하면 된다.

네트망은 선반을 따로 사서 망에 거는 방식이기 때문에(=수직벽에 물건 매달기) 앞뒤보다는 수직방향 배치가 중요하다. 애초에 네트망 선반은 앞뒤로 물건을 배치하기가 어렵기도 한데, 선반 자체의 앞뒤 면적이 좁고 선반에 물건을 많이 두면 네트망이 기울어지기 때문이다. 이 기울어짐 이슈는 네트망에 굿즈를 배치할 때, 특히 망을 스탠드로 세우는 경우에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간단히 설명하면 물건이 무거울수록, 선반에서의 위치가 네트망에서 멀어질수록, 네트망이 고정되는 지지점에서 선반이 멀리 걸려있을 수록 더 큰 힘(정확히는 토크)가 걸려서 망이 휘어진다. 이러면 보기 싫은건 둘째치고 선반이 기울어지니까 굿즈가 쉽게 떨어질 수 있다. 그러니 스탠드 네트망을 쓸 경우 반드시 무거운 굿즈(피규어류)는 망 하단에 배치하거나, 아니면 네트망을 양면으로 써서 한쪽으로 휘어지지 않게 균형을 맞춰야 한다. 배치를 대충 정했다면 필요한 선반의 사이즈나 개수도 대강 견적이 나올 것이다.

이게 대체 뭔 소리야? 싶다면(아마 다들 그럴 것 같음… 이런 글은 사실 이미지를 많이 넣어야 설명이 쉬운데 지금 말이 너무 많다.) 위에 올렸던 진열장/네트망 사진을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아마…….

아, 마지막으로 전시공간이 직사광선에 노출되지 않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그냥 모두 다 아닌가?) 오타쿠 굿즈는 직사광선에 오래 노출되면 변색이 일어나게 된다. 전시 위치를 수시로 바꿀것도 아니니 처음부터 햇빛이 안 닿는 위치에 전시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

2. 자재 구매

계획을 다 세웠으면 자재를 살 차례다. 큰 틀을 잡아줄 진열장과 네트망을 먼저 다루고, 세부적인 굿즈 전시용품 얘기를 해보자.

(1) 진열장

유리 혹은 아크릴이라는 선택지가 있는데, 아크릴 얘기만 할 거임. 아크릴 진열장의 장점은…

  • 유리에 비해 압도적으로 싸다.

  • 개별 상자 형태라 배치 구상이 자유롭다.

정도인데, 가장 중요한건 역시 가격이다. 나는 가성비충이니까… 애초에 삐까뻔쩍한 유리진열장을 가구로 들여놓을 수 있으면 이런 글을 읽을 필요가 없겠지? (부럽습니다)

나는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구매했는데, 알리에서 할인행사할 때 사는게 아니라면 그냥 국내샵에서 사는 것도 나쁘진 않다. 요샌 가격차이도 별로 안 나더라고…… 물건 자체는 어디서 사든 사실상 똑같은듯. 조립방식도 부품 모양도 자석문인것도 다 똑같음.
아크릴 진열장 제품 링크(국내샵)

당연하지만 사이즈가 여러개 있으니 위에서 짜둔 배치 계획에 따라 적당한 사이즈를 구매하면 된다. 모자른 것보단 여유있는 게 낫기 때문에 나는 큰 사이즈를 추천하는 편. 그리고 진열장끼리 합체(?)할 때 끼우는 홈이 있기 때문에, 여러개를 사서 좌우나 위아래로 쌓으려면 꼭 같은 사이즈로 사자.

(2) 네트망

위에서도 얘기했지만 그냥 다이소에 가서 사면 된다. 쇼핑몰에 검색해도 나오긴 하는데 가격차이가 별로 안 남. 미리 짜둔 계획에 맞는 사이즈로 사면 되고, 1개로 커버가 안 될 경우 네트망 조인트를 사서 연결해주면 된다. 사실 네트망 자체보다는 부속물에 대해 할 말이 많은데…

  • 고정용 부속물의 경우

    • 망을 벽에 건다면 못을 박는게 베스트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대용품으로 다이소에서 살 수 있는 핀후크접착식 후크(그 왜…불로 녹이는), 접착식 받침대 같은 걸 써야 하는데, 이 경우엔 무거운 걸 올릴 수 없다. 지지하중 2kg(표기스펙상) 짜리 핀후크 네 개로 네트망을 벽에 걸었었는데, 무게가 많이 걸린 후크가 빠지면서 벽지가 주우욱 찢어진 (…) 무시무시한 사례가 있었음. 벽지 상하는 것도 문제고, 굿즈 파손도 문제고…… 여러분은 이런 일 없도록 조심하세요.

    • 스탠드를 써서 책상이나 테이블 위에 세울수도 있다. 다만 스탠드로 세운 네트망은 위에서 얘기했듯이 높은 위치에 무거운 걸 놓으면 휘어질 수 있으니 주의. 그리고 다이소제다 보니 스탠드 자체가 모쌩긴데다 수평이 미묘하게 안맞거나 하는 이슈가 있다. 스탠드의 긴 부분을 책꽂이+책으로 눌러놓는 걸 추천함.

    • 또는 책상다리나 커튼봉을 기둥삼아 네트망을 매다는 방법도 있다. 책상다리 사이에 설치하는 건 직접 해봤는데 괜찮았음. 간단히 케이블타이로 책상다리에 묶어주면 끝이고, 굿즈 말고도 지갑이나 헤드폰을 정리해둘수도 있어서 편하다.

  • 네트망에 걸 선반은

    • 배치 계획에 따라 적절한 수평면적의 선반을 고르는게 제일 먼저고 (당연함)

    • 선반 바닥망이 굿즈가 빠지지 않을 정도로 촘촘한지

    • 선반의 테두리 높이는 적당한지 (테두리가 높으면 굿즈가 좀 더 안전하겠지만, 테두리에 가려지는 면적도 많아짐) 보면 된다.

선반 외의 부속물은 아래에 따로 설명하겠음.

(3) 그 외의 전시용 소품

여기서 소개하는 건 대부분 실제로 사용해본 물건이다. 평가기준은 외형보단 가격과 접근성, 그리고 실용성.

◆ 계단형 아크릴 스탠드

다이소에서도 팔긴 하는데 그건 계단 앞뒤폭이 너무 좁아서 아크릴 스탠드도 못 올린다. 기껏해야 코롯토 정도? 높이도 너무 낮음. 아마 레고 미니피겨 정도 사이즈에맞는물건인듯

추천하는 구매처는 알리익스프레스. 아크릴 계단, 아크릴 디스플레이 등으로 검색하면 많이 나오니 미리 생각해둔 배치계획에 따라 필요한 사이즈를 골라 사면 된다. 완전 계단형태인 다이소 것과 달리 알리에서 파는건 대부분 계단 앞면?이 뚫려 있어서 계단보다 좀 넓은 아크릴 스탠드도 세울 수 있는 점이 또 좋음.

계단으로 단차를 준 사용례. 일부러 45도 옆에서 찍음. 저 계단은 다이소에서 산 건데 지금은 단종된 듯…

◆ 아크릴 라이저

ㄷ자로 생긴, 위아래로 물건을 놓을 수 있게 해주는 소품이다. 정확한 이름이 뭔지 모르겠음. 랙이라고도 하는듯?

필요한 사이즈에 따라 다르긴 한데 나는 다이소에서 이노마타 냉장고 2단수납 랙을 사는 걸 추천함. 일본수입제품이라 다이소몰(온라인)엔 없고, 좀 큰 다이소에 가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건 다이소가 인터넷보다도 쌈. 너비가 좁은거랑 넓은거 두가지가 있으니 용도에 맞게 사면 된다. 구매시엔 (아래에 놓을 굿즈) 높이에 주의해서 살 것. 제품정보에 표기된 높이에서 최소 5미리 정도는 여유가 있어야 무난하다.

2층을 구성한 사용례. 아래쪽엔 높이가 낮은 굿즈밖에 못 넣는다

◆ 접이식 액자 받침대 & 삼각 아크릴 스탠드

아래 사진 우측이 접이식 액자 받침대다. 다이소에서도 팔고 아트박스에서도 판다. 사이즈가 여러개 있는데 제일 작은 걸 포카나 키링 등 혼자서는 못 서는 굿즈의 받침대로 쓸 수 있음. 자체 높이가 높고 접이식이다보니 무게가 가벼운 물건(탑꾸 안된 포카라던가)를 올려두면 조금만 건드려도 쓰러지는 단점이 있다. 사실 처음 봤을땐 와 신세계다 포카 전시해야지 하고 잔뜩 샀는데 지금은 하나도 안 씀 ㅠㅠ

사진 왼쪽, 그리고 포카를 올려놓은 것이 삼각 아크릴 스탠드다. 알리에서 살 수 있다. 원래는 동전을 전시하는 용도인 것 같은데 포카종류 사이즈에도 딱 맞고, 가로로 긴 티켓 같은 것도 여러개를 써서 전시할 수 있다. 멋대로 쓰러지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위의 접이식 받침대보다 다루기 편하고, 가격도 훨씬 싸다. 한번에 많이 사는걸 추천함.

삼각 아크릴 스탠드(좌), 접이식 액자 받침대(우)

◆ 키홀더 스탠드 (코아데 or 마이코레)

키링이나 러버스트랩 같은 굿즈를 세워놓을 수 있게 해주는 또 다른 소품이다. 위에서 소개한 두가지 받침대보다 공간을 적게 차지해서 배치할 때 한결 편하고, 받침대가 쓰러질 일이 없어 좀 더 안정적이다. 이건 알리에선 아무리 찾아도 안 나오고(ㅠㅠ) 일본 제품을 파는 국내샵을 이용해야 한다. 마이코레에서 나온거랑 코아데에서 나온거 두가지가 있다. 둘 다 다른 소품에 비해선 드럽게 비싸다…

마이코레(마이콜렉션) 키홀더 스탠드는 다양한 길이로 나누어져 있는 대신 물건을 끼우는 홈이 1개뿐이다. 가격은 비교적 싸다.

코아데 키홀더 스탠드는 길이가 길고 끼우는 홈이 5개라 디오라마st 연출이 가능하다. 근데 너무 비싸서 (이게 5천원?) 사서 써보질 못함……

마이코레 스탠드(화살표) 의 사용례. 두께가 두꺼우면 안 껴지므로 제품상세를 잘 읽어보고 사자.

이건 원래 키링이나 러버스트랩을 세우라고 나온 거긴 한데, 평범한 아크릴 스탠드에도 활용할 수 있다. 코아데 스탠드는 사심을 담아 슬쩍 둘이 겹쳐있는 연출 같은것도 가능하고, 일반적인 경우엔 잘 안 보이는 예쁜 스탠드 바닥을 배경처럼 세워서 배치하면 좋을 것 같음. 마이코레스탠드는 좁은 면적(e.g. 계단)에 아크릴 스탠드를 배치하고 싶을 때 기존 바닥 대신 사용 할 수 있지만… 이렇게 쓰기엔 가성비가 너무 구리긴 함.

◆ 이노마타 케이스 (종류 다양)

이노마타라는 일본 회사에서 만드는 디스플레이 케이스 시리즈. 사실 진열장을 쓰면 케이스를 별도로 또 쓸 필요가 없지만, 이것의 진가는 케이스보다 케이스 안에 딸려있는 기믹(?)이라 진열장 안에 전시할 때도 유용하다.
게다가 가격과 접근성도 짱인데, 아래에 소개할 것 중 코스터/카드/캔뱃지 케이스는 다이소 매장에서 살 수 있고 가격도 심지어 온라인보다 싸거나 비슷하다… 대신 (위에서 언급한 이노마타 랙처럼) 수입품이라 그런지 다이소몰엔 없고 좀 큰 다이소 매장에 있을 확률이 높음.

코스터 디스플레이 케이스의 경우 바닥에 여러가지 두께의 홈이 있어서, 코스터나 키링, 아크릴 스탠드를 끼워둘 수 있다. 케이스 사이즈가 작아서 LD 아크릴 스탠드는 안 들어가지만, 진열장 안에 넣는 경우엔 필요하다면 케이스는 빼고 바닥만 쓸 수도 있으니 활용성이 높음. 위에서 말한 코이데 스탠드의 대용품으로도 쓸 수 있을듯.

코스터 케이스에 키링을 겹쳐서 전시한 용례.

캔뱃지 디스플레이 케이스카드 디스플레이 케이스는 각각 캔뱃지/카드를 1개씩 넣어서 세울 수 있는 케이스다. 나는 캔뱃지를 안 사서 카드 케이스만 하나 있음. 캔뱃지 케이스의 경우 적층이 가능한데, 카드는 모양상 안될 것 같다. 카드 케이스는 꽤 사이즈가 크고(표기된 내부 수납 사이즈가 73x110mm임) 탑로더에 비해 투명도가 높은게 장점이다. 별도로 스탠드가 필요없는 탑로더 같은 느낌? 공간이 넉넉하고 큼직한 포카가 많으며(작은건 넣었더니 너무 비어보여서…) 꾸미기를 잘 할 자신이 있다면 한 번 써볼만할듯.

캡슐토이 디스플레이 케이스의 경우 키링을 걸 수 있는 지지대가 동봉되어 있다. 이건 최근에 발견해서 주문해뒀는데 아직 도착을 안함. 상품정보만 봤을 때는 코스터 케이스를 능가하는 개꿀템일 것 같은데… 이거도 다이소에서 팔았으면 좋겠음. 다이소 힘내라

◆ 마이코레 스윙 키홀더 스탠드

키링 1개를 매달 수 있는 지지대와, 아크릴을 끼울 수 있는 홈이 2개 있는 받침대로 구성된 소품. 이건 온라인샵에서 살 수 있다. (구매링크

장점은 키링을 매달아 전시할 수 있고, 키링과 아크릴을 입체적으로 배치할 수 있다는 거고, 단점은 바닥 공간을 은근히 많이 차지한다는 것과 (그만큼 아크릴을 더 끼울 수 있긴 함) 하나당 3천원이라 키링 전시용으로 여러개 사게 된다면 가격이 은근 부담되는 거 정도…? 키링과 세트로 전시할만한 아크릴이 있을 때 추천함.

사용례. 사진 속 키링처럼 걸어놓는 걸 염두에 두고 디자인된 키링을 전시할 때 좋다.

◆ 양쪽 집게

볼관절이 달린 집게가 양쪽으로 달린 소품. 다이소에서 팔긴 하는데 정확한 제품명을 모르겠다… 문구코너에 가면 있음.

나는 주로 포카같은 지류 굿즈를 네트망 사이드에 추가로 전시하기 위해 썼다. (아래 사진 참고) 집게가 플라스틱이라 슬리브엔 자국이 살짝 남지만 탑로더에는 멀쩡하다. 대충 배치하면 기울어지기 쉬우므로 두고보면서 집게의 위치를 옮겨가며 기울어지지 않고 버티는 각도를 잘 찾아야 됨. 아니면 위에서 언급한 삼각 아크릴 스탠드에 한쪽 집게를 물려서 명함 홀더처럼 쓰는 방법도 있다. 진열장 내부 배치에서 약간 높은 위치에 포카를 두고 싶을때 쓸만함.

네트망에 집게로 포카를 달아둔 사용례.

◆ 네트망 후크

네트망에 장착하는(?) 후크. 다이소에서 다양한 종류를 살 수 있다. 위 집게 사용례 왼쪽 하단에 키링을 걸어둔 게 플라스틱 후크다. 키링을 거는데 쓰면 편리하다. 물론 키링을 망에 바로 걸어도 되긴 하는데 짧은 군번줄 같은건 망에 걸려면 풀었다 결합했다 하는게 귀찮으니까 그냥 이거 쓰는게 낫다고 생각함.

키링 외에는 네트망에 벽에 거는 액자류 굿즈를 전시할때도 쓸 수 있다. 애초에 후크니까 당연한 거긴 한데, 액자는 보통 무게가 무거우니까 스탠드로 쓸 땐 비추함.

◆ 목재 집게

네트망에 지류 굿즈를 장식할 때 쓰기 좋은 집게. 무는 힘이 약하지만 그래도 종이에 바로 물리면 자국이 남으니 비닐 슬리브 정돈 해주는 게 좋다. 다이소에서 싼 값에 잔뜩 살 수 있다는 점이 메리트. 제품 링크

◆ 미끄럼 방지 시트

어느 다이소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미끄럼 방지 시트(망). 잘라서 쓰는 타입이고, 바닥이 미끄러워서 물건 배치가 불안정한 경우에 적당한 크기로 깔아주면 효과가 좋다. 다만 미관상 구리니(…) 너무 노출되지 않도록 조심하고, 압력을 주는 채로 오래 두면 표면에 달라붙어 불투명한 자국이 남을 수 있으니 굿즈와 직접 접촉시키지 않는 게 좋을듯.

◆ 논슬립 패드

다이소에서 살 수 있는, 표면에 접착력이 있는 말랑하고 조금 두꺼운 패드다. (제품링크) 좀 이상하게 들리지만 실제로 정확한 설명임.

원래 용도는 잘 미끄러지는 물건(ex. 카펫)이 미끄러지지 않게 고정하는 것. 나는 진열장이 이리저리 미끄러지지 않게 바닥에 붙이는 용도로 썼다. 접착력이 은근히 있고(양면테이프만큼은 아님), 원하는 크기와 모양대로 잘라서 쓸 수 있으며, 접착력이 약해졌을 때 물로 접착면을 씻어내면 다시 짱짱해지기 때문에 여러가지로 활용도가 높다. 적층하기에 아다리가 잘 안 맞는 부분에 조그맣게 잘라서 붙여준다던가…

바닥면에 붙일땐 링크한 다용도 패드 말고 삼각형 모양으로 재단된 게 좀 더 쓰기 편함.

◆ 오비츠용 스탠드

오비츠로이드는 자립이 정말 어려워서 자세 잡으려고 애쓸 시간에 그냥 속편하게 스탠드 하나 사는게 정신건강에 좋다. 알리에서 ob11 스탠드로 검색하면 이것저것 나올텐데 내가 사서 쓰고 있는 건 이거. 오비츠를 놓을 공간이 좁다면 관절이 없는 게 훨씬 유용함.

(4) 조명

너무 야매라서 쓸까말까 좀 고민한 내용이긴 한데… 일단 기록삼아 써둔다.

진열장 안은 당연히 바깥보다 어두울수밖에 없고, 위아래로 진열장을 적층하면 윗면으로 들어오는 빛이 가려지니까 더 어두워지게 된다. 보고 있으면 왜 고급 유리 진열장에는 내부조명이 있는지 알 것 같아짐. 조명이 달린 아크릴 장식장도 없진 않지만 추가적인 가공이 들어가다보니 비싸서 가격 메리트가 현저히 떨어진다. 그럼 어떡하면 된다? 조명을 따로 추가하면 된다.

알리에 LED 스트립 조명이라고 검색하면 길쭉한 스트립 형태의 LED 조명이 나온다. 길이도 다양하고 옵션도 다양한데 (빛 색을 조절하는 기능이 있다던가) 맘에 드는 걸 사서 장식장 테두리에 적당히 둘러주고, 들뜨지 않게 테이프나 논슬립패드 등으로 붙여주기만 해도 제법 그럴듯한 조명이 된다.

노출이 자동으로 조절되서 전반적으로 차이가 덜해보이는데, 하단 진열장 우측 부분의 차이가 실제 느낌과 제일 비슷하다.

다만 야매인 만큼 큰 단점이 하나 있는데… 겉면에 LED 스트립이 그냥 붙어있는 방식이다보니 미관상 별로라는 거. 내 경우엔 장식장 옆면이 다른 구조물에 가려져서 볼 일이 없고 스트립 위치를 최대한 뒤쪽으로 잡은 다음 윗면에 액자를 올려서 가렸는데, 상하좌우가 노출된 장소에 진열장을 둔다면 꽤 거슬릴 것 같다. 그렇다고 장식장 안에 조명을 집어넣으려면 엄청난 일이 되어버림……

그래도 스트립 자체는 얼마 안 하니까 한번 해보는 걸 추천한다. 당연하지만 조명용 전원이 추가로 필요하니 길이를 잘 계산해서 사야함.

3. 전시하기

준비물이 손에 다 들어왔으면 계획대로 전시하면 된다. 이 글은 사실상 자재 구입 파트가 메인이라 여기선 할 말이 별로 없음… 내 구린 미감을 가지고 이렇게 하는게 이쁘고 저렇게 하는건 별로다 이런 소리 해도 도움은 하나도 안 될듯……

그래도 몇가지 써보자면:

  • 아크릴 진열장은 조립할 땐 방향구분이 없지만 조립 후엔 위아래 구분이 있다. 앞면(문이 달린 면)의 모서리 중에 두 면은 돌기가 있고 두 면은 홈이 있는데(진열장을 여럿 적층할 경우 여기가 맞물려 고정됨) 돌기가 없는 모서리가 바닥으로 향하게 둬야 한다.
    이렇게 방향이 있다보니 문도 항상 위→아래 혹은 오른쪽→왼쪽으로 열리는 것도 염두에 두자.

  • 굿즈를 전시해두면 의외로 정면이 아니라 비스듬한 각도에서도 자주 쳐다보게 된다. 정면으로 봤을땐 가려지던 게 비스듬하게 보면 또 보이는 경우도 있으니, 공간이 부족하다면 정면에서 봤을 때 전부 다 보이는 것에 너무 집착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음.

  • 진열장을 준비했는데 굿즈가 도저히 다 안들어가서 외부에도 전시해야 한다면 (1) 파손위험성이 적고 (2) 관리(세척)이 쉬운 것부터 밖으로 빼두자. 대체로 지류굿즈가 해당됨.

  • 다이소에서도 피규어 케이스를 몇가지 팔긴 하는데 이게 내 경험상 크기가 좀 애매했다. 높이가 낮고 좌우로 넓은건 그나마 넨도 크기에 적당히 맞긴 한데 넨도 높이가 좀 높으면(동물귀가 달렸다던가……) 또 안들어감ㅠㅠ 모든 케이스는 절대!! 눈대중으로 생각하지 말고 사이즈를 실측해봐야 쓸데없는 낭비를 안할 수 있다.

  • 위에서도 몇번 강조한 거지만 네트망을 설치할 경우 무게로 인해 넘어지거나 벽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반드시 조심할 것.

  • 아무리 배치 계획을 미리 꼼꼼하게 세운대도 결국 실제로 해보기 전까진 이게 좋은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렵다. 갈아엎어가며 여러가지를 시도해본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스트레스가 적다.

4. 사후 관리

네트망의 경우 망이 떨어지거나 넘어질 징후는 없는지 가끔씩 봐주는게 좋다. (이거 너무 강조하나요? 하지만 네트망이 무너져서 뭔가 부서먹으면 진짜 개빡칠걸요)

타조털 먼지털이개를 하나 구해서 자주 먼지를 털어주자. 전시공간이 개방형이라면 먼지를 자주 털어줘야 묵은 먼지가 덜 생겨서 나중에 각잡고 세척할 일이 적어지고, 진열장을 써서 밀폐형으로 구성해도 진열장 외부 먼지를 털어줘야 여러 각도에서 볼 때도 지저분해보이지 않는다. 귀찮겠지만 그래도 걸레질 하라고는 안 하잖아…….

할 얘긴 다 한 것 같고, 마지막으로 진열장 전체샷이나 좀 자랑하고 끝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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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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